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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탁자 위 시계를 본다, 7시. 아차, 늦었다. 옆을 보니 너와 아내가 없다. 얼른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가니, 너는 나의 아내와 나란히 소파에 누어 젖을 먹고 있다. 슬리퍼 소리가 거슬렸는지, 아내는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당황한 듯 일어난다.
7시 3분, 평소보다 33분 늦은 시간이다.
주방에 들어가 앞치마를 두르면서, 일어나자 마자 아내보다 너를 먼저 찾은 내가, 그리고 거실에 나와 너에게 먼저 눈이 간 내가 조금 원망스러우면서,미안한 생각이 든다.
이내 요리를 할 때 기름이 튄다고 항상 앞치마를 했던 아내의 잔소리가 떠오르고, 신경질적으로 앞치마를 두르다가 벗어 선반 위에 던져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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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태어난 지 73된 나의 아이, 너무나도 사랑스럽지만 이럴 땐 정말 힘들다.
넌 입이 짧고 젖병을 좋아한다. 아내는 까탈로운 너를 위해 매일 4번씩 젖을 짜서 냉장고에 넣어 둔다.
젖을 먹일 때면, 나는 항상 120ml를 아내는 90ml를 젖병에 넣고 데운다.
아마, 나의 120ml는 나의 작은키 유전자에 대한 걱정과 너가 컸으면 하면 소망이 현실과 싸워 이긴 결과이며,
아내의 90ml는 너가 컸으면 하면 소망이 아내의 힘든 젖짜기와 현실과 싸워 진 결과일 것이다.
항상 너는 내가 줄 때면 50ml를 아내가 줄 때면 20ml를 남기는 일관성을 보여 주고, 항상 엄마편에서서 내가 틀렸음을 친절하게 증명해 준다.
나쁜놈, 웃지마라.
아내는 기를 쓰고 다 먹이려 하고, 너는 기를 쓰고 안 먹으려고 한다.
나는 항상 아내를 응원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너의 울음소리가 커질수록 너를 응원하는 마음도 따라 커져간다.
결국, 나는 아내에게 “그만해라, 애 운다.” 라고 말한 순간 속으로 ‘아차!’한다.
‘멍청한 놈. 3박 4일짜리다..’
아내는 결국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내가 먹이다만 50ml가 남은 젖병을 탁자 위에 ‘던져’놓고, 너도 동시에 소파에 ‘던져’ 놓는다.
나의 손은 ‘또’ 먼저 너에게 향하고 만다.
‘아.. 3박 4일짜리가 6박 7일이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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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88년생 가장에겐 무거운 단어다. 너를 낳으면서 아내의 병원비로 냈던 686위엔. 쓰레기 같았던 나.
밤 10시 아내의 짧은 메시지로 카오스가 시작되었다.
‘진통이 시작됐어’
속으로는 ‘차분히’를 외치며, 정신 없이 병원으로 향하는 나에게 온 두 번째 메시지,
‘아직 한참 걸리니깐 버스 타고 와’
353을 타고 2시간 동안 양쪽 손톱을 묵살 낸 뒤에 난 병실에 도착할 수 있었고, 아내는 제차 물었다. ‘버스 타고 왔어?’
난 88년생 돈 없는 가난뱅인 것 같다. – 나는 슬퍼졌다.
새벽 5시까지 지속되는 진통 속에 간호사는 힘들어 하는 너에게 무통주사를 권했고, 아내는 식은 땀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의 주둥이는 ‘왜 힘들면 맞자’ 라고 했지만, 나의 뇌세끼는 다행이다를 연신 외쳤다.
천위엔, 무통주사의 가격과 자신의 고통 속에서 내린 결정이다. 천위엔, 약 십팔만원, 시팔스러웠다.
똑똑한 아내는 괜히 내가 급하게 가져온 초콜릿과 음료수가 구리다면서 화제를 돌렸다. – 나는 부서졌다.
*아니 어쩌면 정말 맛없었는지도….
2일만 자고, 퇴원하려는 아내를 만류하지 못하고, 병원비 정산하러 터덜터덜 내려갔다.
영수증에 찍힌 액수 686위엔, 아내가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무언가의 숫자가 눈에 보였다.
정말 진실로 내 가슴에 눈물이 흐르는 것을 느꼈고, 나는 한 남자가 아닌 가장으로 살 것을 결심하였다.
그것이 너를 얻은 지 3일째의 날.
너가 우리 집을 뛰어다니며 놀 것을 생각하면 매우 작은 18평
한달 은행 이자에 찍히는 숫자를 보면 나에겐 너무나도 큰 18평.
현실은 정말 시팔스럽게도 더럽다.
하지만, 나에겐 사랑스러운 너와 똑똑한 아내가 있어 행복하게 더럽다.
출처 |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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