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는 늘어선 칸마다 변기들이 설치돼 있는 그런 화장실을 말하는거에요. 그런화장실은 공중화장실 뿐이지 않나요? 음... 여하간... 언니도 처음부터 그랬던건 아니에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언니는 운좋게도 대학 졸업과 동시에 취업이 결정나 작은 중소기업의 경리직을 얻었습니다. 매일 아침 딱히 할 일이 없어도 누구보다 먼저 출근해 자리를 지키려고 애를 썼어요. 사회초년생들 회사 생활이라는게 다 그런가봅니다.
사건이 있던 그날도 다른날이랑 다를게 없이 이른 아침 빈사무실에 언니 혼자 뿐이었대요. 그러다가 문득 화장실이 가고싶어졌답니다.
핸드백을 챙겨서 화장실에 들어섰더니 아니나 다를까 화장실에도 언니 뿐이었답니다. 당연히 일일이 확인은 안해봤겠지만 모든칸의 문이 열려있는걸 보고 그렇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여하간 대충 중간쯤 칸을 골라 들어가 문을 닫았는데 그 순간 갑자기 옆칸에 인기척이 나더니 구두 소리가 또각또각 화장실 밖으로 나가더랍니다 .
아무도 없는줄 알고 있던터라 조금 놀랐다가 '막 나가려던 참에 내가 들어왔나보다' '저사람도 일찍왔네 어디 사람이지' 하면서 딴생각을 조금씩 떠올리고 있는데 그 순간에, 갑자기 화장실 문 아래 트인 공간으로 웬 팔이 쑥 들어오더랍니다.
얼마나 놀랐는지 변기위로 한번 뛰어오른 언니는 바닥을 더듬고있는 팔을 보면서 필사적으로 정신을 붙잡고 논리적인 사고를 하려고 노력했답니다. 아까 화장실에 있던 사람이 뭘 두고 갔나 그래서 바닥을 저렇게 더듬나 싶은 생각에 다다른 언니는 자기도 모르게 지나치게 큰소리로 "여긴 뭐 없어요 옆이에요!" 하고 소리쳤답니다.
그런데 그순간 먼저 들어온 팔 바로 옆으로 다른 팔이 하나 더 쑥 하고 들어오더니 두팔이 발작적으로 화장실 바닥을 탁탁탁탁탁 내려치듯이 더듬더랍니다. 소스라치게 놀란 언니는 변기 위로 뛰어올라가 미친듯이 소리를 질렀대요. 그러자 멀리 복도 끝에서 남자 목소리로 무슨일입니까 왜그러세요 소리가 들려왔는데 그순간 바닥을 마구 더듬던 두 팔들이 들어올때보다 더 빠르게 쑥 나가더랍니다.
이때쯤 언니는 눈물범벅으로 소리를 지르느라 정신이 반쯤 나가있었다는데 사라졌던 팔하나가 갑자기 위로 다시 쑥 나타나더니 언니가 화장실 문 옷걸이에 걸어놓은 핸드백 끈을 검지랑 엄지로 잡아 옷걸이에서 빼서 바닥에 툭 떨어뜨리더랍니다. 그게 실신한 언니가 마지막으로 본 광경으로 그날 언니는 다른부서의 모르는 직원의 신고로 병원에 실려가 하루종일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깨어난 언니에게 무슨일이 있었는지 들은 저를 포함한 주변인들은 웬 괴한이 이른아침의 여자화장실에서 저지른 변태행각이라고 일축했지만 언니는 절대, 절대 사람이었을리가 없다고 했습니다. 화장실 아래로 들어온 두 팔들이 둘다 왼손이었다고...
언니는 깨어난 직후 딱 한번 해명한 이후로 다시는 그때 일을 입밖에 내지 않아요. 사실 그날이후로 언니뿐만 아니라 저도 밖에서 공중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합니다. 제 이야기 때문에 저희 언니나 저처럼 밖에서 공중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게 되는 분이 계실까 조심스럽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출처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를 생각나는대로 재구성해봤습니다. 친구도 인터넷에서 읽은 이야기라 원출처가 있을텐데 찾지못했네요 힝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