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는 친한 친구가 많이 없다.
직장에서 친한 언니 2명이 전부(?)라고 할 정도다.
가끔 친구 만나러 가도 되냐고 물으면, 오브 콜스다!!
내가 평소 일주일에 네번 이상을 술먹고, 이틀 정도를 밤샘을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니, 와이프의 외출은 내가 권장하는 바이다.
그리고 나는 와이프의 친구들 덕을 많이 본다.
이유는 간단하다. 여자들이 모이면 남편이나 시댁 흉을 보기 마련인데......
와이프의 친구들의 환경이 가히 드라마에서나 나올 정도여서.... 난 가만히 있어도 상대적으로 좋은 남편이 되기 때문이다.
와이프 친구1은 이쁘장하게 생기고 직장에서도 똑소리 난다고 한다. 남편도 나와 동갑으로 가끔 같이 보기도 했는데...
남편 시댁이 가관이다. 대충 얘기하자면
1. 이틀에 한번 안부 전화 하기
2. 일주일에 한번 시댁 부모 찾아뵙기
3. 시댁 가족들 정기 모임에 식사값을 남편 한번, 며느리 한번으로 카운트 하기
4. 시어머니가 남편 카드 쓰기, 물론 비용은 카드 값은 남편 몫, 용돈은 덤
5. 결혼전에 임신약 먹이기
6. 아기가 안 들어서는 이유가 명백히 남편에게 있는데, 남편은 입 다물기
7.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애 안들어선다고 며느리 구박하기, 여전히 남편은 입 다물기
8. 시댁부모 여행 비용 공동 부담, 하지만 처가집 여행비는 남의 일.
9. 남편이 막낸데...... 역할은 장남. 실제 장남도 잘먹고 잘살고 있음.
...
뭐.. 적다보니 별거 없어 보이네.. 쩝..
하지만, 결혼한 여자들은 저 상황이 얼마나 헬인지 알 것이다.
와이프가 친구 모임하고 나서 저런 불만들 듣고 나서 나에게 쫑알쫑알 얘기하면.. 난 그냥 한마디만 한다.
"왜 산데? 이혼하라 해~ 애 없을때, 나이가 좀 이라도 젊을때~"
"그게 쉽나?"
"난 참 웃겨.. 친구1은 왜 아무말 못하고 그냥 산데? 일은 똑부러지는 사람이??"
"몰라..."
내 생각으로는 저 친구1의 시댁과의 불화의 가장 큰 문제는...
그 남편이 효자라는 것이다.
좀 나쁘게 말하면 마마보이 수준의 효자~~~
사람이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면 그때부터는 독립 개체라 생각한다.
부모의 품을, 형제의 끈을 끊지는 못하더라도 일단은 내 가족은 내가 지켜야 하는거 아닌가?
그 남편이라는 친구의 효심은 자기 아내를 눈물나게 하는지는 전혀 모르는 듯 하다.
..
내가 그렇게 술먹고 다니고, 한량처럼 돌아다녀도 와이프한테 큰소리 치는 건, 내가 불효자기 때문이다.
큰누나가 같은 직장 후배인 와이프를 소개시켜 줬음에도 불구하고, 큰누나(올케)가 내 와이프에 대해서 간섭을 하면 난 불같이 화낸다.
내 마누라 건들지말라고..
다행히 우리 부모님도 출가한 자식은 알아서 하라고 하는 주의라, 우리에게 간섭을 안한다.
어릴때부터 외지에서 떠돌아다니며 살았던 터라, 명절이고 제사고 나 바쁘고 귀찮으면 안갔다. 그냥 아버지한테 이번에 못가요~하고 끝이다.
내가 장남이라서 달라지는 건 없다.
내 가족은 내가 지키는 거다. 와이프가 시댁 행사에 못가겠다 하면 내 선에서 짜른다. 혼자 가든가 같이 안 가든가... 부모님도 딱히 며느리한테까지 화를 낼 틈이 없다.
오히려 나보다 마누라가 먼저 시댁을 챙기고 있으니... 우리 엄마랑 마누라는 서로 죽이 짝짝 잘 맞는다. 특히 뒤에서 나 흉볼때...
..
외적 요인을 추가하면...
양가 집안 어른이 성향이 비슷하고, 재산도 없는게 비슷하고, 시골 출신이고 등등등이 맞아 떨어지다보니... 사돈끼리 험담 할 일도 없고..
...
아무튼 결론은 내가 그렇게 효자가 아니라는 것이...
우리 부모와 마누라 사이의 불화를 사전 차단하는 효과가 있기에...
내가 술먹고 다녀서 빌빌대는 모습에 마누라가 화를 낼때, 니 친구들에 비하면 행복한거야~ 라고 우쭐댈 틈이 생긴다.
# 마누라의 친구2와 나의 후배를 소개시켜줬더니, 둘이 올해 11월에 결혼한단다. 노총각, 노처녀 구제해줬다는 뿌듯함이 생기지만, 후배놈이 제수씨에게 너무 잘하면 내 가치가 떨어질건데.. 걱정이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