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괴담- 원한으로 매구가 된 여인
경상북도 영천시 북안면 내포리에서 전해져 오는 설화중 하나 라고 합니다.
주된 내용은 매구란 존재가 복수하는 내용의 설화라고 합니다.
매구란 우리 나라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조화를 일으키는 여우를 가르키는 말인데
어찌보면 구미호랑 비슷한것 같습니다.
다만현대인 지금에 와서는 이 매구라는 단어가 어디서 온 것인지, 구미호를 말하는 게 맞는지 아닌지조차 확인이 어려운 상태라고 합니다.
구미호는 원래 중국에서 전해져 내려온 요괴로
이후 일본과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보통 여우가 수련을 하여 신통력을 얻은
인간을 초월한 신령 같은 개념이라면
우리 나라의 매구는
주로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사악한 존재이며
자신의 원한을 풀려고 하는
복수귀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매구는 이야기마다
능력이나 탄생 설정이 매 경우마다 다르다고 합니다.
여우가 천년을 지내서 변한 요호란 설정도 있고
인간이 원한을 품어 매구로 태어 나거나
여우가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여우 누이 같은 환생형 버젼도 있습니다.
현재는 매구의 개념은 거의 사라졌다고 보는데
예전 전설의 고향에서
매구 설화에
등장하는 여우를
죄다 구미호로 표현 해서 그렇다고 합니다.
이번에 나오는 매구는 환생 후 다시 태어난 경우라고 합니다.
영천 땅의 가난한 선비가 과거날이 다가오자
좋은 길조를 받기 위해 준비한
비취로 만든 연적 등을 개나리봇짐에 넣어 짊어지고 한양으로 향했습니다.
몇 날이 걸려 경상도 땅의 끝 추풍령 아랫마을에 도착하게 되었는데 아직도 해가 조금 남아있는지라
마음이 급한 선비는 쉬어가라는 주모의 말을 뿌리치고서 혼자서 추풍령을 넘게 되었죠.
그런데 산등성이에 올랐을 즈음에 날은 어두워지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데
비까지 내려 선비는 어찌 할 바를 몰랐습니다.
한참 정신을 잃고 허우적거리는데 불행 중 다행으로 앞에 가물가물 불빛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선비는 기쁜 마음에 즉시 찾아간곳엔
큰 기와집이 있었습니다.
선비는 문을 두들겼지만 인기척이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처마 끝에서 하룻밤 새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선비가 풀썩 주저앉으려 하는데
삐걱 문이 열리며 소복으로 곱게 단장한 여인의 아름다운 자태가 홀연히 나타났습니다.
“과거 보러가는 길손이 온데, 길을 헤매고 있사오니 잠시 비만 피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하고
애걸하는 선비에게
여인은 어쩔 수 없이 승낙하고서 사랑채로 안내 하였습니다.
여인은 선비에게 식사를 대접 했고 여인의 용모와 자태에 반한 선비는
여인에게 왜
혼자 사는지 물었습니다.
여인은 3년전 남편을 잃고 시부모를 모시고 살고 있으며
잠이든 시부모가 알면 안되니 조용히 있다
가시라며 당부를 하고 방을 나가는 것이였습니다.
그러나 선비는 여인에게 반해서
여인을 감언이설로 꼬시기 시작했고
외로웠던 탓인지
여인 역시 선비에게 마음을 열어
결국 정을 통했습니다.
그리고 날이 밝기 시작하자 선비는 차비를 하면서
과거에 급제해서 여인을 고향 영천에 데려 가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여인이 정말 이냐고 묻자
선비는 단호하게 말하길,
"부인 걱정 마시오. 남아일언 중천금인데 어찌 약속을 어기리오.
만약 약속을 어긴다면 내 목숨을 앗아가도 좋소.”
하며 증표로 비취로 만든 연적을 여인에게 주었습니다.
그런 선비의 말을 믿은 여인은 가지고 있는 돈까지 여비로 주고
선비에게 꼭 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여인의 눈물을 뒤로 하고 걸음을 서두른 선비는
과거장에 도착했고 시험을 잘봐서 장원 급제를 했으나
막상 급제를 하고 보니
과부랑 눈 맞았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출세길이 막힐까봐
추풍령의 과부에 대해서는 잊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궁에 들어가고 공부하고 노력한 끝에
종 9품관 검독(檢督-지방관직으로 읍이나 고을을 다스리는 관리)이
되서 자신이 살던 고을의 수령으로 금의환향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반가이 맞이하여 준 부모와 마을 사람들의 주선으로 참한 색시를 얻어
아들까지 낳아 행복한 생활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부임한지 2년이 지난 무렵 고을에 변괴가 생겼는데
밤마다 아이들이 없어지고 가축이 죽어 나가는 것이 였습니다.
검독이 된 선비는 나졸들을 시켜 마을을 순찰 하게 했는데
그렇게 마을을 살피던 나졸들은
뭔가가 한 집안에서 담을 넘어 나오는걸 봤는데
그것은 사람처럼 옷을 입고 두발로 서 있었으나
머리는 길게 백발로 늘어지고
얼굴에 털이 나있고 주둥이가 긴게 사람이 아닌 여우 같았습니다.
나졸들이 달려들었지만 사람의 옷을 입고 있는
그것은
허공으로 치솟아서 지붕을 타고 사라졌습니다,,
나졸들은 자신이 본 그것이
여우 귀신 매구라 생각 했고
그 얘기를 들은 사람들은 공포에 떨었습니다.
보고를 받은 선비는 매구의 짓을 어떻게 막아야 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아침에 관아로 향하는 선비 앞에
홀연히 백발의 여인이 나타나 잔뜩 노기 띤 얼굴로 선비를 노려 봤습니다.
선비는 이것이 매구가 둔갑 했구나 라고 생각하며
누구냐고 소리치자,,
매구가 선비를 노려보며 말하길,,
“그대는 진정 나를 모르겠는가. 그렇다면 이것을 보아라.” 하며
품에서 비취 연적을 땅바닥에 던져버렸습니다.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든 선비는 수년전의 추풍령에서
여인과의 약속이 하나하나 머리 속에 그려졌습니다.
놀라고 있던 선비를 노려보던 메구는
“가족을 보호하고 싶으면 오늘 밤 진시 동구 밖 고목나무 앞으로 나오시오.”
라며 사라졌습니다.
당황한 선비는 관아에서 고심을 하다가
저녁이 되자 칼을 갈아 소매에 넣고
나졸들을 불러 나를 몰래 따라오라고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밤이 되자 동구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매구와 조우 했습니다.
그가 오자 매구는 따라 오라는듯 산속으로 걸어갔고
매구의 등뒤를 본 선비는 소매의 칼을 꺼내 여인의 등을 찌르며
나졸들에게 매구를 공격 하라고 소리 쳤습니다.
곧 나졸들이 달려들어 창으로 매구의 곳곳을 찔렀으나
매구는 아무런 미동 없이 서있었고
선비를 매섭게 노려 보더니
갑자기 그녀의 몸이 부풀어 오르고 얼굴이 여우 처럼 변하기 시작 했습니다.
“너놈과의 일을 알게된 시부모와 사람들에게 수모를 당하면서도
너만 믿고 기다리다가 지쳐서 목을 매어 죽었다.
이 원한 맺힌 혼이 갈 곳 없이 헤매다
여우의 몸을 빌어서
매구가 되어 복수심에 잔악한 짓을 저질렀지만
사람을 해친걸 후회하는 마음이 들어
내 마지막으로 원한을 풀게 치성이나 들여 달라고
너에게 간청 하려 했건만
사람을 불러 나를 또 헤하려 하다니
또다시 너를 믿은 내가 후회가 되는 구나.."
매구의 원한 맺힌 목소리에 넊이 나간 선비는 그제서야
목이 잘려져 쓰러지는 나졸들의 모습을 보았고
비명을 지르며 잘못 했으니 살려 달라고 애원을 했으나
매구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입을 벌려 선비의 목을 물어 뜯었고
선비는 결국 매구에게 복수를 당했다고 합니다.
그 후로도 매구는 마을에 나타나 사람들을 헤쳤고
이 마을의 사람들은 매구가 무서워 도망간후
마을은 폐허가 되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