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 하면서 게시글을 그렇게 많이 쓴 편도 아니지만 요리게에는 정말 처음으로 글 쓰는 것 같네요!
으오으오 신난다....사진이 좀 많으니 모바일 분들 데이터 조심하세요!
제 데이터는 한달에 500메가라 이런 게시물은 공포 그 자체다 으으
그리고 사진이...막 세로로 찍은 건 목 아프게 옆으로 누워 있더라고요.
근데 어떻게 수정이 안 돼ㅠㅠㅠㅠㅠ도와주세여
아무튼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얼마 전에 이사를 했어요!
인건비 문제도 있고 이사 가는 데가 살던 집에서 가깝기도 해서 세 여자가 집안에 있는 짐을 죄다 나르는 노가다를 했는데요...
으 전에 이사할 때도 같은 식으로 했다가 엄청 고생해서 다음에는 절대 안 하겠다고 맹세하고 그랬는데!
(그래도 그 때는 남자애들이라도 많았지...인건비 피자로만 나갔지....)
그 맹세가 지켜져야 말이죠. 전 안 될 거야...
마지막으로 짐 다 빼던 날 아침에는 그 전날 식기도 다 팔아버리고 없는 상태라,
그야말로 마지막 보루로 가지고 있던 주전자에 라면을 끓여먹었습니다.
살면서 주전자에 라면 끓일 일은 앞으로도 흔치 않을 것 같아서 한 번 과정샷 좀 찍어봤어요!
일단 깨끗히 씻은 우직한 우리 주전자
거기에 물을 붓습니다. 저희 집은 수돗물을 먹어도 되긴 하는데 아무래도 껄끄러워서
간이 정수기로 거른 다음 물을 저런 통에다가 담아놔요. 저 플라스틱 통은 사실 김치 통인데
쌀 씻을 때 저걸로 물 부으면 죠음. 한방에 콰앙!
하지만 이 사진에서는 제가 이걸 들고 사진을 찍고 있었음으로 물줄기가 저래 소심합니다.
그리고 코스코에서 다량 구매한 푸라면을 꺼냅니다.
이건 외계인 토 담아놓은 봉지가 아니고 그냥 냉동실에 얼려놓았던 평범한 대파 잔해입니다.
어머니가 이렇게 대파고 마늘이고 미리 썰어서 얼려서 보관하세요...
아무튼 원래 양파를 넣고 싶었으나 양파는 있는데 칼조차 팔아버려서 슬픈 여징어는 얼린 대파를 넣습니다.
쩍쩍 입을 벌리고 있는 라면 세 봉지...입맛은 전혀 없었는데 왜 라면을 세 개나 꺼냈는지는 미지수.
아마 본능이었나 봅니다!! 라면 하나는 혼자 끝내줘야 한다는 의지!
참조 출연 깐 오렌지와 체리요...
라면에서 분리해낸 스프를 주전자 안에 투척합니다.
라면은 역시 스프를 먼저 끓여야 제맛이죠! 라면도 국수니까 육수를 먼저 우려줘야 한다고!
끓으면 용암탕이 될 듯한 이 비주얼을 뒤로 하고 서브 재료를 꺼내러 가봅시다.
바로 계란임.
옛날에는 국물 탁해져서 계란 넣는 거 싫어했는데 요새는 나름 노하우를 터득해서
계란이 없으면 뭔가 허전해요...
하지만 오마니는 계란이 싫다고 하셨! 써!
그러니 동글동글 이쁜 아이 둘만 꺼냅니다. 저 옆에 뭔가 심상치 않은 건 역시 파.
아까부터 파의 포스가 대단하군요...
계란은 그냥 꺼내만 놓고 일단 국물부터 끓입니다.
사실 찍고 나서 알았는데 저기가 퍼렇게 되네요. 전기 스토브라 안 그럴 줄 알았는데.
끓기 시작할 때 계란 투척.
이미 두개째 깨는 시점이라 손가락이 반짝반짝하네요 훌륭한 코팅 시스템
그리고 계란 두 개를 다 넣으면 말 그대로 용암(....)
이 시점에서 정말 간절하게 국물을 맛보고 싶었는데(짠지 안 짠지 보려고요)
숟가락조차 없었다는 게 함정. 숟가락 하나까지 안 남기고 전부 다 보내버리셨다고 합니다 우리 어머니 패기...
뭐 아쉬운대로 여차하면 포트 있으니까 그걸로 물을 끓이기로 하고 라면을 투척합니다.
그리고 면이 어느 정도 부드러워지면 불 끄고 뚜껑 덮고 기다림. 그렇습니다 뜸들이는 겁니다!
저는 꼬들꼬들한 면파인데 라면이 다 익었을 때 불을 끄면 그릇 준비하면서 다 퍼지더라고요.
그래서 라면은 그냥 젓가락으로 질러서 푹 들어가면 불 끄고 뚜껑 덮어서 남은 열로...
하고 보니까 무슨 라면이 아니라 감자 익히는 것 같기도 하네욬ㅋㅋㅋㅋㅋㅋ
사실 이날 점심에 진짜 감자 먹었다는 게 함정. 똑같은 주전자에.
저래놓고 세팅 끝나면 요런 모양새가 되어 있습니다.
숟가락이 없어도 주전자라는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얻어낸 새로운 드링크제 푸스프
저 뒤에 있는 김치가 오이소박이에 풋배추 넣어만든 김치인데 진짜 꿀맛이에요 정말 좋아하는데 얼마 안 남았음 슬프뮤ㅠㅠㅠㅠ
이건 어머니가 과정샷 찍는 저를 보시고 담는 건 안 찍느냐고 하셔서 찍은 사진.
그릇이 저런 종이 접시밖에 없어서 일단은 면만 꺼냅니다...정말 눈물난다.
완성됐습니다. 주전자 푸라면.
식탁 놔두고 굳이 여기서 먹는 이유는 식탁도 팔았기 때문이죠.
빨리 먹고 일하라는 메세지가 담겨있는 한상입니다.
그래도 식사는 느긋하게 해야 한다고 미드 보며 먹었습니다.
지금은 겨우 이삿짐 다 정리하고...그런 상태네요.
오늘 세 여자 파티 해산해서 두 여자를 한국에 보내고 저 홀로 난생 처음 자취를 하려니....
신나는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이제 불닭 끓여먹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