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대교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니 그리 높아보이지 않아 보이는 바다가 보였습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보이는 해양대학교를
비롯한 불빛도 별 감흥이 없었으며 '춥겠지??' 라는 엉뚱한 생각이 스치고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는데,지나가던 택시가 섰습니다.
"여기 사람이 있으면 안돼요. 타세요"
긴 기사분의 친절에 저는 택시를 탔고 기사분은 이곳은 차량전용도로라 사람이 다니면 안된다고, 여기 사람이 특히 새벽에
사람이 혼자 있으면 사람들이 못된 생각하는 줄 안다고 말을 건냈습니다.
"죽을까봐 걱정되서 태워주셨나봐요?"
"아니요. 걸음걸이 보니까 죽을 사람 같아 보이지는 않더라구요. 길 잘 못 들었나보다 했죠."
3.8km의 전용 도로가 끝나는 시점에서 사내는 택시에서 내려 달라고 했고, 사람이 없는 새벽시간대에 묵묵히 걸으면서 눈에 들어오는 것은
건물도 차량도 아닌 수많은 가계 유리창에 비친 저의 모습이었습니다. 잠깐 걸음을 멈추고 모자를 벗어 보이자 거기에는 유전적이
탈모로 인해 3자형의 라인타고 빠진 머리가 지저분한 길이로 자라있었고, 입고 있는 옷은 이름표가 떼어진 작업복을 입고 있는
사내가 비춰지고 있었습니다.
씁쓸한표정을 짓던 저는 이내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부터 도움이 필요한 이 사내의 지루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사람들은 저를 보며 남미쪽이나? 필리핀? 동남아쪽에 부모님 중 한분이 계시지 않냐고 묻곤 했습니다.
그만큼 이국적인 필이 나는 저는 4년전 아버지를 보내드리고,아버지와 호적에는 올라 있지 않았지만
사실상 부부관계를 맺었던 새어머니가 새로운 분을 만나면서 정말 가족이 없는 철저한 혼자가 되었습니다.
현 35살이 된 저는 인문고 3학년시절 선생님과 한바탕한 후 자퇴를 해버려서 이렇다할 학력도 없었고, 그렇다고
배운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여서 손에 잡히는 대로 일을 하며 살았습니다.
10대후반에서 20대 초반에는 가진것이 없어도 그리 걱정되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냥저냥 일을 하며 살아도 먹고 사는데
크게 지장을 주는 것은 없었기 때문이었죠. 그리고 약간은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어디서 무슨 일을 하던 사람들이 성실하다고
저한테 일을 맡겨 버리면 편해진다고 해주었거든요.
하지만 아버지가 하시던 중고자동차매매업과 카센타가 문제가 있어서 보증을 서준 뒤로 약간의 문제가 생겼습니다.
흔히 말하는 빚이 생겼던 겁니다. 그런쪽 문제에 둔감했던 저는 이내 신용불량자에 개인회생을 해야하는 단계까지 갔고
그래도 뭐 딱히 힘든 것은 없었습니다. 그럭저럭 버티며 살만 했습니다.
그러다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한정유산상속포기로도 정리 되지 않았던 빚이 생겼지만 그런데로 문제 없이 갚아가면서
개인회생을 진행하고 많지 않지만 돈도 조금씩 모아갔습니다.
2012년에 뭐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보안(경비)업무를 하면서 갚을 거 갚으면서도 3천만원 정도의 돈이 수중에 모였습니다.
뭐 어차피 먹여주고 재워주는 곳에서 일을 하다 보니 돈을 크게 쓸일이 없는지라, 담배도 피지않고 술도 겨우 서너잔이 한계인
저로써는 가끔 영화보러 가는 것 외에는 돈 쓸일이 없어서 나름대로 대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평소 친하게 지내는 형님이 저보고 장사 한번 해보지 않겠냐는 말을 건냈습니다. 어차피 지금 하는 일은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니 동업겸해서 한번 해보자....
그렇게해서 시작한 것이 휴대폰 매장이었습니다. 그리고 뒷 이야기는 대충 짐작하셨겠지만 가계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한번 시작한 욕심이 어떻게든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자꾸 이것저것 다른 것을 시도해보겠되었고 그결과 고스란히
빚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나혼자만의 빚이 되는 것이 아니였던 것이 문제 였습니다.
저야 혼자 몸이지만 같이 동업하게된 형님에게는 아내와 4명의 애들이 있었습니다. 점점 불어나는 빚은....저야 어떻게든 상관 없지만
애들은 먹어야 했기에 점점 몸을 혹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에는 일어나서 매장 전단지며 명함을 돌리고 가까운 지하철역에서 홍보용
커피를 타서 가계 홍보를 했으며 9시 30분이면 가계 문을 열었고, 밤 9시가 지나면 형님과 함께 대리 운전을 했습니다.
그래도 힘들어서 가계 세와 원룸을 쓰던 제 방세가 자꾸 밀려가고 매달 납입해야 했던 제 개인회생상납금도 밀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원룸을 쓰던 방을 빼서 6가족이 살고 있던 형님내 18평 정도 되는 임대아파트로 들어가야했습니다.
형수님에게 뭐라 할말도 면목도 없었지만 형수님은 정말 단 한번의 눈치도 준적이 없었으며 항상 불편함없이 신경써줬습니다.
아직 어린 4명의 아이들은 저한테 작은 방을 양보하고 거실을 방처럼 꾸며 거기서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한달을 지내니 .........도저히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형님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말하고....미안하다고 .....아무것도 챙기지 않은채 그냥 그렇게 입고 있던 옷만 가지고 해남으로 내려왔습니다.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마음에 고향이 해남에 .... 아버지 산소에 꼭 한번 들리고 싶었습니다.
왠지 썰렁해 보이는 산소를 보니 뭐 다 그런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병원으로 가서 너무 피곤한데 잠을 이룰수가 없다고 말한뒤 약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해남에 있는 약국을 아마 전부 돌았을
겁니다. 처방전에 나와 약과 함께 처방전이 필요없는 수면유도제를 다량 구입했습니다.
모텔방을 잡고 수첩에 "정말 죄송합니다. 혹시라도 제 장기중에 쓸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누군가에게 꼭 써주세요."
라는 글을 남기고 사온 약을 음료수와 함께 꾸역꾸역 들이켰습니다.
그런데 죽지를 않더군요. 그렇게 약을 먹고 잠들면서 과연 다음 생이 있을까???? 가능만 하다면 시간을 되돌려서
옛날로 돌아가서 다시 깨어났으면 ..... 하는 등 수많은 생각을 하면 잠들었는데 다시 눈을 뜨더군요.
마치 술을 먹은 듯 눈앞이 아른거리고 울렁거렸으며 속이 좋지 않았지만 .......큰 일은 없었습니다.
꽤나 울었던거 같습니다. .....35살 먹고 그렇게 울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아버지가 돌아가실때를 빼고 그렇게
운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다시 죽자니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 용기도 목을 메달을 용기도 정말 그렇게 했는데 몸만 병신되고
다시 살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었고,,,,,,,,
모텔을 나와 어찌할까 하다가 일단 죽을 베짱이 없어지고 피시방으로 가서 혹시 일할때 있나하고 찾아봤는데
마침 목포조선소가 일당이 쎄고 먹여주고 재워주니 나쁘지 않겠다 싶어 그쪽으로 연락을 해서 팀장님과 약속을 잡았습니다.
그러던 중 피시방에서 휴대폰을 잃어버렸습니다. 참 ....
팀장님이 건강검진을 일단 먼저 받으라고 해서 검진을 받으며 기다리니 태우러 왔더군요. 그래서 함께 숙소로 향했습니다.
가계를 하다 사정이 안좋아서 접고 내려온 이야기등등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사정 애기를 하면 단벌로 내려와서 있는 것이 없고
검진 비용으로 그나마 있는 돈도 써버렸다고 말했더니 5만원 빌려주셔서 그걸로 세면도구와 숙소생활할 필요한 것들을 구했습니다.
어차피 일하는 동안 숙식이 제공되니 돈이 없어도 크게 상관없겠다. 안전교육 받고 일을 시작해야겠다라고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건강검진에 문제가 생겨 안전교육을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쉽지만 일을 할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갑자기 막막해졌습니다.
휴대폰을 잃어버려 어디 연락할 대도 없고 .....주머니 속에 돈은 한푼도 없고.....팀장님한테 말씀드렸더니 자기도 월말이라 남은게 급여날까지
할 담배값도 빠듯 하다고 하시던구요.......
그렇게 지금 목포삼호 현대중공업 사원아파트에 아무것도 못한채 갖혀 있게 되었습니다. 연락할 곳도 없고.... 그래서 일단 일당 노가다라도
뛰어서 차비라도 벌자는 생각에 검색해보니 가장 가까운 인력소가 12km 거리에 있었습니다. 전화를 하고 아침 5시 40분까지 와야 된다는 말에
그시간때에 버스가 없어서 어떻게 할까 하다가 새벽3시에 일어나서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숙소에 일 그만두고 간 사람들이 버리고간 작업복에서 이름표를 때고 챙겨 입은 뒤 검색해서 알게된 지도를 수첩에 그려서
무작정 걸었습니다. 그러던 중 택시 기사분이 중간에 태워주셨고 그렇게 도착해서 기다렸는데 6시가 지나도 인력소가 문을 열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주변에 다른 인력소가 있어서 들어갔더니 요즘 일이 없어서 일단 기다려보고 없으면 어쩔수 없다 하더군요.
아침 7시 40분까지 기다리다 .......일단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 왔습니다. 달리 갈곳이 없으니까요.......
하나님이 원망스러웠습니다. 한 때는 정말 곁에 계시는 구나 하고 생각했던 적도 있는데....그렇게 기도를 했었는데 .... 정말 열심히
부르짓었던 적도 있었고, 헌금이며 무엇하나 빠지지 않고 열심히 했던 적도 있는데
지금 대체 어디 계시는 건지......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세상이 이상했습니다. 영화에서 보던 초능력이 왜 나에세 비슷하게라도 보이지 않는지
기적같은 운명은 어디 있는지 왜 이렇게 세상은 멀쩡하고 평범하게 내 주변에서 돌아가는지.....
답답합니다. 길을 모르겠습니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
그저 뭔가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고 기대만하고 있으며 혹시나 뭔가 답이 나올까 하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내내 생각했던 이야기를 대화 내용을 여기 적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