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시절 이야기다.
매년 여름이 되면, 바다 가까이 사는 사촌네 집에 며칠간 묵으러 가곤 했다.
사촌은 한살 어린 여자아이였다.
어린 마음에 부모님 둘 중 누구랑도 안 닮았다는 생각을, 여름에 마주칠 때마다 했지만 딱히 깊게 생각하지 않고 매일 같이 놀았었다.
그날은 파도가 세지 않아 해변에서 모래놀이를 했었다.
곧 해가 질, 하늘에 약간 노란빛이 감돌 무렵.
마주 보고 모래산에 조개껍질을 장식하던 사촌 너머, 밀려오는 얕은 파도 가운데, 언제 왔는지 웬 여자가 있었다.
그 사람은 흰 블라우스에 검은 치마를 입은 채, 엎드려서 파도 속을 떠다니고 있었다.
뼈 밖에 없는 것 같이 가늘고 새하얀, 주름진 손목으로, 파도의 움직임을 거스르듯 계속 사촌 뒤에서 떠나질 않았다.
눈을 뗄 수가 없어서 움직임을 멈추자, 이상하게 여겼는지 사촌이 나를 바라보았다.
내 시선을 따라 뒤를 돌아보고는, [아...] 하고 작게 속삭였다.
또인가, 싶은 얼굴을 하고.
아무 말 없이 둘이서 흔들흔들 떠다니는 여자를 보고 있던 와중, 가만히 있던 사촌이 한숨처럼 작게 말했다.
[저 사람, 아마 내 진짜 엄마일거라고 생각해.]
그 순간, 수많은 사람들이 하염없이 우는 것 같은 분위기가 펼쳐져, 무겁게 짓눌리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거기 압도되어, 더는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한 채, 사촌과 그저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에는 또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함께 놀았고, 지금도 가끔 연락을 하고 지내지만, 그 날 일은 서로 다시는 입에 담지 않고 있다.
그 이후 그 여자를 다시 본 적도 없고, 사촌이 자기 진짜 엄마에 대해 무언가 말한 것도 없다.
다만 그 날 있었던 일은, 그 해변, 그 날씨, 그 시간에 사촌과 함께 있었기에, 결코 내가 보면 안되는 세상과 닿았던 것이라 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