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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oda_1008
    작성자 : 미네라
    추천 : 11
    조회수 : 2589
    IP : 222.251.***.78
    댓글 : 15개
    등록시간 : 2015/08/27 22:18:11
    http://todayhumor.com/?soda_1008 모바일
    도둑질하던 양아치 두들겨준 썰(긴글주의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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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는 바야흐로 약 10여년 전,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로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도 재미 볼 수 있을거라 기대가 충만했던...
    고3 시절의 이야기.(사실 당시 고3이라 월드컵이 그리 기대되지는 않았던 탓도 큽니다.)

    그때 여자친구가 없었으므로 음슴체로(사실 지금도 없습니다..후후) 가고싶지만, 제 맘대로 쓰겠습니다.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과거 제법 많은 sky학생을 배출한 사립학교인 탓에 
    본인이 다닐땐 정말 평범한 고등학교임에도 불구하고 선생님들만큼은 드높은 자부심과 더불어 
    학생들 매타작으로 다져진 굳센 팔뚝과, 살일경백(殺一驚百)의 기백을 가진 무서운 선생님들이 많았다.

    특히 학생부장이자 우리반 담임이시며,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카락을 매력적으로 빗어넘겨 노출 면적을 최소화한 
    '대머리독수리' 담임선생님은 평소 우리들의 꾀병과 애원, 간청 따윈 간단하게 멍멍이소리로 들으셨다.
    마치 테러범의 요구를 단호하게 기각하는 독수리의 나라, 미국같은 분이었달까.
    (가르치시던 과목까지 영어였다는건 비밀로 해두자.)

    그러던 어느 날, 수학 수행평가를 제출하게 되었다. 수행평가는 주마다 제공되는 수학프린트를 모두 풀어서
    파일에 엮은 뒤, 제출하는 것이었는데, 엄청난 분량과 함께 평소 그 프린트의 존재를 말랑하게 보던 학우가 많아
    제출 하루 전날은 여기저기서 복사와 구걸의 현장이라 할 만했다.

    거기서 빛을 보인 건 착하디착한 우리 반 반장. 선하게 생긴 훈남에다 실제 성격도 정말 좋아서
    친구들 사이에서도 보살로 통했으며, 반장이 화를 내거나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건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좋은 친구였다.
    당연히 그런 호인은 여기저기로 프린트를 빌려주기 마련, 거절하지 않는 예스맨에게 제출날 당일까지도 대여의 행렬은 이어졌다.

    아뿔싸, 그게 원인이었을까.
    5교시 쉬는시간까지 3학년 전체 일괄 제출로 정해진 그 수행평가 프린트가
    3교시쯤 홀연히 사라진게 아닌가..

    제출을 요구한 수학선생님의 별명은 '칼'. 제출기간에 엄격한 면도 있었지만 그 분의 회초리에 맞은 학우들이
    마치 칼에 베인듯한 통증을 호소하는고로, 소드마스터라 불리기도 하는 분이었다.
    (수학선생님도 은근히 본인의 별명을 마음에 들어했다는것도 비밀로 해두자.)

    좌우지간 반장은 큰 슬픔에 빠지고야 말았다. 앞으로 두 시간 뒤면 반 전체의 파일을 모아서 내야하는데,
    그중에 자기 것만 없다면 얼마나 슬프겠는가. 그것도 선의로 여기저기 빌려주기까지 했는데..

    슬퍼하는 반장을 달래던 몇몇 친구들은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반장을 달래서
    소드마스터에게 양해를 구한 뒤, 엄청난 양의 파일들을 뒤졌다. 
    (제출 데드라인이 5교시까지였으므로, 점심시간쯤 되자 거의 대부분의 반에서 제출한 파일들이 산을 이뤘다고 한다.)

    같은 시각, 나는 전날까지 유실된 프린트를 복사하고, 공백을 채워넣느라 부족해진 잠을 점심시간을 통해 채우고 있었다...
    그 맛난 꿀잠을 깨운 건 엄청난 소란..잠에서 깨어 친구에게 물어봤다.

    나 : "야 뭐가 이리 시끌시끌하냐. 무슨 일 있음?"
    친구 : "반장 프린트 찾았는데, 9반에서 나왔단다. dog가 반장이름 지우고 지 이름 써서 냈다는데?"
    나 : "뭐 진짜?? 미친놈이네? 근데 왜 그랬대?"
    친구 : " 몰라 임마...여튼 지금 그거땜시 반장이 빡 돌아서 dog이 만나러 감." 
    나 : "헐...구경가자!"

    무미건조한 고3생활에 싸움이라니..이건 그야말로 놓칠 수 없는 빅매치, 돌아오지 않을 명경기가 될 것은 분명했다.
    게다가 그 관음보살 같은 반장이 빡쳐서 한바탕 하러간다니..반장의 화내는 모습 또한 구경거리가 될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친구와 함께 후다닥 뛰어간 9반에는 이미 시큼한 남자냄새와 함께 싸움 구경을 하러 모여든 
    시커먼 남자놈들이 득실거렸다.

    뻔뻔하게도 반장의 프린트를 훔쳐가 이름을 지우고 자기 이름을 써넣은 그 양아치,dog는 나도 잘 아는 녀석이었다.
    초등학교때부터 알던 녀석이지만 떡잎부터가 노란 녀석이었는데, 상습적으로 내뱉는 거짓말을 물론, 
    태권도 4단(이것도 거짓말이라고 확신한다. 키 169 정도에 80kg가 넘어가는 그놈의 발차기가 날렵하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을 내세워 반에서 조용한 애들을 괴롭히고, 주먹 잘쓰는 애들한테는 
    설설 기며, 담배를 보루로 가지고 다니는 놈이었다.(일진들 담배 공급책이었다.)
    듣기로는 괴롭히는 애 책에다가 오줌까지 갈겼다는 소문도 있었다.

    여하튼 그 콜로세움 한가운데 반장이 상기된 얼굴로 부들부들거리며 서 있고,
    그 비열한 양아치, dog는 비굴한 얼굴로 사과하는게 아닌가.. 
    '야..미안하다. 내가 너무 급해서 그랬음. 진짜 미안.'
    분노로 부들부들 떠는 반장의 두 손목을 붙잡고 하는 그 사과에 주변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와~ 점마봐라, 지 잘못한거는 알고 반장 때릴까봐 손목 잡고 있는거 저 한번 봐라.'
    '이야~ 제대로 사과해라 저게 뭐하는거고?'

    물론 야유는 쏟아졌지만 그 dog는 눈앞의 반장을 주워섬기고 달래는데 집중하느라 비난과 야유를 무시해버렸다.
    반장을 숨을 크게 몰아쉬더니, '앞으로 이런 일 안참을거다. 다시는 이러지 마라.' 하고 그 비열한 손을 뿌리치고 
    반으로 돌아오는게 아닌가..

    그 상황을 지켜보던 우리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아니, 맞아도 싼 놈인데 왜?? 
    우리는 그 양아치놈을 성토하며 반으로 돌아왔다.

    자리에 앉아서 다들 살짝 흥분한 상태로 반장에게 이야기를 듣고 있던 차,
    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오래전부터 알던 놈이지만 질 나쁘고 애들 괴롭히는 놈이라는건 이미 잘 알았다.
    게다가 저 착하디착한 반장에게,
    누구한테 싫은 소리 안해본거 같은 반장에게 맞을까 싶어 손목까지 붙잡다니..

    나는 조용히 우리반을 빠져나와 9반으로 향했다. 교실 문밖으로 보니, 그 dog는 9반의 껄렁이들과 함께 방금 전 사건에 대해
    시시덕거리고 있었고, 나는 그놈의 뒤로 다가갔다.

    나 : "마, 이 dog같은 ㅅㄲ야, 반장한테 똑바로 사과해라. 손목 붙잡고 그게 뭐하는거고?"
    dog : "닌 뭔데 지랄이고? 미쳤나? 뭔상관인데 임ㅁ.."

    그 녀석의 말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원래, 싸움은 선수필승. 전문 격투선수가 아닌 일개 학생들 싸움박질 승패의 90%는 선빵임을 나는 잘 알고 있었고,
     팔씨름으로는 학교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던 나는 그놈에게 마구 주먹을 퍼부었다.(싸움은 안했어요. 완력만 충만..)

    그녀석은 제법 육중한 몸매와 더불어 자신의 위치를 살리려는듯 맞서 주먹을 날렸으나, 이미 아드레날린이 펑펑 쏟아지는 나는
    눈두덩에 맞은 그놈의 주먹이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사실, 겁이 많이 났었지만 뭔가 당시에는 내 행동이 당연하다 생각했고, 그녀석을 꼭 응징하고 싶었다.)
     
    점심시간,
    아까 무마된 빅매치가 선수교체를 통해 다시 벌어졌다는 소식에 엄청난 인파가 모여들었고,
    나는 그 기세를 살려 신나게 그 dog을 타작했다. 
    dog가 아 잠깐만! 악!힣!엫응! 하는 와중에 소문을 들은 질나쁜 일진녀석들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구경꾼 라인에서 산발적으로 욕설을 던지던 그놈들은 점점 앞으로 나와 내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려 했다.
    여기에 말려들면 큰일이다 싶었고, 나는 도구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마침 눈에 띈 청소도구함. 잽싸게 밀대걸레를 꺼내들고, 발로 걷어차 막대기를 만들었다.
    나를 다구리로 몰아넣으려던 그 녀석들은 머리통에 밀대걸레를 몇 대씩 맞고 물러나야했다.
    덤으로, 사물함 쪽에 찌그러져 있던 그 dog녀석에게도 있지 않고 밀대걸레 세례를 나눠주었음은 당연했다. 악!힣!엫응!

     내가 만족스럽게 타작을 끝내고 반을 나서려 할때, 친구들이 급하게 나를 불렀다.
    우리는 이과반이었는데, 소문을 들은 이과반 실세 껄렁이들과 반대편 교사의 문과반 껄렁이들도 원정온다는게 아닌가..
    일이 커지자 친구들은 내게 피신을 권했고, 나는 쭈뼛거리며 옥상 계단참으로 피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서로 사이가 나빴던 문과반 껄렁이들과 이과반 껄렁이들 중, 이과반 껄렁이들은 나를 때리러 왔으며,
    문과반은 나를 응원하러 왔다고 한다..)

    폭풍같은 점심시간이 지나고 마법같은 5교시 종이 치자마자 반으로 돌아간 나는 선생님이 들어오기 전까지 애들의 질문과
    격려, 반장의 감사를 받았다.

    이 자리를 빌어 말죽거리잔혹사의 권상우씨에게 감사를 표한다. 엄청난 참고가 됐음..실제로!


    5교시가 지나자마자, 나는 우리 '대머리독수리'의 호출을 받았다.
    모든 일이 선생님이 오시기 전 벌어진 일이었는데, 사정을 알고 보니 
    조용히 지내던 나한테 맞은 게 억울했는지, 그 녀석이 분을 못 참고 학생부장인 우리 담임선생님께 일러바친 것이다.(쪼잔한 놈..역시)

    나와 그 녀석은 나란히 대머리독수리의 부리 공격과 소드마스터의 검을 맞아야 했지만,
    나는 교내봉사 하루, 그녀석은 교내봉사 일주일의 처분을 받았다.
    일이 마무리되고, 대머리독수리의 호출을 받은 나는 때아닌 칭찬? 을 들었다.
    '싸움박질이야 남자시끼들끼리 그럴 수도 있는데, 니는 덩치도 그놈보다 쪼깨난 놈이 강단이 있네! 옳은 일 했으니까 선생님이 봐주는거다.'
    '넵! 앞으로 공부 열심히 하겠습니다!'

    했다는 이야기..

    마무리 어떻게 하죠?


    출처 많이 선선해졌지만, 아직도 더워서 에어컨을 끌 줄 모르는 내 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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