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약 10여년 전, <div>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로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도 재미 볼 수 있을거라 기대가 충만했던...</div> <div>고3 시절의 이야기.(사실 당시 고3이라 월드컵이 그리 기대되지는 않았던 탓도 큽니다.)</div> <div><br></div> <div>그때 여자친구가 없었으므로 음슴체로(사실 지금도 없습니다..후후) 가고싶지만, 제 맘대로 쓰겠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내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b>과거 </b>제법 많은 sky학생을 배출한 사립학교인 탓에 </div> <div>본인이 다닐땐 정말 평범한 고등학교임에도 불구하고 선생님들만큼은 드높은 자부심과 더불어 </div> <div>학생들 매타작으로 다져진 굳센 팔뚝과, 살일경백(殺一驚百)의 기백을 가진 무서운 선생님들이 많았다.</div> <div><br></div> <div>특히 학생부장이자 우리반 담임이시며,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카락을 매력적으로 빗어넘겨 노출 면적을 최소화한 </div> <div>'대머리독수리' 담임선생님은 평소 우리들의 꾀병과 애원, 간청 따윈 간단하게 멍멍이소리로 들으셨다.</div> <div>마치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테러범의 요구를 단호하게 기각하는 독수리의 나라, 미국같은 분이었달까.</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가르치시던 과목까지 영어였다는건 비밀로 해두자.)</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러던 어느 날, 수학 수행평가를 제출하게 되었다. 수행평가는 주마다 제공되는 수학프린트를 모두 풀어서</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파일에 엮은 뒤, 제출하는 것이었는데, 엄청난 분량과 함께 평소 그 프린트의 존재를 말랑하게 보던 학우가 많아</span></div> <div>제출 하루 전날은 여기저기서 복사와 구걸의 현장이라 할 만했다.</div> <div><br></div> <div>거기서 빛을 보인 건 착하디착한 우리 반 반장. 선하게 생긴 훈남에다 실제 성격도 정말 좋아서</div> <div>친구들 사이에서도 보살로 통했으며, 반장이 화를 내거나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건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좋은 친구였다.</div> <div>당연히 그런 호인은 여기저기로 프린트를 빌려주기 마련, 거절하지 않는 예스맨에게 제출날 당일까지도 대여의 행렬은 이어졌다.</div> <div><br></div> <div>아뿔싸, 그게 원인이었을까.</div> <div>5교시 쉬는시간까지 3학년 전체 일괄 제출로 정해진 그 수행평가 프린트가</div> <div>3교시쯤 홀연히 사라진게 아닌가..</div> <div><br></div> <div>제출을 요구한 수학선생님의 별명은 '칼'. 제출기간에 엄격한 면도 있었지만 그 분의 회초리에 맞은 학우들이</div> <div>마치 칼에 베인듯한 통증을 호소하는고로, 소드마스터라 불리기도 하는 분이었다.</div> <div>(수학선생님도 은근히 본인의 별명을 마음에 들어했다는것도 비밀로 해두자.)</div> <div><br></div> <div>좌우지간 반장은 큰 슬픔에 빠지고야 말았다. 앞으로 두 시간 뒤면 반 전체의 파일을 모아서 내야하는데,</div> <div>그중에 자기 것만 없다면 얼마나 슬프겠는가. 그것도 선의로 여기저기 빌려주기까지 했는데..</div> <div><br></div> <div>슬퍼하는 반장을 달래던 몇몇 친구들은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반장을 달래서</div> <div>소드마스터에게 양해를 구한 뒤, 엄청난 양의 파일들을 뒤졌다. </div> <div>(제출 데드라인이 5교시까지였으므로, 점심시간쯤 되자 거의 대부분의 반에서 제출한 파일들이 산을 이뤘다고 한다.)</div> <div><br></div> <div>같은 시각, 나는 전날까지 유실된 프린트를 복사하고, 공백을 채워넣느라 부족해진 잠을 점심시간을 통해 채우고 있었다...</div> <div>그 맛난 꿀잠을 깨운 건 엄청난 소란..잠에서 깨어 친구에게 물어봤다.</div> <div><br></div> <div>나 : "야 뭐가 이리 시끌시끌하냐. 무슨 일 있음?"</div> <div>친구 : "반장 프린트 찾았는데, 9반에서 나왔단다. dog가 반장이름 지우고 지 이름 써서 냈다는데?"</div> <div>나 : "뭐 진짜?? 미친놈이네? 근데 왜 그랬대?"</div> <div>친구 : " 몰라 임마...여튼 지금 그거땜시 반장이 빡 돌아서 dog이 만나러 감." </div> <div>나 : "헐...구경가자!"<br><br></div> <div>무미건조한 고3생활에 싸움이라니..이건 그야말로 놓칠 수 없는 빅매치, 돌아오지 않을 명경기가 될 것은 분명했다.</div> <div>게다가 그 관음보살 같은 반장이 빡쳐서 한바탕 하러간다니..반장의 화내는 모습 또한 구경거리가 될 것이다.</div> <div><br></div> <div>아니나다를까, 친구와 함께 후다닥 뛰어간 9반에는 이미 시큼한 남자냄새와 함께 싸움 구경을 하러 모여든 </div> <div>시커먼 남자놈들이 득실거렸다.</div> <div><br></div> <div>뻔뻔하게도 반장의 프린트를 훔쳐가 이름을 지우고 자기 이름을 써넣은 그 양아치,dog는 나도 잘 아는 녀석이었다.</div> <div>초등학교때부터 알던 녀석이지만 떡잎부터가 노란 녀석이었는데, 상습적으로 내뱉는 거짓말을 물론, </div> <div>태권도 4단(이것도 거짓말이라고 확신한다. 키 169 정도에 80kg가 넘어가는 그놈의 발차기가 날렵하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div> <div>을 내세워 반에서 조용한 애들을 괴롭히고, 주먹 잘쓰는 애들한테는 </div> <div>설설 기며, 담배를 보루로 가지고 다니는 놈이었다.(일진들 담배 공급책이었다.)</div> <div>듣기로는 괴롭히는 애 책에다가 오줌까지 갈겼다는 소문도 있었다.</div> <div><br></div> <div>여하튼 그 콜로세움 한가운데 반장이 상기된 얼굴로 부들부들거리며 서 있고,</div> <div>그 비열한 양아치, dog는 비굴한 얼굴로 사과하는게 아닌가.. </div> <div>'야..미안하다. 내가 너무 급해서 그랬음. 진짜 미안.'</div> <div>분노로 부들부들 떠는 반장의<b> 두 손목을 붙잡고</b> 하는 그 사과에 주변에서 야유가 쏟아졌다.</div> <div><br></div> <div>'와~ 점마봐라, 지 잘못한거는 알고 반장 때릴까봐 손목 잡고 있는거 저 한번 봐라.'</div> <div>'이야~ 제대로 사과해라 저게 뭐하는거고?'</div> <div><br></div> <div>물론 야유는 쏟아졌지만 그 dog는 눈앞의 반장을 주워섬기고 달래는데 집중하느라 비난과 야유를 무시해버렸다.</div> <div>반장을 숨을 크게 몰아쉬더니, '앞으로 이런 일 안참을거다. 다시는 이러지 마라.' 하고 그 비열한 손을 뿌리치고 </div> <div>반으로 돌아오는게 아닌가..</div> <div><br></div> <div>그 상황을 지켜보던 우리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아니, 맞아도 싼 놈인데 왜?? </div> <div>우리는 그 양아치놈을 성토하며 반으로 돌아왔다.</div> <div><br></div> <div>자리에 앉아서 다들 살짝 흥분한 상태로 반장에게 이야기를 듣고 있던 차,</div> <div>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오래전부터 알던 놈이지만 질 나쁘고 애들 괴롭히는 놈이라는건 이미 잘 알았다.</div> <div>게다가 저 착하디착한 반장에게,</div> <div>누구한테 싫은 소리 안해본거 같은 반장에게 맞을까 싶어 손목까지 붙잡다니..</div> <div><br></div> <div>나는 조용히 우리반을 빠져나와 9반으로 향했다. 교실 문밖으로 보니, 그 dog는 9반의 껄렁이들과 함께 방금 전 사건에 대해</div> <div>시시덕거리고 있었고, 나는 그놈의 뒤로 다가갔다.</div> <div><br></div> <div>나 : "마, 이 dog같은 ㅅㄲ야, 반장한테 똑바로 사과해라. 손목 붙잡고 그게 뭐하는거고?"</div> <div>dog : "닌 뭔데 지랄이고? 미쳤나? 뭔상관인데 임ㅁ.."</div> <div><br></div> <div>그 녀석의 말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div> <div>원래, 싸움은 선수필승. 전문 격투선수가 아닌 일개 학생들 싸움박질 승패의 90%는 선빵임을 나는 잘 알고 있었고,</div> <div> 팔씨름으로는 학교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던 나는 그놈에게 마구 주먹을 퍼부었다.(싸움은 안했어요. 완력만 충만..)</div> <div><br></div> <div>그녀석은 제법 육중한 몸매와 더불어 자신의 위치를 살리려는듯 맞서 주먹을 날렸으나, 이미 아드레날린이 펑펑 쏟아지는 나는</div> <div>눈두덩에 맞은 그놈의 주먹이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div> <div>(사실, 겁이 많이 났었지만 뭔가 당시에는 내 행동이 당연하다 생각했고, 그녀석을 꼭 응징하고 싶었다.)</div> <div> </div> <div>점심시간,</div> <div>아까 무마된 빅매치가 선수교체를 통해 다시 벌어졌다는 소식에 엄청난 인파가 모여들었고,</div> <div>나는 그 기세를 살려 신나게 그 dog을 타작했다. </div> <div>dog가 아 잠깐만! 악!힣!엫응! 하는 와중에 소문을 들은 질나쁜 일진녀석들이 개입하기 시작했다.</div> <div>구경꾼 라인에서 산발적으로 욕설을 던지던 그놈들은 점점 앞으로 나와 내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려 했다.</div> <div>여기에 말려들면 큰일이다 싶었고, 나는 도구의 필요성을 깨달았다.</div> <div><br></div> <div>마침 눈에 띈 청소도구함. 잽싸게 밀대걸레를 꺼내들고, 발로 걷어차 막대기를 만들었다.</div> <div>나를 다구리로 몰아넣으려던 그 녀석들은 머리통에 밀대걸레를 몇 대씩 맞고 물러나야했다.</div> <div>덤으로, 사물함 쪽에 찌그러져 있던 그 dog녀석에게도 있지 않고 밀대걸레 세례를 나눠주었음은 당연했다. 악!힣!엫응!</div> <div><br></div> <div> 내가 만족스럽게 타작을 끝내고 반을 나서려 할때, 친구들이 급하게 나를 불렀다.</div> <div>우리는 이과반이었는데, 소문을 들은 이과반 실세 껄렁이들과 반대편 교사의 문과반 껄렁이들도 원정온다는게 아닌가..</div> <div>일이 커지자 친구들은 내게 피신을 권했고, 나는 쭈뼛거리며 옥상 계단참으로 피했다.</div> <div>(나중에 알고 보니, 서로 사이가 나빴던 문과반 껄렁이들과 이과반 껄렁이들 중, 이과반 껄렁이들은 나를 때리러 왔으며,</div> <div>문과반은 나를 응원하러 왔다고 한다..)</div> <div><br></div> <div>폭풍같은 점심시간이 지나고 마법같은 5교시 종이 치자마자 반으로 돌아간 나는 선생님이 들어오기 전까지 애들의 질문과</div> <div>격려,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반장의 감사를 받았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이 자리를 빌어 말죽거리잔혹사의 권상우씨에게 감사를 표한다. 엄청난 참고가 됐음..실제로!</div> <div><br></div> <div><br></div> <div><div>5교시가 지나자마자, 나는 우리 '대머리독수리'의 호출을 받았다.</div> <div>모든 일이 선생님이 오시기 전 벌어진 일이었는데, 사정을 알고 보니 </div> <div>조용히 지내던 나한테 맞은 게 억울했는지, 그 녀석이 분을 못 참고 학생부장인 우리 담임선생님께 일러바친 것이다.(쪼잔한 놈..역시)</div> <div><br></div> <div>나와 그 녀석은 나란히 대머리독수리의 부리 공격과 소드마스터의 검을 맞아야 했지만,</div></div> <div>나는 교내봉사 하루, 그녀석은 교내봉사 일주일의 처분을 받았다.</div> <div>일이 마무리되고, 대머리독수리의 호출을 받은 나는 때아닌 칭찬? 을 들었다.</div> <div>'싸움박질이야 남자시끼들끼리 그럴 수도 있는데, 니는 덩치도 그놈보다 쪼깨난 놈이 강단이 있네! 옳은 일 했으니까 선생님이 봐주는거다.'</div> <div>'넵! 앞으로 공부 열심히 하겠습니다!'</div> <div><br></div> <div>했다는 이야기..</div> <div><br></div> <div>마무리 어떻게 하죠?</div> <div><br></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