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보류로 갈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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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empas.com/issue/show.tsp/4249/20080523n06304/spo 맨유와 첼시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흥미로운 한 판이었다. 맨유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도 맨유를 응원했으며, 첼시에게도 아쉬운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보비 찰튼이 팀을 이끌고 계단을 오르는 모습은 멋졌다. 보비 찰튼은 잉글랜드 축구의 전설이자 진정한 신사다.
찰튼은 1958년 뮌헨 참사를 겪었던 ‘벅스비의 아이들’ 중 한 명이었으며, 1968년 유러피안컵(챔피언스리그)을 우승했다. 그 때가 잉글랜드 팀의 첫 유러피안컵 제패였다. 그는 또한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대표팀의 우승 주역이기도 했다.
잉글랜드가 독일을 4-2로 꺾었던 날, 제프 허스트는 해트트릭을 기록했는데, 그는 사실 잉글랜드 스트라이커의 ‘왕’ 지미 그리브스의 대타로 나섰던 선수였다.
그리브스는 결승전에 맞춰 부상에서 회복했지만, 허스트가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결승전을 뛰지 못했던 그리브스는 그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고 알코올 중독자가 되고 말았다. (물론 결승전 출장 불발과 알코올 중독이 얼만큼 관련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빅매치를 놓치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1999년 로이 킨과 폴 스콜스는 경고 누적으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뛰지 못했는데, 자신들이 뛰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을 필요로 했었다.
물론 박지성의 결장은 더 좋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의 선발 출장을 예상했었던 만큼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박지성이 명단에도 포함되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박지성의 결장은 한국에서 굉장한 뉴스가 됐다. 하지만 잉글랜드에서는 어땠을까? 좀 전에도 말했듯이 잉글랜드 팬들도 박지성의 제외 소식에 놀랐지만, 그다지 커다란 이슈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첫째, 맨유가 우승을 했기 때문이다. 첼시가 이겼더라면 박지성의 결장을 의아해하는 기사들이 나왔겠지만, 맨유가 이겨버린 지금 그러한 언급을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다지 중요한 이슈가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 박지성은 붙박이 선발이 아니었다. 박지성의 결장이 큰 뉴스가 된 적은 거의 없었다. 최근에는 꽤 많은 경기를 뛴 것이 사실이지만, 박지성이 맨유의 핵심 선수는 아니었다.
맨유에는 2가지 타입의 선수가 있다. 호날두, 루니, 퍼디낸드, 반데르사르, 에브라, 비디치와 같은 ‘오토매틱 스타터(automatic starter)’는 컨디션에 문제가 없는 한 주요 경기에 모두 출전한다.
나머지는 상황에 따라 출전을 기다리는 선수들인데, 박지성은 그들 중 하나였다. 물론 박지성은 이 그룹에서도 점점 중요한 선수가 돼가고 있었지만, 시즌 막판의 급박한 상황은 그의 결장 가능성을 높여왔었다. 더군다나 요즘에는 미드필더와 공격수들의 부상도 없었기에, 그러한 위험이 더욱 커졌던 것이 사실이다.
퍼거슨은 그 어떤 비난을 받더라도 팀을 우선시 했던 인물이다. 물론 실수를 하는 적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서 그는 팀을 위한 최고의 선택을 내려왔다.
블랙번이 프리미어리그를 우승했던 1995년 이후 폴 인스, 안드레이 칸첼스키스, 마크 휴즈가 맨유를 떠났다. 그러나 이들을 원하던 팬들은 퍼거슨의 사임을 요구하기도 했다. 몇 년 후에도 퍼거슨은 정에 이끌림 없이 팬들의 사랑을 받던 스탐, 베컴, 반니스텔루이를 재빠르게 퇴출시켰다.
박지성을 택하지 않은 퍼거슨에게 개인적인 감정은 없었을 것이다. 그는 첼시를 꺾을 수 있는 최선의 조합을 생각했을 것이며, 역사는 맨유의 승리와 함께 퍼거슨이 옳았다고 기록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결정은 팀의 승리를 위해 내리는 것일 뿐, 선수에게 상처나 모욕을 주기 위한 것은 아니다. 힘든 일이지만 감독이라면 이러한 과정을 겪어야만 한다.
챔피언스리그 8강전과 4강전에서 나타난 박지성의 경기력은 결승전 출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우리의 바람은 현실이 되지 못했다. 피치 위에서는 항상 이러한 일이 일어난다. 그리고 또 이러한 것이 축구다.
불행한 사실은 이러한 일이 박지성에게 일어났다는 것이다. 물론 나는 박지성이 우승 메달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첼시가 지배한 후반전에 그가 투입됐다면 분위기가 바뀌었으리라 본다.
박지성은 실망감을 느껴야만 한다. 화를 내도 괜찮다. 그게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는 박지성에게 달린 문제다. 나는 몇 달 전의 기사에서 박지성이 맨유의 스쿼드 플레이어라고 이야기했었다. 박지성은 자신의 현실에 만족하고 있을까? 그 해답은 박지성 자신만이 알고 있다. 그는 스쿼드 플레이어 중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선수지만, 베스트 11이 아니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진실이다.
맨유 같은 팀에서 스쿼드 플레이어로 있는 것은 챔피언스리그와 같은 영광의 무대에 손쉽게 접근하는 일이다. 그러나 팀을 떠날 생각이 있으면 지금 결정하는 것이 좋다. 현재의 박지성은 잉글랜드 프로축구에서도 높은 위치에 올라있기에 좋은 오퍼를 충분히 받을 수 있다.
물론 맨유보다 작은 팀으로 가면 경기에는 많이 나서겠지만, 우승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결국에는 박지성 자신이 스스로를 위한 최고의 선택을 내려야 한다.
박지성이 맨유의 붙박이 선발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퍼거슨은 이번 여름에도 특급 선수들의 영입을 시도할 것이다. 유럽의 챔피언 팀에서 뛰는 것은 멋진 일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박지성이 다른 팀으로 이적해 매 주말바다 빠짐 없이 경기에 나섰으면 좋겠다. 팀의 에이스이자 핵심선수로 말이다.
박지성의 결장은 아쉬웠지만, 차라리 이렇게 생각해보자. 박지성이 만약 교체로 들어와 승부차기를 실축해 팀을 패배로 몰았다면? 상황은 지금보다 더 나쁘지 않았을까?
http://cafe.empas.com/duerden 번역: 조건호 (스포츠 전문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