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조선일보의 만평 보고 생각나서 올립니다.
나라가 망해야 산다는 저놈들의 지긋지긋한 신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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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의 2002년 보도를 보자.
* 눈덩이 가계빚 '위험수위' 조선일보 2002-02-24
* [경제 초점] 5년후 살아 남으려면 조선일보 2002-05-06
* 하반기 경기상승 주춤할 듯 조선일보 2002-06-03
* [시론] 월드컵 뒤의 불안한 경제 조선일보 2002-06-21
* 미국발 금융악재/하반기 경제 최대변수 조선일보 2002-06-27
* 금융시장 불안에 다급해진 기업들 조선일보 2002-06-28
* 1달러 1191원…환율 급락 안팎 조선일보 2002-07-09
* [사설] 미국發 세계불황, 우리의 대책은? 조선일보 2002-07-24
* 월드컴 파산신청, 세계통신업계 붕괴위기 조선일보2002-07-24
* [사설] 또하나의 재난 '50대 실업' 조선일보 2002-08-01
* "상반기 국내기업 사실상 18조원 적자" 조선일보 2002-09-19
* 가계빚 갈수록 눈덩이, '일본식 버블' 조선일보 2002-09-24
* 해외악재, 주가·금리·환율 출렁인다 조선일보 2002-09-25
* IMF, 美·유럽 경기침체 경고 조선일보 2002-09-26
* [사설] 경제 먹구름 몰려온다 조선일보 2002-10-10
* 세계증시 폭락 도미노 '패닉상태' 조선일보 2002-10-11
* [시론] 세계경제 혼돈 오래 간다 조선일보 2002-10-23
* 가계부채 400조, 빚 쫓기는 중산층(上) 조선일보 2002-11-30
* 가계부채 400조, 빚 쫓기는 중산층(中) 조선일보 2002-12-02
* 가계부채 400조, 빚 쫓기는 중산층(하) 조선일보 2002-12-03
* [사설] 빚더미에 올라앉은 국민살림 조선일보 2002-12-06
* 북한 핵 파문/외신반응-AP “오랫동안 두려워했던 최악 시나리오” 조선일보 2002-12-13
* '가계 신용대란' 오나 조선일보 2002-12-13
* 反美, 北核, 외국인 투자심리 '움찔' 조선일보 2002-12-14
* 가계부채·부동산거품·北核…내년경제 악재 수두룩, 조선일보 2002-12-16
* 유가·금값 요동, 새해 경제 '먹구름' 조선일보 2002-12-18
* [경제 초점] 보이지 않는 실업 조선일보 2002-12-30
* 세계 경제에 '북한핵 쇼크' 조선일보 2002-12-30
* [사설] 경제 불안심리가 더 문제 조선일보 2002-12-31
* [기자수첩] "한국은 왜 느긋하죠" 조선일보 2003-01-03
○ 2002년 우리 성장률은 6.3%였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다시 한번 사설에서 "경제 먹구름이 몰려온다"고 썼다. 그리고 '붕괴', '재난', '대란', '악재 수두룩'이란 단어로 불안감을 조성하는 기사를 쓴다. 그리고는 12월 31일 사설에선 경제불안심리가 더 문제란다. 또 다음날은 한국은 왜 느긋하냐구?
◎ 진짜 위기였던 97년 조선은 어떻게 보도를 했는가
* 나라의 위기(사설) 조선일보 1997-03-06
- "우리는 이 시점에서 국민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일이 시급하다고 깨닫는다. 우리는 과거 여러 차례 어려운 국면을 슬기롭게 극복해온 경험이 있다"
* 한국경제 위기 아니다, 올해도 성장 유지할 것, 캉드쉬 IMF총재 조선일보 1997-03-08
*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유근일 칼럼) 조선일보 1997-04-12
* 한국경제, 희망 있다, 송희영 경제과학부장(태평로) 조선일보 1997-04-24
* "한국,경제난 극복 확신" IMF 총재 회견 조선일보 1997-04-26
* 금융대란설(사설) 조선일보 1997-05-26
- "최근 금융대란설이 금융가에 급속하게 퍼져 소문에 휩싸인 기업들이 큰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들린다. 소문의 내용이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자금난을 겪고 있는 부실기업들이 6월에 무더기로 도산,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내용이라고 한다.(중략) 특히 당국은 툭하면 악성루머를 퍼뜨려 혼란을 야기시키는 전문적인 루머날조 세력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음을 인식해 차제에 이를 뿌리뽑아야 할 것이다.
* 악성루머 나도는 풍토(사설) 조선일보 1997-07-24
- "기아부도 유예사태 이후 또다시 확산되고 있는 악성루머와 대기업그룹 연쇄부도설에 대해 정부와 금융계 그리고 산업계는 보다 책임있는 자세로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 부도는 약이다, 김재호 기자(기자수첩) 조선일보 1997-08-23
- "연쇄부도 현상이 한국경제가 허약해지는 과정이 아니라, 오히려 경제의 취약점을 고쳐가는 과정이라고 판단하는 셈이다."
* 한국금융기관 어렵지만 신뢰, 홍콩은행 '소신대출' 화제, 조선일보 1997-08-23
* 환율안정 의지 보여야(사설) 조선일보 1997-08-28
- "국내 외환시장의 불안정 현상은 너무 과소평가해서도 안되지만 너무 과장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 필요한 것은 외환정책 당국의 신중한 언행과 단호한 행동이며 그것만이 부질없는 추측이나 불안감을 제어하고 단기적 투기심리를 가라앉힐 수 있을 것이다."
* 증시, 위기 아니다, 최운열 서강대 교수(시론), 조선일보 1997-09-04
* 한국 외환위기 아니다, 주한 외국금융기관장 30명 설문, 조선일보 1997-09-11
* 한국경제 위기 아니다, 캉드쉬 IMF총재 회견, 조선일보 1997-09-18
* 한국 외환위기 없을 것, 국제결제은 총재 강연, 조선일보 1997-09-20
* 한국경제 건전한 편, 세은 총재 조선일보 1997-09-23
* 한국경제는 조정국면, 로렌스 크라우스(특별기고), 조선일보 1997-10-31
* 경제, 비관할 것 없다, 남덕우 전 국무총리(시론), 조선일보 1997-11-03
* 외국 언론 '한국경제 비관', 정부 '왜곡이다' 강력대응, 조선일보 1997-11-08
* 외국의 「한국 경제 때리기」(사설) 조선일보 1997-11-10
- "근거도 없이 외환보유고가 바닥났다거나 불확실한 외채통계를 함부로 인용하거나 한국의 은행들이 금방이라도 연쇄파산할 것처럼 대서특필하는 것은 언론자유의 차원을 넘는 것이다."
* IMF 구제금융 고려 안 해, 재경원 관계자 조선일보 1997-11-16
* 금융시장 안정대책, 임 부총리 회견 'IMF 도움 없이 위기 해결가능' 조선일보 1997-11-20
* 1997년 11월 22일 대한민국은 IMF 구제금융을 받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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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구제금융 이틀 전까지 “외환위기 아니다”라고 강변.
외환위기 전야에 “양심수 논쟁 벌이자” 정치선동 골몰.
IMF 재협상 주장─``내가 하면 ‘애국’, 남이 하면 ‘매국’.
조선일보는 외환위기를 예측한 각종 보고서와 외신보도를 무시하거나 축소.왜곡한 반면 “외환위기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만 대대적으로 부각했다. 나아가 조선일보는 이를 근거로 성급하게 “외환위기가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인터뷰와 설문조사까지 ‘단독으로’ 실시하여 외환위기 가능성을 부정하는 여론을 ‘앞장서서’ 주도한 조선일보는 구제금융을 요청하기 이틀 전까지 (97년 11월 20일)하다고 되풀이 보도하여 당시 정부와 여당의 입장을 대변했다.
1. 조선일보는 앞장서서 외환위기를 축소.은폐했다.
IMF사태 이틀 전까지 “외환위기 없다” 되풀이
구제금융 요청 이후에는 태도를 돌변해 <나라망신 타이밍도 놓쳐>, <경제 다 망쳐 놓고…재경원 문책론도>(11월 22일)라며 정부를 가장 강도높게 비난한 것도 역시 조선일보였다. 결국 조선일보는 코앞에 닥친 외환위기를 예측.진단하는 데 실패했을 뿐더러 오히려 사태의 심각성을 왜곡해 놓고도 자신들의 왜곡보도에 대해서는 반성하거나 책임지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조선일보는 모든 책임을 정부와 국민에게 돌리는 데 급급했다.
한국의 외환위기는 이미 97년 초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1월 7일에는 현대그룹 산하 현대경제사회연구원이 “한국의 경제상황이 94년 외환위기를 겪은 멕시코와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 외환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또한 프랑스의 <르몽드>는 1월 7일자 <멕시코에 이어 서울>이라는 제하의 칼럼에서 “멕시코에 이어 한국은 지금 심각한 사회적 위기에 처해 있고, 이는 앞으로 닥칠 어려움도 예고하고 있다”며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을 조선일보는 묵살하거나 왜곡하였다. <르몽드> 보도의 경우는 한국경제가 닥칠 어려움을 예측.경고한 것인데도 엉뚱하게 <외국언론에 비친 ‘노동계 파업’>이라는 타이틀로 보도하였다. 그러면서도 막상 조선일보가 인용한 <르몽드> 기사를 자세히 뜯어보면 노동계 파업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국가경제가 결딴날 처지에서도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기에 급급했던 셈이다.
조선일보는 경제위기가 아님을 주장하기 위해 단독 인터뷰, 단독 설문조사 등 ‘독자적인’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97년 3월 8일과 9월 18일 각각 <“한국경제 위기아니다”>(함영준 특파원), <“한국경제 위기 아니다”─`캉드쉬 IMF 총재 조선일보와 회견>(강효상 기자) 등의 인터뷰 기사를 내보냈다. 9월 11일자 <“한국 외환위기 아니다”> 라는 제하의 기사에서는 주한외국 금융기관장 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하기도 했다.
외환위기 경고 외신보도에 “언론자유 넘어섰다” 비난
특히 조선일보가 9월 11일자에서 보도한 설문조사 결과는 외환위기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억지 해석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일례로 “한국의 현 상황을 외환위기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 즉 “현재 상태를 ‘위기’라는 표현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문제 있는 개별 금융기관의 외환위기라는 표현이 적절하며 멕시코와 같은 외환위기는 한국에서 일어나기 힘들다” 등의 완곡한 표현의 답변을 곧바로 “외환위기 아니다”라고 단정지어 해석한 것은 논리의 비약이라고 할 수 있다.
언론 보도는 객관적이고 정확해야 한다. 국가위기 상황과 관련된 것이라면 더욱더 사실을 정확히 전달해야 옳다. 현실에 대한 철저한 분석은 외면한 채 “한국경제, 대기업 부도 견딜 수 있다”는 낙관 일변도식 전망은 오히려 국민에 대한 기만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에도 외환위기를 축소.은폐한 기사는 계속됐다. 97년 8월 21일자 <불안하지만 위기상황 아니다> 라는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외환시장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으나‘외환위기’라는 표현을 써야 할 만큼 심각한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분석.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다음날에도 1면 톱으로 <“한국 성장률 더 높아진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한편 당시 외국언론들은 국내 언론의 보도와 달리 한국의 외환위기를 지속적으로 예고하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11월 3일자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의 ‘외환위기’를 ‘긴급기사’로 전세계에 타전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11월 8일 이들 외국언론의 보도가 “근거 없는 추측보도”라는 정부 입장을 대변한 <외국언론 “한국경제 비관” 정부 “왜곡이다” 강력대응> 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조선일보는 11월 10일자 사설 <외국의 ‘한국경제 때리기’>에서도 “한국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어려움의 실체를 다소 과장되게 비관적으로 보도 또는 전망한다든지 함으로써 한국의 이미지와 경제의 신뢰도에 중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는 정부의 우려는 현재 사태의 민감성에 비추어 충분히 근거 있는 것이라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라며 외환위기를 은폐하려는 정부측 입장을 대변하기에 바빴다.
더 나아가 “근거도 없이 외환보유고가 바닥났다거나 불확실한 외채 통계를 함부로 인용하거나 한국의 은행들이 금방이라도 연쇄파산할 것처럼 대서특필하는 것은 언론자유의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일침을 가했다.
물론 대다수 한국언론 또한 눈앞에 다가온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모니터 결과 그 정도가 가장 심했던 신문은 바로 조선일보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렇다면 조선일보가 외신에 대한 당시 정부 여당의 ‘불만’을 가장 충실하게 대변했던 배경이 무엇인지 경제청문회에서 반드시 밝혀야 할 것이다.
2. 조선일보는 외환위기를 정략적으로 이용했다.
국가부도 전야에 “사상논쟁 벌이자” 분열 선동
조선일보는 98년 9월 16일부터 <본사가 정한 국가적 아젠다-한국경제 회생의 길>이라는 거창한 기획물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게재된 <정쟁보다 경제다>에서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은 “경제회복만이 우리의 살길이다. 정치를 포함한 모든 쟁점들은 경제가 회복의 길로 들어설 때까지 경제를 위해 자리를 비켜 주어야 한다. …경제회생의 걸림돌이 되는 모든 대립과 갈등을 동결하는 선언을 하자”고 주장했다.
이틀 뒤 최청림 편집부국장 역시 <민심은 경제다>라는 칼럼에서 “사정이 대로를 활보하면 경제회생이 골목으로 밀려난다”며 ‘경제 우선’을 주장했다. 그러나 그 주장에는 위험한 함정이 숨겨져 있다. 우선 수많은 여론조사에서 밝혀졌듯이 대다수 국민들은 경제회생을 위해서라도 정치권의 부정부패가 척결되어야 한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결국 조선일보가 정한 ‘국가적 아젠다’ 속의 경제회생 주장은 국민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당시 정치권 사정정국에서 열세에 놓인 한나라당을 살리기 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작년 이맘때의 조선일보 보도가 잘 말해 준다. 다시 한번 1년 전의 조선일보를 펼쳐 보자. 조선일보는 97년 11월 1일 이라는 다소 ‘엉뚱한’ 제목의 기사를 1면에 ‘대문짝만하게’ 올렸다. 이 날부터 조선일보는 ‘양심수 논쟁’을 주도하며 대선정국을 공안 분위기로 몰아갔다.
특히 11월 6일자 사설 <‘양심수’ 재론>에서 “양심수 논란에 온 국민이 참여해서 끝까지 논쟁할 것을 제안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함으로써 그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양심수 논란이 대선정국에서 당시 여당후보에게 매우 유리한 정쟁거리라는 점을 조선일보는 놓치지 않은 것이다.
경제위기 극복보다 ‘대통령 만들기’가 우선
그러나 차분하게 생각해 보자. 당시는 외환위기가 닥치느냐 마느냐로 온 나라가 시끄럽던 시기였다. 97년 11월 초순은 해태그룹과 뉴코아그룹이 화의신청을 하는 등 외신에서 한국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경고음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한 주간지에서 절박했던 11월 초 당시를 ‘피를 말리는 상황’으로 표현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국가적 위기상황은 외면한 채 정쟁에 불을 지피고 그 싸움에 몰두했던 것이다.(물론 조선일보는 ‘경제문제’보다 ‘사상검증’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정작 11월 2일 나온 이회창 후보의 양심수 사면 발언에 대해서는 왜 침묵을 지켰을까.)
국가부도 사태를 앞둔 상황에서도 자신들이 기피하는 특정 정치인을 공격하기 위해 경제위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정쟁을 부추겼던 조선일보가 1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정치보다 경제가 우선”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한마디로 이율배반이다.
동시에 그것은 부패 정치인을 척결하자는 사정에 반대를 표명한 셈이다. 결국 조선일보가 지지하는 정당이 불리해지자 경제위기니, 정쟁이니 운운하며 국면을 전환하려 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조선일보의 이해관계에 따라 국가위기쯤은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해도 좋다는 오만함의 발로라고 아니할 수 없다. 독자와 국민들이 조선일보의 의도를 직시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3. 조선일보는 ‘말 바꾸기’로 국민을 속이고 있다.
IMF 재협상론─남이 하면 ‘매국’, 내가 하면 ‘애국’
조선일보의 오만함과 말 바꾸기는 IMF 재협상에 대한 보도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조선일보는 97년 12월 7일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김대중촵이인제 후보가 재협상의 필요성을 시사한 것에 대해 지면을 대대적으로 할애하여 연일 비판했다.
또한 12월 9일과 11일에는 각각 <재협상의 위험성>,<불신 심화시킨 재협상론>이라는 사설을 실었다. 특히 12월 11일자 사설에서는 “한 야당 대선후보가 제기한 이 재협상론은 IMF협상 타결에도 불구하고 외국 투자자들로 하여금 한국 정부가 구조개혁을 신속하고 완전하게 실행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빠지게 했는데 이런 우려감은 김대중씨가 IMF 조건들을 하나하나 재검토하겠다고 발언함으로써 더욱 증폭되고 있다(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는 것이 외국의 일반적 시각이다”라고 단정했다.
더 나아가 조선일보는 “정치적 목적이나 근시안적 단선논리 때문에 문제의 본질과 심각성을 외면하는 어리석은 주장은 작금의 심각한 경제현실의 개선에 장애가 될 뿐”이라고 했다. 이러한 주장은 경제위기의 책임을 엉뚱하게 김대중씨의 재협상 발언에 떠넘긴 꼴이다. 같은 날 조선일보는 최청림 칼럼에서도 “재협상 운운하면서 국제사회의 신뢰를 손상시키는 발언을 하는 것은 정말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사실 따지고 보면 재협상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은 조선일보가 먼저다. 97년 12월 2일자 사설 에서 조선일보는 “은행융자에 대한 통제는 우리 경제의 숨통을 끊는 결과를 빚을까 염려되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와 IMF측과의 추후 협상이 요구되는 대목이다”라며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어 12월 3일자 사설 <쓰다고 다 좋은 약 아니다>에서도 “과도한 긴축이나 저성장, 고이율 정책은 비록 그것이 IMF 정책의 단골메뉴라 해도 우리에게 너무 경쟁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처럼 재협상의 필요성을 먼저 제기했던 조선일보가 김대중 후보의 재협상 발언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은 이율배반이다. 그리고 대선직후 조선일보는 다시 입장을 바꾸어 IMF 요구사항을 <즉각 실천해야 산다>(97년 12월 24일 김대중 칼럼)고 주장했다.
국민을 바보로 여긴 조선일보의 오만
그러나 또다시 조선일보는 말 바꾸기를 시도했다. IMF의 권고를 즉각 실천하는 것만이 살길이라고 외치더니 올 초부터 해외 기고가들의 ‘한국 처방 재검토’ 등의 주장을 실으며 입장을 전환한 것이다.
98년 1월 18일자 <너무 가혹한 빚쟁이>에서 조선일보는 “남의 위기를 빌미로 폭리를 노린다는 국제적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라도 외채상환 연장 협상은 순리에 맞게 해야 하고 국제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하며 한국 외채위기 극복에 기여할 수 있을 만큼 온건하게 조정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3월 6일 변용식 편집부국장은 칼럼 <양약이라는데…>에서 “어느 나라에도 한국이 받아든 것과 같은 고통스런 IMF 프로그램은 없었다”며 “IMF가 너무 쓴약을 많이 먹여 한국과 동남아 경제가 까무라치는 결과가 올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평범한 독자들이 조선일보의 표변하는 논리에 혼란스러워했을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그들은 이렇게 묻고 싶었을 것이다. 조선일보는 재협상을 주장해도 되고 다른 사람은 주장하면 안 되는가? 물론 조선일보는 내심 자신들이 지목한 특정인을 공격하기 위해서라면 말 바꾸기야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국민과 독자들을 아무것도 모르는 청맹과니이거나 바보로 여기는 오만한 자세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