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여기 왠일이냐....."
갑작스런 방문에 친구놈이 놀라하며 어지런 방 한켠을 익숙한 솜씨로
제가 앉을 자리를 만듭니다.
녀석이 그랬듯...
저도 맥주가득한 봉지와 오징어를 들고 녀석의 방에 앉았습니다.
녀석의 방안에는 조용한 음악과.....
모니터가 켜져있는데.... 모니터 한쪽.... 그녀의 얼굴이 보입니다.
"아... 지금 화상체팅중이었어... 오늘 소개팅 했다며?"
그녀의 집에 캠이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습니다.
녀석이 오늘 그녀가 캠을 샀다며.....
캠 산 기념으로 그녀가 얼굴을 보여준다며 아주 기뻐하는군요
저는 아무말 없이 맥주캔을 땁니다.
"동현아 진희가 인사하는데?"
컴퓨터안의 그녀는.. 저를 향해 환히 웃으며 손을 저어댑니다.
그런 그녀를 보며.... 전 씁쓸한 웃음을 짓지만....
그녀는 이런 제 얼굴을 볼수 없죠.
"꺼라.... 술이나 먹자...."
차가운 제 말에 녀석은 당황한듯 하더니....
그녀에게 탁탁- 무언가 말을 적는듯 키보드를 조금 두드리다..
곧 모니터를 끕니다.
그리고 제 눈치를 조금 살피고는 녀석 역시 맥주를 땁니다.
"다시... 연락하기로 한거야?"
진지한 제 물음에...
녀석은 아직 이르지만... 그녀가 조금 마음을 열어준거 같다며....
밝게 웃습니다.
못미더워하는 제게 걱정말라며....
다시는 그녀를 아프게 하지 않겠다며.....
다시 한번 믿어보라며 너스레를 떨어댑니다.
..............
그런 녀석을 보며......
주머니속 라이터를 돌려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저는 계속해서 라이터를 주머니 속에서 뱅글뱅글 돌리고만 있습니다.
"진희 친구라며.....? 괜찮아? "
제가 대답이 없자 녀석은 분위기 전환이라도 하는듯...
제게 수진에 관한 얘기를 묻습니다.
그런 녀석에게.... 전 좋은아이 같다.... 이쁘더라...
라며 어설프게 웃음짓습니다.
어느덧 봉지의 맥주가 바닥이 날즈음.....
피곤한지 이불도 덮지 않은채 바닥에 누워자는 녀석에게....
저는 이불을 곱게 덮어주고.....
머리맡에다 한참을 쥐어서 따뜻해진 라이터를 두고 나옵니다.
본래의 주인에게 돌려준것인데....
왜이렇게 가슴이 아파오는건지......
내겐 너무 과분한 물건을 제자리로 돌려준것일 뿐인데.....
왜 뒤돌아 나오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건지....
문을 닫는 순간까지.....
녀석의 머리맡에 덩그라니 놓여진....
라이터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안녕.......
"동현아 우리 영화보러 안갈래?"
수진과 연락한지도 어느덧 몇달이 된것 같습니다.
그동안 많이 만나진 못했지만.....
밤마다 걸려오는 수진 덕분에 저는 더이상 외롭지 않습니다.
그녀의 자리에 수진이 들어오는걸 더이상 막지 않습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역시 무뎌지나 봅니다.
그녀에게 말한것처럼.....
수진을 만나며 저는 그녀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습니다.
수진생각에 그녀생각이 안난게 아니라.....
그녀를 잊으려 일부러 그녀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습니다.
오랫만의 데이트에 수진은 즐거워 보이는듯 했고...
저역시 그리 싫진 않습니다.
영화를 보고...... 저녁을 먹고.....
할일이 없어져 집에 가자는 제 말에 수진은 조용한 까페로 데려갑니다.
어두운 조명아래.....
저는 수진에게 양해를 구하고 담배를 뭅니다.
아직까지는 조심스러운 제모습에....
어색해하련만... 수진은 그저 웃음만 짓습니다.
그리고 선물이 있다며 눈을 감아 보라네요...
"셋 할때까지 절대 눈 뜨면 안돼~ "
무언가 부시럭 거리는 소리....
오늘이 무슨 날인가..... 저는 궁금한 마음에 빨리 셋이 외쳐지길 바랍니다.
"짠~ "
수진이 꺼내놓은 선물에.....
놀란 토끼처럼 제눈은 동그래집니다.
....................
수진이 꺼내놓은 곱게 포장된 선물을 풀자......
익숙한 물건이 보입니다.....
라이터.............
" 이거.......... "
" 지나가더 너무 이뻐서..... 맘에 들어? "
" ..................... "
" 맘에 안드나보구나..... 바꿔올까? "
" 아냐.... 고마워 .. 잘 쓸께 "
" 정말? "
왜 하필.....
그녀가 친구에게 선물한 것과 똑같은 디자인인지.....
친구라 그런지 취향도 비슷한가 봅니다.....
"데려다 줄께..... "
"아니야..... 이번엔 내가........ "
기어이 저희집에 데려다 준다는 수진의 고집에.....
결국 저는 수진과 저희 집을 향합니다.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집앞까지 왔을때......
전 문앞에 앉아있는 그녀를 봅니다.
" 동현아? "
" ...... 진...... 희...? "
우리 셋은 한동안 말이 없습니다.
당황한듯한 진희와..... 굳어진 수진의 얼굴......
둘 사이에서 저는 그저 가만히 진희의 얼굴을 쳐다봅니다.
" 아.... 벌써 다왔네.... 이제 갈께~ "
다급하게 뛰어가는 수진을.....
저는 차마 잡지 못하고 그저 바라봅니다.
그녀 역시 어쩔줄 몰라하며 수진을 쫓아갑니다.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