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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100512
    작성자 : 월향_fullmoon
    추천 : 8
    조회수 : 721
    IP : 116.125.***.85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9/07/17 16:59:16
    http://todayhumor.com/?panic_100512 모바일
    [단편]강도 (루류루 > 월향 닉네임 변경했습니다!)
    옵션
    • 창작글
     
     
    강도
     

    : 월향
     

     

    ...”
     

    피가 쏟아졌다. 편의점 야간 알바를 하던 중이었다. 배가 고파, 창고에서 폐기 상품을 훑어보고 있던 때였다. 뜨겁게 달궈진 것이 몸을 뚫었다. 인간의 신체란 약하기 그지없는 것이었구나.
     

    ..이제 그만..”
     

    처음부터 빛바랜 인생이었음에도 지키고 싶었다. 그 사진들 속의 사람들이 보고 싶었다. 이혼하고 집을 나간 엄마, 실종 된지 일주일 된 아빠, 전과가 있는 오빠, 시집간 후 소식도 없는 언니. 이 모두가 보고 싶었다.
    어째서인지 몸에 뚫린 구멍이 여러 개가 된 것 같다. 난 지키고 싶었는데, 죽고 싶다 소원 하던 건 사실 살려달라던 것이었는데. 신의 부름에 오류가 난 것 같다. 이건 내 기도가 아니었는데.
     

    제발..제발....”
     

    이럴 줄 알았으면 유서라도 써놓을 걸 그랬다. 일기장 속엔 온통 신세한탄 뿐인데. 혹시나 언니가 보고 울면 어떡하지. 언니 때문에 자해를 시작했다는 말을 써 놓았는데. 엄마는 내 장례식에 와 줄까? 11년 동안 기다렸는데. 오빠는? 오빠는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빠가 보고 싶다. 아빠가 제일 밉지만, 제일 의지했는데.
     

    ...”
     

    이제 끝이 날 것 같다. 피가 너무 많이 흐른다. 움직일 수도 없고 이젠 생각도 할 수 없다. 어지러운 태풍 속에서 삐- 하는 천둥만이 가득하다. 강도는 어디 갔지. 난 가진 것도 없고, 이 매장 돈을 털어봤자 백만원 안팎일 텐데 날 죽이는 이유가 뭘까.
     

    ♪♩♬
     

    사라졌던 강도가 보인다. 울리는 핸드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게 눈에 보인다. 복면과 장갑을 쓰고 있어 자세히는 보이지 않지만 건장한 체격이다. 아마도 그는 남성이겠지. 아마도 그는 50대겠지. 아마도 스마트 폰을 잘 다루지 못하는 것이겠지. 아마도 일주일 전에 실종된 보험 설계사겠지. 그가 신고 있던 구두는 재작년 생신선물로, 핸드폰 벨 소리는 작년에 내가 직접 설정해 준 것이었다.
    걱정했는데, 다치진 않은 것 같아 다행이다. 울지마, 아빠. 내 앞으로 들어 놓은 보험은 많으니까, 앞으로는 다들 서로 미워하지 않고 살 수 있을 거야. 내 피가 잉크가 되어 빛바랬던 사진들에 생기를 불어 줄 수 있겠지. 그거면 됐다. 그거면 됐어.
    월향_fullmoon의 꼬릿말입니다
    닉네임 변경했습니다! 달의 향기란 뜻이에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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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9/07/17 22:08:31  223.39.***.134  왜이러세요ㅠ  547534
    [3] 2019/07/18 01:56:24  108.162.***.191  김여리  447594
    [4] 2019/07/19 01:50:55  162.158.***.34  해니  351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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