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돌에서 두돌 사이가 제일 힘들다고들 한다. 하고싶은것을 드디어 큰 제약 없이 할 수 있게 되어 그런지 아이 스스로 자제도 힘 조절도 안되는데 부모가 훈육으로 자제시키기엔 아직 발달이 덜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20개월 새벽에도 일어나 '나가자' 라고 하는 아이와 다니며 느낀것들.
1. 산책 이외에는 거의 유모차로 다닌다. 11시에 10분거리 병원갈려고 나왔다가 대로에 차 지나가는걸 보고 바닥에 붙은듯 움직이지 않는 녀석때문에 1시 점심시간에 걸릴뻔했다. - 이후로 큰길도 잘 이용하지 않게 됨 ㅠ
2. 아이와 뭘 먹어야할때는 메뉴중에 국수가 있는지 확인 유일하게 끝까지 조용히 먹는 음식이 국수여서 나는 밥먹고싶은데 밀가루를 먹어야 할 때가 정말 많다. 이럴때 아이 아빠가 있으면 정말 고맙다. 아빠가 면귀신이라… 애가 아빠 많이 닮았음.
3. 사탕은 기본, 커피는 테이크아웃 유모차에 묶어두면 움직이진 않지만 가끔 내리겠다고 떼를 부리면 당황스럽다. 그럴땐 사탕이라도 물려줘야 가만히 있는다. 그래서 사탕(비타민C나 우유캔디)은 항상 지갑에 있다. 혼자 있을때 커피가 너무 땡기는 날은 테이크아웃한 후 쿠키라도 사서 들려준다. 유모차는 앞을 보게 하니 나 먹는건 안보임ㅋ 아이의 치아는 지못미…
4. 유모차가 없을 때 고난의 시작이다. 아기 의자가 없는곳은 유모차가 유용한데 이게 없거나 반입이 안되면 난감하다. 궁여지책은 음식점이라면 자리잡고 시킨후 다시 나가서 메뉴 나올때까지 놀다 들어오는것. 다른 일반 매장은 방법 없ㅋ음ㅋ 쫓아다니는 수 밖엔… 그런 이유로 고르는 것은 불가.
5. 최후의 수단 유모차는 없고 밖은 더운데 시간은 보내야하고 보이는것은 카페뿐이라 들어왔지만 아이는 먹을것은 쳐다도 안보고 주위 손님에게 반갑게 손 내밀 때(귀여워해주시는 분들이 많아 감사할 따름). 이때는 뽀통령을 소환한다. 영상에만 집중하는것인지 소리가 안들려도 잘 볼때도 많이 있는데 내 입장에선 이게 중독으로 가는건가 싶어 무섭기도 하다. 버스 안이라든지 움직이면 안되는 상황, 그리고 통화나 대화 등 아이에게 신경 쓸 수 없는 상황에 쓴다.
6. 서글플때 최후의 수단도 먹히지 않아 그곳을 나와야만 할 때. 특히 버스안에서 제일 난감하고 중간에 내릴때 서럽다. 같은 버스를 또 타야하니 환승도 안되고… 지하철에 왠일로 사람이 많을때도 서글프다. 앉아있으면 아이가 옆사람을 자꾸 만져서 서서 가거나 유모차를 타는데 사람이 많으면 거리가 좁아지니 또 다시 아이는 주변인에게 관심을 끈다. 그래서 주로 노약자석 앞에 서있는다. 거기 앉아계신 분들은 현재까진 아이가 그러면 좋아하신다. 같이 아이랑 놀아주시고 나도 잠깐 힘을 비축할 수 있다.
어느날 짬뽕이 너무 먹고싶어 혼자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 부탁드려서 면을 떼어 따로 아이에게 줬지만 먹지않고 이상하게 울기만 했다. 나는 한젓가락도 먹지못하고 아이를 달래고 있었는데 주인분이 엄마 먹으라며 아이를 데리고 놀아주셨다. 입천장 까질만큼 매웠던 짬뽕이지만 그날은 괴력이 나왔는지 호로록했다. 매운걸 그리 빨리먹냐며 걱정해주셨던 주인분께는 정말 죄송하고 감사했던 기억이다.
7. 한마디 하는 사람들. 애가 추워보인다 더워보인다 딸을 낳아라 오지랖은 그냥 지나칠 수 있지만 아이를 바라보는 눈빛이 흐뭇함은 아닌 것 같을 때는 한마디보다 무섭다. 지하철이 좁은데 유모차가 있으면 서있기 불편하긴 하겠지만 왜 데리고 나오냐는 말을 들었을 때는 자괴감이 든다. 단 한번 들은 말이지만 이후로는 혼자 움직일때는 얼마가 들든 택시를 타게 됐다.
----------------------- 내년이면 아이가 둘이되어 첫째가 둘째 질투에 더 떼를 쓰고 울까 걱정이 된다. 그동안 그래도 시내에서 잠시 콧바람이라도 쐬던건 둘째가 좀 클때까지 안녕…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