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소를 통과하고도 30분이 지났지만 아직 펜션은 30분은 더 들어가야 한단다.
내비게이션은 공사중인 도로로 우리를 안내하며 애를 먹였지만 더운 고속도로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우리의 기세는 아직 등등 하였다.
“야! 배안고파?”
“새벽에 일어나서 정신없이 짐 챙기고 했더니 출출하네.”
“그러게 어디 편의점에서 라면이라도 먹고 갈까?”
차를 다시 돌리기는 싫어서 펜션가는 길에 편의점을 검색해보니 하나도 없었다.
“하~ 아무리 시골이라도 이렇게 편의점이 없을 수가 없는데, 여긴 명색의 ‘시’라면서 편의점이 이렇게 없냐.”
“그러게...어? 여기서 5분쯤 가면 작은 가게가 있다는데 거기라도 들러볼까?”
휴대폰을 검색하던 주아의 말을 시연이가 얼른 받았다.
“그래, 이대로 도착하면 입실도 안 되는 시간이라 배고파 죽어.”
얼마간 달려 왕복 2차선 도로변 작은 슈퍼가 나왔다.
담배인삼공사에서 협찬이라도 해주었는지 낡은 간판엔 ‘담배’라는 글씨가 더 크게 보일 지경이었다.
낮인데도 굴 같은 가게내부로 들어서니 과자봉지며 라면 등이 선반에 대충 널려있고 문이 투명한 작은 냉장고 안엔 소주며 막걸리가 몇 병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계세요? 실례합니다.”
안쪽으로 보이는 문을 향해 몇 번을 부르고서야 감정이라곤 하나도 보이지 않는 표정의 중년 아주머니가 나오셨다.
“저기 혹시 컵라면 먹을 수 있을까요?”
여전히 무표정한 아주머니는 괜히 비닐봉투 묶음을 안쪽으로 옮기며 작게 웅얼거리셨다.
“네? 안되나요?”
“물 끓이면 되지요.”
아무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말끝을 길게 늘이며 무척 귀찮다는 투였지만 배가고파 눈에 뵈는게 없는 우리는 그 정도는 가볍게 넘길 수 있었다.
“아, 정말 감사합니다. 컵라면만 먹고 갈게요.”
연신 웃고 있던 시연이는 넙죽 절을 하고 주아는 벌써 컵라면을 고르고 있었다.
“시연아! 넌 뭐 먹을래?”
그래봐야 종류도 달랑 두 개 뿐인 것을...
“그냥 오뚜기로 해줘.”
“우리 계란도 먹자!”
어느새 계산대로 온 친구들은 어디서 찾았는지 구운 계란을 쥐고 있었다.
가게 앞 먼지 앉은 좁은 마루에 나란히 자리하고 뜨거운 햇볕을 정면으로 맞으며 컵라면을 먹고 있자니 어이가 없었다.
“히히히 우리 너무 웃기지 않냐?”
시연이가 실소를 터트리자 주아도 따라 웃으며 거들었다.
“야야! 이게 다 추억이야. 이 얘기 육십까지 만날 때마다 할거다 아마.”
사실 그럴 것이다. 우려먹고 또 우려먹고 그래도 끝까지 우려먹으며 즐거워 할 것이다.
형편에 비해 즐거운 식사를 마치고 쓰레기를 모아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주아는 우리의 쾌적함을 위해 미리 차로 돌아갔고 시연이는 내 뒤를 따라 들어오는 참이었다.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
“어? 뭐.....뭐야 이게?”
앞으로 나서던 시연이도 말을 잃고 우뚝 서 버렸다.
선반에 나뒹굴던 과자봉지엔 시커먼 더께가 져 있었고 작은 냉장고의 투명한 문은 깨져서 이미 문이 아니었다.
아주머니를 부르던 안쪽의 문은 위쪽 경첩이 떨어져 너덜하게 붙어있었고, 어디에도 사람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었다.
“악!!! 아악!!!”
우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들고 있던 쓰레기를 던져버리고 차로 내달렸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저...저저....가! 가! 가!”
새파랗게 질려 제대로 된 말도 못하는 우릴 보던 주아가 그대로 차를 몰았다.
한참을 아무 말도 없이 내비게이션 음성만을 좇아 정면만 응시한 채 달렸다.
“뭐야? 뭔데 그래?”
우리 표정에서 심상치 않음을 느낀 주아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거기 아무도 없었어.”
“차...좀.... 세워 줘.”
시연이가 힘들게 말을 마치자 주아는 길가에 차를 세웠다.
차에서 튕기듯 나간 시연이는 점심으로 먹은 라면을 게워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자니 내게도 참을 수 없는 구토 욕구가 올라와 급히 내렸다.
“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