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년생으로 연달아 두 아이를 낳었어요. 임신 전엔 뱃살이란건 가져본 적도 없는 제법 날씬한 몸매였는데, 그때보다 10kg이 찐 상태고 아이 둘 낳고나니 배도 탄력없이 제법 나오더군요. 오늘 엎드린 자세로 큰 애를 등에 말 태워주고 노는데 티셔츠 사이로 뱃살이 보였나봐요.. 남편이 뱃살을 손으로 잡으며 '와.... 소젖같다. 짜면 젖 나오겠네' 라고 하더군요. 순간 너무 부끄러우면서도 여자로서 수치심 같은 감정이 들어서 등에 올라탔던 아들 내려놓고 주섬주섬 옷매무새 챙기며 배를 가렸어요. '나도 아기 낳기 전에는 이런거 하나도 없이 날씬했었다 뭐' 라고 말하는데 갑자기 서러움이 밀려오는거에요. 쭈그려 앉아 배 가리고는 한참을 울었어요. 남편도 당황해서 장난이었다고 한참 사과하고 달래주길래 겨우 마음 안정시키고 넘어갔어요.
그리고 다 잊어버리고 괜찮은 줄 알았는데, 저녁에 샤워하려는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는 순간 너무 혐오스러웠어요. 늘어진 배만 보이고, 손으로도 가려보고 눌러보고 힘줘보고.......남편이 볼까봐 조마조마 하면서 가리고만 싶고, 거울을 깨버리고 싶고, 배를 칼로 도려내버리고 싶었어요. ㅠㅠ
자존감도 높고, 자기애도 높은 편인데... 여태 살쪄도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살이 찌든 안찌든 나는 나야. 소중해~ 이런 마음으로 잘 지내왔는데, 남편이 장난으로 던진 한마디에 내 자신이 견딜 수 없이 싫어져버렸어요.
샤워도 다 못하고 나와서 방에가서 또 한참을 울었어요.
이젠 옷 갈아입기도 싫고(옷 갈아입으려면 내 배를 또 봐야하잖아요....) 샤워도 못하겠고, 남편이 배쪽에 손대는 것도 싫어요ㅠㅠ 오랫동안 상처로 남을것 같아요. 뒤늦게 수습한다고 내눈에는 그래도 이쁘다고 말 해봤자 자꾸 소젖같다는 그 말만 생각나고 그 이미지랑 내 배랑 겹쳐 떠오르면서 너무 징그럽고 싫어요. ㅠㅠ
남편분들아. 아내도 여자에요. 남편한테 이쁘게 보이고 싶고 소중한 존재이고 싶어요. 아무리 편한 사이고 장난이라도 아내 외모를 가지고 놀리거나 비하하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