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여름이었을 겁니다. 모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규모가 작아서 야근하는 일이 많았고 야근을 하더라고 혼자 남는 일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 날 역시 혼자 남아 근무중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퇴근한 뒤, 일하다가 의자에 기대서 저도 모르게 잠깐 졸고 있었는데, 문득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마침 팀장이 저녁 늦게 들리기로 했었고, 자다가 걸리면 좀 난처한지라 빨리 잠을 깨고 일어나려 했습니다만... 하지만 의자에 기대서 자던 자세 그대로 눈만 떠졌고, 몸이 움직여지질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 눈앞엔 제 책상, 책꽂이, 컴퓨터들이 그대로 보였고, 모니터 화면에서 시간을 확인하고 많이 늦었네... 하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어쨌든, 어떻게든 일어나려고 온힘을 쏟는데, 느낌은 몸이 조금씩 움직여지는 듯하지만 눈 앞에 보이는 제 몸은 전혀 움직여지질 않았습니다.
그리고 팀장님이 사무실 철문을 큰 소리나도록 닫고, 제 자리까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고, 그때까지 안간힘을 쓰면서 몸을 움직이려는 순간, 뭔가 풀어지면서 몸이 움직여졌습니다. 이윽고 저는 천천히 일어나서 문쪽을 향해 돌아섰습니다만.
그런데... 아무도 없었습니다.
분명, 누군가 들어와서 문닫는 소리가 크게 들렸고, 뚜벅뚜벅 하는 발자국 소리가 제 바로 뒤까지 와서 멈췄기 때문에, 당연히 팀장이 제 작업화면을 보고 있을거라 생각했었는데... 일어나보니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제서야 이미 어두컴컴해져버린 창밖과 조용한 사무실 전체가 눈에 들어오면서 소름이 좌르륵...
그 일이 있은 후, 절대 혼자 남아서 야근은 안했습니다. 남더라도 건물 전체 소등이 되기 전에 퇴근하도록 노력했죠.
[투고] waitfor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