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시간
그를 믿고 따랐습니다.
저의 모든것을 주고 모든것을 바쳤어요
어설픈 거짓말들인것이 너무 티가 나는데도
내 사람이니까 그는 나의 모든것이니까
나는 그에게 반박하거나 화내면 날 떠날지도 모르니까.
믿었습니다.
그리고 기다렸어요.
그에게도 역시 내가 모든것이길..
우리는 소위 '사랑하는 사이' 라는 연인관계였지만
어째서인지 '주인과 노예' 꼴로 되어버렸고
지금 저를 돌아보니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네요.
그를 위해 저의 모든것을 바꾸고 모든것을 바쳐서...
지금 저에겐 친구들도 주변사람들도 제 자신도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아요.
제가 누구였는지도 기억이 잘 안납니다.
전 남자친구에게 강간을 수차례 당하고...
혼자 고소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성폭력 상담센터, 여성센터, 청소년상담센터(청소년의 나이는 아니었지만... 도움이 간절해 무작정 전화했었습니다.), 112, 주변친구, 가족들.....
정말 할수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을 뻗어봤지만 다들 시큰둥 반응이었습니다.
심지어 성폭력 상담센터는 통화도중 호흡곤란이 와서 지금 숨을 못쉬겠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더니
왜 숨을 못쉬냐며 빨리 얘기하라고 소리를 지르고 화를 냈습니다.
게다가 절망적이게도 힘겹게 모은 증거들이 모두 날라가서..
죽을둥 살둥 버티며 달렸던 저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그때.. 이사람이 나타났어요.
아무도 위로해주지 않아서 삶을 포기하려고 했을때.
평생 제 곁을 지켜주겠다며 '내가 당신의 첫 남자' 가 되어주겠다고...
어쩌면 제가 했던건 사랑이 아니라 구원자를 믿은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그 후로... 전 그사람에게 정말 아무런 대우고 받지 못한채...
무조건적으로 제가 헌신했습니다.
내 삶, 내 인생, 내 인간관계, 내 가치관, 내 꿈....
모든걸 그 사람에게 바치고 그 사람에게 맞춰 바꿨어요.
제가 그 사람과 저의 관계에 대해 위태위태 할때쯤이면....
정말 처음 절 구원해줬을때처럼
상냥하고 달콤하게 말해주었어요. 아무런 생각이 안들만큼...
그렇게 믿었는데...
그사람에게는 저는 처음 만남부터 거짓이었고 숨기고싶은 존재였고...
그 사람과 그 사람 주변사람들에게 있어 저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저에게 말도없이 외국으로 뜨더니
사랑하는 새로운 여자와 남부럽지 않게 알콩달콩 잘 지내네요...
전 한번도 받아보지 못했던것들을 받으며...
깽판치고싶어도 그의 주변 사람중 제 존재를 아는 사람이 없어 저만 미친년이 될것같아요.
제가 이제 누군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난 왜 살아있는지
난 뭔지. 뭐였는지
뭐때문에 살고있고 뭐때문에 살아야 하는지
내가 내 자신을 어떻게 할지 무서워서
하루하루가 지옥입니다.
아무것도 아무 사람도 남아있지 않아요.
너무 아파요
제 꿈도 제 목표도 남아있지 않아요.
제 꿈이었던 제 목표였던 제 삶이었던 그사람이 배신하고 떠나갔으니까요.
설령 다시 연락오거나... 다시 마주치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전 화도 내지 못하고... 예전처럼 모든 기분을 그에게 맞춰서 대화할지도 몰라요.
하고싶은것도
할 힘도
생각도 의지도...
제가 다시 사람을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요즘 회사에서 말도 잘 못합니다.
그냥... 생각이 멈춰버려서 대화가 잘 안되요.
눈도 잘 못마주치겠고..
아침에 눈뜨면 너무 절망적이어서 버틸수가 없어요
다들 잘 지내시나요?
그냥 다른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요.
나만 이렇게 아픈건 아닐텐데...
어떻게 다들 하루를보내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