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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100347
    작성자 : 살찐소설가
    추천 : 24
    조회수 : 3063
    IP : 121.179.***.243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19/06/18 12:43:12
    http://todayhumor.com/?panic_100347 모바일
    관상가 친구의 이야기 2
    수정해서 글을 이어가려다가 글이 올라왔음을 쉽게 알아차리시도록 그냥 2로 씁니다
    많은 관심 감사합니다!

    -----------------------

    동창회에서 만난 친구들은 자기가 사는 방식이 몸에 인이 박혀있는데 그걸 관찰하는 것도 꽤나 재미있는 일이다. 고객관리팀에서 하루종일 컴플레인을 처리한다는 S군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두손을 다소곳하게 모으고서는 기가막힐 정도로 완벽한 공감을 해주고 있었으며, 대부업을 한다는 H군은 고개를 처들고는 비릿한 미소를 짓고 말을 턱턱 던져대고 있었다. 우리의 K군은 먹던 접시를 앞으로 약간 밀고서는 두 팔꿈치를 식탁에 괴곤 두 손을 깍지낀채로 그 위에 얼굴을 가볍게 가져다가 얹었다. 이것이 지난 몇년동안 그의 몸에 박힌 인이리라. 눈을 강하게 뜨지 않았음에도 왜인지 모든걸 아는 듯한 그의 눈빛에 나는 발가벗겨진 듯한 기분을 느꼈다. 시간이 느려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가 입술을 천천히 떼었기에 그랬을까.

    - 정확히는 초등학교 들어가기 직전이었지. 부모님이 나 학교에 들어가니까 자립심을 길러야한다면서 방을 따로 쓰게 하셨어. 그래도 양쪽 방 문을 다 열어두면 엄마를 보면서 잠들 수 있었어서 뭐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어. 한 한달 넘게 잘 잤어 아무렇지도 않게. 근데 그 날은 무슨일이 있었던 거지.
    자다가 눈이 딱 떠졌어. 보통 잠에서 깨면 왜 약간 부시시해서 눈을 뜨게되잖아. 나만 그런가? 난 그래 어쨋든. 그 날은 진짜 눈이 딱! 하고 떠진거야. 정신이 엄청 말똥말똥하게. 나는 약간 잠에서 깨도 한 5분정도는 비몽사몽간에 헤매는 타입인데 어렸을 땐 더 심했거든. 근데도 그냥 눈도 딱! 정신도 번쩍! 다만 몸만 안움직여. 근데 나는 참 웃긴게

    그는 아직도 떠올리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 무서운게 아니라 신기하고 재밌었어. 우와 신기하다 몸이 묶인것 같네. 걸리버 여행기같네. 그럼 난쟁이들이 있을까? 하고 눈을 굴리는데 시야에 들어온거야.

    그는 입술에 살짝 침을 바르고는 진지해진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 여자였어. 여잔데. 딱봐도 사람이 아니었어. 왜냐면 그 여자가 흑백이었거든. 어두운 방 속에서 그 여자만 무슨 합성?된것처럼 눈에 잘 보였어. 그 주변이 컴컴하니까 잘 안보이거나 어둑어둑해야 정상인데 그 여자만 잘보여. 무슨 흑백 티비 틀어놓은것 마냥.

    - 빛이 났다는거야?

    - 아니아니 빛이 나는건 아니고 그냥 보여. 

    - 귀신처럼? 반투명하게?

    - 아니 그런식이 아니라 그냥 멀쩡하게 보여. 아 뭐라고 설명해야하지. 

    - 일단 그래서.

    - 그리고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던게 아직 추운 겨울인데 여자는 여름에 바닷가 놀러온 차림이었거든. 챙이 넓은 모자에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원피스에 무늬가 그 일본식 우동같은거 먹으면 있는 회오리 무늬있지? 그게 잔뜩 그려져 있었어. 별 생각 없이 그냥 그 무늬를 하나씩 세고 있었거든? 그 왜 엄마한테 혼날때 마루 패턴 분석하는 것 마냥. 근데 그 여자가 고개를 돌려서 나를 보더라고. 야 근데 이게 얼굴이 안보여.

    - 달걀 귀신처럼?

    - 아니 얼굴이 있어 있는데 안보이는 거야

    - 아 머리카락이랑 모자에 가려서?

    - 아니 아... 정확히는 보이는데 인식이 안된다고 해야하나 이것도 설명하기 어렵네.

    - 넘어가 넘어가

    - 미안하다 설명이 안되네. 그래서 나를 보길래 눈을 얼른 감았지. 근데 발끝에서부터 느낌이 점점 올라오는거야 위로

    - 무슨 느낌?

    - 그 여자 머리카락이 스치는 느낌. 겨울이라 이불도 두껍고 잠옷도 긴팔 긴바지였을텐데 서늘하고 간질간질하게 머리카락 스치는 느낌이 발끝에서부터 천천히. 진짜 처어어언천히 올라오는거야. 혼자 속으로 생각했을때 얼굴까지 올라오기 전에 아침이 되서 없어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근데 머리까지 와도 아침이 되진 않더라. 내 얼굴 바로 위에 있다는게 확 느껴지는데 그때 목소리가 들렸어. "눈을 떠. 눈을 떠야 들어가지?" 귀로 들리는게 아니라 머리속에서 울리는 것 처럼 들리더라. 눈을 더 꼭 감고 가만히 있는데 다시 들리는 소리가 뭐였냐면 "어쩔 수 없지 그럼 너희 엄마한테 가야겠다." 하는거야. 그리고 느낌이 확사라졌어. 몸은 아직 안움직이지만 무겁던 느낌이 많이 없어지고 말야. 그제서야 엄마가 걱정되서 눈을 떴는데

    - 으아!

    나도 모르게 터져나온 큰 쇨에 홀에 모든 사람들이 나를 쳐다봤다. 내게 얼굴을 갑자기 확 가져다댄 K군도 이렇게까지 크게 소리지르리라 예상하진 못했는지 적잖이 놀란표정이었다.

    - 이 X발롬아... 아 진짜... 겁나 놀랐네... 야 너 씨X 구라지?

    - 구라는 씨. 뭘 그렇게까지 놀라냐? 어쨋든 눈을 딱뜨니까 눈 바로앞에서 웃고있더라고 그대로 기절했다. 다음날 엄마가 아무리깨워도 정신을 못차려서 병원 데려가서 어쩔 줄 몰라하는데 정오되니까 눈을 딱 뜨더라고 그러시더라.

    - 근데 그게 너 관상보는거랑 무슨상관인데?

    - 잠깐만. 어 여보 아 정말? 알겠어 지금 들어갈게. 야 나 가봐야겠다. 한달이나 있다가 또 보자. 할아버님이랑 여행한번 다녀와라 나 간다.

    결국 나는 그가 왜 관상가가 되었는지는 전혀 갈피도 잡지 못했다.
    그 귀신이 들어와서 신내림을 받았다거나 쫓아내려고 무당을 찾아갔다거나 해서 된거면 고등학교 친구인 우리들은 다 알고 있어야 맞는건데...
    그리고 정말 한달뒤 녀석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우리 할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이어집니다.
    살찐소설가의 꼬릿말입니다
    4월 7일. 생일걸고 글을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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