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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003265
    작성자 : 익명YmZmY
    추천 : 11
    조회수 : 660
    IP : YmZmY (변조아이피)
    댓글 : 76개
    등록시간 : 2014/02/16 02:50:19
    http://todayhumor.com/?gomin_1003265 모바일
    연애경험이 없던 어떤 남자
    글중에 연애하면 하고싶은 목록 적으신 분이 있길래 떠오르는 어떤 남자가 있어서 적어봐요. 

    전 이제 30초에서 중반이 되어가는 나이라..
    연애에 대한 환상은 많이 없어진 편이예요.
    경험해보기도 하고. 현실을 보게 되기도 하고. 
    그래도 할때마다 좋고 설레는게 사랑이죠. 

    몇년전에 만난 그남자는 연애경험이 별로없고
    환상이 많았던것 같아요.
    진지하게 만나기로 한날 저를 앞에 두고 
    하고싶은것들을 줄줄 말하더군요. 
    이거저거 다 하고싶다 하니.. 좋았습니다.
    기대도 되구요. 
    첨에만요. 

    근데 점점 불편해지고 어려워 지더라구요. 
    그 하고싶은 것들 때문에요. 

    일단 전 등산을 싫어해요. 
    등산복도 장비도 없구요. 
    등산을 가자 하더군요. 싫다고 단언에 거절하기 미안해서. 
    옷도 등산화도 없고 자신이 없다. 잘 못한다 했어요. 
    그랬더니 면바지 입어라. 청바지라도 입어라. 운동화 신으면 된다. 
    꼭 가고싶었었다. 가자. 하더군요. 
    하아....

    그리고 오전부터 만나 데이트를 하던날엔
    하늘하늘한 쉬폰원피스에 힐을 신었는데
    갑자기 경포대였나..바다를 보러 가자더군요. 
    여자친구와 갑자기 떠나 바다를 보고 싶었었다고. 
    말릴 틈도 없이 차몰고 갔어요. 
    힐신어서 모래밭에 비틀비틀 푹푹 파이는데
    모래사장 걸으며 산책하자더군요. 
    원피스 입고 비틀비틀 걷는거...
    창피했습니다.....

    그 외에도 많아요. 
    데이트 하다 말고 모교를 보여주겠다며 힐신은 여자친구를
    산고개 위에 있는 모교 캠퍼스 전부다 걷게 시키지 않나
    듀엣곡을 부르고 싶다며 노래못한다. 노래방 안가고 싶단 사람
    들어만 보라며 데려가서 김범수 노래를
    한시간 내내 부르질 않나...


    해보고싶던것.. 소망하고 있던것들 있는거 이해합니다..
    애뜻하고 좋고 추억이겠지요. 
    근데 그건 어디까지나 '본인의' 해보고싶은거 예요...
    여자친구가 힘들어 하고 벅차하면
    멈추거나 이해를 구하고 다시 의논해서
    기회를 만드는게 우선인데..
    그 남자는 너무 오랫만에 해보는 연애라고
    자기 마음에 취해서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동참해줄것을 요구하더군요...

    첨엔 순수해보였어요.
    중간엔 경험이 없어 저러겠지하고 안타까웠습니다. 
    서프라이즈하게 뭘해주면 내가 좋아할꺼라고 믿는구나..하고 호응해주려 노력했어요. 
    나중엔 화나더군요. 
    이기적이고. 배려없어 보였어요. 
    자신의 욕구, 로망을 실현하려는 도구처럼 쓰는구나..해서요. 

    결국 얼마 못사귀고 헤어졌어요. 
    그남자는 저를 아마도 
    뭐든 다 해주고 이벤트해주고 진심으로 잘해줬는데
    순수한 자기맘을 갖고 논 천하의 ㅆ ㅑㅇ ㄴ ㅕ ㄴ 으로 기억할지도 몰라요..

    근데 전 정말 힘들었어요..
    전 그 이후부터는 
    너무 연애에 대한 환상이 큰 사람은 피하게 됬어요. 
    그리고 이런거 하고싶다고 말하는 사람보단
    이런건 어떠냐. 당신은 어떤게 좋으냐 라고 묻는 내 말을 들어주려는 사람을 만나기로 했어요..

    그 남자가 나쁜남자는 아니였을거예요.
    다만. 
    감정에 취하고 너무나 즐거운 마음에 행동이 앞선거였겠죠. 
    아마도..
    대부분의 연애경험이 적으신 분들이 많이 간과하는 부분인거 같아요. 

    그냥..잘 생각해보세요. 
    '내가' 하고싶은 건지...
    그 사람과 '위해' 해주고 싶은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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