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직장 동료의 이야기다.
그 녀석은 비정상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결벽증이 심했다.
만약 카운터라도 보게 되면 잔돈이나 손님의 손이 닿기만 해도 필사적으로 계속 손을 씻어대는 것이다.
그 사이에 카운터에는 손님들이 밀려들고, 결국 다른 사람이 대신 카운터를 볼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결벽증이 심했다.
화장실 청소는 물론이고,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 하나 못 주울 정도였다.
하지만 평상시의 성격은 귀여운 남동생 같은 느낌이라, 미워할 수는 없는 친구였다.
게다가 손님맞이에는 대단히 능숙했기 때문에, 결국 그가 꺼리는 일은 주변 사람들이 대신 채워주고 있었다.
어느날, 그 녀석이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 여자친구를 데리고 왔다.
여자친구는 대단히 예뻤는데, 그 녀석은 [아파트 빌려서 동거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며 대단히 행복해보였다.
다들 [여자친구 엄청 예쁘잖아! 잘됐다!] 라면서 기뻐해줬고, 점장도 서비스로 파르페를 가져다주며 축하해줬다.
그리고 한동안은 [여자친구가 해주는 밥이 너무 맛있어서 살이 쪄 버렸어.] 라며 행복한 이야기만 했었는데, 동거를 시작하고 반 년 정도 지난 후부터 갑자기 그 녀석은 기운이 없어지더니 아르바이트마저 빠지기 시작했다.
여자친구 이야기 역시 하나도 하지 않았다.
[요즘 기운이 없네. 여자친구랑 무슨 일 있었어?] 하고 묻자, 그 녀석은 [...사실은...] 이라며 이야기를 꺼냈다.
그 녀석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자아이한테 고백을 받은 것이었다고 한다.
누군지 잘은 모르지만 엄청 귀엽고 예쁜 아이였기에 기쁜 마음으로 사귀기 시작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녀와 동거를 시작할 무렵부터 이미 자신의 결벽증 때문에 싸우게 되는 일이 종종 있었다고 한다.
특히 그 녀석이 거슬리던 것은 여자친구가 생리를 할 때였다고 한다.
냄새가 너무 싫어서 화장실 휴지통에 휴지를 버린 것만으로 난리를 쳤다고 한다.
거기에 욕조가 더러워진다며 생리 도중 목욕을 했다고 화를 냈고, 냄새랑 피가 이불과 침대에 밴다며 같은 침대에서 자는 것마저 거부했다고 한다.
그리고 여자친구는 복도에 수건 한 장 깔고 자게 했다는 것이다.
결국 그 때문에 여자친구와 큰 싸움을 했고, 여자친구에게 대단히 심한 말을 해 버렸다는 것이었다.
여자친구의 몸에 대해서라던가, 일상생활에서의 사소한 단점을 하나하나 꼬치꼬치 지적하고, [너같이 더러운 여자랑은 이제 못 살겠어!] 라고 말한 다음 집을 뛰쳐나와 친구 집으로 도망쳤다는 것이었다.
이제 어느덧 가출한지도 2주가 지났다고 했다.
[지금 시간이라면 여자친구는 일하러 나가서 없을테니까 지금 짐을 가지러 가고 싶습니다!] 라고 말해서, 결국 아르바이트가 끝난 뒤 내가 같이 아파트에 가게 되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나도 그 여자한테 원한을 사면 어쩌지. 끌려들어가고 싶지 않은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아파트 문 앞까지는 의리상 같이 있어주기로 했다.
아파트에 도착해, 여자친구의 차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조심조심 방문을 열자...
거기에는 처참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벽과 바닥 전부, 어마어마한 수의 휴지가 붙어 있었다.
군데군데 압정이나 테이프로 고정되어 있었다.
게다가 집 안의 모든 불이 다 켜져 있고, 창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여기저기에 엄청난 수의 벌레, 벌레, 벌레...
붙어 있는 다 쓴 휴지에는 젤리 같은 것이 붙어 있어, 그 휴지마다 벌레가 빽빽히 붙어 있었다.
그것을 다 본 그 녀석은 정신이 나갈듯 소리를 지르며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를 않았다.
번호를 바꾼 모양이었다.
게다가 당황한 그 녀석이 손을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가자, 비누 속에 면도날이 한가득 박혀 있었다.
충격과 공포에 젖어 완전히 아비규환이었기에, 나조차도 그 후에 어떻게 집으로 돌아왔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녀석은 결국 그 후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그 이후로 나도 그 녀석을 만나지 않았기에 점장에게 들은 것 뿐이지만, 그 녀석의 어머니가 가게로 전화를 걸어 그만두겠다고 했다고 한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아마 여자친구는 생리 도중 휴지를 버린 것만으로 그 녀석이 화를 냈기에 버릴 수도 없어 휴지를 어딘가에 모아뒀던 게 아닌가 싶다.
그게 비참할 정도로 모욕을 당하는 상황까지 이르자 이성을 잃고 벽과 마루에 마구 붙여버린 게 아닐까.
그로부터 얼마 시간이 흐르고, 딱 한 번 그 여자가 가게에 왔었다고 한다.
[그 사람한테, 이걸 좀 전해주세요.] 라며 갈색 봉투를 두고 갔다고 한다.
그 봉투는 지금까지 아무도 열지 않은채 가게에 버려져 있다.
다만 안에 있는 게 흐늘흐늘해서, 나는 뭐가 들어있을지 대충 상상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