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또 애기 낳지 않겠다더니 그새 까먹었는지 둘 째를 씩씩하게 낳고는 어느새 학부모가 됐네요.
이제 초보 부모는 벗어나서 갓 초보 학부모가 되어가는 입장에서
비단 육아게 글들 아니더라도 저희 직장의 막 부모가 된 직원들 보면 어떻게 해서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 조언이라고 하는게 아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아기를 보듬는 아내 혹은 남편을 위한 조언이지요.
정말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가 아니고서는 초보 엄마는 십중팔구 우울증이 오는 것 같네요. 제 와이프도 그랬구요.
친구들 하나 없는 상황에서 혼자서 밤낮 구분 없이 아기 키우는 건
정말 경험치 0에서 보스 몹 만나는 것 만큼 막막하고 두려웠을 것 같아요.
그 때 제가 해쳐나왔던 방법은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의외로 간단했던 두 가지였습니다.
첫번 째는 퇴근 후엔 저녁이 됐든 밤이 됐든 무조건 아기 들쳐매고 셋이서 동네 산책.
남편이 퇴근하면 그때부터 이유식 만들고 빨래하고 바빠지는 육아패턴일 수 밖에 없지만
그 와중에 딱 30분이라도 바깥공기 맡는 게 엄마의 스트레스 지수를 뚝 떨어뜨리더군요.
셋이서 같이 가는 게 중요했었습니다.
우리는 한 팀이다, 나 혼자 아기 키우는게 아니다라는 안도.
간혹 내가 애기 볼 테니 나갔다 와라라며 선심쓰듯 하기도 했는데
아내의 말에 의하면 다시 귀가할 때 본인도 모르게 월요병처럼 집 대문 여는게 더 힘들었다고 하네요.
두번 째 방법은 사소한 선물이라도 자주 사들고 오기.
선물이라고 해봐야 없는 살림에 간단한 먹거리 같은 것이었어요.
회사 회식 때문에 늦게 들어갈 때는 작은 컵케잌 같은 것 하나라도 사서 들어갔습니다.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라는 걸 머리론 알지만 가슴으론 이해하지 못하는 아기엄마에게
이런 것 하나 들고 들어가는 것과 빈 손으로 들어가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더군요.
쓰고 보니 오지랍퍼에 어줍잖은 글 같기도 합니다만....
나 혼자서 키운다, 다른 집은 어떻더라, 나는 밖에서 놀고 오는 줄 아느냐, 아기야 못난 부모라서 미안해......등등
상처투성이 말들의 공방에 지쳐 지금 세상 가장 아름다운 애교를 부리고 있을 아이들의 찰나를 놓칠런지도 모릅니다.
아빠와 엄마 밖에 모르는 철부지 아기를 보면서 아내에게, 남편에게 서로 다독이며 힘든 시간 잘 버텨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ps. 그렇게 해서 키웠더니 투명인간 스킬이 장착되었어요.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