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스타크래프트 안합니다
친구들 다 할 때도 안했습니다
홍진호도 몰랐어요
어찌보면 노조이 덕분에 지니어스를 알게 되었고
콩진호도 알 게 된거죠
그리고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습니다
홍의 지적통찰력은 두말하면 잔소리이기 때문에 그의 멘탈에 대해 얘기해 보고 싶었어요
저의 의문은 왜 그의 멘탈이 강철일까?입니다
제가 그의 약력에 대해 아는 바가 프로게이머, 수십차례의 준우승뿐이라 분석에 한계가 있습니다
한명 한명 탈락을 이어나갈 때마다 느낀 게 있습니다
'나는 저기서 지적으로 명함도 못 내밀겠구나!'라구요.......
하지만 기억력, 수리력, 공간지각능력같은 지능에 관해서 출연자들에 대한 부러움은 전혀 없었습니다
부러운 사람이 있다면, 단 한명 홍진호였고, 그 이유는 그의 견고한 멘탈이었습니다
그의 멘탈을 뒤를따르는 자들은 몇몇 보이긴 하지만
그 어떤 참가자도 홍진호의 멘탈이 가장 강해보였습니다
표정만 봐도 그 사람이 얼마나 휘청거리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지능의 높낮이를 의도적으로 숨길 수 없는 것처럼, 정신력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강한 척해봐야 소용이 없죠, 강해지려면 그냥 강해야합니다
다 뽀록납니다(예를들어 안 삐지는 방법은 안 삐졌다고 말한다고 되는것이 아니라, 그냥 안 삐져야합니다 )
제가 느낀 홍진호 멘탈입니다
1. 방송인들로부터의 끊임없는 견제는 홍진호를 못잡아 먹어서 안달일 정도였죠
어떤 언어적 공격에도 말려들지 않는 강한 정신력(만년 2등을 조롱하는 듯한 방송인들의 가시돋힌 농담에도 흔들림이 없음)
2. 데쓰매치에 나가서도 평점심을 잃지 않고 공략에만 몰입하는 모습(스스로 배수의 진을 칠 때 능력이 발휘된다고 얘기하죠)
그리고 기적처럼 살아서 되돌아오죠
3. 자신에게 치명적인 배신하더라도 '배신' 마저 게임의 변수로 받아들이고 통제하려는 모습
(상황의 객관화능력이죠, 그래서 조노이처럼 피해의식이나 자기합리화가 없습니다)
4. 자신과 연합을 꾀하던 김풍을 탈락자로 지명해서라도 능동적으로 연합을 부수려고 했던 승부사 기질
(당장 자신에게 불리해도 정공법으로 접근하죠, 그까짓것 김풍이 살아돌아오면 좋지만 탈락해도 또 어쩔 수 없다..이런 전략적 마인드....,).
5. 그 어떤 상대에게도 주눅들지 않고 소신있게 할말은 다하는 자신감(김구라도 그와의 기싸움에 밀려보였습니다)
6. 위기상황에서도 잃지 않는 자연스러운 미소(페이소스죠, 승부사들이 가져야할 낭만 같은 거죠)
7. 다수가 노골적으로 자신을 도와주지 않아도 침착하게 자신만의 창의적인 공략을 연구(어떤 상황에서도 돌파구를 찾는다)
8. 주도권과 통제력을 완전히 잃으면 가볍게 포기모드(쓸데없는 감정소모가 없어요, 이성이 감정을 컨트롤하는 거죠)
단기전에는 불리하지만 장기전에 유리한 정통법을 고수해 안정된 이미지를 형성했고
위기의 상황에 도망가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히는 승부사기질을 발휘했으며
최악의 상황에서 지능을 이용해 혼자의 힘으로 살아남았으며
대세가 다른쪽으로 기울어도 이성능력의 작동이 지속됩니다
안정된 정서를 유지하게 끔 해주는 견고한 멘탈을 가지고 있었기에 시즌 1에서 우승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그 견고한 멘탈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요?
지금부터 완전히 제 추측입니다
그는 해탈의 경지에 다다르지 않았나 싶습니다
수없이 지속되는 준우승의 과정이 그에게 뼈아픈 트라우마를 주었을 것입니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이 과정에서 극도의 스트레스로 무너져버리기 십상일 것입니다
멘탈이 가루가 된다고 하죠
근데 그는 그 자괴감에 맞서서 고통과 직면했고
역으로 그 사건들을 견고한 정신력을 키우는 계기로 활용하지 않았나 생각이듭니다
어쩌면 홍진호씨 입장에서 보면 지니어스 게임은 애교수준일 겁니다
더 큰 판에서 더 크게 상처입었던 기억이 많았으니까요
그리고 강한멘탈과 안정된멘탈은 다릅니다
안정된 멘탈을 원하는 사람은 "통제가능성"에 염두를 두기 때문에 스스로 위기를 피해다니죠
하지만 강한멘탈을 가진 사람은 "통제"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피해다니지 않습니다
홍진호의 멘탈이 견고하지 못했다면 방송에 출연조차 할 수가 없을 겁니다
홍진호를 보면서 제 스스로가 부끄러웠습니다
제가 가지고 싶은 것은 안정된 멘탈이 아니라 강한 멘탈이거든요
저는 아직 해보지 않은 실패가 너무나 많은지도 모르겠군요
아픈만큼 성숙한다는 말이 자꾸 떠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