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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100002
    작성자 : song
    추천 : 8
    조회수 : 3093
    IP : 211.221.***.89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9/03/18 21:08:40
    http://todayhumor.com/?panic_100002 모바일
    위대한 옛 존재
    옵션
    • 펌글
    오컬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개 알고 있겠지만, 크툴루 신화라는 게 있다.



    H.P.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을 기반으로 한 여러 작품들을 후대에 뭉퉁그려 부르는 이름이다.



    거기에 관해 기묘한 일을 겪어 이야기 해 보려 한다.







    2년 전 즈음, 세컨드 라이프의 일본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었었다.



    나도 새로운 것에 홀려 한창 빠져 있었는데, 거기서 [TheFacelessGod] 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녀석이 있었다.



    보자마자 아, 이 녀석도 꽤 괴짜구나 싶어 말을 걸었다.







    혹시 모르는 사람을 위해 설명을 덧붙이자만, The Faceless God, 얼굴 없는 신이란 니알라토텝이라는 가공의 신을 가르킨다.



    그 외에도 기어오는 어둠이라던가 하는 수많은 별명을 지닌 존재다.



    크툴루와 그레이트 올드 원이라 불리는 공포를 부르는 신들은 전부 수면을 취하고 있지만, 유일하게 이 니알라토텝만은 건재하여 접촉하는 인간에게 광기와 혼돈을 가져와 파멸시킨다는 것이다.







    [뭐하시는 겁니까? 이런 곳에서. 트라페조헤드론 같은 데 간 거 아니었슴까?]



    [그렇지. 그 덕에 아무도 불러주지 않아서 말이지.]



    [애초에 왜 이런 곳에?]







    [100년 정도 전까지는 꽤 이리저리 돌아다녔지만, 최근에는 지구에 안 왔었네. 오랜만에 왔더니 이런 꼴이야. 여기는 도대체 어디인가?]



    그는 이런 식으로 완전히 롤플레잉에 빠져 있는 듯했다.



    재미있어보여 반쯤 놀리는 심정으로 대화를 하고 있었지만, 그는 원작에 꽤 빠삭한듯, 왠만한 설정은 다 꿰고 있어서 금새 친해지게 되었다.







    보통 그렇게 다른 누군가의 시늉을 하는 녀석이라면 대개 곧 설정 구멍을 보이고 자폭하기 마련이지만, 그 녀석은 이상하게도 그런 게 하나도 없었다.



    그 뿐 아니라 괴상하게도 내가 로그인하면 맨날 들어와있고, 언제나 내가 먼저 로그아웃했다.



    그 당시에는 [이 새끼는 집에만 쳐박혀 사나...] 싶었을 뿐이었지만.







    이러저러해서 몇 달 정도 지나자, 그는 [여기서 나가고 싶다.] 는 말을 자주 꺼내게 되었다.



    나는 슬슬 그가 세컨드 라이프에 질려가고 있는 거라 생각했다.



    마침 나도 세컨드 라이프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을 무렵이었다.







    [그럼 슬슬 때려칠까. 또 어디선가 만나면 그 땐 잘 부탁한다구.] 라고 메세지를 보낸 후, 막 탈퇴하려는 찰나였다.



    갑자기 그가 말을 걸었다.



    [헤어지는 김에 프로그래밍의 기초를 가르쳐 주지 않겠나?]







    처음으로 니알라토텝 같지 않은 말이었다.



    이전에 대화를 나누던 도중, 내가 프로그래머라는 걸 알려줬었던 걸 기억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나는 기분 좋게 가르쳐 주고 세컨드 라이프에서 탈퇴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바로 3주 전, 전혀 연락이 없던 그에게서 메일이 왔다.



    제목은 성과 발표.



    내용은 [고맙다. 그대들의 덕분이다.] 라는 한 줄 뿐이었다.







    그 메일에는 첨부 파일로 JAVA 어플리케이션이 있었지만, 실로 괴상했다.



    바이러스 검사를 해봤지만 멀쩡한 파일이다.



    설마 나한테 프로그래밍을 배울 정도의 녀석이, 아직 백신 DB에도 오르지 않은 신종 바이러스를 보낼리는 없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나는 그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브라우저에 뜬 것은 [Hello World] 라는 한 줄 뿐.



    아무래도 신경이 쓰여서, 나는 당시 같이 세컨드 라이프에서 채팅에 참여하곤 하던 친구 두 명에게 메일을 받았는지 물었다.



    그러자 다들 같은 메일을 받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거참, 2년이나 공부를 했는데 고작 만든 게 "Hello World" 한 줄이야?] 라며 다들 비웃었다.



    하지만 메일이 오고 나서 한 주가 지난 지지난주, 친구 한 명이 [그 녀석이 보낸 "Hello World"가 무슨 뜻인지 알겠어.] 라는 메일을 끝으로 연락이 끊겼다.



    게다가 지난 주에는 또 다른 친구가 [화염 같이 타오르는 3개의 눈이...] 라는 메일을 보낸 후 연락이 끊겼다.







    두 명 모두 면식 없는 온라인 친구이기에 그의 메일에 편승해 나를 놀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오늘로 꼭, 두 명의 친구가 연락이 끊긴지 1주일째다.



    지금 생각이 닿은 건데, [Hello World] 라니, 꽤 무서운 말인데...?







    출처: https://vkepitaph.tistory.com/737?category=348476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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