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생활 11년차 여자사람입니다.
5년 전에 미국인 남편과 결혼해서 아직도 신혼처럼 달달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코앞으로 다가온 크리스마스 준비로 많이 바쁘고 설레는 12월이구요.
일본은 바닥난방이 아니라(월세 내는 아파트의 경우 매우매우매우매우 드뭄) 발이 시려워요. 수면양말 필수, 방한용 실내화는 선택입니다.
근데 울 남편 발사이즈는 290이라 시판되는 수면양말이 안맞아요.
그래서 매년 크리스마스 선물로 양말을 떠주고 있습니다.(양말만 주는 거 아니예요 ㅎ)
첫번째 크리스마스는 미국에서 보내서 넘어가고, 두번째 크리스마스때부터 양말을 뜨기 시작해서 올해로 네켤레째예요.
작년과 재작년에 떠 준 양말들이 아직도 신을만 하고, GAP에서 남성용 수면양말도 사다줘서 올해는 안떠도 될 줄 알았는데
남편이 “매년 떠주는 거 아니었어? 나는 매년 떠줄 줄 알았는데?? 사랑이 식은거야?
한국인은 전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 아니야?”라고 매도하길래 또 떴어요.
참고로 작년에 뜬 양말입니다.
배경이 지저분해서 죄송합니다.
작년에는 모티브뜨기 할거라고 색색으로 실을 사서 양말에 썼네요. 배색이 이상해도 상관없어요. 집안에서만 신는거니까.
올해 양말용 실입니다.
한개 400엔짜리 털실 6개가 들어갔으니 양말 한켤레에 2400엔이 들었네요.
그래도 실 자체가 그라데이션 되어있어서 그냥 뜨기만하면 되니 좋더라구요.
보통 수면양말 뜨는 방법 찾아보면 발목만 고무단뜨기하고 전체적으로는 메리야스뜨기 하던데,
저는 보온성과 내구성을 위해서 전체를 고무뜨기 했어요. 귀찮아 죽는 줄 알았어요.
시간도 노력도 두배 이상 들거든요.(나만 그런가?)
저 실로 뜬 올해의 양말입니다.
사진이 이상하게 찍혀서 보라색처럼 보이지만, 빨간색이 메인이에요.
전체가 고무단뜨기라 신축성이 아주 훌륭합니다.
사이즈 비교를 위해 제 수면양말 신은발과 함께 찍어봤어요.
제 발이 애기발 같네요. 245신는데.
남편이 내년에는 오버니삭스로 떠달래요. 진짜 가지가지하네요. 아예 허벅지까지 올라오게 떠버릴거예요.
이거 뜨다가 기억나서 찾아본 숭한 물건. 남편의 곧휴워머입니다.
수축과 팽창을 고려해서 몸체는 고무뜨기했구요,
착용상태에서도 용변을 볼 수 있도록 캡 부분은 열고닫을 수 있게 만들었어요.
물론 실제로 착용하진 않아요. 우리 남편이 좀 이상하긴 해도 미친놈은 아니거든요.
사이즈 비교를 위해 친구에게서 받은 곰인형과 함께 찍어봤어요.
사이즈가 얼추 비슷해보여서, 입체감을 표현하기위해 곰인형을 넣어봤어요.
숨막혀...
이렇게 단추를 풀면 머리가 나와요.
곰인형 표정이 너무 해맑아서 찍어봤어요.
마지막으로 제 기준 베스트샷 하나 더 올립니다.
처음으로 남편의 양말을 떴을 때, 남편이 “와! 니가 이런 것도 할줄 알어?”라며 지나가는 말로 자기 곧휴워머도 뜰 수 있느냐고 하길래 한 번 떠 본거예요.
이걸 건네주었을 때의 남편 표정이 아직도 기억나네요. ‘떠달라고 한 나도 나지만, 진짜로 뜬 너도 너다…’라는 표정.
그래놓고 자기 보물상자안에 넣어서 소중히 간직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