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TV판의 경우

우리나라 성우들 개인적으로 참 좋습니다. 목소리나 연기력 말입니다.
그런데 사실 TV에서 해주는걸 보노라면 아쉬운 마음이 들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지명이나 사람 이름 등을 언급할 때 한국식으로 바꿔 더빙을 하는 것은
원작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노하라 신노스케(신짱) - 신짱구) 아이들이나
일반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우리말 더빙을 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지명이나
이름까지 어설프게 바꾸는 것은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크레용신짱(짱구는 못말려)가 우리나라에서 15세 등급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계도차원'에 의해 억지로 존댓말을 넣거나 언어순화를 해서 방영해주곤 합니다. 그런데
애니메이션을 조금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크레용신짱의 재미는 '부모에게 반항하는 버릇없는
5살짜리의 일상' 입니다. 작화가 그래서 그렇지 따지고보면 유아용만화도 아니고, 일본에서는
진작 청소년등급 판정을 받은 만화입니다. 에피소드별로 문제가되는 장면은 컷을 하거나 만화
시작 전 '착한어린이들은 따라하지 마세요' 같은 성우들의 연기로 재미는 더욱 떨어집니다.
특히, 문제되는 장면을 컷함으로써 중간에 이어지는 내용이 없이 갑자기 신짱의 이모가 등장한다거나
멀쩡한 미사에의 머리가 바뀌어있다거나 하는 의아함이 생기곤 합니다.

이것은 친일이나 오덕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비너스 동상이 나체로 거리에 전시되는 것은 예술이라고 하면서, 만화의 컷이 잘리는 것은
계도차원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원작자에 대한 예의도 아닐 뿐더러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보지 않고 단순한 오락물로 보는 치졸한 심사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아이들 관점에 맞춰 방영한다' 라는 취지아래 오프닝과 엔딩을 편집하거나 아이들 수준에
맞춰 개사를 해버리는 경우도 종종 보입니다. '용자왕 가오가이거'(국내판 사자왕 가오가이거)의
경우가 그러합니다. 제목을 바꿨을 뿐더러 악당의 이름과 설정까지 완전히 바꿔버렸습니다.
(GGG는 방영되었나요?) 원작을 보신분은 알겠지만 작품의 촛점이 '열혈'에 맞춰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판에서는 마치 아이들 로봇만화와 같은 인식이 되었습니다.
(쓰다가 생각난건데 그렌라간은 요코때문에라도 죽어도 방영 안될듯)


2. 극장판의 경우

그렇지 않은 애니메이션도 있지만, 미국 애니메이션의 경우에는 대부분 연예인을 성우로 쓰곤 합니다.
유명한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같은 경우에, 영화 포스터에 작품에 대한 설명보다
'유명연예인 xxx 더빙~ 여름방학에 만나요~' 같은 문구가 더 크게 쓰여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관객은 애니메이션을 보러 가는 것이지 연예인 목소리를 들으려고 가는것이 아닐텐데 말입니다.
유재석을 좋아하지만 그것은 예능인으로써의 유재석이지 어설픈 성우 유재석이 아닌 이치입니다.

위에 TV판의 문제점을 언급한 것과 같이, 국내 개봉 애니메이션에서도 심심치 않게 장면의 컷팅이나
어설픈 국산화의 흔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지명을 한글로
바꾸거나 하는 것들입니다. TV판에서도 심각하게 나타나는 문제를, 극장에 앉아서까지 봐야한다고
생각하니 심사를 위한 애니메이션 방영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많은 분들이, 또 어른들이 '만화는 만화다워야 한다' 라는 인식을 갖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많은 애니메이션이 국내에 들어와 난도질을 당하거나 내용이 변질되는게 아닌가 합니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저 원작을 좋아하는 것이지, 유명 연예인이 성우하길 바라지도 않고
내용이 변질되는것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마징가가 무쇠로 만들어진, 우리들을 위해서만 힘을쓰는 
착한로봇으로 변질된 과거를 알고 또 애니메이션을 바르게 문화산업으로 육성하고 싶다면 위에
열거한 많은 문제들이 하나씩 해결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를 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