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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95466
    작성자 : 낭만아자씨
    추천 : 0
    조회수 : 863
    IP : 183.96.***.152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4/07/11 10:25:26
    http://todayhumor.com/?lovestory_95466 모바일
    그대에게 드리는 꿈(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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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

      그대에게 드리는 꿈


         11. 조국을 향해 앞으로(4)



     “그것은 그런 뜻에서 하신 말씀이 아니라 청년동지들이 혹 사심을 품을까 하신 말씀이오. 그리고 그 일은 여성이 하기에는 너무 위험하고 힘드는 일이란 말이오.”

     “지가 허는 거럴 한번 보고 말씸허씨시요.”

     정순이 언성을 높였다. 차는 머쓱해졌다. 

     “대체 뭐를 보여주려고 하는 거요? 여자 몸으로 활을 쏠 거요, 창을 쓸 거요?”

     “모다 헐꺼구만요.”

     “그러면 어디 한번 해 보시오.”

     “냉중에 딴소리허실란가 모른게 사람덜 보는 디서 할랑마요.”

     짜증이 난 차가 설마 뭘 하겠느냐 싶어 내뱉았던 것인데 정순은 벌써 활개를 치며 훈련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대원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구경꾼은 금방 스무 명이 넘었다.

     활에 화살을 매긴 정순은 아랫배에 힘을 주었다. 뒤로 많이 당길수록 먼거리를 날아가고 명중률도 높아지게 돼 있었다. 차는 정순이 오기만 창창했지 시위를 제대로 당기지도 못할 거라 생각했다. 모두가 고개를 모로 저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활이 부러질까 겁날 정도로 팽팽하게 시위를 당긴 정순이 노린 것은 훈련용 과녁이 아니었다. 마침 날아오른 까투리를 향해 화살이 날아갔다. 거짓말 같이 화살에 꿰인 까투리가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여자대원들은 탄성을 올리며 손뼉을 쳤고, 남자대원들은 믿어지지 않는 사실에 입을 쫙 벌렸다. 차는 아직은 운이 좋았던 것일 뿐이라고 믿고 싶었다. 다음은 과녁이었다. 이번에도 화살은 정확하게 과녁의 한가운데에 가서 박혔다. 세 번째도 마찬가지였다.

     다음은 창술이었다. 죽창을 꼬나잡은 정순은 때로는 춤추듯 앞으로 나아갔다 사뿐히 뒤로 물러섰다 옆으로 돌며 휘두르고 찔러댔다. 남자대원들 못지 않은 솜씨였다.

     산 타는 시범도 보였다. 산 아래에 내려갔다 오는 것도 남자대원들 보다 시간이 더 걸리지 않았다. 산을 오르내리는 모습은 한 마리의 암사자였다.

     돌팔매, 개조한 새총, 표창 어느 것 하나 서툰 것이 없었다. 모든 면에서 정순은 남자대원들 못잖았다. 차는 된 신음을 깨물고 말았다.

     어메, 저 독헌 것 보소. 은제 저러크럼 훈련얼 혔으까이. 누구보다 많이 놀란 사람은 바로 분님이었다.

     그때까지는 정순도 분님과 같이 밥을 하고, 나물을 캐고, 빨래를 하고, 남자대원들의 해진 옷을 꿰매고, 잡아온 짐승들을 동절기를 대비해 육포로 만드는 등의 일을 했다. 애당초 그 일은 성미에 맞지를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남자대원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눈여겨보고 잠을 줄여가며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훈련을 해왔던 것이다. 이 일이 아니었더라도 조만간에 남자들과 똑같은 유격대원이 되게 해달라고 할 참이었다. 다른 대원들에게 배워 한글을 깨치고부터는 중대장은 되고 말리라 야무진 꿈을 꾸고 있는 그녀였다.

     “자, 인자넌 안 된다 못허시겄지라?”

     가빠진 숨을 몰아쉬며 정순이 차에게 물었다.

     “안 되오. 훈련과 실제는 다른 것이오.”

     “허면 허넌 것이제 고것은 먼 말씸이어라?”

     눈을 똑바로 뜨며 정순이 대들었다.

     “그럼 다른 대원들에게 물어봅시다.”

     당황한 차는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남자대원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눈빛을 보냈다.

     “여자넌 간이 약여서 안 돼야.”

     “전쟁을 여자가 어떻게 하나?”

     하는 소리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다. 모두들 유격대원은 여자의 몸으로는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남자덜맨치로 헐 줄 아는디 왜 안 돼라?”

     정순이 남자들을 노려보았다. 그 기세가 등등했다.

     “나가 요말언 안 헐라고 혔는디...... 나넌 왜놈 앞잽이 한 놈얼 죽이고 왔소! 여그서 나맨치로 헌 사람이 있으먼 나와 보씨요!”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도 남자덜만 있는디 여자가 끼먼 될 일이 아니제. 옆에 여자가 있으먼 잡생각이 나서 어디 전투가 되겄다고. 나넌 시방도 여자만 보먼 가심팍이 통게통게허는디.”

     “거시기는 또 가만 있고?”

     싱거운 남자대원들이 농을 주고받자 모두가 와르르 웃었다. 완전히 장난스런 분위기가 될 판이었다. 표독스럽게 남자들을 노려보던 정순이 파르르 산채로 뛰어갔다. 곧 나온 그녀의 손에는 서슬 푸른 부엌칼이 쥐어져 있었다. 그녀는 허리까지 오는 댕기머리를 고개를 틀어 한 손으로 잡고는 사정없이 귀밑까지 잘라버렸다. 지켜보던 여자들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남자들도 가슴이 서늘해지고 있었다.

     “보씨요! 나넌 인자 여자가 아니오. 인자넌 안 된다고 못허시겄제라?”

     한 자는 족히 될 잘라낸 머리를 정순이 흔들어 보였다. 모두들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 일은 바로 임종일에게 보고됐다.

     “그래 참모장 동지가 보기에는 어땠소? 남자대원들 만큼 할 것 같습디까?”

     임이 웃으며 물었다.

     “남자대원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남자대원들보다 나은 것 같습니다. 현동지 때문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픕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차도 웃고 있었다. 여자 몸으로 유격대원이 되는 것은 곤란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정순이 혼자서 피나게 훈련했을 것을 생각하면 눈물겨웠다.

     “그러면 문제가 없잖소? 이 얼마나 장한 일이오, 혼자서 스스로 훈련했다는 것이 말이오. 지금 우리 동지들은 투쟁의지가 활활 타오르고 있소. 왜놈들과 싸우는데 남녀가 따로 있을 수 있겠소? 그리고 같이 훈련하고 전투하는 데야 설마 무슨 일 있겠소?”

     “그래도......”

     “그렇게 하도록 합시다. 원하는 여성동지들이 더 있으면 몇 가지 시험을 거쳐서 배치하도록 하시오. 홍군에도 여성전사가 많은 걸로 알고 있소. 여성동지들이 유격대에서 활약하는 것이 알려지면 인민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는 촉매가 될 수도 있을 거라 보오. 그러나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남자대원들을 잘 지도해야겠소.”

     그 이야기를 전해 들은 정순은 "대한독립 만세!”를 불러젖혔다. 정순을 따라 정식으로 유격대원이 된 여자가 열 셋이었다. 그녀들도 미련 없이 머리를 잘랐다.


     “김동지, 일어나 봐. 좋은 일이 있어.”

     늦잠을 자고 있는 강성종을 정도한이 깨웠다. 연일 계속되는 심야회합에 피로가 누적된 탓에 그는 눈도 제대로 뜰 수가 없었다. 어제도 늦게까지 회합을 가진 탓에 마음먹고 자려고 했던 것이 무산되고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어제 박성준이놈이 구족원인가 귀족원인가에 의원이 된 모양인데 잔치를 한다는군. 가서 부왜파놈들 얼굴도 익히고 오랜만에 밥도 배터지게 한 번 먹어보도록 하자고.”

     그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렇다면 내로라하는 거물 부왜분자들은 거의 다 올 테고, 그자들 인상 착의를 익히는 데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어떤 자가 어떤 부왜 언행을 하는지 증거로 삼을 기회이기도 했다. 그들 걸인 30여 명은 박가의 집으로 바쁜 걸음을 옮겼다. 저만큼 박가의 집이 보이는 곳에서부터 벌써 맛있는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그들은 대문 밖에서 한바탕 걸립타령을 늘어놓았다. 아직 타령이 입에 익지 않은 그는 그저 입만 달싹였다.

     마당쇠가 나와 그들을 안으로 불러들였다. 박가는 대청마루에 좌정하고 거물 부왜파들과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들은 대청 밑에서 넙죽 큰절을 했다.

     “의원 나리가 되신 것을 감축드리옵나이다. 만수무강하소서!”

     “정두령 아니신가. 많이들 자시고, 오래오래 노시다 가시게에!”

     정의 넉살 좋은 치사에 박가가 한껏 점잔을 빼면서 화답했다. 평소에는 인심이 흉악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박가였다. 박가로서는 일생일대의 영광스러운 자리인 만큼 그 까짓 돈은 아끼고 싶지 않았다. 원래 잔칫집에는 걸인이 몰려들게 마련이었고, 아무리 인색한 집이라도 잔칫날만큼은 걸인들을 박대하지 않는 법이었다. 거기다가 고대하고 고대하던 귀족원 의원이 됐으니 날아가는 까마귀한테라도 큰절을 하고 싶은 박가였다.

     그들은 대문에서 가장 가까운 구석자리의 포장 밑에 진을 치고 앉았다. 이내 상이 차려져 왔다. 음식 가짓 수도 셀 수 없이 많았지만 양도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였다. 걸인들에게 이 정도라면 다른 사람의 상은 짐작이 갈 만했다. 모두들 허리띠를 끄르고 뱃속으로 음식을 끌어넣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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