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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freeboard_2026377
    작성자 : 스테비아쩔어
    추천 : 4
    조회수 : 746
    IP : 59.23.***.148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24/06/03 22:22:50
    http://todayhumor.com/?freeboard_2026377 모바일
    도전 3일차 - 고양이 다섯 마리, 메타세쿼이아, 안생겨요(asky)
    옵션
    • 창작글

    http://todayhumor.com/?freeboard_2026152

     

    위 링크를 시작으로

    만든 

     

    첫번째 이야기 http://todayhumor.com/?freeboard_2026179 

    두번째 이야기 http://todayhumor.com/?freeboard_2026197

     

     그리고 오늘 세번째 이야기

     

    ---

     

     

    고양이 다섯 마리, 메타세쿼이아, asky

     

    03. 우주의 천칭

     

    우주의 천칭은 기묘하다. 뭐든 밸런스를 묘하게 맞춘다. 인간들의 사고와 이해로는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은, 정말 우주적인 관점이다. 감히 뜻을 헤아려보기에는 시작부터 아득해지는 광활함. 예를 들면, 대략 이런 식이다. 세상에 이유 없는 사랑이 발견 되었다면, 이유 없는 혐오도 반드시 만들어 낸다. 여기까지는 인간들도 쉽게 수긍을 한다. 문제는 그 다음 단계다. 시간이 흘러 둘 중 하나가 더 과해지는 것 같아도 우주는 결코 저울에서 무언가를 더하거나 덜어내지 않는다.

    한쪽이 더 과해진다는 건 어디까지나 인간들의 관점이니까.

     

    그래서 그런 일이 있을 때면, 우주는 태연히 둘 중 하나의 가치를 바꾸어버린다. 혐오가 넘치는 것 같다면, 그 혐오를 더욱 넘치게 만들어 혐오를 아주 흔한 것으로 만들어 버리거나, 사랑이 줄어서 문제라면, 사랑의 희소성에 더욱 집중하여 그 가치를 절대적인 것으로 바꾸어 버리는 식이다.

    결코 하나의 사랑에, 하나의 혐오로 셈하지 않는다. 그건 지극히 인간적인 관점이니까.

     

    그런데 우주의 천칭이 이런 식으로 운영되는 걸 달갑지 않게 여기는 건 비단 인간만이 아니었다. 그건 거대한 메타세쿼이아 나무 아래 모인 다섯 마리 고양이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벌써 네 마리가 당했어!”

     

    범인은 분명 우리 중에 있다!”

     

    고양이들은 어느 때보다 흥분해 있었다. 오늘 아침에도 처참하게 살해당한 부하 고양이의 시체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번만큼은 인간이 아니야.”

     

    갈색 털에 흰줄무늬가 제법 멋진 고양이가 앞으로 나섰다. 녀석의 멋진 줄무늬랑 달리 안타깝게도 녀석은 두툼한 체격이라서 단 한 발만 내딛었을 뿐인데도 몇 걸음은 나선 듯한 착각을 줄 정도였다.

     

    또 잘난 탐정 짓을 할 거라면 관둬, 우유갑.”

     

    우유갑에게 적의를 드러내는 고양이는 왼쪽 눈이 흉터로 떠지지 않는 검은 고양이, ‘큰사발면이었다. 큰사발면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메타세쿼이아 나무그늘 아래로 걸어 들어가며, 서늘한 적의를 날카롭게 내질렀다.

     

    정말, 같잖지도 않아. 인간 흉내라니! 인간들이 남긴 음식들 먹는다고 너희가 무슨 인간이라도 된 줄 아는 거야? 정신 좀 차려! 저들은 두 발로 걷고, 우린 네 발로 기어! 알겠어? 태생부터 다르다고. 저들은 이름부터 리차드며, 철수며, 그럴싸한 이름을 하고선 그만큼 그럴싸한 집에서 살아간다지만 우리는 어때? ? 누가 우리 꼴을 다시 보고 말 좀 해보시지?”

     

    고양이들은 다들 큰사발면의 행동에 감정이 크게 상했지만, 그렇다고 누구 하나 바로 나서지는 않았다. 큰사발면의 말이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장 우유갑은 젖먹이일 때 버려져 인간들이 버린 상한 우유를 먹으며 자라나 이름부터 우유갑이었다. ‘큰사발면도 인간들이 버린 큰사발면 박스를 집 삼아서 살아 이름이 큰사발면이었고, 인간들이 버린 여성용품 안에서 자식들을 낳았다하여 별명이 화이트인 녀석도 있었다. 그나마 무리들 중 이름을 불러줄 만한 녀석은 피존뿐이었다. 녀석은 인간들이 쓰다버린 섬유유연제에 발을 헛디딘 탓에 한동안 무리들 중 가장 향긋한 녀석이었다.

     

    난 큰사발면이 치를 떠는 것도 이해할 수 있고, 우유갑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중재하고 나선 고양이는 화이트였다. 이름과는 달리 밤색 털 위에 더 짙은 검은 줄무늬가 놓인 녀석이었다. 덩치도 우유갑 정도는 아니었지만 두툼한 편이라서 배가 볼록했다.

     

    그렇지만 확실히 알고 싶긴 해. 그럼, 큰사발면은 이번 일을 어떻게 보는 건데?”

     

    어찌 보긴 뭘 어찌 봐? 현장에서 만나게 되면 죽인다. 감히 내 부하의 피를 보게 만들었으니 당연한 거지. 그게 다야.”

     

    그러니까 누군지를 알아야 놈을 잡을 테고, 놈을 잡아야 죽이든, 말든 할 거 아니냐고.”

     

    그딴 건 다 인간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네놈들 길바닥에서 인간들이 주는 음식 좀 받아먹었다고 정말 머리가 어찌된 모양인데, 우린 길고양이다! 짐승이란 소리지. 그러니 깊게 생각할 필요 없어. 현장에서 만나면, 죽인다. 못 만나면, 만나길 기다린다. 이게 전부야.”

     

    화이트가 점잖게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도 큰사발면은 전혀 들을 생각이 없었다.

     

    이래서는 회의가 되지 않겠는데? 너희는 어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난 우리 애들과 함께 무리를 이루어서만 다닐 거야. 이번 기회에 가급적 인간들 눈에도 띄지 않도록 해볼 생각이야. 아무래도 우리를 그렇게 쉽게 제압할 정도면인간들 말고는 전혀 떠오르지도 않는군. 하여튼, 이렇게 웅크리고 있으면, , 놈을 잡지는 못하더라도 나머지 애들과 내 목숨은 지킬 수 있겠지.”

     

    이번에는 줄무늬 하나 없이 온통 갈색 털로 덮인 피존이 앞발로 눈을 비비며 말했다. 우유갑이나 화이트랑 달리 비쩍 마른 몸이었다. 주변을 한 번 둘러본 피존은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 피존. 덩치만큼이나 소심한 짓을 생각했군. 좋아, 말리지 않겠어. 내가 알 바도 아니고.”

     

    큰사발면, 우리를 상냥하게 대해달란 말은 않겠어. 그렇지만 적어도 깔보는 듯한 말투는 말아줬으면 해. 그러다가 내 발톱이 네 남은 눈알마저 파버릴지도 모르잖아.”

     

    그때까지 가만히 있던 하얀 털의 검정 점박이 고양이가 기지개를 켰다. 늘씬한 체형과 날카로운 눈이 인상적인 녀석이었다. 녀석의 말에는 감히 큰사발면도 대꾸하지 못하고 한 발 물러서게 만들었다.

    녀석의 이름은 안생겨요’. 다른 네 마리의 고양이들과 달리 몸이 제법 자라고 나서 버려진 놈이었다. 다른 길고양이들과 달리 유년기에 충분한 영양소를 공급받고 예방 접종을 다 받은 덕인지 안생겨요는 다른 길고양이들보다 근육 발달이 탁월했다. 길바닥 생활 초반에는 눈치도 없고, 싸우는 법도 몰라서 곤란을 겪었지만, 지금은 안생겨요가 모든 무리들의 대장이나 다를 바 없었다.

    이름이 안생겨요로 굳어 버린 건 길러주던 주인이 달고 살던 입버릇이었다고 한다.

     

    고마워. 덕분에 분위기가 좀 잡힌 것 같군. 그럼, 다시 집중을 좀 해줬으면 좋겠어. 벌써 우리 아이들 넷이 당했어. 그것도 전부 숨을 거두었지. 살아남은 놈이 하나도 없어. 게다가 구역의 구분도 없고. 심지어 중립구역에서 당한 애가 있을 정도니까. 말할 것도 없어. 이건 분명 우리에 대한 도전이야.”

     

    우유갑이 다시 가슴을 펴고 말했다. 육중한 덩치 덕에 조곤조곤한 말투와는 달리 모두에게 확실히 긴장감을 잘 전달해 주고 있었다.

     

    문제는 누구의 짓인지 알 수가 없다는 거야. 우리 애들을 단숨에 제압해 버릴 정도의 녀석이라면, 아무래도 인간들이 가장 먼저 의심이 되지만내가 봤을 땐, 인간은 아니야. 당한 놈들이 다 우둔한 놈들이긴 하지만, 놈들 중 인간보다 느린 놈들은 한 놈도 없었으니까 말이야. 범인이 인간이라면, 분명 놈들 발톱에 뭐라도 흔적이 남아 있었어야 해. 그런데 현장에서 발견된 거라고는 죽임 당한 놈들의 털과 피 밖에 없었다고.”

     

    동네에서 고양이가 네 마리나 죽었는데, 범인을 몰라. 그런데 우유갑의 말이 정말 맞는다면, 인간은 아닌 것 같고. 그럼, 정말 우리들 중에 누가 있단 거야? 대체 왜? 누가?”

     

    검은 화이트가 털을 세우며 하악질을 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위협이 어지간히 당혹스러웠나 보다.

     

    그새 해가 더 높이 떠서 메타세쿼이아 나무의 그늘이 줄어들었다. 큰사발면은 그늘에 드러누운 채로 발을 쭉 뻗고 있다말고 줄어드는 그늘을 따라 등 근육을 움직여 뒤로 꿈틀꿈틀 물러서고 있었다.

     

    여긴 도심지야. 인간이 아니라면, 우리의 적수가 될 만한 녀석들은 애당초 몇 없다고. 기껏해야 여기 공원에 서식하는 놈들 중에서 찾는다면, 저기 만들어진 하천에 살고 있는 수달 녀석? 그래봤자 수달이 물 밖으로 나와서 얼마나 돌아다닐 수가 있겠어? 게다가 언제부터인가 수질이 나빠져서는 수달 놈들도 이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남았잖아. 그마저도 비실비실하고 말이야. 어제 죽은 녀석은 원룸단지에서 눈두덩이 털이 다 뽑힌 채로 발견되었다고. 수달일 수도 없어. 너구리라도 있다면 모를까, 우리를 그리 쉽게 제압할 수 있는 녀석이 있을 리 없어.”

     

    우유갑의 말에 안생겨요가 끼어들었다.

     

    그럼, 정말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고? 그게 말이 된다는 거야? 싸운 흔적조차 없었어?”

     

    싸운 흔적이야 있었지. 문제는 그 흔적들이 죄다 우리 애들 시신 주변으로 남은 발톱 자국들이라는 거야. 우리 애들의 것인지, 놈의 것인지 구분조차 잘 가지 않는 발톱 자국 말이야. 물론, 거기에도 어떤 털이나 피의 흔적 같은 건 없었어. 어떤 놈인지는 몰라도 확실히 타고난 싸움꾼인 게 틀림없어.”

     

    그럼, 흔적을 전혀 안 남긴 것은 아니라는 거네? 흐음.”

     

    흥분을 가라앉힌 화이트가 느린 걸음으로 큰사발면 옆으로 다가가 몸을 웅크리고 누웠다.

     

    우선 고양이들부터 조사를 해보자. 모두의 알리바이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해. 이미 첫 사건으로부터 꽤 긴 시간이 흘렀어. 놈이 치밀한 놈이라면, 이미 알리바이도 다 조작해뒀을지도 몰라. 그러니 지금이라도 애들을 전부 불러 세워서 확인을 해봐야 해. 그래서 알리바이에 빈틈이 있는 녀석들을 추려내 현장의 발톱 자국과 대조를 해보자.”

     

    알리바이? 진짜 인간들이 주는 사료 덕에 완전히 돌아버렸군! 난 더 들어주기 힘들어서 안 되겠어. 난 이번 사건을 고양이답게 해결하겠어. 내가 어둠 속에서 놈을 기다리겠다.”

     

    큰사발면이 몸을 일으켜 그늘을 벗어나려 했지만, 해를 등진 안생겨요가 그 앞을 막아섰다.

     

    지금 그 그늘에서 한 발짝이라도 벗어난다면, 네가 범인이다.”

     

    무슨 헛소리야!”

     

    잊었나? 난 두 번 말하지 않는다.”

     

    !”

     

    큰사발면은 빠르게 포기하고 다시 바닥에 드러누워 버렸다. 안생겨요는 우유갑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놈을 잡기 위해서는 놈이 누구냐도 중요하지만, 놈이 왜 그랬냐도 정말 중요한 문제야. 어쩌면 그 물음이 오히려 우리를 더 빨리 범인에게 데려다 줄지도 몰라.”

     

    인간도 아니고, 수달도 아니라면, 진짜 우리 고양이들 중 하나일까? 인간들이 평소처럼 장비를 사용한 건 아닐까?”

     

    어느새 배를 드러낸 화이트가 하품을 참으며 말했다.

     

    인간들의 장비는 이렇게 요란스럽지 않아.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고. 죽은 애들은 하나같이 저항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어. 무언가와 싸운 흔적들로 가득하다고.”

     

    그때까지 남의 문제처럼 조금도 관심을 쓰지 않던 큰사발면이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대체 왜? 뭐가 아쉬워서? 너희들 밑에 애들 못살게 굴었어? 상납금 달랍시고 먹이 구해오라고 부려먹기라도 했어?”

     

    미쳤어? 사람들 다니는 길목에 배 깔고 누워만 있어도 츄르를 나눠주는 세상에?”

     

    그러니까 고양이들이라면, 누가 왜 그런 짓을 하겠냐고? 뭐가 부족해서?”

     

    안생겨요가 앞발을 들어 눈언저리의 털을 다듬었다. 우유갑이 고민에 빠졌다. 화이트가 결국 졸음에 무너졌다. 큰사발면이 한심하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폈다.

    그리고 어두운 그늘 안에서 우유갑의 안광이 빛났다.

     

    단 하나, 아쉬운 게 있긴 하지.”

     

    안생겨요와 큰사발면이 동시에 우유갑을 바라봤다.

     

    .”

     

    ?”

     

    , 우리도 물은 부족하잖아. 먹을 건 흔하지만, 물은 흔하지 않아. 인간들도 우리에게 씹을 건 쉽게 내주지만, 물을 따로 챙겨주는 놈들은 적잖아. 그마저도 요즘엔 더 줄고 있고 말이야. 게다가 여기 공원까지 오려면 거리도 꽤 멀어. 여기가 우리들 중립구역이니까 만났지, 각자의 구역에서 보면 꽤 먼 곳이잖아? 그렇게 생각하면, 물은 우리에게 유일하게 부족한 자원이야.”

     

    큰사발면이 조금 더 생각하는 듯하더니 다시 고개를 흔들어보였다.

     

    그래도 갈증 때문에 동료를 죽인다고? 그럼, 죽은 녀석들이 물을 보관이라도 하고 있었다는 거야?”

     

    보관까지는 하지 않았더라도 자신의 몫을 늘릴 수는 있다고 생각했겠지. 그러니까 인간들이 우리 길고양이들을 위해 마련해두는 물을 다른 동료들과 나누기 싫어했을 수도 있단 말이야.”

     

    아니, 그러니까, 대체 왜! 우리 길고양이들은 원래 물이 부족했잖아? 다들 그 속에서 살아남은 놈들이잖아? 그래서 이놈이나, 저놈이나 염증으로 몸뚱이가 팅팅 불거나 비쩍 마르거나!”

     

    큰사발면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허공에 대고 하악질을 하는가 싶더니 자리를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우유갑은 침착하게 머리를 굴렸다. 접히는 뱃살을 따라 같이 구겨지는 흰색 줄무늬가 마치 인간들의 미간 사이 주름 마냥 깊어보였다.

     

    그렇지, 우린 그렇게 살아남았지. 헌데, 그건 지금처럼 살아남은 애들 이야기고최근에 누가 새끼를 낳지 않았나? 아님, 병이 난 녀석이 있었나?”

     

    머리를 감싼 우유갑과 제자리를 도는 큰사발면, 세상 모르고 낮잠에 빠진 화이트,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천천히 발을 뻗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안생겨요.

    안생겨요의 걸음이 빨라졌고, 그 작은 소란을 따라 우유갑과 큰사발면의 시선이 옮겨 붙었다. 안생겨요는 다음 순간 메타세쿼이아 나무줄기를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파바바박.

     

    덩치 큰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살짝 흔들리나 싶더니 후두둑 갈색 열매를 땅으로 떨구었다.

     

    뭐야? 갑자기 이딴 맛없는 건 왜 주는 거야?”

     

    큰사발면이 자신의 눈앞으로 떨어진 열매를 멀리 쳐냈다. 바로 그때, 우유갑의 눈동자가 크게 벌어졌다.

     

    설마? 너냐?”

     

    그리고 한 순간이었다.

    안생겨요가 몸을 둥글게 말아 회전하며 낙하하는가 싶더니 우유갑의 가슴팍으로 정확히 떨어졌다.

     

    우드득.

     

    우유갑의 가슴뼈 부서지는 소리가 모두의 귀를 때렸다.

     

    넌 길고양이 주제에 머리가 너무 좋았어.”

     

    섬뜩한 소리에 놀라 화이트가 깨어나려 했지만, 너무 늦은 뒤였다. 안생겨요가 어느새 화이트의 목을 네 발로 딛고서는 꼬리를 빳빳하게 세우고 있었다.

    큰사발면은 공포로 얼어붙어 그 자리에서 소변을 지리고 말았다.

     

    왜냐고 그랬지? 난 예전부터 너희보다 물을 많이 마셨지. 그렇게 자랐으니까. 그래서 그랬어. 씹을 건 점점 구하기 쉬워졌지만, 마실 건 점점 구하기 힘들어졌거든. 그랬더니 짜증이 나더라고. 정말이야, 별 것도 아닌 네놈이 내 앞에서 발톱을 드러내는 것보다 더 짜증이 나더란 말이지.”

     

    큰사발면이 후들거리는 다리로 뒷걸음질을 쳤다. 안생겨요는 말없이 그 모습을 지켜봤다. 여전히 화이트의 목을 조른 채로. 조금도 서두르지 않았다. 이윽고 화이트의 숨이 끊기고 나서야 느긋하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도망칠 수 있다면 도망쳐라. 그래봤자, 네 녀석도 길고양이. 결국 굶주림에 다시 도심으로 돌아오겠지. 내가 갈증에 미쳐 너희를 도륙 냈듯이 말이야.”

     

    메타세쿼이아 나무의 그림자가 더 길어졌다. 어느새 해가 기울고 있었다.

    우주의 천칭이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출처 오늘도 야근하는 내 사무실 컴 앞
    스테비아쩔어의 꼬릿말입니다
    꼬리라도 자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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