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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103401
    작성자 : 최평화
    추천 : 4
    조회수 : 2400
    IP : 104.158.***.141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4/07/10 17:48:03
    http://todayhumor.com/?panic_103401 모바일
    [창작소설] 모기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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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모기 (2화)<br><br><br><br>이제 밖으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31 번 모기의 착각이었다. <br><br>그가 문 밖으로 나갔을 때 그곳은 열린 공간이 아니었다. <br><br>촘촘한 그물로 둘러쌓인 아주 작은 방이었다. <br><br>그리고 방 벽면의 그물은 어룡천에서 잡혔을 때 본 그물과 같은 것이었다. <br><br>31 번 모기는 급하게 날아가는 방향을 바꿔 뒤쪽으로 몸을 돌렸지만 문은 이미 닫혀 있었다. <br><br>그렇게 그는 어디론가 옮겨졌고 방금 통과했던 문과 똑같이 생긴 문 안쪽으로 던져지고 말았다. <br><br>애애앵—! 하는 소리와 함께 그는 날개를 펼쳐 공중에서 균형을 잡았고 사뿐하게 바닥에 착지했다. <br><br>땅에 내려 앉은 31 번 모기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br><br>조금 전 자신이 갇혀 있던 곳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br><br>하지만 여기는 그곳과는 다른 세상인 건 분명했다. <br><br>무엇보다도 혈향이 느껴지지 않았고, 주변의 모기들은 모두 수컷뿐이었다. <br><br>미칠 듯한 갈증을 일으키는 혈향이 사라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에게 이곳은 천국이나 다름이 없었다. <br><br>그렇다고 흡혈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br><br>갈증의 강도가 누그러들자 오히려 흡혈의 욕망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br><br>31 번 모기는 이 욕망을 해소할 곳이 필요했다. <br><br>그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건장한 수컷들을 거부하지 않았다.<br><br>* * *<br><br>실험실을 직접 찾은 박태중 교수는 수컷 배양기 안의 31 번 모기를 확인하며 입을 열었다.<br><br>“교미에 꽤 적극적인 것 같은데, 혹시 지금만 그런 건가?”<br><br>그의 물음에 이상혁 학생이 답했다.<br><br>“아닙니다. 수컷 배양기에 넣자마자 시작했습니다. 쉬지 않고 날아다니는 것도 사라졌구요.”<br><br>“그래? 얼마나?”<br><br>“암컷 배양기에서는 10 초 이상 벽이나 바닥에 가만히 앉아있지를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교미에 집중하는지 한 번도 나는 걸 보지 못했습니다.”<br><br>박 교수는 자신의 민 머리를 쓰다듬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br><br>“흠… 이거 재미있는데?”<br><br>“연구실 선배들도 이런 개체는 처음이라고 하더라구요.”<br><br>“그런데 수컷 배양기에 넣은지 얼마나 됐지?”<br><br>학생은 시간을 확인하며 입을 열었다.<br><br>“11시에 넣었으니까, 이제 다섯 시간 조금 넘었습니다.”<br><br>박 교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br><br>“이 정도면 교미는 충분히 된 것 같으니까, 다시 암컷 배양기에 옮겨 봐.”<br><br>“네, 알겠습니다.”<br><br>“혹시 말인데 암컷 배양기에서 계속 흡혈하지 않으면, 피 주머니에 인공 피부로 사용되는 콜라겐 성분을 싫어하는 개체일 수도 있어.”<br><br>“아, 그런 개체가 있나요?”<br><br>“모기들도 개인별로 성향이 다 다르니까. 코넬대학교 리너헨 교수팀 최근 논문들 찾아 봐. 콜라겐으로 실험한 건 아닌데, 인공 피부 종류마다 암컷 모기들 사이에 호불호가 많이 갈렸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거야.”<br><br>“네, 알겠습니다.”<br><br>박 교수는 또다른 수컷과 교미를 시작하는 31 번 모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입을 열었다.<br><br>“아무튼 이 녀석 말이야. 암컷 배양기에서 또 흡혈하지 않으면, 네 팔에 덮개 붙여서 실험해 봐.”<br><br>“예? 덮개에… 하라는 말씀은….”<br><br>이상혁 학생은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었다. <br><br>박 교수는 학생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br><br>“나 때는 말이야, 피 주머니 같은 게 없었어. 그래서 양 팔에 하나씩, 등에 둘, 이렇게 모기 흡혈 덮개 네 개를 몸에 붙이고 수업도 듣고, 점심도 먹고 그랬어.”<br><br>“…아……네….”<br><br>박 교수는 31 번 모기가 있는 수컷 배양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br><br>“내일모래까지 상태 잘 살펴 봐. 특이 사항 보이면 즉각 나한테 연락하고.”<br><br>“네… 알겠습니다, 교수님….”<br><br>박 교수는 혀를 끌끌 차며 몸을 돌렸고, 실험실 문을 나서며 중얼거리듯 말했다.<br><br>“요즘 학생들 연구에 대한 열정이 너무 없단 말이야. 에휴—!”<br><br>* * *<br><br>수컷 배양기에서 보낸 행복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br><br>31 번 모기는 다시 암컷 배양기로 옮겨졌고, 피주머니에서 올라오는 혈향에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br><br>이틀 째 되는 날. <br><br>그의 이성의 줄이 끓어지기 직전 31 번 모기는 이곳에 왔을 때 들었던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었다.<br><br>-이제 마지막 관문이 남았다. 이 관문을 통과한다면 내 너에게 큰 선물을 내릴 것이다.<br><br><br><br>(다음편에 이어집니다.)<br><br><br><br><br>작가 블로그<br><a target="_blank" href="https://blog.naver.com/choepeace" target="_blank">https://blog.naver.com/choepeace</a><br><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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