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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103371
    작성자 : 최평화
    추천 : 0
    조회수 : 1447
    IP : 104.158.***.144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4/06/03 07:03:35
    http://todayhumor.com/?panic_103371 모바일
    [창작소설] 아버지는 사이비 교주 (15화, 16화-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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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아버지는 사이비 교주 (15)<br><br><br><br>수요일.<br><br>어머니를 모셔 둔 춘천 추모공원에 도착한 건 밤 10시가 넘어서였다. <br><br>늦은 오후부터 갑작스레 쏟아진 눈 때문이다. <br><br>인천에서 출발해 목동에서 은경을 태운 게 오후 6시 즈음, 남춘천 톨게이스로 나온 게 8시였으니까, 톨게이트에서 봉안당까지 무려 2시간이 넘게 걸린 셈이다.<br><br>“여보, 이제 가자.”<br><br>매형의 말에 누나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br><br>결국 내가 끼어 들었다.<br><br>“누나, 이제 11시야. 지금 출발해도 도착하면 새벽 1시가 넘어. 운전하는 사람도 생각해야지.”<br><br>그제서야 누나는 어머니가 모셔진 케비넷에서 몸을 돌려 매형을 향해 말했다.<br><br>“그래 가자. 대신 나는 춘천 시내 모텔에 내려줘.”<br><br>“뭐?”<br><br>“나는 내일 아침에 어머니 한 번 더 보려고. 어머니 보고 고속버스 타고 갈게.”<br><br>“아니, 어떻게 그렇게 해? 같이 가야지.”<br><br>매형의 말에 누나는 고개를 저었다.<br><br>“아니, 나 엄마 꼭 만나고 가야 해.”<br><br>누나의 눈에는 짙은 실망감이 깔려 있었다. <br><br>오늘 어머니 느낌이라는 게 제대로 느껴지지 않은 것일까? <br><br>그 마음을 알 수는 없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누나가 혼자 남겠다는 결정을 바꾸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br><br>누나가 고집이 센 편은 아닌데, 아주 가끔 저렇게 눈, 코, 입을 얼굴 가운데로 모아 놓은 것 같은 뚱한 표정을 하고 있을 때가 있다. 이거는 죽어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br><br>이걸 아직 모르는지 매형은 누나를 설득하기 시작했고, 이야기가 길어지자 내가 결국 매형과 누나의 사이에 끼어들었다.<br><br>“매형, 누나가 내일 어머니랑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것 같은데 그러라고 하세요.”<br><br>“아이고, 지금 처남까지 그러면 어떡해. 여자 혼자 모텔에 덩그러니 내려두고 우리끼리 어떻게 가!”<br><br>매형의 말에 누나가 입을 열었다.<br><br>“에휴—! 내가 애도 아니고, 정말 괜찮아. 그러니까 내일 출근하는 사람들부터 출발해.”<br><br>“그건 안 돼. 차라리 지금 다같이 가고, 내일 나 퇴근한 다음에 같이 오자, 응?”<br><br>그러고 보면 매형도 참 대단하다. <br><br>누나는 고개를 저었다.<br><br>“아니, 나는 내일 아침에 다시 오고 싶은 거야.”<br><br>하지만 매형 역시 물러서지 않는다.<br><br>“아무리 그래도 당신 혼자 여기에 내려두고 갈 수는 없어.”<br><br>“나는 정말 괜찮다니까?”<br><br>“내가 안 괜찮아.”<br><br>“하아—!”<br><br>“저기요….”<br><br>누나와 매형 사이의 대화에 끼어든 사람은 은경이었다. <br><br>우리 세 명의 시선이 은경에게 모였고, 은경은 누나와 매형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br><br>“제가 누님이랑 같이 남을게요. 저는 내일 늦게 출근해도 되거든요.”<br><br>은경의 말과 동시에 누나의 표정이 확 밝아진다.<br><br>“어머! 정말로 그래줄 수 있어, 은경 씨?”<br><br>은경이 대답하기 전에 내가 끼어들었다.<br><br>“그래줄 수 있긴, 뭘 그래줄 수 있어!”<br><br>나는 누나를 응시한 채 말을 계속했다.<br><br>“누나가 지금 무슨 생각하는지 내가 다 알고 있거든? 진짜 적당히 해라, 적당히!”<br><br>누나는 잠시 나를 노려보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br><br>그리고 누나의 얼굴 가운데 모여있던 눈, 코, 입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 돌아가는가 하는 순간… 은경이 나의 오른팔을 잡으며 말했다.<br><br>“자기야, 내가 원해서 누님이랑 남겠다는 거야.”<br><br>어휴, 순진하긴. 우리 누나의 시커먼 속을 모르니까 이런 말이 나오지. <br><br>은경은 주저하는 표정을 지었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br><br>“솔직히 말해서… 나는 지금 이런 상황이 너무 부러워.”<br><br>부럽다는 은경의 말에 분위기가 사뭇 숙연해지고 말았다. <br><br>조금 전 춘천으로 오는 차에서 은경은 자신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사실대로 털어 놓았었다. 어린 시절 자신의 어머니에게 학대 당한 이야기 말이다. <br><br>잠시 침묵이 흘렀고, 침묵을 깬 사람은 매형이었다.<br><br>“그럼 나도 내일 아침에 장모님 한 번 더 뵙고 가야겠어. 하루 늦게 출근한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니고.”<br><br>매형은 시선을 나에게 옮겨 말을 이었다.<br><br>“처남은 어떻게 할래? 지금 인천 가는 야간 버스가 있으려나?”<br><br>나는 입가에 미소를 흘리는 누나를 째려봤다가 매형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br><br>“저도 내일 반차 쓰죠, 뭐.”<br><br><br><br>다음날 춘천 추모공원.<br><br>잔뜩 긴장되었던 표정이 풀리며 누나의 입가에 미소가 퍼졌다. <br><br>그리고 눈에서 주르륵 눈물이 흘러 내렸다. <br><br>매형은 누나의 어깨를 감쌌고, 누나는 낮게 중얼거렸다.<br><br>“엄마… 고마워….”<br><br>누나는 흘러내린 눈물을 닦지도 않은 채 고개를 돌려 은경을 바라보았다.<br><br>“은경 씨, 오늘 같이 와줘서 고마워요.”<br><br>“아… 네….”<br><br>그런데 대답을 하는 은경의 얼굴이 잔뜩 굳어 있다. <br><br>방금 전까지만 해도 기분 좋은 표정을 하고 있었는데…. <br><br>뜬금 없는 누나의 고맙다는 말 때문인가? 아니, 그런 표정은 아니다. <br><br>뭐지? 그 잠깐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br><br>누나와 매형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나는 은경의 팔을 케비넷 반대편으로 잡아 끌었다.<br><br>“괜찮아요?”<br><br>“응? 나? 괘, 괜찮아.”<br><br>눈치가 없는 내가 봐도 이건 괜찮은 표정이 아니다. 딱 봐도 많이 놀란 표정인데…. <br><br>내가 말없이 미간을 좁히자 은경은 애써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br><br>“나 정말 괜찮아… 그냥 화장실이 좀 가고 싶어서.”<br><br>잠시 후 화장실에 다녀온 은경의 표정은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br><br>뭐야? 정말 볼일이 급해서 그런 거였어? <br><br><br><br>잠시 후 우리는 어머니에게 내년에 또 오겠다는 인사를 남기고, 추모공원을 빠져나와 인천으로 향했다. <br><br>인천으로 오는 중간 목동에서 은경이 내리자, 조수석의 누나가 뒷자리에 앉아 있는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br><br>“너 은경 씨랑 잘해 봐. 엄마가 아주 좋아하시는 거 같아.”<br><br>나는 헛웃음을 보이며 말했다.<br><br>“어머니가 뭐라고 그랬는데?”<br><br>“뭐라고 그런 게 아니라, 엄마가 은경 씨를 좋아하는 게 느껴진 거지.”<br><br>“좋아하는 게 느껴졌다고? 어떻게?”<br><br>나의 물음에 누나는 미간을 살짝 찡그린다.<br><br>“얘는 뭘 그렇게 꼬치꼬치 따지니? 따뜻한 엄마 기운이 느껴졌으니까, 엄마가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br><br>어휴—! 정말. <br><br>나는 운전석의 매형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br><br>“매형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매형도 누나가 말하는 따뜻한 느낌 같은 걸 받았어요?”<br><br>매형은 슬쩍 조수석 쪽으로 고개를 돌려 누나의 눈치를 살피고는 다시 전방으로 시선을 고정했다.<br><br>“영미가 장모님 돌아가시고 매년 느끼는 거라는데, 거기에 내가 뭐라고 토달면 안되지. 하하….”<br><br>매형도 알고 있었구나. <br><br>아무튼 누나가 말하는 그 어머니 기운이라는 게 그렇게 복잡한 류의 느낌은 아닌 모양이다.<br><br><br><br>다음날. <br>점심 시간 즈음 해서 은경에게 전화가 왔다.<br><br>-자기야, 오늘 불금인데 퇴근하고 다른 약속 없지?<br><br>“없어요. 그런데… 누나 지금 괜찮아요?”<br><br>지금 목소리가 엄청 피곤하게 들리거든. <br><br>짧은 한숨과 함께 은경이 말했다.<br><br>-어젯밤에 거의 못 잤어.<br><br>“또요?”<br><br>-응, 그래서 나 오늘 퇴근하고 네 원룸으로 갈까 하는데 괜찮지?<br><br>춘천의 모텔에서 은경은 침대에 눕자마자 바로 골아 떨어졌는데, 다음날 아침 은경이 신기하다며 나에게 한 말이 있다. <br><br>혼자 있으면 잠이 안 오는데, 나와 같이 있으면 푹 자게 되는 거 같다고 말이다. <br><br>춘천에 가기 전날까지 은경은 불면증에 시달렸거든.<br><br>“그러지 말고 내가 신월동으로 갈게요. 주말에 목동에서 같이 놀아요.”<br><br>-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내가 인천으로 갈게. 둘이 같이 자기에 내 침대는 너무 좁잖아.<br><br>내 침대나, 은경의 침대나, 도찐개찐이라 별 차이는 없다. <br><br>괜찮다고 말하려는 순간 은경의 목소리가 이어졌다.<br><br>-그리고 나 오늘 인천 부평동 시장 구경가고 싶어.<br><br>“부평동이요? 거기에 별거 없는데….”<br><br>-그래도 한번 가 보고 싶어. 오늘 거기서 저녁 먹자. 내가 살게, 응?<br><br>“그래요. 그럼 그렇게 해요.”<br><br><br><br>그날 저녁. <br>나는 은경을 데리고 부평동으로 향했고, 나름 유명하다는 해물탕 집에 들어가 꽃게찜을 주문했다.<br><br>“여기 자주 왔나 봐?”<br><br>은경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br><br>“아뇨, 처음이에요.”<br><br>“아까는 여기 꽃게찜이 유명한 집이라며?”<br><br>“아, 인터넷 검색으로 찾은 거예요. 리뷰 보니까 탕 요리는 별로고 찜이 맛있다는 사람들이 많아서요.”<br><br>나의 대답에 은경은 피식 웃고 말았다.<br><br>“그래서 아까 탕 먹을 건지, 찜 먹을 건지 물어 본 거였구나?”<br><br>“하하, 그렇죠.”<br><br>테이블에 밑반찬 세팅을 마친 종업원이 소주와 잔을 가져다 주었고, 나는 은경의 잔에 술을 채우며 말했다.<br><br>“우리 오랜만에 마시는 거 같은데, 오늘 한번 찐하게 달려 볼까요?”<br><br>은경은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입가에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br><br>“많이는 말고 적당히 마시자. 내일 아침에 자기랑 할 일이 좀 있어.”<br><br>“무슨 일이요?”<br><br>은경은 입가에 미소를 지어보일 뿐 대답하지 않는다. <br><br>대신 나에게 소주병을 건네 받아 나의 잔을 채워주었다. <br><br>그리고 자신의 잔을 들어 나를 향해 내밀었다.<br><br>“자, 건배.”<br><br>이건 내일 무슨 일이 있는지 말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br><br>은경의 표정으로 미루어 대단한 일은 아닌 듯하다. <br><br>굳이 따져 묻지 않기로 했다. <br><br>나는 잔을 들어 은경의 잔에 살짝 부딪히며 말했다.<br><br>“그래요, 건배. 내일 누나랑 나랑 해야 할 일을 위하여.”<br><br>나의 건배사에 은경은 입꼬리가 올라간다.<br><br>“오—! 그거 좋다. 내일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위하여!”<br><br>얼마 지나지 않아 주문한 꽃게찜이 나왔고, 우리는 순식간에 속이 꽉 찬 꽃게 여섯 마리를 해치우고 말았다. <br><br>배도 부르고 술까지 얼근히 취하자 은경이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br><br>“정말로 모르겠단 말이야. 도대체 왜 잠을 못 자는 건지… 하—!”<br><br>은경은 어머니가 오래 전 자신에게 보낸 화해의 시그널을 눈치채지 못한 일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게 아닌 모양이다. <br><br>내 생각에도 그건 아닌 것 같았다. <br><br>궁금한 마음에 낮은 목소리로 은경에게 물었다.<br><br>“그날 병실에서… 어머님이랑… 무슨 이야기 했는지 알려줄 수 있어요?”<br><br>조심스러운 나의 태도 때문인지 은경은 별거 없다는 표정으로 피식 웃으며 말했다.<br><br>“엄마가 나한테 미안하다고 하더라.”<br><br>“그래서… 누나는 뭐라고 그랬는데요?”<br><br>“뭐라고 그러긴… 그 말 듣는 순간 눈물이 팡하고 터졌지, 뭐.”<br><br>은경은 담담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br><br>“그렇게 둘이 끌어 안고 20분 내내 울었어.”<br><br>은경은 멋적게 웃으며 잔을 들었고, 나 역시 잔을 들어 은경의 잔에 부딪혔다. <br><br>그렇게 우리는 잔을 비웠고, 나는 은경의 빈잔에 소주를 채우며 말했다.<br><br>“그럼 그게 다예요? 다른 이야기는 안 했어요?”<br><br>은경은 고개를 한쪽으로 갸웃하며 입을 열었다.<br><br>“다른 이야기? 글쎄… 별거 있나? 아, 병실 나오기 전에 엄마가 나한테 듣고 싶은 말이 있다고 그러더라.”<br><br>“무슨 말이요?”<br><br>“용서한다는 말.”<br><br>“그래서 용서한다고… 말한 거예요…?”<br><br>은경은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그런 은경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br><br>“그럼…… 정말로 용서한 거예요?”<br><br>진지한 나와는 달리 은경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br><br>“그게 중요한가? 나에게는 이제 다 지난 일이 되어버렸고, 엄마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데.”<br><br>은경의 대답에 나는 잔을 들어 소주를 입 안에 털어 넣었다. <br><br>기분 탓인지 술이 쓰다.<br><br>“뭐가 그렇게 심각해? 나는 괜찮은데.”<br><br>누나가 괜찮은 게 아니니까 심각하죠,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온 걸 꾸역꾸역 삼키며 입을 열었다.<br><br>“우리 소주 한 병만 더 마셔요.”<br><br>“안 돼. 내일 늦어도 6시에는 일어나야 해.”<br><br>지금까지 둘이서 두 병 마셨으니 많이 마신 건 아니다.<br><br>“한 병 더 마셔도 내일 일어나는데 문제 없어요.”<br><br>은경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br><br>“그래도 안 돼. 복수야.”<br><br>“복수요?”<br><br>“지난주! 수원에서 기억 안 나?”<br><br>치킨집에서 내가 맥주를 못 마시겠다는 한 걸 말하는 거다. <br><br>차라리 그때 술을 진탕 마시고 다시 병원에 가지 않았더라면, 은경이 지금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br><br>“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br><br>“아, 아무것도 아니에요.”<br><br>나의 대답에 은경의 두 눈이 가늘어진다.<br><br>“아닌 게 아닌데? 나한테 할 말이 있는 거 같은데?”<br><br>역시 눈치 하나는 정말 대단하다.<br><br>“정말 아무것도 아니에요.”<br><br>“나 괜찮으니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편하게 해.”<br><br>은경은 지나가던 종업원을 불러 세웠다.<br><br>“사장님, 여기 참이슬 하나만 더 주세요.”<br><br>나는 종업원을 향해 손을 가로저으며 말했다.<br><br>“아니에요, 아니에요. 저희 다 먹었어요.”<br><br>그리고 은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br><br>“말할게요. 술 없어도 괜찮아요.”<br><br>사실 테이블에 안주도 다 떨어지기도 했고, 은경이 말한 내일 할 일이라는 게 사소한 일은 아닐 거라는 느낌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br><br>은경이 오늘 인천으로 온 것도 내일 할 일 때문인 것 같기도 했고. <br><br>은경은 두 손의 자신의 턱을 괴고는 시선을 나에게 고정했다. <br><br>듣고 있으니 어서 말하라는 표정이다. <br><br>나는 잠시 뜸을 들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br><br>“사실… 지난주에… 누나 잠꼬대하는 거 들었어요.”<br><br>짧은 탄식음과 함께 은경의 입가에 미소가 사라졌다.<br><br>“그때는 거짓말 해서 미안해요.”<br><br>“아니야. 그게 자기가 미안할 일은 아니지.”<br><br>은경은 턱을 괴고 있던 두 손을 테이블 아래로 내려 자세를 바로 했다.<br><br>“그런데 어디까지 들은 거야?”<br><br>“그… 열 여덟…… 연어….”<br><br>은경은 피식하고 웃으며 그만 말하라는 듯 나를 향해 손을 내저었다.<br><br>“다 들었네. 혹시 누구한테 한 욕인지도 들었어?”<br><br>“네….”<br><br>“정말 다 들었구나.”<br><br>은경은 허탈한 웃음과 함께 창밖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br><br>“……누나….”<br><br>창밖의 거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은경이 짧은 한숨과 함께 나를 바라보았다.<br><br>“미안해요, 누나.”<br><br>“잠꼬대 한 사람은 난데, 자기가 왜 미안해?”<br><br>“아니, 그거 말고… 그날 내가 누나를 병원에 다시 데리고 간 거요.”<br><br>아, 하는 소리와 함께 은경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br><br>“아니야, 미안해 할 거 없어.”<br><br>“차라리 그때 어머님에게 솔직하게 말하지 그랬어요? 용서하지 못하겠다고.”<br><br>은경은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br><br>“내가 그 생각을 안 해 본 건 아니야. 잠을 못 자니까 생각이 많아져서, 이것 저것 다 시뮬레이션을 돌려봤어. 하하….”<br><br>낮게 웃던 은경의 표정이 다시 굳었고, 가늘게 닫혀있던 그녀의 입이 열렸다.<br><br>“거짓말이긴 했어도… 그때 엄마를 용서한다고 말한 게 참 잘한 거 같아…. 엄마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br><br>이해할 수 없는 말에 나는 미간을 좁혔고, 그런 나를 향해 은경은 커다란 두 눈을 찡긋하며 웃었다. <br><br>그리고 물병을 들어 차례로 나와 자신의 잔을 가득 채웠다.<br><br>“자, 우리 이거 막잔 하고 가자.”<br><br>내가 잔을 들자 은경은 자신의 잔을 나의 잔에 부딪히며 말했다.<br><br>“나를 위해 엄마를 용서한 나를 위하여.”<br><br><br><br>(다음편에 이어집니다.)<br><br></p> <p><br></p> <p><br></p> <p><br>완결편인 16화는 작가 블로그에서 무료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br><br>작가 블로그<br><a target="_blank" href="https://blog.naver.com/choepeace" target="_blank">https://blog.naver.com/choepeace</a><br><br>16화 링크<br><a target="_blank" href="https://blog.naver.com/choepeace/223467071165" target="_blank">https://blog.naver.com/choepeace/223467071165</a><br><br><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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