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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21487
    작성자 : VKRKO
    추천 : 22
    조회수 : 7928
    IP : 220.123.***.154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1/11/21 17:57:08
    http://todayhumor.com/?panic_21487 모바일
    [번역괴담][2ch괴담]흙인형
    선배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내가 가입한 동아리는 옛날부터 동굴 탐험을 하고 있었다.

    이와테 현에는 동굴이 잔뜩 있는데다,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관광지로 개발된 곳이 없었고 동굴 내부의 정보도 부족해 취미로 동굴 탐험과 측량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 탓에 그 해 겨울 역시 평소처럼 동굴 측량을 하기로 해서, 꽤 넓은 동굴을 찾아가게 되었다.

    참가자들은 각자 다른 동굴에 들어갔고, 선배는 친구들과 함께 조사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측량이 이미 끝난 곳도 있었고, 측량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귀찮은 것이다보니 선배와 친구들은 측량은 안 하고 마음대로 동굴 안에서 놀고 있었다고 한다.



    결국 마지막에는 합류하는 곳만 정해 놓고 각자 가고 싶은 곳으로 들어가, 박쥐를 찾는다거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친구 중 한 명이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아래쪽으로 뚫린 구멍으로 기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곳은 이미 측량이 끝난 곳이었고, 끝이 막힌 막다른 곳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곧 나올거라고 생각하고 기다렸다.



    하지만 몇 분이 지나도록 그는 나오지 않았다.

    너무 시간이 걸려 다들 이상하게 생각할 무렵, 겨우 들어갔던 친구가 밖으로 기어 나왔다.

    거기서 몸을 돌릴 공간이 있었나 싶어 이상하게 생각한 선배가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친구는 몹시 몸을 떨면서 불안하게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구멍의 안 쪽에 팔 2개가 간신히 들어갈 정도의 작은 구멍이 있었어. 구멍 밑에 흙은 쉽게 파여서 금방 파니까 들어갈 수 있더라구. 안에는 다다미 3개 정도의 공간이 있었어.]

    선배는 그제야 어떻게 친구가 몸을 돌려서 나왔는지 납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친구는 여전히 몸을 떨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런데 거기서 후레쉬를 켰더니, 흙인형이 길게 누워 있었어.]

    선배는 친구가 흙인형 모양의 종유석이라도 본 것인가 싶었지만, 친구는 계속 말했다.



    [그 흙인형, 어째서인지 안경을 쓰고 있어. 누가 그런 장난을 한걸까.]

    그 이야기를 듣자 모두들 [아, 시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와 친구들은 바로 동굴에서 나와서 경찰에 신고했다.



    나중에 시체의 신원을 들은 바에 따르면, 몇년 전 갑자기 행방불명됐던 근처 마을의 고등학생이었다고 한다.

    이미 죽은 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사인조차 알 수 없었다.

    아무래도 그 고등학생은 양초 한 자루만을 가지고 동굴 안으로 들어갔던 것 같다.



    아마 탐험이었을 것이다.

    자살이 아니라는 것은 시체 옆에 있던 다 타 버린 양초와 과자 봉지로 알 수 있었다.

    시체는 동굴의 폐쇄된 공기와 습기찬 환경 때문에 썩지 않았고, 장기간에 걸쳐 위에서 떨어지는 더러운 물에 온 몸이 덮힌 것 같았다.



    다만 어째서 안경만은 진흙에 덮이지 않았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내게 이 이야기가 특히 무서웠던 것은, 죽은 소년이 동굴에서 살아 있는 동안 느꼈을 공포 때문이었다.

    눈을 뜨고 있는지, 감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어두움.



    보통 사람이라면 그런 암흑 속에서는 10분 안에 평형 감각을 잃기 마련이다.

    죽은 소년은 어두운 동굴 속에서 성냥이 물에 젖어 양초에 불조차 붙이지 못하고, 아마 30분 정도 지나고서는 정신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었을 것이다.

    동굴에 들어온 것을 후회하며, 누군가 구조하러 오지 않을까 헛된 희망을 품었을 것이다.



    눈이 보이지 않는 와중 손으로 모든 곳을 더듬으며 어떻게든 빠져 나가려 했을 것이다.

    며칠이나 버텼을까.

    자신과 자신이 아닌 것의 경계조차 모호해져 갔을 것이다.



    벽에 등을 기대고, 안경 너머로 보이지도 않는 입구를 응시하며 죽어간다는 것마저 알아차리지 못한채 서서히 죽어갔으리라.

    이 이야기는 내가 들었던 그 어떤 죽음보다도 비참하고 무서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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