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나 (Fana) - 화약고 (Feat. 황보령) (Prod. Lopti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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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나)
아마도 난 바본가봐 또.
화나고 아파도 참아버리고 말았거든.
하마터면 화난 표정이 나타날 것 같아 얼굴을 감싸고 바깥으로 박차고 나갔어.
한참동안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어 갑작스럽게 참았던 화가 터져나와서 눈 앞은 하얗고,
꽉 찬 머릿속은 당장 폭발할 것만 같은 화약고.
힘이 쫙 빠져나간 몸을 잡아끌어.
방향도 없이 마냥 걷다 가까스로 집에 도착하면 다시 아까전 약간 접어놨던 악감정들이 화산처럼 끓어올라.
난 결국 밤잠 설쳐. 참 바보같아.
거울에 비친 빨간 얼굴.
산산조각나버린 내 맘 파편을 또 침묵의 상자 속으로 싹 다 주워담아 오늘도.


황보령)
보이지 않는 소중한 벗들.
상처받은 너의 하루.


화나)
아마도 난 바본가봐 또.
화나고 아파도 참아버리고 말았거든.
남과 멀어질까봐서 살살거리기 바빴어.
진심은 죄다 가면낯짝 속에다 감춰.
달갑지 않거나 막상 별로 할말없던 사람과도 만나면 반가운 척 화답하고 인살 나눠.
영양가도 없는 값싼 농담 (맞바꿨네.)
얄팍한 모습에 깜짝 놀라 나도.
감당못할 약속, 까다로운 부탁 받곤 딱 잘라 거절 하나 못해 왕창 또 맡았고,
닦아온 이미지 다 까먹을까봐 못내 귀찮아도 싫단 말없이 따랐고,
사랑도 만남도 항상 손해만 봤던 나란 놈.
하지만 달아나고 싶다가도 막상 혼자 남겨져버리면 답답하고 불안한걸.


황보령)
고개들어. 시원한 바람.
너의 눈물 지울 수 있게.


화나)
아마도 난 바본가봐 또.
화나고 아파도 참아버리고 말았거든.
장난섞인 말과 조롱으로 날 차고 망가뜨려.
바닥으로 쳐박아 욕하고 짓밟아도 알량하고 잘난 자존심 하나로 강한 척 한다고 잠자코 참아.
그러다가 (너무) 악 받쳐 심한 말로 닦달하곤 막상 또 남 맘 속상할까 걱정한 바보.
살갗으로 난 상처와 파란 멍은 반창고 한장으로 가라앉고 사라져.
하지만 맘속에 난 상처는 과거란 흉으로 남아서 밤낮으로 날 망쳐.
난 상념의 바닷속에 가라앉고만 파손된 난파선.
단 한번만 날 좀 가만둬.
아냐. 더 날 꽉 끌어안아줘.


황보령)
기억해봐. 빠듯한 날들.
자유로운 너를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