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씨 환빠들이 소문을 들었는지 유입된 거 같은데..
역게 눈팅거들의 이탈을 막고,
게시판의 성격도 지킬 겸 각자 가지고 있는 자료를 종종 투척하는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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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총설
전근대시기 군사전략은 결국 '보급' 이라는 폭군에게 휘둘리는 형태가 될 수밖엔 없다.
아주 심플하게 말하자면, 산업시대 이전의 군사전략에서 '후방 보급선' 이란건
말 그대로 꿈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

2. 도입
사람은 하루에 등짐을 지고 20km를 움직일 수 있음. 
그런데, 이 짐을 지고 움직이는 사람은 가는동안 자신이 먹을 것도 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됨.
즉, 하루 거리에 있는 군대에 한명이 하루 먹을 식량을 보급하기 위해 
결국 3일치의 식량을 지고 출발해야 한다는 이야기. 
그리고, 보통 이정도 짐이면 일꾼 한명이 지고 나를 수 있는 중량이 나오게 되고.

문제는, 이 수송에 들어가는 소요 식량이 소요 날짜 곱하기 2만큼 증가한다는 것. 
가는데 이틀 걸리면 5일치 식량이, 3일 걸리면 7일치 식량이 필요로 하게 된다.
그리고, 사람은 결국 짐을 지고 나를 수 있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등짐으로 매고 보급하는데는 한계에 봉착하게 되고, 이 순간이 곧 보급 가능 한계선에 해당한다. 많아야 3일 거리가 한계.

3. 짐승을 이용하면?
수레를 통하면 어떻게 될까? 
물론, 말은 사람의 20배에 달하는 일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사람의 10배에 달하는 식량을 먹어치우는 존재이기도 함. 
길가에 풀 먹이면 되지 않냐 할 지 모르지만, 사료 한바가지 열량을 풀로 채우려면 한더미가 필요한데?(...)
거기다 그것도 2~3일이면 수송로 주변의 풀은 전멸.(...) 
결국 말이 끄는 수레 또한 '자신이 먹을 것' 을 자신이 지고 수송에 나설수밖엔 없고, 
1일 이동거리 안에서 2~3인분 식량을 나르는 게 한계가 된다. 
물론 1일 이동거리는 사람의 2배긴 하지만, 잘 해야 2일 이동하고 땡~ 무리해서 먹을거 줄이고 아무거나 막 먹이면서 움직인다? 
뭐, 수송에 투입한 말의 10~20%를 6주 이내에 죽게 만들고 싶다면야(통상적인 수치임) 그래도 되겠지만.
근데 6주만에 몇백필, 몇천필씩 말을 말아먹고 괜찮은 국가가 얼마나 될까.(...)

4. 근대적 기술을 이용한 보급
수로는 어떨까. 배는 수레 여러대 분량의 식량을 한번에 실어나를 수 있고 소요 식량도 극히 미미함. 배가 사료를 먹는것도 아니니까.
그러나, 수로가 사방팔방 나 있는 것도 아닌 이상 이것도 한계에 봉착. 
수운을 통해 구축한 병참거점에서 멀어지는 순간 보급이란 폭군의 폭정에 시달릴수밖엔 없지. 
1일 거리를 갈때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소요식량~ 이건 철도도 마찬가지여.
각각의 철도 종착역에 병참거점을 만들어봤자 거기서 다시 부대까지 나르는 건 발전이 없으니까.
 철도를 전선까지 구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수로가 전선까지 이어진 것도 아닌 이상은 어쩔수 없는 한계.

5. 보급부대가 완성이 되더라도 감안해야 할 문제
거기다, 이런 모든 제반조건을 감수하고 보급부대를 짠다 해도 마찬가지로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네가지에 달하는 필요조건이 있기 때문.
즉,
1) 병참부대는 군이 어디 있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2) 병참부대는 군이 얼마나 되는 물자를 필요로 하는지 대략적으로 알아야 한다.
3) 병참부대는 이 물자로 발생한 현지의 공백을 어떤 식으로든 처리해야 한다. 
   적지라면 "적지가 알아서 하라"라고 할 수 있지만, 아군 지역이라면 이럴 수 없다.
4) 이 모든 조치가 늦지 않게 진행되어야 한다.

이 네가지 제한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현대에도 전시엔 1이 잘 안되는 판국에 전근대시기에는 과연 어떨까. 
특정 거점에 짱박혀있는 게 아닌 이상 그 어떤것 하나도 충족시킬 수 없다. 
거점에 짱박혀있어도(=어디에 있는지 알아도) 다른 필요조건 충족과는 거리가 멀고.

6. 현실적 방안
결국, 전근대시기 '보급' 이라 함은 '현지보급' 이란 것으로 정리될 수 있다. 즉, 약탈.(...)
근데 이러면 현지 민심이 안좋아진다는 문제가 발생. 이 두가지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방법은? 
뭐 있나. 일반 백성이 아니라 지배계층에게서 띁어내야지. 영주라던가, 현지 관야라던가, 그 지역에서 힘좀 쓰는 호족이라던가.
왜냐하면 이들이 전근대시기에 지배적인 위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조건은 피지배계층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니까. 
이것이 '전근대시기에 약탈 없이 보급을 해내는' 것이 된다. 
자국 내에서 하는 거라면 미리미리 자기 행정력 동원해서 필요물자를 배치할 수 있겠지만 
이것도 타이밍 못맞추면 '자국 영토를 약탈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겠지.

7. 흉년에는 전쟁이 없다.
그리고 이런 현지보급이 '보급의 모든것' 이 되는 시점에서 또 재미난 현상이 발생하는데, 
즉 '적지가 부유해야 보급이 잘된다' 는 거. 왜냐하면 뺏으면 되니까. 
흉년은 이런 측면에서 안전보장책이 되는 셈. 왜냐하면 적군이 먹을게 없어지니까. 
청야전술도 이런 '흉년과 비슷한 환경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전술에 가까우니 뭐.


과연 삼국지시기 군사활동은 이러한 보급의 횡포에 어떻게 대처했을까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펌] 홈원 in 디씨인사이드 삼국지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