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국 임대아파트 단지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하기로 나선 가운데, 부산의 한 영구 임대아파트에서는 이를 거부하기로했다. <div><br></div> <div>경비실 뿐만 아니라 저소득층 입주민 다수가 더위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에서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div> <div><br></div> <div>◇"입주민뿐 아니라 경비원도 부담"</div> <div><br></div> <div>경비원들의 열악한 근로환경이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자 LH가 최근 무주택자 주거공간인 임대아파트 경비실에 에어컨을 무료로 설치하겠다고 밝혔다.</div> <div><br></div> <div>LH는 올해 안으로 예산 10억 원을 투입해 전국 509개 단지 1674곳에 에어컨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영구임대주택 입주민들은 이 같은 LH의 결정을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다.</div> <div><br></div> <div>대다수 입주민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이거나 장애인들로 경제적 취약계층이라 자신들의 집에 에어컨을 설치한 세대가 전체의 10%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div> <div><br></div> <div>특히 경비실에 설치될 에어컨의 전기 사용료를 이들 저소득층 입주민들이 관리비로 부담해야 해 경비원들조차 에어컨 설치를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div> <div><br></div> <div>LH 임대아파트를 관리하는 주택관리공단 덕천 2주공 담당자 "아파트 경비초소 9곳 모두 에어컨을 설치할 것을 고려했지만, 이 결정이 오히려 입주민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민원이 제기됐다"며 "경비초소 대신 경비원과 입주민들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휴게실 1곳에 에어컨을 설치할 것을 LH에 요청했다"고 밝혔다.</div> <div><br></div> <div>일각에서는 이런 일련의 과정이 LH가 깊은 고민 없이 선심 쓰듯 에어컨만 설치하고, 실질적인 전기 사용료에 대한 부담감을 취약계층인 주민들에게 전가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div> <div><br></div> <div>덕천 2주공 영구임대아파트 입주민 허진순(66·여)씨는 "경비원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뙤약볕이 그대로 내리쬐는 꼭대기층 입주 가구의 한낮 실내온도가 37도까지 올라간다"며 "1층 실내에 위치한 경비실이 상대적으로 더 시원한 이런 상황을 LH가 제대로 모르니, 더위에 허덕이는 입주민들이 경비실 에어컨 전기료를 대신 부담하도록 만든 것"이라고 꼬집었다.</div> <div><br></div> <div>이곳 주민 1천507가구 중 에어컨을 설치한 가구가 10%도 되지 않으며, 설치 가구도 전기세 부담으로 힘겨운 여름나기를 하고 있다.</div> <div><br></div> <div>◇냉방용 에너지 바우처 도입 절실</div> <div><br></div> <div>이 때문에 저소득층 냉방비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div> <div>현재 정부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 6세 미만 아동을 포함한 가구 등 에너지 취약계층에 겨울철 8~11만원 가량의 난방비를 지원하고 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여름철 냉방비 지원금은 단 한 푼도 없다.</div> <div>게다가 겨울철 난방기구 기부는 그나마 조금씩 있지만, 여름철에는 사실상 기부가 뚝 끊겨 에너지 효율이 높고 성능 좋은 선풍기 하나 살 형편이 되지 않는 취약계층은 여름철 온열질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div> <div><br></div> <div>한 임대아파트는 입주민은 "난방비보다 냉방기가 훨씬 더 많은 전기세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선풍기도 제대로 틀지 못하고, 에어컨은 꿈도 못 꾼다"며 "지금의 에너지 바우처 사업을 난방비에서 냉방비 지원까지 확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