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의 일이다.
일 마치고 집에 오니 발밑에 뭔가 걸린다. 피자 상자 였다. 다먹고 껍데기만 남은....
피자를 원래 잘 먹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 말고 지들끼리 먹었다는건 별개의 문제다.
은근히 부아가 치민다.
"이거머나?"
와이프에게 물었다.
"보면몰라? 피자잖아"
"누가 그거 몰라서 그르나? 왜 니네끼리만 피자를 시켜먹었느냐고!! 내꺼는!!!!".
"아우 몰라..나한테 그러지 말고 OO이한테 물어봐" (OO이는 큰 딸이다. 당시 초등학교 2학년)
"큰딸! 일루와바~!"
"왜?"
"이 피자 OO이가 먹고 싶다고 한거니?"
"아..이거 ㅋㅋㅋㅋ ㅋㅋㅋ ㅋㅋㅋㅋ "
여기서부턴 큰 딸의 말을 옮긴다.
OO이가 엄마에게 문제를 냈다. 설날 아침에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이 머냐고...
보기RK 있었는데 1번이 스파게티 2번이 떡국 그리고 3번이 피자
답은 당연히 떡국이다. 그런데 우리 마눌님이 문제가 너무 싱거웠는진 몰라도 '피자' 라고 한것.
사실 피자는 애들이 무지 좋아한다.
"틀렸어 엄마..답은 떡국이야.....근데..피자피자 하니까 피자먹구싶다아~"
"그래? 그럼 피자시켜 먹을까?"
기다렸다는듯이 맞장구를 치는 마눌
마침 저녁때라 밥해 주기도 귀찮고 하니까 피자로 대충 때울려고 하는 작전이다.
그렇게 해서 피자가 배달이 되었고 내가 퇴근하기전에 지들끼리 후다닥 먹어치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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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아"
"응?"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피자를 너네끼리만 먹으면 어떡해~ 그럼 아빠가 배아프잖아"
"아빠가 배가 왜 아픈데?"
"어.. 니네만 맛있게 먹고... 아빠는 안 주고 그러면 아빠 배가...."
딸 아이가 뭔가 이해가 안되는 표정이다.
그러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건 배가 아픈게 아니고 배가 고픈거자나~.."
"...머라구? 왜?.."
"우리끼리만 다 먹고 아빠껀 안 남겼으니까...아빠가 배고픈거자나."
"...야.. 그게 어떻게 배고픈거냐...배아픈거지....니네끼리만 먹었잖아..."
".?........"
"OO아 너 혹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라는 말 들어봤어?"
"아니.."
음.. OO이 너 혜정이 언니랑 친하지?
"당연하지" (혜정이는 우리 누나의 딸이다. OO이보다 한 살 많다.)
"근데 만약 혜정이언니가 마이쮸를 샀는데..."
"우와 마이쮸? 그런데?" (마이쮸는 OO이가 겁나게 좋아하는 거다)
"근데 혜정이 언니가 그 마이쮸를 막 자랑하면서 주지는 않고 지네 엄마차타고 가버렸어"
"아이 씨... ........"
슬슬 감정이입이 되는 모양이다..
"그래 그거야. 화나지? 지금 바로 그 기분...그게 지금 내기분이라니깐.. "
그러나 잠시후 OO이의 마지막 한마디....
"내기분? 그럼..아빠도 배고픈거야...?"
결국 나는 OO이한테 사촌이 땅을사면 배아프다는 속담의 뜻을 이해시키는데 실패했다.
배아픈게 아니고 배고픈거라는데 머
역쉬 교육은 선생님이 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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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5/06/22 18:47:10 112.161.***.142 은빛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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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844[6] 2015/06/27 20:02:51 211.36.***.106 웃어요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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