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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16284
    작성자 : 네모
    추천 : 5
    조회수 : 4114
    IP : 219.253.***.168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1/06/12 14:39:44
    http://todayhumor.com/?panic_16284 모바일
    [단편] 그녀를 죽이겠습니까?-Y
    드디어 결정했다. 그녀를 죽이기로 마음 먹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약 10년간 쌓아온 우정 또는 사랑을 오늘 마감할 것이다. 그녀가 딱히 잘못한 것은 없다. 
    그렇다고 그녀를 미워하지도 않는다. 그녀는 10년 동안 내가 시키는 대로 그리고 내가 원하는 대로 해왔을 뿐이다. 
    가끔 그녀가 내 말을 듣지 않아, 그리고 내가 만족할 만큼 그녀가 행동하지 못하여 짜증날 때도 있었지만, 
    나는 그녀를 다치게 하거나, 성희롱하거나 한 적도 없다. 그녀는 소극적이다. 

     

    그녀는 말이 없다. 물론 말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라고 하면 그대로 따라할 수 있다. 
    그런데 나와는 대화가 없다. 다른 사람들과는 대화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거 때문에 질투하거나 섭섭해 하지는 않는다. 
    쓸모 없는 대화만 오고가기 때문이다. 

     

    나는 친구가 없다. 어쩌면 나랑 거의 매일 함께 있는 그녀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녀가 죽은 뒤로는 휴학했던 학교도 다시 복학하고,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도 다시 만나보고 싶다. 
    나도 이런 저런 생각을 했었다. ‘그녀를 꼭 죽여야만 할까’ ‘나중에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하지?’ 

    ‘그냥 살려두고 보고 싶을 때만 와서 볼까?’ 수 많은 생각을 했지만, 지금 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그녀를 죽이는 것이다. 그녀가 죽는 것이 싫어서 인신매매로 그녀를 팔아넘겨보기라도 할까 했지만, 
    아마 1000만원에 팔았다고 해도, 일주일도 안되서 나는 2000만원에 그녀를 다시 구입하겠지. 

     
    아직까지 고민 중인 한 가지는 그녀를 어떻게 죽이냐는 것이다. 내 손으로 죽여야 할까? 아니면 다른 사람을 시켜서 죽여야 하나.
    그녀를 죽이는 과정에서 또 한 가지 지켜야할 원칙은, 그녀가 입고 있는 그리고 가지고 있는 내가 사줬던 옷들, 반지, 팔지, 신발 모두 아무도 볼 수 없는 곳에 묻어두고 죽여야 한다. 꼭 그래야할 필요는 없지만 그냥 그렇게 하고 싶다. 내가 사줬던 것들이 그녀가 입고 죽는 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 물건들이 너무 아깝고, 팔아서 돈으로 갖자니 그 돈은 더 이상 나에게 쓸모가 없고, 누군가 공짜로 그것을 가진다고 생각하면 그것을 사주기 위해 내가 노력했던 시간들이 너무 아깝다. 

     

    일단 나는 그녀와 함께, 그녀의 물건들을 땅에 묻으러 간다. 내가 묻어버리자고 하니 그녀도 승낙한다는듯한 표정이었다. 
    그녀는 단 한 번도 거절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나는 바로 그녀의 옷을 벗긴다. 신발, 그리고 반지 목걸이 모두. 

    시간을 끌고 싶지 않아 나는 서둘러 모두 벗겨 바닥에 놓았다. 그런데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온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아무도 없다. 

    “ 모두 버리시겠습니까? ” 

    나는 서슴지 않고 대답했다. 

    “ 예 ” 

     
    더 이상의 군더더기 말도 없이, 뜸들임도 없이 대답했다. 내가 확실히 대답을 하니 그 목소리도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그녀의 옷을 모두 버린 뒤, 다시 마을로 내려오면서 나는 그녀를 어떻게 죽일지 결정했다. 내 손으로 죽이지는 못하겠고, 이 숲속 근처에 있는 동굴로 들어가 박쥐들이 그녀를 물어 뜯게하는 방법이 좋을 것 같다. 

     
    “ 동굴로 가자 ” 

     

    “ ...... ” 

     

    그녀는 역시 말이 없다. 내가 단 한 번도 그녀에게 해되는 일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그녀는 항상 나를 무서워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내 명령을 아무런 반항없이 잘 따랐다. 어쩌면 그녀는 바보일지도 모른다. 동굴 입구로 들어서자 그녀의 전화가 울린다. 그녀와 자주 연락하는 동호회 사람이다. 


    -“ 어디야. 빨리 여기루 와 ” 

     
    나는 그녀에게 ‘왜’라고 대답하라고 명령한다. 


    -“ 왜 ” 

    -“ 왜긴 몰라서 물어? 오늘 모임 있는 날이잖아 ” 

     
    나는 그녀에게 ‘나 이제 동호회 안해. 이제 못 볼거야. 안녕’라고 대답하라고 명령한다. 


    -“ 나 이제 동호회 안해. 이제 못 볼거야. ” 

     
    그리고 그녀의 전화를 끊게 했다. 

    동굴로 들어갔지만 박쥐가 많지 않았다. 누군가 들어왔던 것 같다. 평일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동굴 안에 사람이 3명이나 있다. 그녀가 속옷도 입지 않은 채 발가벗고 있지만 아무도 쳐다보는 사람은 없다. 눈을 마주쳤는데도 말이다. 

    나는 그녀를 동굴 속 깊숙이 데려간다. 박쥐가 많은 곳으로, 그리고 사람이 없는 곳으로. 

    예상대로 박쥐 떼들이 그녀에게 달려든다. 30마리쯤 될까. 검은색 박쥐들이 날개를 파닥거리며 그녀를 물어 뜯는다. 
    그녀는 물릴 때마다 움찔거리기만 할뿐 박쥐를 죽이려고 하지도 않는다. 왜냐면 내가 아무런 지시도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흐른다. 사람 죽이는 것은 생각처럼 어렵지 않았다. 철철 넘치는 그녀의 피를 보아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녀도 나에게 배신감을 느끼는 표정 같은 것은 짓지 않았다. 10년동안의 우정이 고작 이런 것 일까. 

     

    그녀의 체력이 10정도 남았다. 5초 있으면 죽겠지. 5,4,3,2,1......
    나는 이제 그녀를 정말로 죽일 수 있다. 마음 편하게 죽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녀를 죽이러 들어간다. http://www.lbt-online.com 

     

    - 계정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영구 복원이 불가능) Y/N 

    나는 마우스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10초간 망설이다가 검지손가락에 힘을 주고 꾸욱 누른다. 

    -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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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울트라구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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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남과 이별



    각자 살아가며,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한다.

    무뎌지는 것일까 , 아니면 그저 무감각할뿐일까.

    수없이 많은 만남 속에 끈끈하게 얽혀진 인연.

    그럴리 없다면서도 어느샌가 풀린 인연.

    인연이 얽힌다면 풀리는걸 준비해야 하는 자세.

    현대인에게 필요한 "낭만"

    Episode1 - Wind 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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