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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12009
    작성자 : 네모
    추천 : 16
    조회수 : 1757
    IP : 124.139.***.25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1/02/09 14:18:52
    http://todayhumor.com/?panic_12009 모바일
    [고전/펌] B.N.Q [10]
    B.N.Q 
    (Bachelor Noncommissioned officer' Quarters)  








    <제 10 장>






    번쩍! 

    우르르 쾅, 쾅! 

    비가 쏟아진다. 엄청난 폭우였다. 

    " …… 제 8호 태풍 지니가 빠른 속도로 북상을 하며 지금 현재 전국적으로 많은 양의 비를 뿌려대고 있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8호 태풍 지니의 현재 위치는 상하이 북동 200km 이지만 빠른 속도로 북상하고 있어 지금의 속도대로라면 내일 아침 5시 쯤엔 제주도 남서 150km 까지 접근하여 본격적으로 전국이 태풍의 범주에 속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 현재 강원도와 경상북도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국에 태풍주의보가 내려졌고…… " 

    TV에선 연신 태풍 소식뿐이다. 

    " 야, 많이도 온다 시발. 아예 들이붓는구먼 그래. " 

    한참 창 밖을 바라보던 선임하사가 짜증스런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영민은 한참 옛날 서류들을 끄집어내어서 꼼꼼히 수정하고 있는 중이다. 
    일단의 작업을 끝내고 영민은 기지개를 켰다. 빗소리와 함께 천둥소리가 사방을 울렸다. 
    영민은 수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검은 창 밖을 응시했다. 그의 옆에 있던 도기석 병장도 일손을 멈추고 영민을 따라 창 밖을 본다. 빗방울은 시위라도 하듯 대단한 시세로 창문을 두드려댔다. 빗소리가 악마의 노크소리 같다고 했던 어느 작가의 말이 문득 영민의 머리 속을 스쳤다. 그 보다 무시무시한 비유는 없을 것 같았다. 
    영민은 느닷없이 근무장 선임하사의 호출을 받고 야근을 하게 되었다. 원래 다음 주로 예정되었던 보안 감사 팀이 느닷없이 스케줄을 변경시켜 이번 주로 날을 잡자 운영계는 갑자기 바빠질 수밖에 없었다. 

    " 야, 너희들 미안하다. 어? 쉬지도 못하게 야근시켜서…… " 

    " 괜찮습니다. " 

    미안해하는 선임하사를 보며 영민과 도기석 병장은 싱긋 웃어 보였다. 
    도기석 병장의 속마음이야 모르겠지만 영민은 정말로 괜찮았다. 아니 야근을 하게 된 게 정말 기뻤다. 요즘 심정 같아선 정말 일분 일초도 B N Q에 머물러 있기가 싫었던 것이다. 
    특히 오늘 오창우 하사가 눈앞에서 피투성이가 되어 가는 모습을 본 뒤론 더욱…… 

    " 젠장~ 군인들만 또 고생하겠네. " 

    선임하사가 내리는 빗줄기가 원망스럽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잠시 쓴 입맛을 다시다가 담배 한대를 피워 물었다. 

    " 야, 니들도 담배 피고 싶음 여기서 펴. 어? 괜찮으니까. " 

    선임하사는 예의 그 사람 좋은 미소를 띄우며 영민과 도병장을 바라보았다. 

    " 그래도 되겠습니까? " 

    아무래도 군생활이 더 긴 도기석 병장이 먼저 선임하사의 눈치를 슬슬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그의 시선이 영민에게로 슬쩍 향했다. 그리곤 눈짓. 한 대 피자는 신호다. 영민도 좋았다. 

    " 진짜, 내일은 아마 일조점호 끝나고 바로 배수로 작업 들어갈 거예요. " 

    도기석 병장이 영민에게 불을 붙여주며 말했다. 

    " 그래? " 

    " 예. 진짜 여기 비오거나 눈오면 작살나요. 근무고 뭐고 뒷전으로 미루고 작업부터 들어가거든요. 완전 노가다가 따로 없지…… 어휴. " 

    도기석 병장은 생각만 해도 넌덜머리가 난다는 듯이 어깨를 떨며 연기를 내뿜었다. 영민은 그러나 그런 것에 대한 걱정 따윈 머리 속에 끼여들 틈도 없었다. 그는 지금처럼 잠시 일을 멈출 때마다 김대명 하사와 전빈영 하사의 생각으로 머리 속이 사나웠다. 지금도 여지없이 피를 튀기며 쓰러지던 오창우 하사의 얼굴과 함께 김대명 하사와 전빈영 하사의 유령같은 모습들이 오버랩 되어졌다. 
    시간은 어느새 자정으로 향하고 있었다. 비는 더욱 거칠게 퍼붓고 이따금씩 요동치는 번개와 폭음 같은 천둥소리는 순간순간 영민의 가슴을 졸이게 만들었다. 

    번쩍. 

    꽈콰콰쾅! 

    " 야, 라면이나 끓여먹자 어? 기석아. " 

    " 예? " 

    도기석 병장과 영민이 놀란 눈으로 선임하사를 바라보았다. 

    " 선임하사님. 지금 뇌우 1단계 들어갔는데 쿠커 사용해도 괜찮겠습니까? " 

    뇌우 1단계가 발령되면 후방 지역 전원이 차단되고 각 근무장에서도 전기의 사용이 제한되었다. 그러나 그걸 모르고 있을 선임하사가 아니었다. 

    " 야, 괜찮아. 괜찮아. 2단계 걸리기 전에 후딱 먹어치우자. 시발 야근하는 것도 서러운데 배고픔까지 참을 수 있냐? " 

    그러자 도기석 병장이 빙긋 웃으며 어딘 가로 가더니 큼지막한 쿠커 하나를 꺼내들곤 화장실로 갔다. 

    " 이야~ 힘들다. 그렇지 이영민? 넌 생생해 보인다? " 

    선임하사는 기지개를 쭉 키면서 영민을 바라보았다. 사실 영민은 별로 힘든 줄을 모르고 있었다. 일단 이 곳은 영민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었기에……
    선임하사는 또 하나의 담배를 피워 물며 빙글빙글 웃었다. 

    " 젊어서 좋겠다 넌. 응? 니가 스물 두 살이라 했지? " 

    " 예. " 

    " 야~ 좋을 나이다. 하긴 나도 그 나이 땐 몇 일 밤을 새어도 끄덕 없었지. 내가 B N Q 하사였을 땐 말야. 정말 매일 밤 술 먹는 게 일이었어. 그 땐 정말 대단했었지. 일주일 중에서 거의 사, 오일을 그렇게 마셔댔으니…… 그러고도 다음 날 딱 제 시간에 근무 상번해요. 그리고 할 일 다하고, 생생하게 B N Q 내려오지. 그러다가 또 점호 끝나면 술 퍼마시고…… " 

    조금 과장된 얘기였지만 자신의 젊은 시절을 회상하는 선임하사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영민은 기분이 좋았다. 
    그 때 전화벨이 울렸다. 
    기계적으로 영민의 손이 수화기를 재빨리 집었다. 

    " 예. 운영계, 이하삽니다. 통신보안…… 예. 필승! 근무 중 이상 없습니다. 예. 아닙니다.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 

    영민이 심각한 표정이 되자 선임하사도 뭔 일인가 싶어 두 눈을 휘둥그래 떴다. 영민은 수화기를 막으며 선임하사에게 건넸다. 

    " 선임하사님, 대대장님이십니다. " 

    선임하사는 대번에 정색을 하며 물고 있던 담배를 재떨이에 내려놓았다.  

    " 예. 필승. 박상삽니다. 예. 뭐 큰 피해는 없습니다. 예…… " 

    따르르르르…… 

    선임하사가 대대장 전화를 받고 있는 사이 또 다른 전화벨이 울린다. 영민은 다시 잽싸게 수화기를 들었다. 선임하사가 한 번 흘끔 본다. 

    " 예. 운영계, 이하삽니다. 통신보안. " 

    그러나 아무런 말이 없다. 

    " 이하삽니다. " 

    영민이 다시 한번 자신을 밝혔으나 수화기 저편에선 아무런 대답이 없다. 어쩔 줄 모르는 영민. 

    " 예. 예, 지금 여기 이하사랑 도병장 불러놓고 열심히 야근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예…… " 

    선임하사와 대대장의 통화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그러나 영민의 수화기에선 계속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는다. 영민은 서서히 불안해진다. 
    자세히 들으니 무슨 소리가 난다. 미세한 공기의 움직임. 숨소리! 
    영민은 순식간에 등골이 오싹해지며 극도의 공포를 느낀다. 불길한 느낌.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솟구쳤다. 당장에 그렇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정말로 그렇게 하려는 순간, 싸늘하게 메마른 누군가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영민의 귀속으로 전달된다. 조용히, 그러나 똑똑히…… 

    " 넌 봤지? " 

    얼음 조각 같은 한기가 영민의 등줄기로 파고든다. 
    이 목소리! 전빈영 하사다. 
    영민은 아무 말도 못하고 부들부들 떨기만 했다. 

    " 창우…… 누가 그랬어? " 

    " ……! " 

    " 김대명이 짓이지? " 

    " ……! " 

    " 그렇지? " 

    영민은 여전히 한 마디도 대꾸를 할 수 없었다. 그는 이미 숨이 넘어갈 것만 같은 공포에 전신을 결박당해 있었다.
    번쩍, 하고 창 밖을 밝히는 번개 빛! 그리고 이어서 전빈영 하사의 벼락같은 고함소리가 수화기를 폭파시킬 듯 터져 나온다. 

    " 대답해, 이영민! " 

    꽈광! 콰콰콰쾅! 

    그 소리와 동시에 밤하늘을 날려버릴 듯한 엄청난 천둥소리가 부대 전체를 뒤흔든다. 그러나 영민의 귀에는 천둥소리마저 전빈영 하사의 호통처럼 들린다.

    " 허억! " 

    영민은 수화기를 떨어뜨렸다. 

    꽈콰콰쾅! 쾅! 

    천둥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창문을 두드려대는 빗줄기도 훨씬 굵어져 있었다. 

    " 야, 너 왜 그래? " 

    부대장과의 통화가 끝난 선임하사가 영민의 느닷없는 비명소리에 놀라며 달려왔다. 

    " 무슨 전화야? 어? " 

    영민이 놓친 수화기를 선임하사가 다시 집어든다. 

    " 여보세요. 누구야? 여보세요? " 

    그러나 전화는 이미 끊어져 있었다. 

    " 야, 왜 그래? " 

    선임하사는 걱정스런 눈길로 영민을 훑어봤다. 영민은 넋이 나간 듯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선임하사의 시선을 느끼고는 얼른 정신을 차렸다. 

    " 아닙니다. 갑자기 천둥소리가 너무 커서…… " 

    영민은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 뭐? 이 자식이 이거, 완전히 새 가슴 이잖아? 뭐 그깟 소리에 놀라서 수화기까지 떨어뜨리고 그래? 전화는 무슨 전화였어? " 

    " 예? 아, 그게…… 장난전화 같았습니다."

    " 장난 전화?"

    " 예…… 아무 말도 없었습니다. " 

    " 뭐야? 도대체 어떤 자식이 그딴 짓을 해? " 

    " 글쎄 말입니다. " 

    영민은 머리를 긁적이는 척 하며 이마로 흘러내리는 땀방울들을 훔쳐냈다. 

    " 너 괜찮지? 응? " 

    " 예…… 괜찮습니다. " 

    영민은 입가에 어색한 웃음을 띄우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표정은 애써 꾸밀 수 있었지만 두근대는 심장만은 어쩔 수가 없었다. 더 이상 한 마디라도 했다가는 자신의 심정을 그대로 들켜 버릴 것 같았다. 
    선임하사는 안심이 안 된다는 눈빛으로 한동안 영민을 쳐다보다가 아무 말 없이 자리로 돌아갔다. 
    그 때 도기석 병장이 쿠커에 물을 받아왔다. 

    " 야, 좀 전에 그 소리 들었습니까? 난 무슨 대포가 터지는 소린 줄 알았습니다. " 

    도병장은 머리를 내저으며 쿠커 코드를 꼽고 이내 라면을 끓였다. 영민은 떨리는 손으로 겨우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었다.

    어느덧 서류 수정 작업은 마무리가 되어갔다. 볼륨을 낮게 틀어 놓은 TV에선 계속해서 새로운 기상속보가 들려왔다. 

    " ……지금으로부터 약 한시간 후면 전국은 제 8호 태풍 지니의 영향권 안에 듭니다. 현재 서해와 남해 전 해상에는 강한 비바람과 함께 엄청난 높이의 파도가 치솟고 있습니다. 기상청은 오늘 새벽 세 시 삼 십 분을 기점으로 하여 강원 일부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전 지역에 태풍 주의보를 태풍 경보로 바꿨습니다……" 

    선임하사는 하던 일을 마무리 짓더니 피곤한 듯 하품을 하며 영민과 도기석 병장을 번갈아 바라본다. 

    " 자 니들 수고했어. 피곤하지? 대충 마무리하고 이제 숙소로 돌아가 쉬어라. " 

    " 예. " 

    도기석 병장은 기다렸다는 듯 힘차게 대답을 하며 일을 재빨리 종료한다. 

    " 이쯤 했으니까. 이제 내일까지 마무리만 하면 되겠구나. 너희들은 가서 푹 쉬었다가 내일 12시까지 상번해라. 응? 피곤하더라도 며칠만 참자. " 

    " 예…… " 

    영민은 마지못해 대답을 했다. 그는 B N Q로 돌아가기 싫은 것이다. 그 곳엔 천둥소리처럼 고함을 쳐댄 전빈영 하사가 있었다. 그리고 축구공으로 오창우 하사의 얼굴을 뭉개버렸던 김대명 하사도 있었다. 
    영민의 얼굴이 어두운 것을 눈치챈 선임하사가 걱정스레 다시 묻는다. 

    " 이하사. 넌 괜찮냐? 안색이 되게 안 좋아 보이는데. 혹시 무리한 거 아냐? " 

    " 정말입니다. 이하사님 어디 아프신 거 아녜요? " 

    "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 

    영민은 어두운 표정을 걷어내고 억지로 밝게 웃으며 일어섰다. 

    " 그래? 그럼 어서들 가봐. 정말 수고 많았다. 가서들 쉬어. " 

    " 예. 필승. 하번 하겠습니다. " 

    영민이 경례를 하곤 돌아서려는데, 선임하사가 다가왔다. 

    " 야, 지금 비 많이 오니까 조심해서 가라구. 응? 후래쉬 있지? " 

    " 예. " 

    벌써 시커먼 우의를 챙겨 입은 도기석 병장인 한 손에 큼지막한 후래쉬를 들어 보였다. 

    " 그래. 그럼 잘 들 들어가. " 

    " 예. 수고 하십시오. 선임하사님. " 


    우의를 걸치고 운영계 건물 밖으로 나오자 비바람은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강한 바람에 실려 멋대로 날려드는 빗줄기들이 영민과 도기석 병장의 몸을 사정없이 두들겨댔다. 자못 아플 정도였다. 

    쏴아아아……
    휘이이이잉~ 
    번쩍! 
    우르르 꽈꽈쾅, 쿵쾅! 
    쏴아아아…… 

    갖가지 굉음들이 가득한 밤이었다. 마치 오랜만에 상봉한 악령들이 밤의 축제라도 벌이듯이. 
    영민은 B N Q로 다가갈수록 다리가 후들거려 왔다. 그래서 자꾸만 뒤쳐지게 되었다. 

    " 이하사님. 빨리 오세요. " 

    도기석 병장이 몇 번이고 앞서가다가 뒤돌아보며 영민을 기다려주곤 했다. 질퍽거리는 군화엔 어느새 빗물이 가득했고 우의를 입었지만 온몸이 축축이 젖어왔다. 상당히 거북스러운 감촉이었다. 지금 영민의 기분만큼이나…… 

    드디어 B N Q 건물로 들어섰다. 2층이 숙소인 도기석 병장을 먼저 보내고 영민은 혼자가 되어 3층으로 향했다. 발걸음이 천 근 만 근 무겁다. 이처럼 B N Q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웠던 적이 없었다. 정말 이대로 탈영이라도 해버리고 싶은 기분이었다. 만약에 날씨만 좋았다면 정말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느새 영민의 발걸음은 3층에 도착해 있었다. 
    길게 늘어선 3층 복도. 컴컴하고 적막한 사위. 정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아무 것도 없을 것만 같은 완벽한 암흑 속. 그러나 그 암흑 속엔 지옥으로 향하는 무시무시한 다리 같은 시커먼 복도가 분명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끝엔, 악마의 주둥이 같은 B N Q가 버티고 있을 것이다. 

    한 걸음, 한 걸음…… 

    영민은 어쩔 수 없이 B N Q로 향하는 그 어두운 복도를 내딛었다. 

    질꺽 질꺽……

    빗물을 가득 머금은 군화에서 나는 소리가 마치 흡혈귀가 사람의 피를 빨아댈 때 나는 소리 같이 끔찍하게 들린다. 단번에 소름이 돋아났다. 그러나, 

    질꺽 질꺽...... 

    영민의 군화는 계속 그 섬뜩한 소리를 내며 B N Q 1호실을 향하고 있었다. 

    '그래. 어서 1호실로 가자. 그리고 어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눈을 감아 버리자. 혹시 누가 내 이름을 불러도 못 들은 척 계속 누워있자.' 

    영민은 이것이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임을 깨닫고 한 걸음 한 걸음 조용히, 그러나 조금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질꺽 질꺽……

    드디어 어둠 속에서 1호실의 문고리가 보인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다. 
    조금만 더…… 
    영민은 한껏 숨을 죽이고 1호실로 다가갔다. 그리고, 마침내 문고리를 잡았다. 

    '됐다.' 

    문고리가 돌아갔다. 
    1호실 문이 열리려는 찰나……
    영민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것은 마치 조건반사 같은 그런 힘이었다. 그저 1호실 문고리를 돌리는 순간 저도 모르게 고개가 뒤로 돌아간 것이었다.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리듯이. 
    혹은 문고리를 돌림과 동시에 불현듯 발동된 영민의 호기심 때문이었는지. 
    그리고 돌아본 영민의 시선은 마치 수많은 연습이라도 해왔듯이 정확하게 B N Q 4호실로 고정되어 버린다. 

    그리고 그 순간,

    번쩍! 

    번개가 친다. 느닷없이 시체처럼 어두웠던 장막이 확 걷히면서 B N Q 4호실이 똑똑히 보여진다. 

    B N Q 4호실! 

    문이 열려 있다. 영민은 흠칫 놀랬다. 그리고 그러면서도 B N Q 4호실로 조금씩 다가가고 있는 자기 자신에게 다시 한번 놀라고 있다. 

    '왜, 왜 내가 지금 저리로 가고 있는 건가? 안돼. 이영민. 정신차려.' 

    그러나 이미 영민은 열린 4호실 문 앞에 우뚝 서 있다. 그리고 어느새 올라간 한 쪽 손이 4호실의 문을 마저 활짝 열고 있다. 
    어둠! 안에는 지독한 어둠으로 인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무언가가 있는 느낌…… 무언가 불길하고 몸서리가 쳐지는 나쁜 것이 어둠 속에서 가만히 영민을 노려보고 있는 듯한 느낌. 그리고 그러한 느낌이 영민을 완전히 지배해갈 무렵, 그 느낌을 제대로 확인이라도 시켜 주겠다는 듯 다시 한번 번쩍, 번개가 친다. 
    B N Q 4호실이 순간 확, 밝아진다. 그리고 영민의 시선에 똑똑히 포착되어지는 B N Q 4호실의 광경. 

    누군가의 뒷모습! 

    그 곳엔 누군가의 뒷모습이 보인다. 창가를 바라보며 등진 채 우두커니 서있는 누군가의 뒷모습! 소스라치는 영민. 영민은 첫 눈에 그 뒷모습이 누구의 것인지를 알아챈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김대명 하사의 뒷모습이었던 것이다. 

    " 으아악! " 

    드디어 비명이 터져 나오는 영민. 그러나 순간, 

    콰콰쾅! 

    번개 다음엔 천둥이었다. 그것은 기막힌 타이밍으로 영민의 적지 않은 비명 소리를 넙죽 삼켜 버렸다. 놀란 영민의 성대가 더 이상의 비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을 찰나…… 4호실 안에서 들려오는 나지막한 목소리…… 
    그것은 마치 목이 완전히 쉬어터진 사람이 입안에 무엇인가를 가득 물고서 얘기할 때 나는 소리 같았다. 
    영민의 어린 시절, 동네에 입이 양쪽으로 찢어졌던 미친 사람이 하나 살고 있었다. 고등학생쯤으로 보이는 아이였는데, 학교는 다니지 않는 듯 했었다. 
    동네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그 사람은 초등학교 때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양부의 손에 키워졌었는데, 아무튼 그 미친 사람의 목소리가 꼭 이러했었다. 그 자세한 원인이야 잘 모르겠지만 미친 그 아이를 볼 때마다 사람들은 아마도 그 애가 양부에게 너무나 많이 맞아서 정신이 돌아버린 것이라고들 수군댔다. 입이 양쪽으로 찢어진 것도 손버릇 나쁜 양부의 짓이 틀림없다는 것이었다. 
    찢어진 입가의 상처는 대충 아물었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그 때부터 누구도 알아듣지를 못하게 되었었다. 
    어쩌다가 영민이 학교에서 돌아오다가 그가 뭐라고 웅얼대는 소리를 듣고 있자면 그것이 마치 외계인의 말처럼 느껴질 때가 종종 있었다. 허공을 향해 뭐라고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들을 내뱉는 그 모습이 바로 외계인과 소통을 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아니면 유령과의 소통이었던가…… 
    신기하기도 했지만 그 소리를 한동안 가만히 듣고 있자면 결국 끔찍하리만큼 기분이 나빠졌었다. 다시는 듣고 싶지 않을 만큼 등골이 오싹해지곤 했다. 
    지금 B N Q 4호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김대명 하사의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꼭 그렇다. 마치 외계인의 목소리 같은, 혹은 유령의 목소리 같은, 끔찍하게 듣고 싶지 않은 목소리……

    " 영민아…… " 

    " …… " 

    " 영민아…… 나, 김하사야…… 알겠지? 어어?…… " 

    영민은 상황이 여기서 더 진척되어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아니 그것을 보고 싶지가 않았다. 어서 1호실로 도망가고만 싶었다. 하지만 왠지 그러기엔 이미 늦었다는, 아니 불가능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시험삼아 발끝을 조금 움직여 보았다. 그러나 역시 꼼짝을 하지 않았다. 뿌리라도 내린 듯 다리가 움직여지지 않았다. 더욱 힘을 주어 보아도 소용없었다. 하지만 영민은 계속 다리를 움직여 보려고 안간힘을 써댔고 그러면서도 시선은 김대명 하사의 뒤통수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었다. 
    어둠에 익숙해지자 번개가 없어도 김대명 하사의 뒷모습이 어느 정도 보였다. 김대명 하사의 끔찍하게 쉰 목소리는 계속되었다. 

    " 이영민~ 이리로 들어와라…… " 

    영민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러자 쉰 목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 곧…… 곧 놈이 올 거야. 곧…… " 

    " ……! " 

    정말 들을수록 소름 끼치는 목소리였다. 그런데 그보다도 놈이 온다니? 
    순간 영민의 머리 속을 번개처럼 스치는 영상 하나. 그것은 다른 것이 될 수는 없었다. 
    전빈영 하사의 어두 침침한 얼굴 외엔…… 
    상상만으로도 그의 얼굴은 영민을 두려움에 떨게 하기 충분했다. 오싹한 한기를 끊임없이 내뿜어대는 그 얼굴. 그 눈빛. 영민은 치가 떨린다. 
    전빈영 하사까지? 이 어둠 속에서 결코 전빈영 하사와 마주치긴 싫었다. 

    " 영민아…… 어서 들어와라…… 놈이 그 문으로 들어 올거야. 이제 시간이 없어. 놈이 널 보면 그냥 안 둘 거야. 넌 비밀을 알아버렸으니 말야, 어어…… " 

    영민은 김대명 하사의 목소리가 여전히 소름끼쳤으나 점점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전빈영 하사의 무시무시한 얼굴을 떠올리고 있노라니 그래도 전엔 자신이 정말로 좋아했었던 김대명 하사의 존재가 더 가깝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한 초 한 초시간이 흐를수록 김대명 하사의 목소리는 정상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적어도 영민은 그렇게 느꼈다. 
    그러나 얼어붙은 두 다리는 여전히 움직여지질 않고 있었다. 

    " 이영민, 어서 들어오라니까…… 거기 계속 서 있다간 언제 놈한테 당할지 몰라. 느닷없이 놈이 니 뒤에 우뚝 서 있을 거야. 그리곤 기다렸다는 듯 니 머리를 씹어 먹겠지. 와그작, 와그작…… " 

    소름끼치는 김대명 하사의 말에 영민의 고개가 무의식적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뒤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칠흑 같은 어둠만 존재하고 있을 뿐. 다시 한 번 번개가 번쩍이며 어둠 외엔 아무 것도 없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영민은 다시 고개를 돌려 김대명 하사를 본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 김…… 김하사님…… 정말 김하사님 맞으시죠? 그런 거죠? " 

    영민은 그렇게 믿고 싶었다. 지금 자기 앞에 서 있는 자가 예전의 김대명 하사가, 영민이 가장 좋아했던 예전의 김대명 하사가 맞기를…… 
    영민의 물음에 당연하다는 듯 김대명 하사의 뒤통수가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였다. 어둠 속에서도 똑똑히 그 움직임을 인지할 수 있었다. 

    " 뭘 의심하는 거냐? 너 아직도 날 확신 못하는 거니? 정말…… " 

    김대명 하사의 목소리가 이젠 완전히 예전의 소리로 돌아와 있었다. 영민은 한결 더 안심이 되었다. 
    그의 머리 속엔 오창우 하사를 피투성이로 만들던 김대명 하사의 모습 따윈 없었다. 지금 상황에선 둘 중 하나를 완전히 버리고 나머지 하나를 완전히 믿어야만 했다. 그리고 영민의 의식은 그 중 김대명 하사를 믿기로 하는데 동의를 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런 결심이 확실히 서자 서서히 다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쩔꺼억……

    빗물이 찬 군화에서 다시 물소리가 난다. 영민의 다리가 움직인다. 
    그런데 막상 영민의 다리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는 다시 망설여졌다. 누굴 믿고 말고를 떠나서 그냥 1호실로 도망가 버릴지, 아니면 4호실 김대명 하사의 곁으로 갈지를……그런데 그 순간 영민의 귓가를 울리는 또 다른 나지막한 소리가 있었으니……

    삐이이익……

    " 헛! " 

    영민은 소리나는 쪽으로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 
    문이 조금씩, 조심스레 열리고 있었다.
    조금씩, 조심스레……
    그리고 어둠 속에서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는 그 문은……
    영민의 시선은 곧장 B N Q 2호실로 향한다. 
    B N Q 2호실. 
    전빈영 하사가 있는 곳! 
    지금 이 시간에 문이 열린다면 그것은 저 문 말고는 없을 것이다. 

    삐이이이익……

    분명 B N Q 2호실의 문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 어헉! " 

    영민은 나직이 비명을 터뜨리며 2호실 문이 있을 어둠 속을 주시했다. 
    어느 순간 삐익 소리가 멈추었다. 그리고……

    번쩍! 

    번개가 어둠을 강타하고, 그 찰나에 영민은 조금 열린 2호실 문틈 사이로 드러난 누군가의 반쪽 얼굴을 보게 된다.

    전빈영 하사의 반쪽 얼굴! 

    " 으왁! " 

    꽈광, 쾅! 

    이번에도 영민의 자지러지는 비명소린 천둥의 굉음에 묻혀 버린다. 
    여전히 열린 2호실 문틈을 바라보고 있는 영민. 그리고 그런 영민을 부엉이 마냥 치켜 뜬 눈으로 2호실 어둠 속에서 노려보고 있는 전빈영 하사. 그의 눈에서 파란 불꽃이 일고 있다. 
    그 불꽃 때문인지 전빈영 하사의 모습이 이제 확실히 보인다. 그 반쪽 얼굴의 형상이 똑똑히 영민의 시야에 잡힌다. 그리고 그의 이글거리는 한 쪽 눈동자와 영민의 겁에 질린 두 눈이 마주친다. 
    영민은 즉시 4호실을 바라본다. 그 곳엔 여전히 뒤돌아선 김대명 하사가 있다. 
    그리고 2호실엔……
    이 쪽을 노려보고 있는 전빈영 하사의 얼굴. 
    영민은 그만 머리가 핑 돈다. 그리고 정신이 혼미해지려는 순간 다급한 김대명 하사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온다. 

    " 이영민. 어서…… 어서 이 안으로 들어와! " 

    영민은 가까스로 휘청거리는 전신을 지탱하며 김대명 하사를 바라본다. 저 안으로 들어간다면 살 수 있을까……?

    쾅, 소리와 함께 2호실의 문이 활짝 열린다. 
    또 다시 번개가 요동을 치고...... 
    돌아보는 영민. 
    전빈영 하사가 2호실을 나서며 온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눈빛은 살인자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영민은 생각했다. 보기만 해도 심장이 내려앉을 만큼 강한 살기를 띄고 있다. 그리고 그의 오른손엔……
    몽둥이가 쥐어져 있다. 일전에 본 적이 있는 그 피묻은 나무 몽둥이! 김대명 하사를 향해 거침없이 휘둘러졌었던 그것! 

    " 으악! " 

    콰콰쾅! 

    " 이영민, 안으로 어서 들어와! " 

    저벅 저벅 저벅……

    번쩍! 

    다시 번개가 치면 어느새 영민의 코앞까지 바짝 다가와 있는 전빈영 하사의 얼굴! 

    " 으왁! " 

    꽈광, 쿠콰쾅! 

    영민이 기겁을 하며 4호실 안으로 몸을 던진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우악스런 전빈영 하사의 손아귀가 영민의 뒷덜미를 잡아당겼다. 

    " 으윽! " 

    전빈영 하사의 손에 이끌려 영민의 몸은 쉽게 뒤로 밀려났다. 김대명 하사의 뒷모습이 영민의 시야에서 순식간에 멀어진다. 
    그리곤 이내 차디찬 복도 바닥 위로 영민의 몸이 팽개쳐 진다. 
    영민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혼미한 의식 속에서 영민은 마음속으로 뇌까렸다. 

    '이렇게 난…… 죽, 는, 구, 나……' 

    그 때 다시 한 번 주위가 확, 밝아진다. 
    어슴푸레한 영민의 시선 속에 전빈영 하사의 뒷모습이 보였다. 영민을 팽개치곤 즉시 돌아선 모양이다. 
    전빈영 하사의 앞으로 B N Q 4호실의 내부도 보인다. 뒤돌아 서 있는 김대명 하사의 모습까지. 감겨질 듯 감겨지지 않고 있는 영민의 눈. 마치 뭔가 마지막으로 확인할 것이 남아 있기라도 한 듯 그의 눈꺼풀은 완전히 닫혀지지 않았다. 
    연달아 내리치는 번개는 형광등이 점등되는 듯한 순간을 연출하고, 명멸하는 빛의 혼란 속에서 영민의 시선은 계속 B N Q 4호실에 박혀 있었다. 
    전빈영 하사의 비장한 발걸음이 4호실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몽둥이를 쥐고 있는 오른손에 얼마나 힘이 들어가 있는지 몽둥이가 부르르 떨리고 있다. 
    그러나 그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한 듯, 김대명 하사는 여전히 뒤돌아선 채로 꼼짝을 않고 있다. 
    영민은 다시 속으로 중얼거린다. 

    '김하사님…… 위험해요. 뒤…… 뒤를 보세요. 뒤를…… ' 

    콰콰쾅! 

    들리지 않는 영민의 중얼거림마저도 성가신 듯 또 한번 천둥소리가 B N Q를 뒤흔든다. 그리고 연이어 터지는 번개 빛. 
    전빈영 하사는 계속해서 김대명 하사의 등뒤로 다가가고 있다. 몽둥이를 쥔 그의 오른손은 어느새 치켜 올라가 있다. 
    영민의 시야는 점점 더 흐려진다. 

    '김하사님…… 뒤…… ' 

    더 흐려지는 시야. 

    '김, 하, 사…… ' 

    그러나 어느 순간, 불이라도 켜 진 듯 흐려지던 영민의 시야가 다시 밝아진다. 감기려던 눈이 다시 휘둥그래 떠졌다. 가물거리던 정신이 다시 돌아온다. 
    김대명 하사가 돌아섰던 것이다. 180도로 몸이 돌아가는 김대명 하사. 그의 얼굴이 영민의 눈 속에 똑똑히 들어온 것이다. 

    " ……! " 

    그러나 돌아서는 그는 김대명 하사가 아니다. 영민의 눈에 비친 그는 분명 김대명 하사의 모습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와 동시에 다시 한 번 천둥의 고함이 터졌고, 전빈영 하사의 몽둥이가 허공을 가르며 휘둘러졌다.

    퍽! 

    둔탁한 마찰음이 영민의 귓가를 울렸다.
    그러나 그것은 매트리스를 두드릴 때 나는 소리였다. 사람의 신체를 가격할 때 나는 마찰음이 아니었다. 
    영민은 놀란 눈을 치켜 뜨고 몸을 반쯤 일으켰다. 
    전빈영 하사가 휘두른 몽둥이는 그대로 옆에 쌓여 있던 매트리스를 내리쳤고, 김대명 하사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조금 놀란 듯 전빈영 하사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김대명 하사는 보이지 않는다. 
    아니 4호실 어느 구석에 숨어있는 지도 몰랐다. 그러나 전빈영 하사는 이미 무언가를 간파한 듯 고개를 젓고 있다. 

    여전한 어둠. 

    가끔씩 번쩍이는 번개와 뒤따르는 천둥소리들…… 
    그리고 악마의 노크 소리 같은 빗소리. 
    영민은 그야말로 귀신에 홀린 듯 넋이 나간 표정으로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전빈영 하사가 김대명 하사의 등뒤로 바짝 다가가던 어느 순간 뒤를 돌아다 본 김대명 하사의 얼굴. 그 끔찍했던 얼굴이 영민의 머리 속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것은 흡사 막 부패가 시작된 시체의 얼굴과 같았다. 
    썩어 들어가는 검은 눈자위에 뻥 뚫린 눈동자. 너덜거리는 볼과 그 사이로 삐죽이 드러나 보이는 광대뼈, 그리고 떡 벌어진 입은 귀밑까지 찢어져 있었던 그 몰골! 
    그것은 전혀 김대명 하사의 얼굴이 아니었다. 정말로 외계인이나 유령의 몰골이 그러했을 것이다. 
    하지만 뒷모습은 분명 김대명 하사였다. 
    그러니 누군가가 김대명 하사의 몸을 옆으로 정확히 이등분 내어 얼굴이 있는 앞쪽을 떼어 내 버리고는 대신 썩은 시체의 그것을 억지로 갖다 붙여 놓았다고 밖에 볼 수 없었다. 

    아니면……

    다시 한번 번개가 친다. 

    " 으헉! " 

    영민이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이제 힘이 다 된 듯 비명조차도 크게 나오질 못했다. 
    언제 왔는지 전빈영 하사가 영민의 바로 앞에 서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영민은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전빈영 하사의 무서운 눈초리와 더 무서운 몽둥이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콰콰콰쾅! 

    공군 부대는 여전히 폭우에 휩싸여 있었다. 


    -계속
    네모의 꼬릿말입니다

    제 사진 아님 오해 ㄴㄴ



    (주)네모표 꼬릿말







    (주)아흥표 꼬릿말.









    (주)두두♪표 꼬릿말







    (주)Wildcat♪표 꼬릿말







    (주)포심패스트볼표 꼬릿말.



    만남과 이별



    각자 살아가며,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한다.

    무뎌지는 것일까 , 아니면 그저 무감각할뿐일까.

    수없이 많은 만남 속에 끈끈하게 얽혀진 인연.

    그럴리 없다면서도 어느샌가 풀린 인연.

    인연이 얽힌다면 풀리는걸 준비해야 하는 자세.

    현대인에게 필요한 "낭만"

    Episode1 - Wind 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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