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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12006
    작성자 : 네모
    추천 : 14
    조회수 : 1722
    IP : 124.139.***.25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1/02/09 14:17:38
    http://todayhumor.com/?panic_12006 모바일
    [고전/펌] B.N.Q [7]
    B.N.Q 
    (Bachelor Noncommissioned officer' Quarters)  








    <제 7장>






    영민은 집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주위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거리. 

    '엄마!' 

    영민은 어머니의 부고를 전해 듣고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영민이 가출을 한 지 꼭 일주일만의 일이었다.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법대에 다니는 영민의 이종사촌형이 어느 날 무서운 표정으로 영민이 기거하던 친구 집의 대문 앞에 서 있었다. 그에게서 어머니의 부고를 듣게 되었다. 
    전날 밤 친구와 난생 처음으로 소주를 마셨던 영민인지라 아침까지 정신이 몽롱했었다. 그래서 처음엔 사촌형의 얘기가 무슨 뜻인지를 알아차리지 못했었다. 그러나 점점 숙취는 사라져갔고, 알코올의 기운이 얄미운 종달새처럼 훌쩍 날아가 버리자 남아 있는 것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받아들일 수가 없는 슬픈 현실뿐이었다. 

    '그럴 리가 없어.' 

    영민은 이미 술기운이 다 사라졌다는 것을 알았지만 끝가지 사촌형의 말을 못알아듣는 척 했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묻고 또 물었다.
    하지만 그런다고 현실이 바뀌어지진 않았다. 
    영민의 가출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는 사촌형을 제치고 미친 듯이 집으로 뛰었다. 뛰면서도 그는 혹시나 하는 헛된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었다. 일주일 전만 해도 아무렇지도 않았던 어머니…… 나하고 싸울 때만 해도 힘이 펄펄 넘치셨던 어머니…… 그런 어머니가 이다지도 갑자기 세상을 뜨실 리가 없어. 그럴 이유가 도대체 없잖아. 모든 게 거짓이야. 나를 집으로 돌아오게 하려는 거짓말! 말도 안 되는 새빨간 
    거짓말이야!
    영민은 그렇게 억지스레 믿으며 어둔 거리를 쉬지 않고 달리고 또 달렸다. 
    그러나 집에 도착했을 때 영민은 마침내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참으로 참담한 현실이었다. 마치 입구 없는 동굴 속에 불쑥 갇혀버린 듯한 기분으로 영민은 현실을 맞이해야 했다.


    " 엄마! " 

    집에는 등불이 켜져 있었고 고인(故人)은 이미 입관(入官)된 후였다. 주위엔 친척들이 가득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영민을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영민은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단숨에 집안으로 뛰어 들어가 안방 문을 확 열었다. 어머니의 시신을 자신의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아야만 정말로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 엄마!…… 헉! " 

    그러나 영민은 문을 열자마자 기겁을 해버렸다. 누군가가 어머니의 관 위에 동그마니 앉아 있다가 영민이 들어서자 갑자기 뒤를 홱 돌아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돌아보는 이는 다름 아닌 영민의 어머니였다! 
    죽었다고 했던 영민의 어머니. 그녀가 관 위에 우두커니 앉아서 영민을 빤히 바라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 어…… 엄마……"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예전의 어머니 모습이 아니었다. 유난히 하얀 얼굴이며 붉은 빛이 감도는 둥그런 눈동자며 거기다가 서서히 입 언저리가 찢어 올라가며 싸늘한 미소를 짓는 그 냉기 가득한 모습! 

    " 영민아. " 

    그녀가 그 싸늘한 미소로 나직하게 영민을 불렀다. 하지만 영민은 속지 않았다. 얼굴은 어머니였지만 어머니가 아님을 그는 직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직감이 들자마자 '저건 귀신이구나'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그러자 다음 순간, 영민은 밀려오는 공포감을 무릅쓰고 용감히 귀신을 향해 돌진했다. 

    " 꺼져 이 귀신아! " 

    그러나 영민은 곧 관에 걸려 넘어지고 만다. 무릎의 통증을 미처 인식하기도 전에 영민은 다시 고개를 치켜들었다. 관 위엔 아무 것도 없었다. 영민은 놀란 눈으로 사방을 둘러보았다. 

    " 이익~ " 

    어머니의 모습을 한 귀신은 어느새 천장 위에 딱 달라붙어서 영민을 바라보고 있었다. 예의 그 미소를 여전히 흘리며…… 

    " 영민아, 왜 그러니? 엄마야…… 엄마라구……" 

    " 으으……" 

    소름이 돋아났다. 영민은 정신을 제대로 가눌 수가 없을 정도로 머리 속이 복잡해졌다. 

    " 아냐…… 당신은 엄마가 아냐. 아니라구!" 

    영민은 관을 쳐다보았다. 그것을 열어봐야만 했다. 확인하고 싶었다. 정말 저 안에 자신의 진짜 어머니가 여기 누워 있는지, 아니면 저 요상한 모습의 귀신이 정말로……
    영민은 단숨에 관 앞으로 다가섰다. 그리곤, 

    쾅! 

    이내 관 뚜껑이 열렸다.
    영민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한 시선으로 관속을 들여다봤다. 팔뚝의 털이 곤두섰고, 입술과 눈 주위의 살들이 멋대로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내부에서 들끓던 뜨거운 열기가 목구멍으로 올라왔다가 이내 눈으로 빠져나가는 듯 숨이 막히고, 시야가 흐려진다. 
    관 안엔 정말로 어머니의 시신이 반듯하게 누워 있었던 것이다. 
    잠을 자듯, 가만히 눈을 감고 누워 있는 어머니의 모습. 영민은 전율 속에서도 한줄기 슬픔이 터져 나옴을 느꼈다. 

    " 엄마! " 

    그러나 관속의 엄마는 대답이 없다. 대신에 천장에서 다시금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 영민아 엄마 여기 있다. 엄마랑 같이 가야지……" 

    다시금 놀란 눈으로 천장을 쳐다보았을 때, 영민은 기겁을 하며 비명을 내질렀다. 천장에 붙어 있던 또 다른 어머니의 두 손이 엿가락처럼 길게 늘어져서는 영민의 상기된 볼을 어루만지고 있었던 것이다. 

    " 으아악! " 

    영민의 비명에 놀란 친척들이 안방 문을 열고 뛰어들어옴과 동시에, 천장에 붙어 있던 그것은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며 다시 관속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그것이 어머니의 관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영민은 똑똑히 보았다. 

    " 너 이 자식! 이게 무슨 짓이야? 응? " 

    열린 관 뚜껑을 보며 누군가 버럭 소리를 질렀고, 사람들의 억센 팔이 영민을 밖으로 밀어냈다. 
    그러나 영민은 그대로 물러날 수 없었다. 다시 확인하고 싶었다. 그 요사스런 귀신이 어머니의 몸을 어떻게 할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쩌면 그것이 어머니의 목숨을 앗아간 정체였는지도 몰랐다. 그것을 어머니의 관속에서 몰아내야만 했었다

    " 귀신이에요! 엄마의 관속으로 귀신이 들어갔어요! " 

    " 이 자식이 돌았나? 빨리 밖으로 데려가! " 

    영민은 목청껏 소리쳐 댔으나 그 말은 무시당한 채, 친척들에게 떠밀려 점점 밖으로 밀려났다. 

    " 안돼! 저 귀신을 몰아내야 돼! 어쩌면 엄마가 저것 때문에……" 

    " 이 자식이 정말! " 

    " 저 귀신을 죽이면 엄마가 다시 살아날 지도 몰라! " 

    " 닥치지 못해! " 

    영민이 세차게 주위의 손길들을 뿌리치고 다시 안방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뒤통수가 묵직하게 저려왔다. 눈앞이 캄캄해지며 다리에는 힘이 풀렸다. 그대로 그는 안방 문 앞에서 쓰러지고는 정신을 잃었다. 
    누군가가 영민의 뒤통수를 내려친 것이었다. 



    " 엄마! " 

    나직한 외침과 함께 영민이 눈을 떴다. 

    " 야, 이영민, 괜찮냐? 응? " 

    Q장 배승환 하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서 장하사의 목소리도 들렸다. 

    " 이하사! 정신이 드냐? 내가 누군지 알겠지? " 

    영민은 누운 채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폈다. 그 곳은 자신의 집, 안방이 아니라 B N Q 1호실이었다. 
    B N Q 1호실. 

    " 이하사! " 

    " 예…… 예에! " 

    갑자기 정신이 확 들어온 영민은 급히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내 윽, 하는 신음소리와 함께 다시 쓰러진다. 뒷덜미에 예리한 통증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 야, 야, 그냥 누워있어. 응? 누워! " 

    Q장이 급히 다가와선 영민을 똑바로 눕혀준다. 옆에서 장하사가 거든다. 영민은 머리까지 묵직하게 아파옴을 느꼈다. 그러나 정신을 차리고 다시금 찬찬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린 미등만이 켜진 1호실 안엔 Q장 배승환 하사와 장하사, 그리고 누워있는 영민 뿐, 다른 이들은 아무도 없다. 침구는 모두 그대로 있는데 몸들만 어디론가 가버리고 없었다. 
    모두들 어디로 갔나?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아니 자신이 정신을 잃은 후 무슨 일들이 더 일어났었나? 
    영민은 잠시 생각의 늪 속으로 빠져든다. 
    그 나름대로 이 밤에 일어났던 상황을 정리해 본다. 
    '어떻게 된 일인가.' 

    -피범벅의 김대명 하사가 한밤중에 나를 찾아왔었다. 
    -그는 B N Q 4호실 귀신이 자신을 죽이러 온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그는 조금 이상했다. 아무리 보아도 정상으로 보이진 않았다. 그는 내게 같이 귀신을 죽이자고 제안했었다. 그 귀신이란 바로 전빈영 하사였고…… 
    -그러는 찰나에 전빈영 하사가 1호실로 들어왔고…… 그가 불을 켰다. 
    -그리고 그가 나를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다. 
    -그리고 피가 튀었고…… 내가 비명을 질렀던가? 아무튼 나는 정신을 잃고, 
    -그리고 그 다음엔……? 


    " 이하사. 괜찮지? 응? "

    " 예? " 

    번뜩 생각의 늪에서 빠져 나온 영민은 걱정스런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장하사의 큰 눈을 본다. 그에게 상황을 물어보는 수밖에 없을 듯 싶었다. 

    " 어떻게 된 겁니까? 장하사님. 김하사님은? 또…… 전하사님은……? " 

    영민은 장하사가 자신의 끊어진 기억을 붙여주길 바라며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장하사는 뭐라 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얼굴에 난처한 기색이 어려 있었다. 뭐라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자의 초조함과 불안함이 느껴진다.  

    " 장하사님……" 

    답답한 영민이 아직도 여리게 통증이 느껴지는 뒷덜미를 문지르며 애원하듯 장하사를 본다. 

    " 제가 전하사님에게 맞지 않았습니까? 그 몽둥이로…… 그 다음엔……" 

    " 니가? " 

    " 예? " 

    니가? 라니……? 
    아주 의외란 듯한 그 목소린……? 

    " 무슨 소리하는 거야? 니가 왜 맞아? " 

    " ……? " 

    " 맞은 건 김하사님이지. " 

    " 예? " 

    영민은 다시 기억을 되살리려고 머리를 쥐어 짜본다. 미간이 형편없이 구겨진다. 그러자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자신이 정신을 잃으려는 그 찰나에……
    비명소리와 피! 
    그렇다면 그것들이 자신의 것이 아니었단 얘긴가? 영민이 다시 눈을 휘둥그래 치켜 뜨며 장하사를 바라본다. 

    " 그럼…… 전하사님이 제가 아니라 김하사님을 몽둥이로 쳤던 겁니까? " 

    " 그래. " 

    당연하다는 투로 두 눈을 휘둥그래 뜨는 장하사. 그러다가 슬쩍 Q장의 눈치를 본다. 그러면 영민도 그의 시선을 따라간다. Q장은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아까부터 영민과 장하사의 얘기를 꼼꼼히 듣고 있었다. 장하사가 난처해하고 불안해하는 이유를 영민은 너무나 잘 알 것 같았다. 
    자신에게 옮겨지는 시선들을 느낀 Q장은 그것들이 좀 부담스러웠던지 가벼운 헛기침을 하며 외면한다. 그러더니 담배 하나를 꺼내 문다. 

    " 장하사. " 

    " 예. " 

    " 난 3호실에서 잘 테니까 넌 영민이 잘 보살펴 줘. 응? " 

    " 예. 알겠습니다. 주무십시오. Q장님. " 

    그러자 Q장은 흘끔 시계를 보더니 인상을 찌푸린다. 

    " 얼마 자지도 못하겠네…… 휴우……" 

    그러면서 물고 있던 담배에 불을 붙이며 1호실을 나간다. 그렇게 비틀거리듯 나가는 Q장의 뒷모습이 상당히 초라하고 측은해 보인다. Q장의 저런 모습을 보게 되는 건 영민으로서는 처음이다.  

    Q장이 나가고 나자 조금 숨통이 트였는지 장하사가 영민의 옆 침상 위에 털썩 주저앉는다.그리고 좀 전의 Q장 못지 않은 긴 한숨을 내뿜는다. 

    " 시발, B N Q 요즘 왜 이 모양이냐 정말…… 기우 녀석 사건 일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이런 게 터지냐 그래…… 어이구~ " 

    그렇게 한탄을 해대는 장하사를 보고 있으니 영민은 괜히 죄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마치 자기가 이런 사건들을 일으킨 장본인이라도 되는 듯이. 사실 이상스럽게도 자신이 이 부대로 오자마자 이런 큼직큼직한 사건들이 B N Q에서 연달아 터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영민 자신이 의도했던 것들은 결코 아닌데도 말이다. 
    조금 어두운 표정이 되어 기가 죽은 영민을 문득 바라보는 장하사. 

    " 야, 기운 내 임마. 괜찮으니까. 니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장하사는 성큼성큼 TV 쪽으로 다가가더니 그 앞에 놓인 주전자를 집어들곤 벌컥벌컥 마셔댄다. 그것은 B N Q 고참용 물이었다. 졸병들은 감히 먹을 수 없는. 영민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러자 장하사가 영민을 휙 돌아보며, 

    " 너도 마실래? " 

    한다. 

    사실 영민은 아까부터 상당한 갈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정말 장하사처럼 주전자 채로 시원스레 물을 들이키고 싶었다. 하지만 함부로 그런 생각을 말할 수는 없었다. 

    " 괜찮습니다. " 

    그러자 장하사가 영민의 속을 들여다본 듯 주전자를 들고 온다. 

    " 마셔. 괜찮아. 시발, 목마르면 물 마시라고 있는 게 주전잔데. 맨날 떠오기도 우리가 떠오잖아."

    "하지만……"

    영민은 불안한 눈초리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 안에 장하사 외에 또 다른 누군가가 있기라도 한 듯. 

    "마셔라. 아무도 없잖아."

    장하사가 영민의 손에 억지로 주전자를 떠 안겼다

    "그…… 그럼."

    영민은 마지못한 듯이 주전자를 받아 들었지만, 이내 숨도 쉬지 않고 시원스레 물을 들이켰다. 장하사가 피식 웃었다. 

    " 맛있냐? " 

    입가에 흘러내리는 물을 훔쳐내며 영민도 같이 웃는다. 

    " 예. " 


    영민은 머리 속에서 끊어졌던 시간의 이야기들을 장하사로부터 모두 듣게 된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영민은 새삼 놀랐다. 자신이 정신을 잃고 있는 사이 너무도 많은 일들이 일어났던 것이다. 

    전빈영 하사는 처음부터 김대명 하사를 노리며 몽둥이를 날렸었다. 그리고 그것은 정확히 김대명 하사의 머리를 가격했고 무의식적으로 돌아보려던 영민의 얼굴 위를 덮친 피는 김대명 하사의 것이었다. 비명 역시 김대명 하사가 질렀고 그 끔찍한 소리와 자신의 얼굴로 뿌려진 피를 보고 영민은 그만 기절을 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난 Q장과 1호실 하사들은 급히 전빈영 하사를 저지했고 쓰러진 영민과 김대명 하사에게 달려갔다. 그러나 전빈영 하사의 의지는 꽤나 대단했다. 
    순식간에 주위의 손길들을 뿌리친 전빈영 하사는 다시 김대명 하사에게 달려들어 몽둥이를 날렸다. 몽둥이는 김대명 하사의 등과 어깨를 연속으로 강타했고, 다시 한 무리의 하사들이 달라붙어 두 사람을 떼어놓을 때까지 몽둥이질은 멈추지 않았다. 
    전빈영 하사가 1호실 밖으로 끌려 나면서 사태는 일단락이 되었으나, 김대명 하사는 이미 피투성이가 된 후였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김대명 하사가 그때까지 정신을 잃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다. 김대명 하사는 무언가를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오히려 더 생생하게 치켜 뜬눈으로 연신 사방을 두리번댔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섬뜩한지 그의 상태를 확인하려고 다가가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병들의 신고를 받고 당직사관이 B N Q로 출두하고 나서야 상황은 종료가 된다. 당직사관은 곧바로 전빈영 하사를 사관 실로 데려가는 한편, 자고있던 의무 병을 깨워 김대명 하사를 응급치료 하게 한 다음, 그곳 침대에서 쉬도록 지시했다. 
    김대명 하사의 상처는 다행스럽게도 그다지 크지 않았다. 머리가 터졌지만 출혈은 금방 멎고 상처도 외관상 드러나 보이진 않았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상스러울 정도로 외상이 없었다. 그렇게 많은 몽둥이질이 과연 어느 부위를 적중시켰는지, 전신을 뒤덮고 있던 그 많던 피들이 다 어디에서 쏟아졌던 것인지 의문스럽기만 했다. 등과 팔, 어깨, 옆구리 등에 희미한 구타 흔적이 남아 있기는 했지만 그 역시 경상에 불과했고, 무엇보다도 김대명 하사 자신이 통증을 호소하지도 않았으며 별스럽게 치료받는 것을 꺼리고 있었다. 
    이 정도 일이라면 굳이 부대장 보고를 하지 않고 그냥 넘길 수도 있을 법했다. 당연히 Q장은 당직사관을 설득했고, 평소 Q장과 꽤 친분이 있었던 당직사관은 고심 끝에 그러기로 결정했다. 
    사실 박기우 하사 사건이 종결된 지 아직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 부대 분위기는 여전히 살얼음판이었으며, 날이 시퍼렇게 선 부대장의 신경이 어느 정도 무뎌 지려면 아직도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당직계열의 특별 근무 강화 지시가 내려진 상태였고, 모든 부대원들은 작은 질책 하나라도 잡히지 않으려고 조심조심하며 몸을 사리던 때였다. 
    이런 시기에 이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이 또 한번 부대장의 귀에 들어간다면 부대 분위기가 그야말로 개판이 될 건 불을 보듯 뻔했고, 덩달아 당직사관이었던 자신에 대한 엄중한 문책 또한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B N Q는 완전히 찍혀버려 어떤 무시무시한 처벌이 내려질지 모르는 일이다. 부대장은 진급을 포기할 각오를 하고서라도 할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철저히 B N Q를 짓밟아버릴 것이다. 
    이러한 모든 것들을 추측해볼 때 현재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은 그저 눈 딱 감고 조용히 넘어가 주는 것이라고 당직사관은 판단했던 것이다. 
    내일은 일요일이다. 김대명 하사가 내일까지 어느 정도 회복이 되어 월요일에 그다지 흉물스럽지 않은 모습으로 근무 상번만 할 수 있게 된다면 일은 깨끗이 수습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김대명 하사의 모습으로 보아선 그렇게 될 가망이 높았다. 



    " 그럼 이번 사건은 다 끝난 겁니까? 그렇게 사관님과도 순조롭게 얘기가 마무리되었으면……" 

    이야기를 한참 듣던 영민이 안심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장하사가 대번에 얼굴을 찌푸렸다. 

    " 근데 말야…… 전하사님이 문제였던 거야. " 

    " 예? 전하사님이……? " 

    " 아이…… 그…… " 

    하다가 장하사는 1호실의 문을 힐끔 살폈다. 그러더니 목소리를 좀 더 낮추며 말을 이었다. 

    " 그 십새끼가 자꾸 일을 어렵게 만드는 거야. " 

    " 예? 전하사님이 말입니까? " 

    " 그래…… 미친 새끼…… "

    " 어떻게 말입니까? " 

    영민은 의아해하며 다그쳐 물었다. 장하사는 생각만 해도 짜증난다는 듯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 사관님이 물어봤대. 왜 그랬냐고…… 왜 그런 짓을 했냐고…… 부대장에게 보고는 안 할 테니까 자기에게만 말을 해보라고. 그랬더니 전하사가 뭐라고 했는 줄 아냐? " 

    " 뭐라고 했습니까? " 

    장하사는 말하기에 앞서 먼저 기가 차다는 듯 비소를 흘렸다. 

    " 김대명 하사님이 기우를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거야. " 

    " 예? " 

    " 그리고 또 뭐라는 줄 알아? 김대명 하사가 악령이라는 거야. 그리고 그 자신은 그 악령을 처치하던 중이었고…… 햐~ 나 참 기도 안차지. 이러니 사관님이라고 봐주고 싶겠어? 대번에 미친 새끼가 어디서 헛소리냐고 광분하시고 Q장님은 그런 사관님 진정시킨다고 고생하고…… Q장님이 전하사 때문에 아주 죽을상이 되어서는 돌아 오시더라구. " 

    영민은 곰곰이 생각을 떠올려 보았다. 
    자신이 정신을 잃기 전, 피묻은 몽둥이를 들었던 전빈영 하사의 그 눈빛을…… 그 눈빛은…… 
    매서웠지만 분명 상당히 진지했었다. 
    만약에 전빈영 하사가 미친 것이라면 정말 완벽하게 제대로 미친 것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가 만에 하나 미치지 않았다면……? 

    " 그래서 전하사님은 어떻게 됐습니까? " 

    " 완전 미친놈인데 무슨 말이 통하겠어? Q장님이 그런 쪽으로 사관님을 잘 설득시켰었나봐. 사관님이 결국은 포기하고 반성문 30장 써오라고 하면서 돌려보냈지. 히히... 고생 좀 하겠네. 그 새끼. " 

    영민은 잠시 골몰히 생각에 빠졌다가, 별안간 고개를 치켜든다. 그리곤 장하사를 짐짓 심각하게 바라보았다. 

    " 그럼 지금 2호실에 전하사님 계신 겁니까? " 

    " 뭐?…… 그, 그래. 그렇겠지 뭐. " 

    영민은 새삼 한기를 느낀다. 그리곤 1호실의 문을 쳐다본다. 휘둥그런 눈으로 영민의 시선을 무의미하게 쫓는 장하사. 
    1호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러나 영민은 왠지 불안하다. 
    저 문 뒤…… 저 문 뒤에서 전빈영 하사가 지금의 이 이야기들을 죄다 엿듣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밀려든다. 언젠가도 그런 비슷한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다. 
    영민은 다시금 몸서리를 쳤다. 

    " 왜? " 

    영문을 모르는 장하사가 조금 불안한 모습이 되어 묻자 영민은 금새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한 표정으로 시선을 거둔다. 

    " 아닙니다. 근데 다른 사람들은 모두……? " 

    " 어. Q장님이 너 안정 취하라고 모두 다 내쫓았어. 너도 기우처럼 앰뷸런스에 실려 가는 게 아닐까 하고 얼마나 걱정했다고…… 오히려 김하사님보다 니가 더 걱정이 됐어. " 

    그랬구나…… 
    Q장의 배려였다. 막내인 영민이 최대한 빨리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 
    너무나 고마운 일이다. 영민은 놀랬던 가슴이 비로소 진정되고 있음을 느꼈다. 
    무심코 시계를 보았다. 
    새벽 네 시 십 분……
    자신인 언제쯤 정신을 잃었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아무튼 길어봐야 두, 세시간 정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영민은 너무도 긴 시간이 지난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너무도 많은 일들이……
    영민은 고개를 뒤로 젖히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뒷덜미에서 예리한 통증이 느껴진다. 

    " 윽! " 

    영민이 인상을 찌푸리자 장하사가 다시 놀란 얼굴이 되어 영민을 살핀다. 

    " 야, 왜 그래? 어디 아프냐? " 

    그리 대단한 통증은 아니었다. 영민은 별일 아니라는 듯이 급히 손을 내저었다. 

    " 아닙니다. 그냥 뒷목이 좀 쑤셔서 말입니다. " 

    " 어디 좀 보자. " 

    장하사가 영민의 뒷목을 살폈다. 그리고 이내 놀란 듯이 탄식을 내지른다. 

    " 힉, 야, 너 목이 왜이래? 너 누구한테 맞았었냐? " 

    " 예? 왜 그러십니까? " 

    " 온통 피멍이야 임마. 어떻게 된 거야? 누가 이랬어? " 

    영민은 다소 당혹스러웠다. 입대 후 지금껏 누군가에게 개인적으로 맞아 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오가면서 성질 사나운 고참들에게 머리를 한 대씩 쥐어 박힌 적은 있었지만 피멍이 들 정도로 대놓고 맞은 적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어깨도 쑤셔왔다. 영민은 반소매 셔츠를 어깨위로 완전히 걷어올려 보았다. 놀랍게도 양쪽 어깨 부근에도 시뻘건 피멍이 들어 있었다. 

    " 헉! " 

    장하사가 놀란 눈으로 영민을 쳐다보자, 영민도 불안한 눈빛으로 마주보았다.  

    " 야, 너 뭐야 이것들... 누구한테 맞았어? 어? " 

    똑똑한 손가락 자국들까지 남아있는 피멍. 
    이것들은……
    영민의 머리 속으로 플래시백 하나가 터진다. 
    어둠 속에서 자신의 어깨를 움켜쥐었던 김대명 하사. 전빈영 하사가 1호실로 뛰어들었을 때 뒤에서 자신의 뒷목을 움켜쥐었던 김대명 하사. 

    김대명 하사. 그의 짓이다! 

    그 때 그의 손아귀에는 정도 이상의 힘이 들어가 있었고 영민은 극도의 공포 속에서도 그힘을 느낄 수가 있었다. 
    플래쉬 백이 사라지자 영민은 혼란스러워진다. 
    영민은 의구심이 가득한 눈초리로 장하사를 쳐다봤다. 영민의 표정을 보며 장하사도 덩달아 의아해 한다. 

    " 왜? " 

    " 장하사님. " 

    " 말 해. " 

    " 만약에 말입니다. " 

    " ……? " 

    " 만약에 전빈영 하사님이 미치지 않았다면 말입니다. " 

    장하사가 뭐라 대꾸를 할 여지도 없이 영민의 말이 이어졌다. 

    " 전하사님의 말이 전부 사실이라면 말입니다. 그러니까, 정말로 김대명 하사님이 악령이라면…… 그 땐 어떻게 되는 겁니까? " 

    " 뭐야? " 

    장하사는 어이가 없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지만 의외로 심각한 영민의 눈빛을 보면서 마음의 동요를 일으킨다. 

    이내 장하사마저도 심각해진다. 더 이상 그들 사이에 대화는 없다. 납덩이같은 침묵만이 1호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여린 미등 아래서. 

    그 시각, B N Q 1호실 문 밖. 
    누군가가 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는 안의 얘기를 죄다 엿듣고 있었던 것이다. 
    더 이상 안에서 말소리가 새어 나오지 않자 그는 슬며시 자리를 뜬다. 시커먼 실루엣만 
    보이는 그의 발걸음은 의무실로 향하고 있었다. 
    의무실로……

    -계속
    네모의 꼬릿말입니다
    <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011/1289549632134_1.jpg">
    제 사진 아님 오해 ㄴㄴ
    <img_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011/1289812647134_1.jpg">
    <img_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010/1288155700138_1.jpg"><br />
    <center>(주)네모표 꼬릿말<br />
    <a></a><br />
    <a></a><br />
    <img_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010/1288155692138_1.jpg"><br />
    <center>(주)아흥표 꼬릿말.<br />
    <a></a><br />
    <a></a><br />
    <img_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010/1288155692138_4.jpg"><br />
    <img_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010/1288155692138_3.jpg"><br />
    <center>(주)두두♪표 꼬릿말<br />
    <a></a><br />
    <a></a><br />
    <img_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010/1288155692138_5.jpg"><br />
    <center>(주)Wildcat♪표 꼬릿말<br />
    <a></a><br />
    <a></a><br />
    <img_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010/1288155692138_2.jpg"><br />
    <Center>(주)포심패스트볼표 꼬릿말.<br />
    <a></a><br />
    <Center>만남과 이별<br />
    <a></a><br />
    <Center>각자 살아가며,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한다.<br />
    <Center>무뎌지는 것일까 , 아니면 그저 무감각할뿐일까.<br />
    <Center>수없이 많은 만남 속에 끈끈하게 얽혀진 인연.<br />
    <Center>그럴리 없다면서도 어느샌가 풀린 인연.<br />
    <Center>인연이 얽힌다면 풀리는걸 준비해야 하는 자세.<br />
    <Center>현대인에게 필요한 "낭만"<br />
    <Right>Episode1 - Wind Cafe<br />
    <a></a><br />
    <DIV class="view" style="FONT-SIZE: 9pt; FONT-FAMILY: 957287_9"><LINK href="http://user.chollian.net/~nosamoclub2/sutienwebfont/sayhompy15.css" type=text/css rel=stylesheet><FONTCOLOR=HOTPINK> </DIV><br />
    <CENTER class="view" style="FONT-SIZE: 9pt; MARGIN: 0px; FONT-FAMILY: 957287_9"><A class="con_link" title="블로그" style="COLOR: pink" href="http://blog.naver.com/holyhock" target=_blank>블로그</A>|</A><A class="con_link" title="지하실" style="COLOR: gray" href="http://todayhumor.co.kr/board/view_temp.php?table=today&no=30228&page=1&keyfield=&keyword=&sb=" target=_blank>지하실</A></CENTER><br />
    <CENTER class="view" style="FONT-SIZE: 9pt; MARGIN: 0px; FONT-FAMILY: 957287_9"><br />
    <CENTER style="PADDING-RIGHT: 0px; PADDING-LEFT: 0px; FONT-SIZE: 12px; PADDING-BOTTOM: 0px; MARGIN: 0px; COLOR: #999999; LINE-HEIGHT: 1.6; PADDING-TOP: 0px; FONT-FAMILY: Dotum"><FONT color="#000000"></FONT></CENTER><A href="http://blogfiles.naver.net/data33/2008/7/19/25/img_2379_holyhock.jpg"></A></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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