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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12002
    작성자 : 네모
    추천 : 14
    조회수 : 1782
    IP : 124.139.***.25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1/02/09 14:15:43
    http://todayhumor.com/?panic_12002 모바일
    [고전/펌] B.N.Q [3]
    B.N.Q 
    (Bachelor Noncommissioned officer' Quarters)  








    <제 3 장>






    그로부터 얼마 후 영민은 마침내 공포의 4호실 문이 열리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 날은 영민의 전투장구를 수령 받는 날이었다. 아침식사를 끝내고 얼마 후, 주임 원사와 보급반 상병 한 명과 함께 영민은 BNQ 4호실 앞으로 갔다. 

    철커덕. 

    상병이 열쇠로 문을 열고 고리를 돌리자 삐거덕, 하는 소리가 났다. 마치 오래된 고성(古城)의 대문을 열었을 때 나는 소리 같았다. 조금 긴장이 되는 영민. 그러나 상병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문을 확 열어버린다.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아…… 이 시체 냄새." 

    상병이 장난스런 목소리로 혼자 지껄이자 대번에 주임 원사의 주먹이 상병의 뒤통수를 갈긴다. 

    "시끄러 임마. 너희들 여기 청소 안 하지?" 

    "예? 합니다. 해도 이렇습니다." 

    "이 자식들 똑바로 안 하니까 그런 거지." 

    상병은 뒤통수를 문지르며 전투장구가 쌓인 곳으로 갔다. 
    BNQ 4호실. 그 곳은 영민이 생각해왔던 것만큼 그렇게 무시무시한 곳이 아니었다. 아니 전혀 무서운 곳이 아니었다. 벽 구석에는 시커먼 거미줄이 빽빽이 쳐 있고 바닥에는 검붉은 핏자국이 아직도 남아 있을 것이라는 엉뚱한 상상까지 해봤던 영민으로선 그저 싱거울 따름이었다. 
    정말로 사방으로 침구와 매트리스가 천장까지 쌓여 있고 한쪽에는 전투 장구 류가 수북할 뿐이었다. 그렇게 용도만 다를 뿐, 내부는 여느 1, 2, 3호실과 다를 바가 없었다. 
    단지, 

    "이하사! 너 군번이 어떻게 되지?" 

    "예?" 

    "군번……" 

    "예. 01-500332입니다." 

    "음……" 

    주임 원사와 상병은 전투장구 관리기록부에다가 뭔가를 마구 쓰더니 이윽고 한아름의 전투장구를 영민에게 건넨다. 

    "가자." 

    그렇게 아무 일(?) 없이 금방 4호실을 빠져 나오는 영민. 그러나 4호실은 확실히 다른 호실에 비해 꼭하나 다른 점이 있었다. 그것은 4호실 어디에도 거울이 없었던 것이다. 하긴 창고로 사용되니 무슨 거울이 필요하나마는, 그래도 영민은 그 사실에서 뭔가 의도적이고, 심상찮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마치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거울을 치워버린 듯한 그런 느낌…… 


    전투장구를 가지고 1호실로 들어오자 뜻밖에 전빈영 하사가 침상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영민으로선 그다지 대면하고 싶지 않은 얼굴이었다. 물론 그런다고 곱게 사라져줄 얼굴이 아니었다. 

    "필승!" 

    영민은 즉시 전투장구들을 내려놓고 큰소리로 경례를 붙였다. 그러나 전빈영 하사는 영민 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계속 담배만 뻐끔뻐끔 피워댄다. 영민은 올린 손을 내리지도 못하고 계속 전빈영 하사만 주시한다. 이윽고 전빈영 하사가 담배를 끄더니 문득 영민에게로 다가온다. 

    "너 요즘은 귀신 안보이냐?" 

    "예?" 

    " 신 본 적 있잖아?" 

    "……!" 

    또 느닷없는 소리다. 영민은 문득 불안해진다. 

    "조심해라. 너 주위에 지금 하나가 맴돌고 있다. 삼촌은 아냐." 

    순간 영민은 검은 장막에 휩싸인 듯한 전율을 느끼며 뒤돌아 봤다. 그 곳에는 거울이 있었다. 그 거울 속에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전빈영의 눈초리가 보인다! 
    영민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도대체 이자의 정체는 뭔가? 자신이 예전에 귀신을 본 적이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고 있을까? 
    엉거주춤한 자세로 바짝 긴장해 서있는 영민을 전빈영 하사는 스치듯 지나쳐간다. 싸늘한 냉기가 전해진다. 
    이윽고 영민은 혼자 남게 되었다. 
    거울 속에는 이제 분명히 자기 얼굴밖에 없으리라……



    그 날 저녁. 
    시끌벅적한 B N Q 1호실. 
    모두들 모여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영민은 이제 B N Q 대기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막내로서의 수많은 일들을 하기 시작했었다. 청소, 고참 심부름, B N Q 정리정돈…… 지금은 바로 윗기수인 박기우 하사와 함께 저녁 간식용 감자를 삶고 있었다. 감자를 삶고 있는 쿠커에서 김이 무럭무럭 나자 영민은 군침이 돌았다. 군대 오기 전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감자였는데……

    "감자 드십시오. 감자 다 됐습니다." 

    이윽고 감자가 다 삶아지고, 박기우 하사가 고참들을 향해 외치면 영민은 그릇에다가 열심히 감자를 담아냈다. 그러고 있는데 누군가의 볼멘 소리가 들려왔다.

    "야! 기우! 또 감자야?" 

    Q장 동기인 송준성 하사였다. BNQ 최고참 하사중의 하나다. 

    "난 라면 끓여 줘 임마." 

    "예? 주임 원사님께서 감자 다 먹기 전에는 절대 라면 먹지 말라고 해서 말입니다." 

    "임마, 그렇다고 맨날 감자만 삶아 주냐? 응?" 

    "……" 

    "내가 북한 사람이냐? 감자만 먹게?" 

    박기우 하사는 할말을 잃고 그저 겸연쩍은 웃음만 지어 보였다. 그 때 Q장인 배승환 하사가 상황을 종료시킨다. 

    "야, 준성아 그냥 먹어. 감자 맛있어. 라면은 안돼. 끓이면 금방 냄새 풍기고 병들 알게되면 안 좋아. 야 빨리 이쪽으로 좀 가져와라." 

    영민은 얼른 제일 큼직한 놈으로 골라 담아 배승환 하사 앞으로 가져간다. 

    "야!" 

    다시 볼멘 소리의 송준성 하사. 

    "예?" 

    영민이 놀란 눈을 치켜 뜬다. 그러자 영민을 잠시 빤히 바라보는 송준성 하사. 그 눈빛은 그대로 맹수의 시선처럼 느껴졌다. 

    "난 설탕도 갖다 줘!" 

    "예. 알겠습니다." 

    진땀을 훔치며 급히 달려가 설탕을 꺼내는 영민. 

    "야! 애들 다 불러서 감자 먹으라고 해. 응?" 

    "알겠습니다. " 

    Q장의 지시에 박기우 하사가 얼른 밖으로 튀어나갔다. 
    B N Q 안은 잠시 감자 먹는 소리와 TV소리뿐이다. 영민도 한쪽에 쭈그리고 앉아 약간 들 익었거나 탄 감자들을 허겁지겁 먹어댄다. 

    꿀맛이다. 

    "야, 기우." 

    "예?"

    한참 감자를 맛나게 먹고 있던 박기우 하사가 Q장의 부름에 움찔 놀라며 바라본다. 

    "빈영이는 왜 안 와? 안 먹는데?" 

    "예. 안 드신다고 해서 말입니다." 

    "그래?" 

    "글마 아까 저녁도 안 뭇따 아이가?" 

    옆에서 끼여드는 이는 부산에서 온 박 원 하사다. 첫 날 영민에게 앉으라고 윽박을 질러댔던 박하사, 박 원, 송준성, 전빈영, 그리고 Q장 배승환 하사. 이렇게 네 명이 BNQ 최고참 하사들이다. 그야말로 B N Q 내 절대강자 4인방인 것이다. 그들 모두는 이제 영외 거주를 3개월 앞두고 있었다. 

    "야, 쪼매 가따 주봐라. 어?" 

    "아이, 놔 둬. 안 먹겠다는 데 뭐 하러 억지로 주냐?" 

    Q장이 박하사의 말을 저지시킨다. 일어났던 영민이 다시 슬그머니 앉으며 박하사의 눈치를 살폈다. 

    "놔뚜라. 그럼." 

    박하사도 더 이상 말을 않고 묵묵히 감자만 먹는다. 
    영민은 별안간 낮에 전빈영 하사가 했던 말이 다시금 상기되었다.
    조심해라 너 주위에 하나가 맴돌고 있다……

    밤. 

    극심한 갈증을 느끼며 영민은 눈을 떴다. 매트리스가 식은땀으로 축축이 젖어있었다. 악몽을 꿨었는데 내용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시계를 보니 새벽 세시 반이었다. 다섯 시 반에 일어나려면 두 시간 남아있었다. 어서 다시 잠을 자야 하건만 도저히 갈증을 참을 수 없는 영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민은 결국 밖으로 나왔다. B N Q 안에도 물주전자는 있지만 그건 고참들 용이었다. 쫄병은 절대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러므로 영민은 화장실로 향했다. 어둔 복도에는 불침번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저 컴컴하고 기다란 검은 복도! 
    영민은 좀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어디선가 담배냄새가 나는 듯도 했다. 

    '어디지?' 

    의아해하면서 영민은 화장실로 갔다. 담배냄새는 화장실에서 나고 있었다. 누군가가 변기 위에 앉아서 담배를 피고 있는 듯 그 위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수도꼭지를 틀어 시원한 물로 갈증을 달랜 영민은 자신도 갑자기 담배가 땅겼다. 하지만 담배를 가지고 나오지 않았었다. 다시 BNQ로 들어가 가져 나와서 한 대 피울 까도 생각했지만 그냥 두기로 했다. 
    다시금 직직, 낮은 슬리퍼 소리를 내며 B N Q 1호실로 향하는 영민. 그러나 1호실의 문을 열려는 순간 영민은 뭔가 이상한 기운이 자신을 휘감고 있음을 감지했다. 

    담배냄새……

    그건 지금 화장실에서 여기까지 풍겨 오는 게 아니었다. 바로 영민의 주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누군가가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이다! 

    타다닥……! 

    자세히 듣고 있으려니 마른 담배가 타 들어가는 소리까지 귀에 들린다. 
    그리고 이어서 

    후우~ 

    연기를 내뿜는 소리. 
    영민은 온몸이 경직되어 버린다. 

    뒤다! 

    하지만 돌아볼 엄두가 나지 않는 영민. 

    후우~ 

    다시금 아주 가까운 곳에서 풍겨오는 연기. 

    담배 냄새! 

    영민은 그러나 별안간 무언가에 이끌리듯 고개가 저도 모르게 돌아간다. 뒤를 돌아본다. 
    어둠 속에서 영민의 시선에 들어오는 B N Q 4호실. 

    B N Q 4호실! 

    허억! 

    4호실의 문이 열려 있다. 그 틈새로 짙은 어둠이 보인다. 그리고 그 사이로 여리게 뿜어져 나오고 있는 담배연기. 그리고 인기척. 

    후우~ 

    영민은 그만 숨이 탁 막힌다. 

    B N Q 4호실! 

    누군가가 안에 있다. 영민의 심장박동이 비정상적으로 요동친다. 얼어붙은 몸을 가까스로 움직여 본다. 그리고 떨리는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그 짧은 순간 영민의 머리 속을 교차하는 두 가지 상반된 사고의 대립이 있었다. 절대 열려있을 리가 없는 4호실의 문이 열려 있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영민의 잘못은 아니었다. 그가 그 문을 연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러므로 못 본 채 하고 그냥 들어가려던 1호실로 어서 들어가 포근히 이불을 뒤집어쓰고는 누워 자면 된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에선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강한 위력으로 머리를 치켜드는 몹쓸 놈의 호기심이 확인을 해보라고 충동을 일으킨다. 

    어찌해야 하나……

    응당 모른 척 지나쳐야 한다. 그것이 신임하사인 영민으로선 분명 최선의 행동인 것이다. 그러나 얄궂게도 그의 몸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성이 호기심으로 똘똘 뭉친 감성에 패하고 만 것이다. 
    영민은 다시 한번 떨리는 심호흡을 조심스레 내뱉으며 걸음을 옮긴다. B N Q 4호실을 향해……

    후우~ 

    다시 한번 나직하게 들려오는 섬뜩한 숨소리. 그리고 담배연기…… 
    영민은 완전히 숨을 멈춘 채 4호실 앞에 선다. 여전히 안으로부터 느껴지는 인기척. 누군가가 분명히 있다. 규칙적으로 계속 들려오는 희미한 숨소리. 희미한 인기척……
    그 순간 또다시 영민의 머리 속을 스치는 섬뜩한 영상 하나. 

    이영민. 그는 예전에 실제로 귀신을 본 적이 있었다. 그것은 십 대의 가장 소름끼치고 충격적인 사건으로 남아있다. 

    귀신을 본 기억……!
    귀신과의 대면……!

    B N Q 4호실의 문이 살며시 열린다. 영민은 용기 백배하여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 순간, 안에서 감지되던 숨소리가 딱 멈추었다. 영민은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안에 있던 누군가가 영민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숨을 멈춘 것이다. 영민도 따라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더디게 시간은 흘러가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지는 영민. 여기까지 온 것을 뼈저리게 후회한다. 그리고 마침내 슬슬 뒷걸음질을 치게 된다. 
    그 순간 안에서 뭔가가 번쩍 한다. 놀란 영민의 시선이 그 곳으로 움직여졌다. 그 곳엔 누군가의 얼굴이 있다. 아니 누군가의 얼굴이 이 쪽으로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영민은 기겁을 하며 입을 벌렸다. 다가오는 얼굴도 놀라는 영민을 바라보고 같이 놀라고 있다. 

    "거…… 거울?" 

    영민은 잠시 자신이 지금 거울을 보고 있다는 착각에 빠졌다. 
    저 어둠 속에서 여리게 비쳐지는 얼굴이 자기 자신의 모습이란 말인가! 자신의 얼굴이 이렇게 무섭단 말인가! 

    하지만……
    하지만 B N Q 4호실에 거울이 있었던가! 
    떡 벌어지는 입. 휘둥그래진 눈. 그대로 굳어버린 듯 꼼짝도 할 수 없는 영민의 전신. 그리고 그 희미해지려던 얼굴이 다시금 영민에게로 휙, 날아든다. 영민이 드디어 비명을 지르려는 바로 그 순간, 

    "거기 누구야?" 

    영민은 그만 심장이 내려앉는 줄만 알았다. 
    느닷없는 외침! 그다지 큰 소리는 아니었지만 날카롭고 강렬한 그 소리는 공포에 잔뜩 질려있던 영민을 순식간에 압도해버리기 충분했다. 그리고 소리나는 쪽으로 고개를 채 돌리기도 전에 누군가의 억센 손아귀가 영민의 뒷덜미를 잡아챈다. 

    "어허헉!" 

    영민은 어린아이처럼 바르르 떨며 낮은 비명을 내지르고 만다. 

    "야! 너 영민이 아냐?" 

    그 목소리가 귀에 익다는 것을 알아채자 움찔거리며 뒤돌아보는 영민. 그 곳엔 놀란 얼굴로 자신을 의아히 쳐다보고 있는 김대명 하사가 있다. 

    "피…… 필스……" 

    그 와중에도 영민은 무의식적으로 손이 올라갔다. 그러나 몸은 사시나무 떨 듯 떨고 있었다. 조금 전 누구냐고 외쳤던 이는 김대명 하사였던 것이다. 

    "너 여기서 뭐하고 있냐? 응?" 

    무섭게 치켜 뜬눈으로 영민과 열린 B N Q 4호실을 번갈아 바라보는 김대명 하사. 영민은 그 물음에 그만 말문이 막혀버린다. 억지로 뭐라고 말을 하려고 해도 입이 덜덜 떨려 말이 안나온다. 

    "야 임마! 너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냐? 이 문은 어떻게 열었어? 엉?" 

    "저저저저……" 

    "야! 이영민! 너 왜 그래 임마!" 

    갑자기 긴장이 풀리며 기운이 쭉 빠져버리는 영민. 그의 고개가 다시 B N Q 4호실 안으로 향한다. 그리고 떨리는 손을 들어 그 안을 가리킨다. 

    "왜? 저 안에 뭐가 있는데?" 

    기가 차다는 표정으로 사색이 되어 있는 영민의 몰골을 잠시 바라보다가 안되겠다 싶었는지 김대명 하사는 영민을 뒤로 밀쳐 내고는 성큼 4호실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아…… 안됩니다……" 

    가까스로 말문이 트인 영민이 김대명 하사를 본능적으로 저지하려 하지만 이미 김대명 하사는 안으로 들어가 있다. 
    이내 불이 켜진다. 뒤따라 들어오는 영민. 그러나 B N Q 4호실 안에는 아무도 없다. 놀란 영민이 주위를 둘러보지만 아무도 없다. 전혀 인기척을 느낄 수 없다. 

    거울! 

    그러나 거울도 없다. 그런 게 있을 리가 만무했다. 

    "김…… 김하사님…… 저기, 분명……" 

    "뭐 임마! " 

    "저기, 좀 전까지 얼굴이 있었습니다." 

    "뭐야? " 

    김대명 하사는 마침내 인상이 험악해진다. 

    "야! 이영민!" 

    "예?" 

    영민은 그때까지 정신을 못 차린채 멍한 얼굴로 김대명 하사를 돌아봤다. 그리고 인상이 험악해진 김대명 하사의 얼굴을 제대로 감지하며 비로소 사태의 심각성을 절감했다. 

    "너 뭐 하는 짓이냐? 오밤중에……" 

    영민은 고개를 떨구었다. 
    거울은 없다. 사람도 없다. 인기척도 느낄 수 없다. 그렇다면 답은 나온 것이다. 자신이 모든 걸 잘못 보았고 잘못 느낀 것이다.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봤습니다." 

    "뭐야 임마?" 

    계속 고개를 떨군 채 말이 없는 영민. 
    그런데 이제야 상기되는 한가지 사실이 있다. 담배냄새. 그의 코끝을 스쳤던 담배냄새…… 아직도 희미하게 감지되고 있다. 이것은 어떻게 설명을 한 단 말인가.
    영민은 다시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리고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니었다고 확신하는 표정으로 김대명 하사를 바라보는데, 

    "너 이 새끼. 여기서 담배 폈지?" 

    "예?" 

    "너 간이 배 밖으로 나왔냐?" 

    "예? 제…… 제가 핀 게 아닙니다." 

    "뭐야?" 

    "정말입니다. 김하사님" 

    그러나 여전히 영민을 무섭게 노려보는 김대명 하사. 그의 얼굴이 어쩐지 낯설다.



    B N Q 건물 옆 사이드 외부 계단. 
    찬바람이 불어댄다. 찬바람을 맞으며 계단 중턱에 서 있는 영민. 아무리 여름이라지만 그 바람이 영민에겐 너무 차갑게 느껴진다. 
    영민의 앞엔 김대명 하사가 담배를 피워대고 있다. 그의 표정은 좀 전보다 상당히 많이 누그러져 있다. 

    "너 정말이지? 니가 4호실 문 딴 거 아니지?" 

    "예. 정말입니다." 

    단호히 대답을 하며 슬쩍 김대명 하사의 표정을 살피는 영민. 그의 표정으로 봐선 영민을 믿는 눈치다. 

    "하긴 니가 겁도 없이 그런 일을 할 리가 없지. 정말 미치지 않고서는 말야. 그렇지?" 

    "예…… 예에" 

    김대명 하사는 꽁초를 퉁겨 날린다. 꽤 어두웠는데도 예와 마찬가지로 꽁초는 정확히 철제 휴지통 속으로 떨어진다. 

    "담배도 니가 핀 거 아니지?" 

    "예. 제가 어떻게…… 감히…… 거기서 담배를……" 

    "아, 그래. 알았어. 내가 성급히 판단을 했네." 

    김대명 하사는 짧게 고개를 저으며 잠시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시발…… 하늘색이 뭐 저 따위야?" 

    뭔 소린가 싶어 영민의 시선도 그를 따라 하늘로 향한다. 정말 하늘색이 이상했다. 엷은 구름이 하늘을 온통 뒤덮고 있었는데 그 구름 색깔이 붉은 색이었다. 그리하여 마치 하늘 전체가 피로 물들어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어찌 보면 상당한 장관이 될 수도 있었지만 지금의 영민이나 김대명 하사 심정으론 그저 괴상스럽고 기분 나쁜 광경일 뿐이었다. 한참 하늘을 바라보던 김대명 하사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들어가자 그만. 자야지" 

    "예? 예……" 

    무슨 처벌이라도 떨어지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했던 영민은 일단 안도감을 느꼈다. 절로 한숨이 다 나왔다. 이제 영민은 김대명 하사가 이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 주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따지고 보면 영민이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이 일이 누구의 귀에 들어가느냐에 따라서 얼마든지 심한 처벌이 떨어질 수도 있었다. 특히 오창우 하사 같은 사람이 알기라도 하면 적어도 일주일은 영민에게 괴로운 나날이 될 것임에 틀림없었다. 

    '제발 그냥 넘어가 주기를……' 

    영민은 할 수만 있다면 김대명 하사에게 부탁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주제넘게 그럴 수는 없었다. 그저 평소 꽤 올바르다고 느꼈던 김대명 하사의 인격을 믿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막 3호실로 들어서려던 김대명 하사가 다시 되돌아본다. 흠칫 놀라는 영민. 김대명 하사는 잠시 영민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야, 그런데 너 정말 귀신같은 거 본 거 아니지?" 

    김대명 하사가 조심스레 묻는다. 영민은 순간 뭐라고 답할지 어쩔 줄을 모른다. 몇 초간 뜸을 들이다가 겨우 결심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 제가…… 착각을 했나 봅니다. 아무 것도 없었는데……" 

    하며 정말 아무 것도 못 본 척 대답한다. 
    김대명 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들어가 자라." 

    "예. 김하사님. 편히 주무십시오." 

    영민은 소리 없이 경례를 붙이곤 김대명 하사가 완전히 들어가는 걸 보고는 뒤돌아 선다. 
    다시 1호실 침구 속으로 파고드는 영민. 좀 전에 일어났었던 일들이 마치 몇 달 전에 일어났던 일처럼 느껴졌다. 
    과연 그 얼굴은 무엇이었나? 그리고 그 인기척은? 정말 내가 잘못 본 것인가? 
    그러나 그 담배냄새…… 그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증거였다. 누군가가 그 안에 있었다는…… 

    '분명 그 때 그 안에 누군가가 있었어.' 

    결국 이렇게 결론을 짓고 눈을 감는 영민. 그러다가 문득 다시 눈을 뜬다. 
    어쩌면……
    어쩌면 지금까지도 있을지 몰라! 

    -계속
    네모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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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사진 아님 오해 ㄴㄴ
    <img_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011/1289812647134_1.jpg">
    <img_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010/1288155700138_1.jpg"><br />
    <center>(주)네모표 꼬릿말<br />
    <a></a><br />
    <a></a><br />
    <img_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010/1288155692138_1.jpg"><br />
    <center>(주)아흥표 꼬릿말.<br />
    <a></a><br />
    <a></a><br />
    <img_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010/1288155692138_4.jpg"><br />
    <img_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010/1288155692138_3.jpg"><br />
    <center>(주)두두♪표 꼬릿말<br />
    <a></a><br />
    <a></a><br />
    <img_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010/1288155692138_5.jpg"><br />
    <center>(주)Wildcat♪표 꼬릿말<br />
    <a></a><br />
    <a></a><br />
    <img_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010/1288155692138_2.jpg"><br />
    <Center>(주)포심패스트볼표 꼬릿말.<br />
    <a></a><br />
    <Center>만남과 이별<br />
    <a></a><br />
    <Center>각자 살아가며,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한다.<br />
    <Center>무뎌지는 것일까 , 아니면 그저 무감각할뿐일까.<br />
    <Center>수없이 많은 만남 속에 끈끈하게 얽혀진 인연.<br />
    <Center>그럴리 없다면서도 어느샌가 풀린 인연.<br />
    <Center>인연이 얽힌다면 풀리는걸 준비해야 하는 자세.<br />
    <Center>현대인에게 필요한 "낭만"<br />
    <Right>Episode1 - Wind Cafe<br />
    <a></a><br />
    <DIV class="view" style="FONT-SIZE: 9pt; FONT-FAMILY: 957287_9"><LINK href="http://user.chollian.net/~nosamoclub2/sutienwebfont/sayhompy15.css" type=text/css rel=stylesheet><FONTCOLOR=HOTPINK> </DIV><br />
    <CENTER class="view" style="FONT-SIZE: 9pt; MARGIN: 0px; FONT-FAMILY: 957287_9"><A class="con_link" title="블로그" style="COLOR: pink" href="http://blog.naver.com/holyhock" target=_blank>블로그</A>|</A><A class="con_link" title="지하실" style="COLOR: gray" href="http://todayhumor.co.kr/board/view_temp.php?table=today&no=30228&page=1&keyfield=&keyword=&sb=" target=_blank>지하실</A></CENTER><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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