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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12000
    작성자 : 네모
    추천 : 17
    조회수 : 3145
    IP : 124.139.***.250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1/02/09 14:14:46
    http://todayhumor.com/?panic_12000 모바일
    [고전/펌] B.N.Q [1]
    B.N.Q 
    (Bachelor Noncommissioned officer' Quarters)  








    <제 1 장>




    "야! 너 뭐야, 임마?"

    "예, 하사 이영민!"

    "야, 이 시발놈아! 니가 병(兵)이냐? 어?"

    "예, 하사 이영민! 아닙니다!"

    "야, 이 새꺄! 관등성명 빼고 말 안 해?"

    "예, 하사 이영민! 예……."

    "저, 씨발놈이…… 그래도……!"

    영민의 심장은 금새라도 폭발할 듯 두근거렸고, 식은땀은 미꾸라지처럼 스멀스멀 기어 나와 온몸을 타고 축축이 흘러 내렸다.
    도대체 이들 앞에서는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지금 앞에서 자신을 험악하게 노려보고 있는 저 고참은 도대체 어떤 대답을 원하기에 저토록 인상을 찌푸리며 성화를 내는 것일까? 영민은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답답하고 불안할 뿐이었다.

    "야, 이영민! 니 이름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꼬박꼬박 나불대고 지랄이야?"

    "……."

    "야, 니 이름이 그렇게 대단해? 어!"

    "아, 아닙니다!"

    "근데? 임마!"

    바로 그때 뒤에서 구원자가 나타났다.

    "야! 창우 임마, 고마해라. 어? 막 들어온 아 한테 와 그라노?"

    그러자 신기하게도 창우라 불린 고참의 험악했던 표정이 급격하게 풀어지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 비굴한 웃음까지 띄었다.

    "예? 아니, 이 새끼가 자꾸 띨방하게 굴어서 말입니다."

    "니는 옛날에 더 띨방했다, 임마!"

    "예? 에이∼ 또 왜 그러십니까, 박 하사님."

    창우의 표정이 훨씬 더 누그러지며 박 하사의 눈치를 슬슬 살폈다. 언뜻 보아도 상당히 쩔쩔 매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박 하사는 런닝 차림으로 침상에 반쯤 누워 지겹다는 듯 과자를 먹고 있었다. 그 모습이 영민의 눈엔 아주 여유 만만하고 위풍 당당해 보였다. 바로 BNQ 최고참의 모습, 그것이다. 
    박 하사가 영민을 흘낏 보았다.

    "야, 니 그렇게 뻘쭘이 서 가지고 뭐 하노? 고만 앉아라."

    그러나 그 순간 영민의 머릿속에서는 아침에 장유정 하사가 얘기해 주었던 주의 사항들이 새삼 상기되었다. 진땀이 났다.

    "와 안 앉노?"

    "괜찮습니다!"

    "앉으라카이!"

    박 하사의 목청이 조금 높아지자 영민은 망설였다. 앞에는 좀 전에 자신을 닦달하던 오창우 하사가 찢어진 눈으로 빤히 노려보고 있었다. 앉기만 했다간 그냥 안 두겠다는 듯, 매서운 눈빛…….
    또다시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게 된 영민은 문득 장 하사가 나타나 자신을 도와줬으면 하는 헛된 기대를 가져보았다.



    말끔하게 약복을 다려 입은 영민이 산꼭대기에 위치한 이 곳 공군 XXXX부대로 막 들어섰을 때, 제일 먼저 만났던 사람이 자신보다 한 기수 위인 장유정 하사였다. 그는 기쁜 마음으로 자신의 유일한 졸병이 될 영민을 마중 나와주었던 것이다.

    "야, 니가 이 하사지? 이영민 하사?"

    "필승!"

    "어, 그래 됐고…… 오느라 고생했다. 밥 안 먹었지?"

    "……."

    "나 따라와라. 응? 긴장 풀고, 임마!"

    장유정 하사는 첫인상부터가 아주 좋았다. 그 편하고 밝은 인상이 영민의 칼날 같던 긴장감을 조금 무디게 해주었다.
    서글서글한 눈망울에 듬직한 체구의 장유정 하사를 따라 영민이 처음 간 곳은 '영외자 식당'이었다.


    늦은 아침 시간이었지만 식당 안에는 아직 식사를 하고 있는 몇몇 장교와 하사관들이 있었다. 영민은 그들을 보고 그만 바짝 얼어버려 어찌할 바를 몰라했고, 장유정 하사는 그런 영민의 등을 툭 치며 다시금 긴장을 풀어주었다.
    그가 대위를 향해 경례를 붙였다.

    "필승! 많이 드십시오."

    그러자 가볍게 목례로 장유정 하사의 경례를 받은 대위가 영민을 흘끔 바라보았다.

    "신임 하산가 보네?"

    "예, 하사 이영민! 그렇습니다!"

    순간 식당 안이 울리도록 쩌렁쩌렁한 영민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옆에 있던 장유정 하사가 움찔 놀랄 정도였다. 그러자 뒤쪽에서 중사 하나가 대번에 인상을 구겼다.

    "얌마! 여기가 훈련 단 연병장이냐? 어디 식당에서 소릴 지르고 난리야?"

    영민은 어쩔 줄을 모르고 서 있었다. 훈련 단에서는 무조건 목소리를 크게 내야만 했었다. 목소리가 작다고 단체 얼차려를 받았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여긴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얼른 장유정 하사가 사람 좋은 웃음으로 주위를 환기시켰다.

    "하하, 신임 하사라 군기가 바짝 들어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영민을 돌아다보며 나직이 입을 열었다.

    "이 하사, 식당에서는 그렇게 고함 안 질러도 돼. 응?"

    "예, 알겠습니다!"

    아까보다는 힘이 많이 빠진 영민의 목소리. 그러자 장유정 하사가 바짝 다가와 다시 한 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야, 뒤에 '알겠습니다'는 빼. 그건 임마, 병들 말투야. 그냥 짧게 '예'로 끝내라구."

    "예……."

    영민은 한껏 더 소리를 죽여 대답했다. 그러자 장유정 하사는 다시 온화한 미소를 띠며 영민의 식판에 밥과 반찬들을 이것저것 수북히 담아주었다. 영민은 그의 뒤를 강아지 마냥 바짝 붙어 따라다녔다.
    기분과 상관없이 밥맛은 엄청 좋았다. 처음엔 주변의 눈치를 살피느라 깨작거렸지만 맘놓고 편안히 먹으라는 장유정 하사의 말이 떨어지고 시간이 조금 지나자, 어느새 영민은 걸신이라도 들린 듯 게걸스럽게 식판을 비워대고 있었다. 그렇게 먹어대니 금방 식판의 바닥이 드러났다.

    "야, 좀 더 먹을래?"

    "예?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더 먹어도 돼. 너보고 돈 내라고 안 할 테니까, 더 먹고 싶음 더 먹어."

    솔직히 더 먹고 싶었다. 더 먹어도 장유정 하사는 기분 나빠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지만 영민은 그만 먹기로 했다. 아무리 잘해 주더라도 초반부터 빠진 모습을 보일 수는 없는 것이다.

    "아닙니다, 많이 먹었습니다."

    "그래?"

    그러자 장유정 하사는 어디론가 가더니 손수 물 한 컵을 떠가지고 왔다.

    "저…… 제가……."

    영민은 당혹스러웠다.

    "아니, 됐어. 자, 이거 마셔."

    자신에게 너무 잘해주는 장유정 하사가 오히려 부담스러워지려 했다. 영민은 떨리는 손으로 물 컵을 건네 받았다. 그러자 장유정 하사가 피식 웃는다.

    "너, 이렇게 맛난 밥은 앞으로 먹기 힘들 거다."

    "……?"

    "여긴 영외자 식당이야. 영외자들이 식사하는 곳이라구. 영내 하사들은 요 아래 사병 식당에서 영내 병들이랑 같이 먹어야 해."

    "그렇습니까?"

    어쩐지 밥맛이 너무 좋았다. 흰쌀밥에 훈련단 음식들과는 완전히 격이 틀린 반찬들……. 

    이것은 영외자들을 위한 식사였던 것이다.

    "담배 피니?"

    "예? 예……."

    주저 없이 담배 하나를 건네는 장유정 하사, 놀란 영민은 얼떨결에 손까지 내저었다.

    "괜찮습니다."

    "아냐, 펴도 괜찮아. 받아."

    "……."

    "어서 받아!"

    어쩔 수 없이 하나를 건네 받았다. 장유정 하사는 바로 라이터를 켜주었고, 영민은 황송하다는 듯이 얼른 다가가 담배에 불을 붙였다.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장유정 하사는 별거 아니란 표정으로 자신도 담배 하나를 물고 불을 당겼다.

    "편하게 펴, 응? 앞으로도 내 앞에서는 긴장할 것 없어. 딱딱하게 굴지도 말고, 목소리도 크게 하지마. 응?"

    "예……."

    영민은 정말로 맘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비단 담배 연기의 훈훈함 때문만은 아니었다. 장유정 하사는 정말로 남을 편하게 만드는 남다른 재주가 있는 듯했다.
    잠시간 말없이 담배를 피워대다 이윽고 꽁초를 재떨이에 비벼 끄며 장유정 하사가 입을 열었다.

    "몇 가지만 주의 깊게 들어라, 이 하사."

    "예!"

    영민은 다시금 정색을 하고 담배를 끈 후, 졸병으로서 고참의 얘기를 들을 자세를 완벽히 갖추었다.

    "우선 말이다, 절대로 다른 고참들 앞에선 웃지 마라. 응? 특히 BNQ 안에선 누가 뭐라고 해도 이빨을 보여선 안 돼. 어디서 짱구 같은 놈이 튀어나와 개지랄을 떨어대도 절대로 웃지 말란 말야. 알았지?"

    "예."

    "그래, 그리고 또 하나 BNQ 안에선 고참들 볼 때마다 무조건 필승 때려. 금방 봤던 고참이 또 지나가도 또 경례하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무조건 대성박력으로 필승 때려. 넌 지금 제일 쫄병이지? 그러니까 하사만 보면 누구든 상관없이 필승 때리면 되겠지?"

    "예!"

    "그리고 혹시라도 고참들이 편히 쉬라고 한다든지, TV를 보라고 한다든지, 한 번 웃어보라고 슬슬 분위기 잡아도 절대 거기에 속지마. 쉬라고 윽박을 질러대도 끝까지 버텨야 돼. 알았지? 나를 제외한 다른 고참들 앞에선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된단 말야. 내가 다른 고참들과 같이 있으면 내 앞에서도 긴장해야 돼. 절대 BNQ 안에서는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마."

    "예……."

    장유정 하사의 주의 사항을 하나하나 듣고 있자니, 영민은 절로 긴장이 되어 버렸다. 좀 전에 맛있게 먹었던 밥도 전혀 소화가 안 될 것 같았다.장유정 하사는 영민에게 다시 담배 하나를 권한 뒤, 자신도 한 대 피워 가면서 그 밖의 주의 사항들과 BNQ 생활 규칙에 대해 얘기해 주었다.

    "그리고 말야,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이윽고 장유정 하사는 마지막 주의 사항을 말하려 했다. 그런데 그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장유정 하사는 다시 새로운 담배 하나를 꺼내 물었다. 꽤나 헤비 스모크였다.
    장유정 하사의 인상이 점점 굳어지고 있었다. 영민은 그의 표정이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단번에 감지할 수 있었다.

    "이건 귀신 얘긴데……."

    귀신?
    영민은 의아하면서도 솔깃한 표정을 지었다.

    "이 부대엔 말야…… 귀신이 있어."

    "예?"

    영민의 미간이 가볍게 찌푸려졌다. 그는 지금 장유정 하사의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구분이 안 됐다. 장유정 하사는 조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믿기 어렵겠지만 말야, 정말 있어. 그런데 말야…… 그 귀신 얘기와 관련해서 조심해야 될 게 세 가지가 있거든."

    "……?"

    "여기 BNQ는 총 3호실까지 있는데 원래는 4호실까지 있었어. 지금은 4호실은 보급반 간이 창고로 사용되어지고 있지. 즉 사람이 생활하진 않는다는 거야. 나중에 차차 알게 되겠지만, 4호실은 3층 복도 오른쪽 맨 끝 방이야. 근데 그 곳이 왜 창고로 사용되게 된 줄 알아?"

    "왜 그렇습니까?"

    그러자 장유정 하사는 목소리를 더욱 낮추어 말을 이었다. 식판대 뒤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는 식당 아주머니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게 빛나고 있음을 영민은 눈치챘다.

    "그 BNQ 4호실이 말야……."

    그런데 얘기를 하려던 장유정 하사가 갑자기 머리를 가로 저었다.

    "아냐. 그 얘기하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데……."

    장유정 하사는 그렇게 말하고 영민의 표정을 한 번 살폈다. 영민은 정말 듣고 싶어 죽겠다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정말 궁금했다. 그 귀신 얘기가…….

    "너, 대대장 신고 요령 아냐?"

    "예? 예…… 대충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얘기는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것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너 좀 있다 신고하려면 그거 연습해 둬야 돼. 귀신 얘기와 관련된 세 가지 주의 사항은 나중에 얘기해 줄게."

    영민은 그만 맥이 풀려 버렸다. 중간에서 그만둘 거면 처음부터 얘기를 꺼내질 말았어야지……. 자신의 위치가 BNQ 최고 말단임에도 불구하고 감히 장유정 하사가 잠시 야속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그런 영민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장유정 하사가 피식 웃었다.

    "너, 무서운 얘기 좋아하는구나? 그렇지? 얘기 계속 듣고 싶냐?"

    "예……? 예, 사실은 되게 궁금합니다."

    영민은 쑥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고참 앞에선 웃으면 안 된다는 불문율을 자신도 모르게 어기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전혀 개의치 않는 장유정 하사였다.

    "그래? 그럼 마저 얘기해 줄까?"

    "예, 왜 창고가 된 겁니까?"

    그러자 장유정 하사도 얘기를 매듭짓고 싶어진 듯 다시금 예의 나직하고 진지한 목소리로 돌아갔다.
    "BNQ 4호실에서 말야……."

    "……?"

    "그 곳에서 사람이 세 명이나 죽어 나갔기 때문이야."

    "예?"

    영민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기 시작한다. 다음 말을 잇는 장유정 하사의 주위엔 사뭇 냉기까지 흐르고 있는 듯했다. 밀담을 주고받는 이들처럼 두 사람의 표정이 심각하고 조심스럽다.

    "불과 2년 전의 일인데, 그 당시엔 신임 하사가 들어오면 꼭 그 날 밤에 담력 테스트를 시키는 무시무시하고 엿 같은 전통이 하나 있었거든. 그 날도 신임 하사가 하나 들어오자 어김없이 고참들은 그를 불러 그 전통을 이행하게끔 했지."

    전통? 담력 테스트? 

    영민은 오싹함을 느끼는 한편, 점점 장유정 하사의 얘기에 흥미가 간다.

    "우선 일석 점호가 끝나자 고참 몇 명이 그 신임 하사를 BNQ 4호실로 불러서 그 방에 얽힌 무시무시한 전설을 얘기해 주었어. 그 내용인즉, 4호실에서 밤 12에서 3시 사이에 혼자 거울을 계속 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그 거울에 비치던 자신의 모습이 밖으로 튀어나온다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지. 모두 그 고참들이 지어낸 이야기였어. 그런데 아무 것도 모르는 신임 하사는 반신반의하면서도 그 말에 신경이 쓰였겠지. 아무튼 그런 전설을 얘기해 준 후 사색이 되어버린 신임 하사를 4호실에 혼자 남겨 두고는 모두들 나와 버렸던 거야. 절대 자지 말고 거울을 보고 있다가 거울 속의 녀석이 튀어나오면 놓치지 말고 꼭 잡고 있으란 협박 어린 명령까지 내린 후 커다란 거울 하나를 놓고선 말이야."

    거기까지 말한 장유정 하사는 잠깐 시계를 보았다. 시간은 꽤 흘러 있었다. 그러나 영민은 시간이야 어찌 되었건 얼른 다음 얘기를 듣고 싶었다. 장유정 하사는 이야기를 정말 실감나게 잘 하는 스타일이었다.

    "시간이 꽤 됐네?"

    "장 하사님,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영민은 자신의 위치를 망각하고 장유정 하사를 재촉했다. 그런 영민을 한동안 빤히 바라보다가 다시금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돌아온 장유정 하사는 말을 이었다.

    "근데 말야 중간에 일이 잘못 되어 버린 거지. 그 신임 하사가 잘 하고 있는지 궁금도 하고, 또 겁을 좀 주려고 새벽 두 시쯤에 중간 고참 두 명이 귀신 분장을 하고는 살짝 4호실로 들어가 봤는데……."

    "……?"

    "BNQ 4호실…… 불이 꺼진 BNQ 4호실 문을 열고 들어서던 귀신 분장의 고참 둘이 오히려 비명을 질러댔던 거야."

    "……?"

    "그 비명에 놀란 나머지 고참들이 우르르 뛰어갔지. 그리고 4호실 문을 박차고 한꺼번에 뛰어들어갔는데…… 모두들 놀라 자빠지고 말았지. 4호실 안의 광경이 어땠는지 아니?"

    "어땠습니까?"

    장유정 하사는 갑자기 몸서리가 쳐진다는 듯 머리를 몇 번 저었다.

    "BNQ 4호실 안에…… 그 신임 하사 녀석이 어두운 침상 한 가운데에 꼿꼿하게 앉아서는 문을 열고 들어선 고참들을 빠끔히 노려보고 있었는데…… 그 녀석의 눈이 사람의 눈이 아니었던 거야!"

    "……?"

    "부엉이 마냥 똥그랗게 치켜 뜬 두 눈엔 흰자위만 가득했고, 그 한가운데에는 빨간 눈동자가 박혀 있었대. 마치 두 눈 한가운데를 가늘고 뾰족한 못으로 찔러서 새빨간 핏방울이 맺혀 있는 것처럼 말야. 그리고 그 끔찍스런 두 눈과는 대조적으로 입가엔 희미한 미소가 감돌고 있었어. 어쩌면 그 섬뜩한 눈동자에 기묘하게 어울리는 미소였지. 그리고 두 손…… 녀석은 마치 똑똑히 보란 듯이 두 손을 문 쪽을 향해 쫙 펴고 있었는데, 그 손바닥은 시뻘건 피 칠로 가득했어. 그리고 녀석의 앞에는 귀신 분장을 하고 들어갔던 두 고참이 쓰러져 있었는데…… 둘 다 목이 덜렁거릴 정도로 어떤 날카로운 것에 베어져 있었고 거기서 뿜어져 나온 피가 4호실 바닥을 가득 채우고 있었지."

    영민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한 줄 흘러내리자 차가운 냉기가 전신으로 번졌다. 그 덕에 지금이 더운 여름이란 사실을 잠시 잊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건 그때 그 신임 하사 뒤에 놓여 있었던 거울이었지! 그 거울이 누가 붙잡고 있는 것도 아닌데 꼿꼿하게 서 있었던 거야. 마치 하나의 독립된 생명체처럼 말이야…… 그리고 더 무서운 건 응당 그 거울에 비쳐야 할 신임 하사 녀석의 뒷모습이 전혀 비치지 않고 있었다는 거지!"

    "예…… 그, 그럼……?"

    영민은 말까지 더듬었다.

    "저…… 정말로 거울 속의 녀석이…… 밖으로 튀어나와 버린 겁니까?"

    장유정 하사는 싸늘한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야 모르는 일이지. 그 거울을 제대로 본 사람은 그들 중 단 한 명뿐이었고, 이후 그 신임 하사 녀석을 붙잡는 과정에서 거울은 깨져 버렸으니……."

    "……."

    "아무튼 녀석은 붙잡혔고 곧바로 살인죄를 물어 영창에 처넣었지. 그런데 얼마 있다가 다시 정신 병원으로 옮겨졌대. 진술 과정에서 조사를 해보니 녀석은 정상이 아니었던 거야. 
    그 날 사건에 대해 자꾸 헛소리만 지껄여 대다가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고…… 결국은 미친놈이 되어버린 거지. 그 이후 모두들 그 BNQ 4호실에는 가기를 꺼려하게 됐고, 결국 4호실은 쫄따구들의 전용 방이 되어버렸지."

    영민이 숨을 죽이며 마른침만 삼키고 있는데, 장유정 하사는 한 층 더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 4호실의 악몽은 그걸로 끝난 게 아니었어."

    "예? 그럼……."

    "얼마 후에 4호실에서 또 한 명이 죽은 거야!"

    "……!"

    "그 죽은 녀석도 비교적 쫄병이었는데 아침 점호 시간에 참석을 안 해서 Q장이 난리를 치며 가보았더니…… 그 자식이 제자리에 반듯하게 드러누운 채 눈을 하얗게 까뒤집고선 죽어 있었대. 앞서 죽은 두 명과는 달리 외상은 전혀 없었고, 사인은 심장마비였지."

    실로 믿어지지 않는 얘기였다. 정말 이 곳이 사람이 세 명이나 죽어나간 부대란 말인가? 
    그것도 불과 2년 전에……. 갑자기 영민은 앞으로 2년간의 영내 생활을 어떻게 해나갈지 걱정이 앞섰다.

    "믿어지지 않지?"

    장유정 하사는 또다시 영민의 마음을 꿰뚫는 듯한 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 아닙니다."

    "BNQ 4호실은 그 날로 폐쇄되었다가 얼마간 시간이 흐르자 결국 보급반 간이 창고로 활용하게 되었지. 그리고 지금까지 그렇게 지속되고 있지. 하지만 말야…… 아직도 끝난 게 아니라는 거지."

    영민은 다시 한 번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직 끝난 게 아니라니……?

    "그렇게 놀랄 건 없어. 아직도 밤이면 그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느니, 그 안에서 누군가가 문을 조금 열고 바깥을 노려보고 있다느니…… 뭐, 그런 것들……. 그런 진위를 알 수 없는 소문들이 불침번들을 통해서 종종 맴돌고 있다, 이런 말이니까."

    "아…… 그렇습니까?"

    장유정 하사는 빙긋 웃으며 한껏 고조되었던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얘기가 길어졌는데, 그러니까 니가 주의해야 할 세 가지가 뭐냐하면…… 넌 말야, 그 4호실 귀신 얘기에 대해서 절대로 아는 척을 하지 말고 병들이 떠들어대는 소리에 솔깃해져서 함부로 입 밖으로 옮기고 다니지도 말아야 돼. 응? 이것이 첫 번째고, 두 번째는 BNQ 최고참 하사 중에 전빈영 하사님이라고 있는데 그 사람이 귀신을 보는 능력이 있다고 하는데, 뭐 확실한 건 아냐. 아무튼 넌 그 일에 대해서도 모른 척하고 있어야 해. 전빈영 하사님 앞에서 귀신이 어쩌니 하는 소리는 절대 금물이란 말야. 그 사람과는 아예 말도 안 하는 게 좋아. 하긴, 넌 아직 쫄병이니까 누구 앞에서 감히 뭔 소리도 못하겠지만……."

    맞는 말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혹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말야…… 아니, 뭐 그럴 리야 없겠지만. 혹시라도 말야…… 니 눈에 정말 귀신같은 게 보이잖아?"

    "예?"

    "아니, 그럴 리는 없을 테니 놀랄 것 없어. 그러니까 내 말은 혹시 자다가, 아니면 몸이 허해져서 헛것을 볼 수는 있는 거니까…… 만에 하나 이상한 광경을 보게 되더라도 절대 떠벌리지마! 특히 주임 원사나 너네 선임 하사나 혹은 헌병 반장 앞에선 절대 그딴 얘기하지마! 무슨 말인지 알겠지?"

    장유정 하사가 무슨 당부를 하려는지 감이 잡혔다. 영민은 신중하게 고개까지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그러나 장유정 하사는 아직 자신의 뜻이 영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어지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괜히 헛것 하나 본 것 가지고 시끄럽게 떠들지 말란 말이야. 혹시 그런 귀신 보게 되면 나한테만 얘기해, 알았지? 뭐, 내가 이런 얘기했다고 괜히 겁먹지는 말고…… 응? 야! 세상에 귀신이 어딨냐?"

    "알겠습니다."

    대답은 했지만 영민은 장유정 하사의 마지막 말이 자꾸 맘에 걸렸다. 장유정 하사가 아차 하는 표정으로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시발,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빨리 나가자. 대대장 신고 연습해야지."

    "예."

    장유정 하사는 전표를 끊어 식비를 대신 내고 영민을 데리고 나왔다. 식당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장유정 하사를 따라나선 영민은 잠시 다른 생각에 젖어 들었다. 그것은 자신이 잠깐 가출한 경험이 있었던 중학교 3학년 때의 기억이었다.
    나쁜 친구들과의 어울림, 처음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게 했던 옆 여학생, 바닥으로 추락하던 학업 성적, 중간 고사 부정 행위와 그로 인한 무기 정학, 이후 계속되던 선생님과 아이들의 따가운 시선, 그리고 이어진 무단 조퇴, 무단 결석, 엄마와의 잦은 마찰, 비애, 자살 충동, 실연, 가출, 죽음, 귀신…….

    귀신……?

    거기까지 기억의 고리가 맞물리자 영민은 슬쩍 그 고리를 놓아버렸다. 자신의 의식 속에 잠들어 있던 귀신에 대한 기억. 그것만은 결코 생각하고 싶지가 않았다…….

    -계속
    네모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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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사진 아님 오해 ㄴㄴ
    <img_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011/1289812647134_1.jpg">
    <img_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010/1288155700138_1.jpg"><br />
    <center>(주)네모표 꼬릿말<br />
    <a></a><br />
    <a></a><br />
    <img_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010/1288155692138_1.jpg"><br />
    <center>(주)아흥표 꼬릿말.<br />
    <a></a><br />
    <a></a><br />
    <img_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010/1288155692138_4.jpg"><br />
    <img_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010/1288155692138_3.jpg"><br />
    <center>(주)두두♪표 꼬릿말<br />
    <a></a><br />
    <a></a><br />
    <img_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010/1288155692138_5.jpg"><br />
    <center>(주)Wildcat♪표 꼬릿말<br />
    <a></a><br />
    <a></a><br />
    <img_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010/1288155692138_2.jpg"><br />
    <Center>(주)포심패스트볼표 꼬릿말.<br />
    <a></a><br />
    <Center>만남과 이별<br />
    <a></a><br />
    <Center>각자 살아가며,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한다.<br />
    <Center>무뎌지는 것일까 , 아니면 그저 무감각할뿐일까.<br />
    <Center>수없이 많은 만남 속에 끈끈하게 얽혀진 인연.<br />
    <Center>그럴리 없다면서도 어느샌가 풀린 인연.<br />
    <Center>인연이 얽힌다면 풀리는걸 준비해야 하는 자세.<br />
    <Center>현대인에게 필요한 "낭만"<br />
    <Right>Episode1 - Wind Cafe<br />
    <a></a><br />
    <DIV class="view" style="FONT-SIZE: 9pt; FONT-FAMILY: 957287_9"><LINK href="http://user.chollian.net/~nosamoclub2/sutienwebfont/sayhompy15.css" type=text/css rel=stylesheet><FONTCOLOR=HOTPINK> </DIV><br />
    <CENTER class="view" style="FONT-SIZE: 9pt; MARGIN: 0px; FONT-FAMILY: 957287_9"><A class="con_link" title="블로그" style="COLOR: pink" href="http://blog.naver.com/holyhock" target=_blank>블로그</A>|</A><A class="con_link" title="지하실" style="COLOR: gray" href="http://todayhumor.co.kr/board/view_temp.php?table=today&no=30228&page=1&keyfield=&keyword=&sb=" target=_blank>지하실</A></CENTER><br />
    <CENTER class="view" style="FONT-SIZE: 9pt; MARGIN: 0px; FONT-FAMILY: 957287_9"><br />
    <CENTER style="PADDING-RIGHT: 0px; PADDING-LEFT: 0px; FONT-SIZE: 12px; PADDING-BOTTOM: 0px; MARGIN: 0px; COLOR: #999999; LINE-HEIGHT: 1.6; PADDING-TOP: 0px; FONT-FAMILY: Dotum"><FONT color="#000000"></FONT></CENTER><A href="http://blogfiles.naver.net/data33/2008/7/19/25/img_2379_holyhock.jpg"></A></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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