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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둠 속으로 도망치는 건 진절머리나 이제 그늘로도 잘 걷지 않는다고 들었다
2.
모기가 피 빨게 두곤 모두가 미워하는 기분은 어쩌니 해
3.
산속 버려진 사당터 제단에 도토리 몇 개는 아직 작은 짐승 신 정도가 모셔지나
4.
정오 감각을 상실시키는 먹구름에서 창살처럼 비가 내렸고 난 자유로웠다
타고 흐르는 빗줄기로 존재를 증명하려는 투명 인간인 양 하늘에 손 뻗으며
5.
한바탕 수해가 휩쓸고 간 천변은 일제히 드러누운 풀이 인상적이었다
불어난 물소리는 도시 소음보다 커졌고 돌아온 새들이 윤슬 속에서 평화로워 보였지만
길 한구석에 새끼 고양이가 익사체로 눈에 밟혔다
떠밀려 온 나무를 목어가 되라는 수장을 치러줬으나 고양이는 죽으면 뭐가 되는지 몰랐다
그리고 모처럼 하늘이 개어 좋았다
장마 전선 후미의 바람이 폭염을 무르게 한 날에 유난히 희고 살찐 구름도 시각적으로 시원했다
인간의 찬 부분은 뙤약볕이 닿지 못한다 죽음에 냉소적이었으므로 더운 것쯤은 티 낼 일도 아녔다
6.
종교를 발명으로 사랑하는 방법을 위탁하고 혐오가 작동하는 방식이 는 걸까
7.
막 비가 갠 날 먼 길을 와주셨구려
장마가 유난히 오락가락 참 길었소
촌은 흙길뿐이라 여태 질었소만
볕에 진흙 굽는 냄새가 구수해서 공기가 더 마음에 들 것이오
우리 마을엔 산수유가 즐비하오
전엔 산수유나무 몇 그루면 자식을 대학에 보낸단 말도 통했지요
자 어귀에 들면 장맛비에 털린 낙과를 살펴 디뎌주시오
저 산 너머로 늪지가 새들의 세상이니
새 밥을 해치지 않으려 살금살금 걷는 게 지당하오
예 근방 새들은 대대손손 이웃으로 살아 염치를 배웠는가
성한 열매는 놔두고 땅에 떨어진 것부터 쪼니까 기특하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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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제 목 | 이름 | 날짜 | 조회 | 추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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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 일상 | 등대빛의호령 | 24/04/21 23:42 | 253 | 1 | |||||
84 | 일상 | 등대빛의호령 | 24/02/28 01:25 | 218 | 2 | |||||
83 | 일상 | 등대빛의호령 | 24/02/09 23:13 | 150 | 1 | |||||
82 | 일상 | 등대빛의호령 | 24/01/28 01:48 | 184 | 1 | |||||
81 | 일상 | 등대빛의호령 | 23/12/04 23:35 | 187 | 1 | |||||
80 | 일상 | 등대빛의호령 | 23/11/19 23:27 | 231 | 0 | |||||
79 | 일상 [2] | 등대빛의호령 | 23/11/12 09:03 | 92 | 1 | |||||
78 | 일상 | 등대빛의호령 | 23/08/24 00:37 | 149 | 1 | |||||
77 | 일상 | 등대빛의호령 | 23/08/07 23:57 | 74 | 2 | |||||
▶ | 일상 | 등대빛의호령 | 23/07/23 02:48 | 147 | 2 | |||||
75 | 일상 [3] | 등대빛의호령 | 23/06/14 00:46 | 163 | 2 | |||||
74 | 일상 | 등대빛의호령 | 23/06/07 01:58 | 165 | 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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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 꽃향기는 딱 바람이 가져다준 만큼만 족해야지 | 등대빛의호령 | 23/04/09 00:05 | 166 | 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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