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유머 - 박하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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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readers_36654

작성자 : 치즈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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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시간 : 2022/01/10 00: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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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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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사탕 1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혹은 사랑하려면 몇 가지 이유가 필요할까? 막연한 상상 속에서 그 수를 헤아려 봤다. 예쁘거나 혹은 작고 귀여워서. 얼굴이 눈처럼 하얘서. 목소리에 애교가 넘쳐서. 귓불이 작아서. 눈웃음이 아름다워서. 컵을 들 때 새끼손가락을 곧게 뻗어서. 바른 자세로 사뿐 사뿐 걸어서. 잠깐 동안 떠올린 생각만으로도 노트를 한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내가 너를 좋아하게 된 것은 모든 이유의 전부였다. 아니, 어쩌면 아무런 이유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냥 너였기에 그 모든 것이 이유가 되었다. 우리가 처음 만난 건 여느 때와 다름없던 어느 날의 토요일이었다. 점심이 조금 지나 초인종이 울렸을 때 무심코 열었던 현관문 너머엔 하얀 블라우스 차림의 네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오늘 옆집으로 이사 왔어요. 엄마가 떡을 좀 갖다 드리래요.” 나는 바보처럼 뭐라고 제대로 대답도 못하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시루떡만 엉거주춤한 자세로 받아 들었다. 꾸벅 인사를 하고 돌아가는 너의 뒷모습을 멍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은은한 샴푸 향이 코끝에 맴돌았다. 아들, 오늘 저녁에 카레 해 먹을까? 엄마 잠깐 슈퍼 좀 다녀올게.” “아냐 엄마. 내가 다녀올게!” “평소엔 귀찮아하더니 웬일이래. 우리아들 철들었네.” 나는 시키지도 않은 심부름을 도맡아 하며 집을 나섰다. 옆집을 스쳐 지나기만 해도 괜스레 심장이 콩닥거렸다. 나이는 몇 살인지, 이름은 무언지, 좋아하는 건 뭐고 꿈은 뭔지, 너에 대한 모든 것이 나의 호기심이 되었다. 주말 동안 여러 번 집 밖을 드나들며 우연히 너를 스치기를 소망한 나의 바램은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그 설렘만으로도 하루 종일 행복했다. 아침마다 엄마와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나서야 간신히 잠에서 깨어났지만 그 날은 새벽이 밝아오기도 전에 눈이 떠졌다. 나는 어서 집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막연한 기대를 품고 너의 집을 스치고 싶었다. 나는 해가 서쪽에서 떴냐고 묻는 엄마의 놀림을 뒤로하고 평소보다 30분은 일찍 현관문을 나섰다. 너의 집은 엘리베이터를 사이에 두고 바로 맞은편에 있었는데 나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척 발소리를 죽이며 너희 집 현관 앞으로 슬며시 다가갔다. 1층의 엘리베이터가 4층까지 올라오는 동안에도 너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활짝 열린 엘리베이터를 뒤로 한 채 조금 더 과감하게 한쪽 귀를 현관 가까이 가져갔다.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희미하게 너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나는 좀 더 용기를 내서 숫제 귀가 현관에 달라붙을 듯이 밀착시키며 천국을 염탐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갑자기 현관문이 덜컥 열렸다. 너무나 당황한 나는 뒤도 안 돌아보고 계단으로 우당탕 뛰어 내려가 그대로 학교까지 달음질을 쳤다. 교실에 도착해 책상에 엎드려 거친 숨을 수 차례 내뱉었지만 쉽사리 진정이 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도 너의 모습이 떠올랐다. 처음 너를 보았을 때와 인사를 하며 시루떡을 건넸을 때, 사라져가는 너의 뒷모습과 코끝에 맴돌던 샴푸 향기, 그 찰나의 순간을 계속해서 되새김질하다가 나도 모르게 살짝 잠이 들었다. 자자, 조용. 수업시작하기 전에 전학생을 소개하겠다. 이름은 정다온, 전엔 수원에 살다가 이쪽으로 이사 왔다고 한다.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공부도 잘하고 똑똑한 친구니까 너희들이 적응 잘 할 수 있게 도와줘라. 알았지? 그럼 다온아 친구들한테 간단하게 인사할래?” “안녕하세요. 수원 창현고에서 전학 온 정다온이라고 합니다. 여러분하고 친하게 잘 지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어젯밤에도 네가 흐릿하게 꿈에 나왔는데 책상에 새우처럼 엎드려 잠깐 존 사이에도 네가 나타났다. 꿈에서도 꿈처럼 느껴지는 그런 꿈이었다. “다온이 자리는 어디 보자, 저기 빈자리 있네. 근데 이렇게 예쁜 전학생이 왔는데 졸고 있는 놈 누구야. 강필구! 얼른 안 일어날래?” 꿈이라고 여기기엔 독사라 불리는 담임 선생님의 목소리가 너무 생생했다. 나는 정신이 번쩍 들어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어째서인지 눈앞엔 새하얀 원피스를 입은 네가 서 있었다. “이놈의 자식이 멍 해가지고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네. 여기 다온이는 오늘 온 전학생이니까 학교생활 잘 하게 네가 짝꿍으로써 잘 도와줘라. 알았지?” 너는 내게로 천천히 다가왔다. 한걸음, 한걸음 가까워질수록 심장이 빠르게 요동쳤다. 내 옆자리에 네가 슬며시 앉았을 때 심장 어귀에서 천둥소리가 났다. 그 소리가 네 귀까지 들릴 까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반가워. 근데 우리 옆집, 맞지?” “으, 으응.” “진짜 신기하다. 우리 보통 인연이 아닌 가봐.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그, 그래.” 너는 천사였다. 여왕이었고 여신이었다. 네 목소리엔 아름다움이 있고 기품이 있고 영혼이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너의 종이 되었고 신하가 되었고 노예가 되었다. 나의 마음은 너라는 존재만으로 가득 채워졌다. 나는 너와 같은 빌라 같은 층의 이웃이고 또 같은 학교 같은 반의 짝꿍이라는 우연으로, 너를 선망하는 모든 남학생보다 한걸음 앞서서 너와의 인연을 나눌 수 있었다. 너와 같이 등교하는 꿈 같은 일이 어느새 일상이 되었고 언제부터인가 학교를 가지 않는 주말이 너무나 지루해 견디기 힘들어졌다. “필구야, 넌 꿈이 뭐야?” 어느 날 하교 길에 너는 내게 물었다. 어렸을 적엔 유전공학박사가 꿈이었다. 유전공학박사가 하는 일이 뭔지도 몰랐지만 남들 다 말하는 과학자보다는 폼 나 보여 치기 어린 꿈이 통용될 때 까지는 나는 미래의 유전공학박사였다. 지금은 꿈이 없다. 남다른 포부도 없고 특별히 되고 싶은 것도 없다. 그런걸 고민할 정도로 무언가를 열심히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별이 박힌 두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너에게 사실 그대로를 말하기엔 너무나 부끄러웠다. 나는 너의 눈을 슬쩍 피하며 되물었다. “그러는 너는?” “나는 선생님. 선생님이 돼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어.” 갑자기 머릿속에 풍경이 하나 스쳤다. 어느 작은 초등학교나 중학교쯤 되는 곳에서 하얀색 블라우스와 검정색 치마를 입고…… 아니다, 요즘 애들은 짓궂은 애들이 많으니 치마대신 슬랙스 타입의 긴바지를 입고 하얀색 분필로 녹색 칠판 위에 또박또박 글씨를 써가며 앵두를 머금은 목소리로 차분히 설명을 하는 너는 교실 불을 켜지 않아도 마치 반디불이처럼 스스로 빛을 내며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너는 꼭 될 거야, 선생님.” “정말? 진짜 그랬으면 좋겠다. 근데 넌 뭐 하고 싶은데?” 순간 나는 또 하나의 그림을 그렸다. 검정색 면티 위에 짙은 회색 니트스웨터를 한 겹 더 껴입고 바지는 어두운 계통의 면바지차림에 당구 큐의 상대부분을 몽둥이 삼아 교내의 군기반장 역할을 자처하며 교실에선 엄한 호랑이고 동료들 사이에서도 무뚝뚝하다고 소문이 났지만 너에게만은 누구보다 다정다감한 선생님이 된 나의 모습이었다. “나도 선생님. 선생님이 될 거야.” “정말? 너 정말 선생님이 꿈이야?” 너는 동그란 얼굴로 놀랐는데 나는 너에게서 약간의 동지애와 묘한 기대감을 읽었다. 그것이 나의 착각이었더라도 그 때부터 내 꿈은 선생님이었다. 갑자기 소나기가 후두둑 떨어졌다. 우린 너의 가방 안에 있던 작은 우산을 급히 나눠 썼다. “다 젖겠다. 좀 더 가까이 붙어.” 너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나는 몸에서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심하게 떨려서 어찌할 줄 몰랐다. 네가 내 팔을 끌어당겼을 땐 나는 너에게 감전이 되어 온몸의 세포가 짜릿하게 날뛰었고 성난 심장은 요동을 치며 왼쪽 가슴을 빠르게 쿵쾅거렸다. “나는 빗속에 섞인 풀 냄새랑 흙 냄새가 참 좋더라.” “응 좋다, 냄새.” 너의 작은 우산 아래 몸을 숨기고 거의 하나되듯 꼭 붙어 집까지 함께 걸어가는 동안에 너는 비 냄새를 맡고 있었지만 나는 너의 향에 취해 아무것도 맡을 수 없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학교에서 집까지의 거리는 너무 짧았다. 불과 1년 전만해도 15분이나 걸리는 통학거리가 항상 불만이었지만 이제는 1시간이 걸리더라도 문제 없을 정도로 나는 어느새 훌쩍 커버렸다. 4층 엘리베이터에서 막 내린 후 우린 내일 보자고 서로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곧 서로의 집을 향해 돌아섰지만 나는 다시 너를 향해 몸을 돌려 네가 사라지는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 함께 했던 시간이 꿈만 같을 정도로 너는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나는 너의 여운을 뒤로 하고 우리 집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눌렀다. 세 번 연속으로 틀리자 요란한 경고음이 울렸다. 어젯밤 엄마가 새로운 비밀번호로 바꾸었다고 말한 게 기억났다. 그리고 나는 그 번호를 기억하지 못했다. 엄마에게 전화했더니 바쁜지 전화를 받지 않았고 아빠에게 걸었더니 번호가 바뀐 것도 모르고 있었다. 다시 엄마한테 전화를 할까 하다가 나는 너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에게 생긴 작은 사정을 설명하며 수건 한 장을 빌리는 핑계로 한 번 더 너를 보고 싶었다. “야 어떻게 해. 감기 걸리겠다. 잠깐 우리 집에라도 들어올래?” 하얀 수건을 머리 위에 감고 현관문을 밀고 나온 너는 천사의 목소리를 가지고 그렇게 나를 천국으로 초대했다. 나는 구름을 타고 너에게 이끌려 하늘을 날았다. “너 많이 춥구나. 따뜻한 것 좀 갖다 줄게. 잠시만 기다려.” 너는 나를 천사의 둥지에 홀로 내려두었다. 너의 방이라는 미지의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나는 간질간질한 전율에 온몸이 떨려왔고 작은 오해로 혼자 남겨졌을 때, 고다이버 여사를 훔쳐보는 톰이 된 것처럼 너의 방을 관음하며 흥분했다. 그 대가로 햇빛으로 눈이 멀어버려도 나는 아무도 원망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그 날의 톰에게 다시 한 번 선택의 기회가 주어졌더라도 톰도 또다시 커튼을 열고 훔쳐봤을지도 모른다. 방안은 옅은 핑크색 벽지가 화려함을 감춘 단아한 공작새 같은 느낌을 주었다. 하얀색 레이스가 달린 침대 커버 위엔 초승달 모양의 베개가 떠 있었고 가지런히 정리된 책상 한쪽 귀퉁이엔 사탕이 가득 담긴 사탕 바구니가 놓여있었다. “뭘 멍하니 보고 있어. 아 저 사탕? 가끔씩 집중이 안되거나 달콤한 게 땡길 때 먹는 내 만병통치약이라고나 할 까. 하나 줄까?” 막 돌아온 너는 한 손으론 뜨거운 코코아를 건네고 다른 한 손으론 새하얀 박하사탕을 집어 나에게 건네주었다. 나는 사탕을 먼저 받아 손에 쥐고 양손으로 코코아를 받아 들었다. “달콤하다.” 나는 입안으로 한 모금 흘려 넣으며 말했다. 너는 해맑게 웃으며 “그치, 맛있지?” 라고 했지만 달콤한 건 코코아가 아니라 바로 너였다. 애석하게도 천국에 머문 시간은 그리 길지 못했다. 부재중을 보고 전화한 엄마는 새롭게 바뀐 비밀번호를 알려주었고 나는 이만 지상으로 내려가야만 했다. “다음에 정식으로 초대할게. 놀러 와, 알았지?” 천국의 주인은 다음을 말했고 나는 또 한 번 천국의 문을 두드리기 위해 매일같이 기도했다 집에 와서 보니 아까 받은 박하사탕을 여전히 손에 꼭 쥔 채였다. 나는 책상서랍 가장 위칸을 모두 비우고 너에게 받은 박하사탕만 살포시 넣어두었다. 너는 박하사탕을 꼭 닮았다. 너의 순백했으며 청량했고 또 달콤했다. 언제부터인가 가끔씩 서랍을 열고 새하얀 박하사탕을 넉 놓고 바라보며 너에게 사탕을 건네 받았던 그 찰나의 감촉을 되새김질 한다. 2 “선생님 안녕하세요.” 병아리처럼 작은 아이들이 엄마 손을 꼭 붙들고 하나 둘씩 입장하기 시작한다.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절간 같던 작은 공방을 활기찬 공기로 가득 메운다. 나는 찰흙을 한 덩이씩 나누어 주며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아이들을 인도한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찰흙을 꾹꾹 눌러 각자의 세계로 빠져들기 시작한다. 도자기 공방을 운영한지도 어느덧 7년이 넘었다. 취미 삼아 시작했던 도예가 어느새 생업이 되고 말았다. 그간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지만 지금은 온라인 판매가 궤도에 오르면서 이쪽계통에선 나름 자리를 잡았다. 주말에 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찰흙놀이교실도 꽤나 인기가 많았다. 사실 특별히 가르친다기보다 자유롭게 만지고 놀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게 더 컸지만 어쨌든 선생님이라고 불리고 있다는 게 왠지 모르게 뿌듯하다.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소나기가 세차게 쏟아졌다. 자가용을 이용해 출퇴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갑작스런 비라도 대수롭지 않았다. 단지 오랜만에 네가 떠올랐을 뿐이다. 처음 네가 내 눈 앞에 나타났던 순간부터 함께했던 지난 추억들을 하나 둘씩 소환했다. 천천히 차례대로 음미하고 싶었지만 너를 떠올릴 때면 언제나 늦은 밤, 집 앞 공원 벤치에서 있었던 그 날의 일이 기억의 순서를 무시하고 먼저 떠올라 버린다. 나는 지금도 가끔씩 그때의 내가 용기가 좀 더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그럼 우리의 미래도 혹시 조금은 달라졌을까? 여름과 가을 사이쯤의 어느 날, 너는 아주 들뜬 목소리로 나를 불러냈고 우리는 작은 공원에서 만나 달 빛을 조명 삼아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너의 작은 입에서 어떤 행복한 말소리가 흘러나올지 산타클로스의 선물을 기다리는 어린아이처럼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나를 불러낸 이유를 기다렸다. “필구야. 내가 얘기했던 대학생 오빠 알지?” 너의 대학생 오빠를 나는 잘 안다. 그 사람이 키도 크고 피부가 하얗다는 것도 알고 목소리가 감미로운 중 저음이라는 것도 알고 교대를 다니고 있다는 것도 알고 어렸을 적부터 친하게 지냈던 엄마 친구의 아들이라는 것도 알고 가끔 안부를 묻는 연락을 주고받는 것도 아주 잘 안다. 너는 종종 그 사람의 이야기를 내게 했고 분명 그냥 친한 오빠 동생 사이라고 내게 말했다. 그런데, 들 떠있는 너의 입에서 그 사람의 얘기가 제일 먼저 나오자 갑자기 강한 불안감이 온 몸을 엄습해왔다. “나 그 오빠한테 고백 받았어!” 나는 무너졌다. 조금 전까지는 분명 구름 위를 날고 있었는데 너의 말 한 마디에 나는 찬란한 날개를 잃고 땅으로 속절없이 떨어져 내렸다. 나는 그대로 바닥에 처박혔는데 너는 들뜬 날갯짓을 하며 여전히 하늘 위를 날고 있었다. 내가 너를 동경하고 있는 것처럼 너도 그 사람을 동경하고 있었다. 내가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게 너 때문이었던 것처럼 네가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것도 그 사람 때문이었다. 어쩌면 나는 이미 알고 있었는데 나는 그걸 애써 무시하며 귀담아 듣고 있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당시의 나는 용기가 없었다. 너의 옆집이라는 이유로, 너의 짝꿍이라는 이유로 나는 이미 많은 특혜를 받고 있었는데 그 이상의 것을 바라다간 지금 누리고 있는 것까지 모조리 잃을 까봐 나는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없었다. 그때 내딛지 못했던 그 한걸음이 아직도 종종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그 날 이후로 우린 자연히 멀어졌다. 아니, 내가 의식적으로 널 멀리 했기에 우리의 멀어짐은 그렇게 자연스럽지만은 않았다. 한 동안은 네가 너무 미웠고, 미운 만큼 또 그리웠다. 이제는 많은 시간이 지났고 더 이상 너의 소식을 알지 못한다. 아직 버리지 않은 낡은 책상의 가장 위 서랍엔 너에게 받은 박하사탕만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내 10대의 추억과 그리움을 머금은 채. 빛이 들지 않은 캄캄한 동굴 속에서. <div class="hwp_editor_board_content"></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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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2/01/10 21:44:48 112.171.***.130 윤인석 72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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