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훈련소에 입소해서 하루하루 배고픈 시절을 보내던 때

그나마 그 배고픔을 달래주는 행사가 있으니 바로 종교행사

특히 종교행사중에서도, 수계식, 세례식에 참여하게 될 경우 받는 과자의 량이 일반 종교행사에만 참여했을 경우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에, 그런 행사에는 꼭 참석해 줘야 한다. 

사회에서는 종교와 아무런 관련도 없다가 군대에 가서 갑자기 종교신자로 탈바꿈 하는거다.. 평화를 사랑하는 종교를 전투집단인 군대에서 믿게 되다니, 이것도 뭔가 좀 이상하긴 하다..

어쨌든 일반적으로는 수계식이나 세례식(기,천)은 한 사람당 한명만 참가할 수 있지만, 나는 그딴거 없다 그냥 3가지 다 참가하는거다. (원불교는 너무 멀어서 안갔다. 지못미 원불교)

월급도 제대로 못받는데 부식이라도 제대로 챙겨줘야지 종교에 가입하라고 하면서 배고픈 군인들을 부식으로 유혹하는 놈들이 나쁜놈들인거다. 중동에 과자주고 선교하러 간 샘물교회놈들과 다를바 없다. 뭐 이런 생각 하면서 양심의 가책같은거 하나도 없이 그냥 3가지 다 참가했다.

수계식, 세례식이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수계식 먼저, 그다음 세례식(천, 기)순으로 이뤄졌다. 어차피 종교행사 하는 장소가 다르니까 뭐 걸릴 염려도 없고 종교행사 뛰는 사람들도 별로 신경 안쓴다. 신자가 늘어난다는데..ㅋㅋ 그들에게 신자는 곧 정치력이겠지.

그렇게 해서 처음으로 수계식에 참여하게 됐다. 오.... 제사 지낼 때 쓰는 향으로 팔목을 지진다. 살짝 따끔하다. 그리고 여러가지 부처님 이야기 해주고 끝. 그래도 과자복을 타고났나 보다. 수계식 한 날이 부처님 오신날이라서 내가 훈련소에서 받아본 부식중에서 가장 양이 많았다. 스카치캔디 한봉지에 자유시간 몇개와 기타등등 하여간 많았다..

과자 뜯어서 다 먹고 이제 또 과자가 떨어져가니 슬슬 다음 세례식으로 가야 하는데.. 천주교 세례식때는 뻘짓하다가 세례를 못받았다.. 그래서 과자를 못받았다.. 그래도 대충 뒤에서 보니 그닥 특별한 건 없고 그냥 성수 한번 뿌리고 마는 것 같더라.. 그리고 또 하나님 말씀 한번 전하고 ㅋㅋ

그리고 이제 마지막 기독교 차례.. 지난번 천주교에서 과자를 못받아서 타격이 컸다. 이번엔 받아야 한다. 그래서 기독교 행사장으로 가서 대기타는데, 역시 기독교는 포스가 다르다. 대령이 교회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다.. 훈련소에서 대령을 그렇게 가까이서 보게 될 줄은 몰랐지.. 그런데 대령도 교회입구 앞에서는 그냥 전도하는 동네 아저씨ㅋㅋ 애들한테 세례식 받으라고 전도하고 다니고 있다.. 대령 체면은 저사람이 다 깎아 먹는 듯 했다. 

어차피 나는 과자가 목적이었으니 세례식에 참가한다고 말했다. 대령 갑자기 눈이 반짝반짝 거린다. 잘못하면 바지 갈아입을 뻔했을 정도로..

그렇게 해서 세례식을 받으려고 하는데.. 역시 기독교 포스가 남다르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 따로 세례식장을 마련해놨다. 그곳에서 따로 세례를 받는단다. 그래서 받았다. 거기까진 괜찮았는데.. 사제출신 목사가 갑자기 썰을 풀기 시작한다. 다른 종교같으면 석가, 야훼 말을 전할텐데, 여기는 역시 명불허전이다. 목사가 북한얘기를 한다..

'여러분, 북한은 하나님을 믿지 않아서 저렇게 된겁니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빨갱이, 간첩들이 활개치고 있습니다. 광우병 시위를 보십시오. 하나님을 믿지 않는 자들이 나라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난 이 사건 이후로 기독교는 쳐다보지도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