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신입생을 이제 막 벗어났을 때

돈이 궁했던 나는

추석기간 야간 택배 상하차 알바 구합니다 시급 5천원. 

이라는 구인광고를 봤고 돈이 궁했던 나는 친구들을 꼬셔서 같이 가게 됐다.

광고에 나온 장소에 가니 나와 내 친구 말고도 

급전이 필요한 꼬꼬마들, 일용직 노동자로 하루벌어 하루 먹고 사는 아저씨들이 먼저 대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장소에서 한 10분쯤 기다리니, 밴 한대가 와서

우리를 짐짝 싣듯이 실어서 어딘가.. 저 멀리로 가기 시작했다.

그때 알아차려야 했다.

그곳은 지옥이라는 것을. 




멀리 저멀리 가다 보니

작업장이 나온다.


열악해보였다.


밴에 같이 타고온 사람들은 죄다 한국인이었지만 작업장에 가보니.. 

중국인들 많다..

심지어.. 흑인들까지 있다.

오...

세계적인데?

간단히 작업 지시를 받고 일을 시작

처음엔 괜찮았다. 뭐 이런 일이 다 그렇지 하고 넘어갈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도착한 트럭

크기를 짐작하건데 5톤트럭이지만, 짐칸 컨테이너를 위로 좀 늘린 것 같다.. 다채우면 6~7톤은 나오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내가 위에서 본 구인광고를 독자들이 깜빡 했을까봐 다시 적어본다.



'추석기간' 택배 상하차 알바 구합니다.



오.. 그래.. 난 추석기간의 의미를 그다지 크게 두지 않았던거야..

오고가는 택배속에 싹트는 정이라는 그 '추석' 

그렇게 '나주배' '양파즙' '제주도 은갈치' 와 노동자들의 전투는 시작됐다.

차곡차곡 짐을 쌓는다.

차곡차곡 쌓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충 쌓는다

상자가 부서지든 말든. 내몸이 부서지게 생겼는데 그거 걱정할때냐..


점점 눈이 침침해진다. 감기기운까지 있는 상태에서 야간작업 하려니까

눈에서 눈물이 나려고 한다.

절대 슬퍼서 눈물이 나는게 아니다. 진짜로 눈이 따가워서 눈물이 났다.

그리고 새벽2시 쉬는시간. 이시간에 겸해서 야참을 먹는다.

다행히도 택배회사가 마지막 인간미까지는 놓지 않았는지 밥은 무료로 준다.

오후 8시부터 일했으니 중간에 10분정도 쉬는시간 빼곤 꼬박 5시간동안 일을 했구나.

밥을 먹고 잠깐 쉬는시간 나와서

밖을 바라봤다. 멀리, 저 멀리서 도시의 불빛들이 비친다.

작업장이 이렇게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외진곳에 있는 건 다 이유가 있는 거였어...라고 생각했다.

돌아갈수가 없어.

쉬고있는데 소리가 들린다. 작업장 롤러 움직이는 소리다.

작업시작이다.. 

도대체 사람들이 나주배를 왜먹는걸까..

양파즙은 왜먹을까.. 은갈치는 제주도에서 먹어...인간들아.. 

새벽 4시쯤 됐을까.. 세번째 트럭물량을 치우고 있는데 친구랑 내가 맡은 트럭의 물량 이동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옆에있던 흑형들이 웃는다. 

놈들 존나 쌔보인다.. 웃지만 말고 도와줘 씌발럼들아.

라고 생각하는데

진짜 도와준다

감동했다.

근데 도와줄라면 다 도와주던가.. 깔짝 하고 가네.. 

드라군같은 놈들.

어쨌든 여차저차 해서 드디어 물량 상차가 끝났다. 3트럭을 채우니 상차작업 끝!

와 일 다 끝났다!


어?..





트럭이 또온다

왜와..

제발..오지마..

이번엔 하차다.

어쩐지 오후 8시부터 오전8시까지 일하는데 시간이 좀 남는다 싶었어..

난 물량처리를 빨리해서 오늘은 빨리 끝난 줄 알았지

그래도 하차는 상차보다는 쉽더라.. 

어찌어찌 버텨서 아침 8시

일당을 받았다.

추석특수 보너스 그딴거 없ㅋ다ㅋ.

시간계산 딱해서 시급5천원에 12시간

6만원 받았다.

오.. 드디어 아침햇살이 밝았구나.

이렇게 나의 짧고도 긴 야간택배 상하차 알바는 끝났다.

이걸 경험하고도 다시 가는 사람이라면

돈이 정말 궁하거나, 미치거나 둘중 하나다.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안갔다.



한줄요약 : 야간택배 상하차 하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