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연게에 구남/여친 썰들이 많이 올라오길래 자극받아 저도 한 번 써봅니다.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첫 여친.</div> <div>당시는 아직 하이텔이 건재하던 시기입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우리는 독서클럽이라는 동호회에서 처음 만났습니다.</div> <div>당시 저는 가정, 학교, 교우생활 전부 힘든 시기였고, <span style="font-size:9pt;">그녀는 주위에 언제나 사람들이 넘쳐날 정도로 인기인이었기에 접점도 없었고 딱히 관심도 두지 않았습니다.</span></div> <div>그러다 어느 순간 단 둘이 이야기를 할 기회가 생기고, 우리는 서로에게 호감을 품게 됩니다.</div> <div>수업이 끝나자 마자 약속도 하지 않았는데 '그 장소'에서 만나고, 매일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div> <div>처음에는 마음이 맞고 말이 잘 통하는 그야말로 절친이 생겼다고 생각했고 기뻤습니다.</div> <div>그러다 몇개월이 지나자 저는 제 안에서 처음과는 다른 감정이 생겼다는걸 깨닫게 됩니다.</div> <div>첫사랑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수일을 고민하다가 냅다 고백을 해버립니다.</div> <div>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 차입니다.</div> <div>그 때부터 다시 수개월, 절절하다면 절절한 대쉬가 이어집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저는 너무 어렸고, 첫 사랑이어서 연애의 ㅇ도 몰랐습니다.</span></div> <div>그리고 그녀는 연상. 그것도 꽤 차이나는.</div> <div>제가 대쉬하는 동안 주위에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div> <div>대부분은 부정적인 이야기였습니다.</div> <div>제일 충격이었던 것은 그녀의 바로 전 애인이 그녀의 사랑을 갈구하다 자살한 사건이었습니다.</div> <div>사람들이 그러더군요.</div> <div>너는 그녀에게 너무 어리다. 그녀에게 온갖 사람들이 대쉬했지만 연애다운 연애는 없었다. 게다가 지금은 아직 상처가 채 아물지 않아서 너의 어리광을 받아줄 여력이 없을거다. 넌 아무것도 모른다..</div> <div>그 수많은 부정들도 저에게 처음 생긴 사랑이라는 감정을 식히지는 못했습니다.</div> <div>아무것도 모르면서 근거없는 자신감에 가득 찬 저는 '나는 달라!' 라고 생각했습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저에게 '사귈래?'라고 물어오는 날이 오더군요.</div> <div>기뻐서, 마음이 벅차서 몸이 떨리는 경험을 그 때 처음 했습니다.</div> <div><br></div> <div>처음에는 세상이 솜사탕으로 만들어진 것마냥 달달하더군요.</div> <div>그녀는 곧잘 웃고 우리는 우리만의 언어를 만들어서 꽁냥거리기도 했지요.</div> <div>그녀를 위해 시를 쓰고, 잠들기 전 노래를 불러주고, 편지를 썼습니다.</div> <div>하지만 아무리 사랑이 달콤해도 현실은 현실.</div> <div>당시 저는 집안문제로 모든게 박살난 상황이었습니다.</div> <div>그래도 저는 행복했습니다.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죠.</div> <div>그러나 저는 학업을 이어갈 수 없는 상태였고 그래서 '수업 후 만남'은 흐지부지 되버립니다.</div> <div>처음부터 연락이 잦은 스타일은 아니었고 제가 바빠지니 연락은 더욱 줄어듭니다.</div> <div>그래도 일과 이후의 제 시간은 모조리 그녀를 위해 썼습니다.</div> <div>아마 이때부터 였을겁니다.</div> <div>제가 '불만'이 생기기 시작한게.</div> <div><br></div> <div>처음에는 제가 수개월을 쫒아다녀 사귄 거였고, 첫사랑에 첫연애여서 철저하게 모든것을 그녀에게 맞추어주었습니다.</div> <div>연락도 자주하면 불편하다기에 줄였고, 이야기하다 갑자기 말하기 싫다고 해도 이해하고 받아들였습니다.</div> <div>자주 전화오는 그 남자는 누구야?라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화제를 돌려도 모르는 척 넘어갔습니다.</div> <div>일정 시간은 연락이 안되고, 밤늦게 술취해 전화해도 아무것도 문제삼지 않았습니다.</div> <div>툭하면 '넌 모르는 이야기야' '넌 모르는 사람이야' 하고 무시하는것도 내가 그녀보다 나이가 어린 탓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div> <div>하지만 제가 잘못했거나 실수한게 있으면 말해주고, 그래서 내가 고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는데 기분이 나빠 보이는데도 아무 말하지 않는건 답답하다 생각했습니다.</div> <div>이게 커진겁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나는 내 모든걸 바쳐서 그녀를 위할 준비가 되어있는데, 그녀는 나에게 그것을 바라지 않는다.</span></div> <div>아니면, 나는 그녀에게 부족한 것일지도 모른다.</div> <div>그런 생각때문에 많이 힘들었습니다.</div> <div>그녀에게 내가 고쳤으면 하는게 있으면 말해달라고 했지만 답이 없더군요.</div> <div>그녀는 나에게 바라는게 있지만, 그게 뭔지는 절대 말해줄 생각이 없어 보였습니다.</div> <div>제가 온전히 제 힘으로 알아내서 그녀를 충족시켜줘야 했습니다.</div> <div>그게 제일 힘들었습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주위에 물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모른다'였습니다.</span></div> <div>아무도 그녀의 의중을 모르더군요.</div> <div>그리고 이 시기에 그녀의 친구들을 만나게 됩니다.</div> <div><br></div> <div>그분들은 저에게 상당히 유감이 있어 보였습니다.</div> <div>자리는 무척 딱딱했습니다.</div> <div>저는 얼떨결에 불려나가 죄인처럼 앉아 있어야 했죠.</div> <div>그리고 그녀가 요즘 많이 힘들다고 한다. 너때문이다.</div> <div>그러더니 '그녀는 너를 사랑하지 않아.' 라고 하는 겁니다.</div> <div>당시 저에게 그 말은 상당한 충격이었습니다.</div> <div>저는 우리가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다소 고난이 있어도, 길을 조금 돌아가더라도 이겨나갈 수 있을거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입니다.</div> <div>그래서 그녀에게 답답한 점이 있어도,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도 '내가 더 열심히 하면 될거야' 그렇게 생각했습니다.</div> <div>아직 모르는 것 뿐, 더 노력하다보면 방법이 보일거라고..</div> <div><br></div> <div>충격에 빠진 저를 뒤로하고 불쾌한 표정으로 그분들은 떠났습니다.</div> <div>저는 집으로 돌아가 그녀에게 전화를 했습니다.</div> <div>그녀의 친구들은 그녀 몰래 온 것이라고 했기 때문에 저는 그분들의 말을 전할 수가 없었습니다.</div> <div>왠지 친구 사이를 이간질하는 기분이 들었거든요.</div> <div>저는 한 가지 질문을 합니다.</div> <div>'나를 사랑하니?'</div> <div>잠시 뜸을 들이던 그녀가 대답했습니다. </div> <div>'아니'</div> <div><br></div> <div>그리고 얼마간의 침묵 후에 저는 알겠다고, 전화 끊자고 했습니다.</div> <div>내키지 않는듯 하던 그녀도 결국 전화를 끊었습니다.</div> <div><br></div> <div>이때의 제 머릿속에는 끝이구나, 하는 생각뿐이었습니다.</div> <div>우리가 서로 사랑하지 않는데, 우리의 관계가 무슨 소용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div> <div>어쩌면 그녀는 먼저 헤어지자는 말을 꺼내지 못했던 것 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div> <div><br></div> <div>우리는 그렇게 헤어졌습니다.</div> <div><br></div> <div>한참 후에, 그녀와 저를 둘다 알던 다른 친구가 말해주더군요.</div> <div>그녀가 저와 헤어지고 나서 무척 힘들어했다고.</div> <div><br></div> <div>그 말을 듣고 저는 좀, 놀랐습니다.</div> <div>왜냐하면..</div> <div><br></div> <div>사실은 그녀와 헤어지고 이틀 뒤에 견디지 못한 제가 다시 사귀자고 연락했거든요.</div> <div>그리고 그녀는 미안,이라고 말하고 단칼에 전화를 끊었습니다.</div> <div><br></div> <div>그래서 그녀가 힘들어했다는 사실이 좀 얼떨떨하더군요.</div> <div>사실은 당연한건데, 그녀가 그 때 너무 차갑게 잘라 말해서 무의식중에 그녀는 괜찮은가보다고 생각해버렸는지도 모릅니다.</div> <div><br></div> <div>헤어지고 수 년이 지나서야 그녀가 얼마나 연약한 여자였는지 보이더군요.</div> <div>사귈 때는 한참 연상에, 인기인에, 성적도 우수하고, 말도 나긋나긋하면서 어찌나 논리적으로 말하는지, <span style="font-size:9pt;">제가 여신이라고 불렀는데 그녀는 쑥쓰러우면서도 기분 좋은듯이 웃은게 지금 생각하면 천상 여자였구나 싶습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어찌보면 철이 덜 든, 어린애와 연애하느라 이것저것 배려하고 참는게 많았을지도 모르는데, 그때의 저는 그걸 몰랐네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십수년이 지난 지금은 아는걸 그때는 몰라서 참 미안했다 생각합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재미없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주말 저녁에 괜히 옛날 생각나서 써버렸네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