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지난 광화문 청계광장 집회때 참가하면서 겪었던 일들과 그때의 감상을 적었습니다.</div> <div> 앞으로도 계속 참가하면서 이 나라에 희망이 찾아오기를 바라겠습니다.</div> <div> </div> <div>* 여러 게시판을 찾아 보았지만 '시사'라고 하기에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자유'라고 하기에는 내용이 너무 무겁기에</div> <div> 그래도 이 '사회면' 게시판이라면 합당하지 않을까 하여 올리게 되었습니다. 더 나은 게시판이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div> <div> </div> <div> 이런 세상에서 사람은 쉽게 냉소에 빠지는 것 같다... 마음 먹은대로 무언가 해 보려고 해도 제대로 되는 거 하나 없는 세상...</div> <div>10월의 마지막 날도 되는 것 하나 없는 날이었을 뿐이었다. 지난 토요일의 그 감동에 이끌려 다시 별들이 떠오르던 청계광장으로 나섰다.</div> <div>날씨는 여전히 추웠고, 행인들은 무관심한 듯 제 갈 길을 갔다. 그리고... 오늘은... 정말로 조금만 모였다...</div> <div>허세를 부려 보려고 모인 수많은 깃발들조차 지난 날의 기세를 잃은 채 우두커니 서 있었을 뿐이었고,</div> <div>"뭐야, 이거 밖에 안 왔어?" "일반 시민이 더 와야 하는데" 하는 시위꾼들의 투정과 볼멘소리가 귀에 거슬렸고,</div> <div>예의를 잃고 허락도 없이 찍어대는 카메라 세례에 눈쌀마저 찌뿌러졌다.</div> <div>너네 같은 시위꾼들 때문에 너네가 그토록 원하는 일반 시민들이 자리에 나서지 못하는 건데!</div> <div>더구나 함께 행동해야 할 우리인데 "이 곳에 오지 않은 민주당과 국민의 당은 야당의 자격이 없습니다!"</div> <div>하며 분란을 조장하는 연설들에 나도, 몇 안되던 그 일반 시민들도 서서히 가운데에서 변두리로 떠나갔다.</div> <div> </div> <div> 그렇게 실망에 사로잡혔을 때 친구의 카톡이 왔다. "나 퇴근했는데 저녁이나 같이 먹을래?"</div> <div>마침 광화문에서 일하는 녀석, 더이상 환멸이 들었다간 촛불을 들고 서 있는 것조차 못할 것만 같아서, 잠시 자리를 떴다.</div> <div>녀석과 나눈 이야기는 여기에 적지 못하겠다... 녀석을 까내릴 생각은 없지만, 그렇게 되버릴 것만 같아서다...</div> <div>확실했던 건 녀석은 모르는게 너무나 많았고, 나는 그 녀석을 가르쳐 버렸다는 거였다.</div> <div>"역시 종교랑 정치 얘기는 친구랑 하면 안 되" 녀석이 했던 이 말 한마디가 북어국을 먹던 그 시간을 보여주는 듯 했다.</div> <div> </div> <div> 그렇게 한 시간도 채 안되는 짧은 시간 동안만 자리를 비웠는데, 무슨 일이 벌어졌었는지 집회에 모인 사람들이</div> <div>콧배기도 보이지 않았다. 나처럼 얼마 안 되는 사람들 수에, 시위꾼들의 협잡에 실망하고 집에나 간 건지...</div> <div>허탈한 마음에 집에나 콱 가 버리려고 광화문역 5번 출구에 들어서려는 그 순간, 군화소리가 들렸다.</div> <div>우르르 몰려 나오는 전경들. 일사불란하게 뛰쳐 나오는 단단하게 굳은 얼굴들. 혹시 나를 잡으러 온 건 아닐까...?</div> <div>안 되... 도망가야 해... 하지만 도망갈 수도 없었다... 그저 우두커니 제 자리에 서서 공포가 나를 핡키고 지나가는 것을 참아내야 했다.</div> <div>손이 떨렸다. 황급히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div> <div> </div> <div> 그렇게 백명이 넘는 잔인한 군화소리가 지나가고 나서야 움직일 수 있었다. 이대로 집에 가야만 하는가, 아니다.</div> <div>그들은 분명 사람들을 붙잡으러 간 것이다! 나는 멀찍이서 그들을 따라 갔다. 종각으로 이어지는 그 길에 사람들이 보였다.</div> <div>아니, 그들이 들고 있던 깃발이 보였을 뿐, 수백명이 넘는 전경들이 그들을 포위하는 모습이 보였다.</div> <div>사방에 경찰들이 깔려 있고, 사복을 입고 무전기를 들고 진두지휘하는 사복 형사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div> <div>"여러분들은 신고되지 않은 불법 시위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경찰관에게 폭력 행사 시에는 영장 없이 즉시 체포합니다"</div> <div>스피커에서 나오는 으름장 소리. 백명이 넘을까 말까하는 몇 안되는 작은 시위대를 수백이 넘는 경찰들이 테러리스트를 체포하듯이</div> <div>방패로 둘러 쌓고선 그들을 범죄자 취급하며 협박을 하고 있었다. 마치 양아치들이 약한 애를 둘러 싸고 줘 패는 모습이었다!</div> <div>이게 뭐 하는 짓거리란 말인가! 그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다고! 청와대로 진격했나? 아니다. 시민들을 겁박했나? 아니다.</div> <div>그저 억울한 목소리를 내뱉겠다고 거리로 나선 것 뿐이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으니까 사람들 앞에 나선 것 뿐이다!</div> <div>그런 나약하디 나약한 목소리를 공권력이 무참하게 짓밟고 있었다...</div> <div> </div> <div> 나는 좌절했다. 매일 청계광장에 나서겠다는 그 결의도 잊은 채 PC방으로 갔다. 그저 게임을 했다. 게임을 하면 현실을 잊을 수 있으니까.</div> <div>회사를 다니다가 이렇게 사는건 사람 사는 꼬라지가 아니어서... 버텨도 버텨도 앞날이 보이지가 않아서... 글을 써보겠다고 다 때려치고나와</div> <div>도서관에 다니며 책을 읽으며 몇 개의 소설을 써 보고... 인터넷에도 올려 봤지만... 잘 되지 않았다...</div> <div>그래, 시발, 다 헛짓거리지. 내가 청계광장에 나선 것도... 이런 글을 쓰는 것도 다 헛짓거리지... 좌절하고 좌절해서 게임이나 했다!</div> <div>그렇게 밤이 되서야 집에 들어왔다... 마치 열심히 글을 쓰고 온 것 처럼...</div> <div> </div> <div> 하지만 뉴스를 보게 됬을 때 사람들이 나처럼 헛짓거리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div> <div>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고, 수많은 단체에서 시국선언이 잇달았다.</div> <div>게다가 화요일에는 월요일과는 달리 천 명 가까운 사람들이 내가 갔었던 청계광장 그곳에 촛불을 들고 모였었다.</div> <div>사람들은 팻말을 들고 거리에 나서 청계천에서 종각을 거쳐 인사동까지 걸어갔다고 한다.</div> <div>“박근혜는 하야하라, 새누리당도 공범이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다고 한다.</div> <div>취업난에 허덕이며 서류를 넣고 면접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월요병에 시달리며 산더미같은 일들에 시달리는 직장인들도, <div> <div>수많은 사람들이 한 목소리를 내어 이대로는 안된다고, 권력과 비리로 가득한 이 나라를 바꿔야 한다고 들고 일어섰다!</div> <div> </div> <div> 부끄러웠다. 꼴랑 두번 나가놓고 실망에 가득차 또 모든 것을 내팽겨 쳐 버리다니... 다시 거리에 나서야겠다.</div></div></div> <div>소속된 단체 같은 것도 없는 나로선 청계광장만이 내가 나설 수 있는 곳이다. 비록 갈 때는 혼자겠지만...</div> <div>그곳에 서게 되면 나는 혼자가 아니다! 이 나라가 바뀌기를 희망하는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서 있다.</div> <div>오늘은 그저 하나가 되었으면 좋겠다. 순수한 희망으로 하나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다시 거리로 나설 것이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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