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font size="3">2층에 살고 있는 사람은 굉장히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였습니다.</font></div> <div><font size="3">나이가 많은 것과는 다르게 매우 정정하셨지요. 하지만 주름이 가득한 피부와</font></div> <div><font size="3">색이 죽은 얼굴은 굉장히 나이가 많은 분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해주었습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span style="line-height:24px;">여름에 할아버지댁에 놀러가서, 2층 난간에서 장난을 치던 제가 뒤를 돌아보니,</span></font></div> <div><font size="3"><span style="line-height:24px;">발코니에 그 할아버지 (이하 왕 할아버지라고 쓰겠습니다)가 저를 쳐다보고 계시더군요.</span></font></div> <div><font size="3"><span style="line-height:24px;"><br></span></font></div> <div><font size="3"><span style="line-height:24px;">딱히 무서운 표정을 지으신 것도 아니고, 그냥 무표정하게 저를 내려다 보고 계셨지만,</span></font></div> <div><font size="3"><span style="line-height:24px;">저는 정말 엄청나게 놀랐습니다. 물론 저는 어려서부터 엄청나게 내성적이고 말이 적었기 때문에,</span></font></div> <div><font size="3"><span style="line-height:24px;">비명을 지르거나 날뛰지는 않았습니다(오죽했으면 어머니께선 제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까지 제가</span></font></div> <div><font size="3"><span style="line-height:24px;">자폐끼가 있는 건 아닐까 ... 하고 엄청 고민하셨다네요). 다만 너무 놀란 나머지 숨을 헙-! 하고 들이키다</span></font></div> <div><font size="3"><span style="line-height:24px;">사래에 걸렸을 뿐이었지요. 콜록콜록 거리면서도 왕할아버지를 끝까지 쳐다봤지요, 엄청난 경악스러움에.</span></font></div> <div><font size="3"><span style="line-height:24px;"><br></span></font></div> <div><font size="3"><span style="line-height:24px;">그도 그럴 것이, 분명히 신혼부부가 산다고 했는데, 무지하게 나이가 많아 보이는 할아버지가 서계시니 말이지요.</span></font></div> <div><font size="3"><span style="line-height:24px;">아직도 그 때의 감각이 기억납니다. 심장이 오그라드는 듯한 놀라움, 무서움, 두려움 같은 것들.</span></font></div> <div><font size="3"><span style="line-height:24px;"><br></span></font></div> <div><font size="3"><span style="line-height:24px;">왕할아버지는 읊조리듯이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혼잣말인지 저에게 말을 거는 것인지 분간이 안갈 정도로</span></font></div> <div><font size="3"><span style="line-height:24px;">작은 목소리였지요.</span></font></div> <div><font size="3"><span style="line-height:24px;"><br></span></font></div> <div><font size="3"><span style="line-height:24px;">"네가 (할아버지 이름) 손자로구나.."</span></font></div> <div><font size="3"><span style="line-height:24px;">".... .... ...."</span></font></div> <div><font size="3"><span style="line-height:24px;"><br></span></font></div> <div><font size="3"><span style="line-height:24px;">그렇게 잠깐동안 저와 대치하던 왕할아버지는 휙, 등을 돌리더니 방으로 다시 들어가더군요. </span></font></div> <div><font size="3"><span style="line-height:24px;">왕할아버지가 들어가자마자 저도 계단을 뛰어서 1층으로 내려왔습니다. 탁 트인 마당을 보니</span></font></div> <div><font size="3"><span style="line-height:24px;">그제야 마음이 놓이더군요. 마당에는 할머니와 어머니가 담소를 나누고 계셨습니다.</span></font></div> <div><font size="3"><span style="line-height:24px;"><br></span></font></div> <div><font size="3"><span style="line-height:24px;">"엄마 엄마"</span></font></div> <div><font size="3"><span style="line-height:24px;">"응? 왜?"</span></font></div> <div><font size="3"><span style="line-height:24px;">"2층에 할아버지보다 더 늙은 할아버지 있다?"</span></font></div> <div><font size="3"><span style="line-height:24px;"><br></span></font></div> <div><font size="3"><span style="line-height:24px;">이 것도 역시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마치 못들을 걸 들은 것처럼 살짝 굳어지던 할머니와 어머니의 표정.</span></font></div> <div><font size="3"><span style="line-height:24px;">어머니는 말이 없으시고, 할머니가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씀하시더군요.</span></font></div> <div><font size="3"><span style="line-height:24px;"><br></span></font></div> <div><font size="3"><span style="line-height:24px;">"으응... 윗집 부부네 할아버지 오셨나보다. 귀찮게 하면 안돼."</span></font></div> <div><font size="3"><span style="line-height:24px;">"너, 엄마가 2층 올라가지 말랬지!"</span></font></div> <div><font size="3"><span style="line-height:24px;">"... ... ..."</span></font></div> <div><font size="3"><span style="line-height:24px;">"2층에도 사람 사니까 올라면 안돼, 조용히 해야돼."</span></font></div> <div><font size="3"><span style="line-height:24px;">"응 알았어."</span></font></div> <div><font size="3"><span style="line-height:24px;"><br></span></font></div> <div><font size="3"><span style="line-height:24px;">그 날일은 그렇게 마무리 되었습니다.</span></font></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