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결혼(이라 적지만 무덤)을 일찍한 저의 청춘은 오로지 가족들을 위한 삶이었습니다.</p> <p> </p> <p>26살에 사이가 좋지 않던 아버지와 풀고 싶어 아버지 퇴직전에 서둘러 결혼했습니다.</p> <p> </p> <p>결혼한지 13개월 만에 큰딸이 태어났는데.....</p> <p> </p> <p>27살의 남자는 하고 싶은 일이 많았습니다.</p> <p> </p> <p>친구들과 어울리며 음주가무도 즐기고 싶고,</p> <p> </p> <p>주말이면 등산하며 호연지기를 펼치고 싶었고,</p> <p> </p> <p>무작정 자전거를 타고서는 어디 멀리 떠나고 싶었습니다.</p> <p> </p> <p>다만 그때마다 제 눈을 바라보며 방긋방긋 웃는 딸아이와 가장의 의무(집안일 - 집에서 큰 물건 옮기기, 대용량 쓰레기 버리기 등등)를 다하라는 곰마눌의 말에 저는 나갈수 없었습니다.</p> <p> </p> <p>주말마다 친구들은 다 뭉쳤는데 너만 오지 않는다고 타박아닌 타박을 하고...</p> <p> </p> <p>나이트(지금은 클럽이라 하더군요)가서 부킹한 설부터 단체로 동해 바다 보러간 설까지 들으며 저는 오로지 가족들을 위해 회사와 집만을 택하여 다녔습니다.</p> <p> </p> <p> </p> <p>세월이 흐른 후.....</p> <p> </p> <p>큰딸은 곰마눌의 기운을 받아 키 175cm의 처자가 되었고(이미 중3때) 저는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 약간의 취미생활(프라모델 조립, PS4, 닌텐도 스위치, 자전거, 바이크, 등산, 여행, 맛집방문 등등등등)을 즐길 수 있는 시절이 되었습니다.</p> <p> </p> <p>나이 40, 불혹을 넘긴 나이에 그 당시 나이트에서 부킹했다고 자랑질 하던 놈들 중 절반을 장가를 갔지만 나머지는 아직 가지 않았는데....</p> <p> </p> <p>이 친구들에 저 때문에 장가를 갈수 없다고 합니다.</p> <p> </p> <p> </p> <p>3년전 친구의 결혼식에 저는 제 큰딸을 데려 갔습니다.</p> <p> </p> <p>키 175cm의 중3 아이를, 가면 뷔페를 즐길수 있고, 삼촌들이 용돈을 많이 줄꺼라는 말로 꼬셔 델구 갔습니다.</p> <p> </p> <p>결혼식 도착하자 마자 축의금 내고 옆에 있는 친구와 친구 부모님께 인사 드렸습니다.</p> <p> </p> <p>친구어머님 : 아이고. 이게 누꼬? 넉대아이가? 니 참말로 오랜만에 본데이.</p> <p> </p> <p>저(넉대) : 네. 어머님. 오랜만에 뵙네요. 자주 뵈야 하는데 죄송합니더.</p> <p> </p> <p>친구어머님: 그래. 근데 옆에 이 처자는 누꼬?</p> <p> </p> <p>저(넉대) : 아.... 어머님 죄송합니다. 인사시킨다는게.... <b>제 큰딸입니다</b>.</p> <p>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순간 어머님의 흔들리는 동공...</span> </p> <p> </p> <p>불안해 하며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는 신랑...</p> <p> </p> <p>그 눈빛을 개무시하며 흐믓한 미소를 짓고 있는 저...</p> <p> </p> <p>아무것도 모르고 눈만 깜빡이는 큰딸.....</p> <p> </p> <p> </p> <p>이후 친구들의 결혼식에 저는 블랙리스트가 되었고 저는 그 리스트에 굴하지 않고 꼬박꼬박 찾아가고 있습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