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n style="color:#222222;font-family:Tahoma, '굴림', '돋움';line-height:21.6px;"></span><div style="width:853px;height:auto;overflow:hidden;">내가 쓰는 낱말들이, 왠지 이름표가 붙은 잔처럼 보일 때가 있다. <br>좌절은 좌절이라는 잔이고, 절망은 절망이라는 이름의 잔이다. <br>내가 너에게 절망, 회의, 빠져나올 방법이 보이지 않는 심연에 대해 얘기하면 <br>낱말들이 담고 있던 알딸딸한 것을 너에게 부어주는 것같은 느낌이 든다. <br> <br>하지만 나의 절망이 너의 절망이 아니듯, <br>내 잔에 담긴 알딸딸한 것이 너의 잔을 가득 채우지는 못한다. <br>그보다 더 슬픈 것은, 나의 절망을 가득 담고도 너의 잔이 모자라서 <br>그 알딸딸한 것들이 밖으로 쏟아지는 일이다. <br>나는 나의 절망을 모두 말하고 싶었지만, <br>지금 탁상 위에 넘쳐버린 저 알딸딸한 것을 보면서 나는 많이 아쉬워한다. <br>그리고 너는 지금 너의 잔 속에 담긴 그 알딸딸한 것을 보며 <br>그것이 나의 모든 절망이라고 슬퍼하며, 우리는 건배한다. <br>나는 진심으로 슬퍼해주는 너의 눈을 보면서 잔을 부딪힌다. <br>고개를 까딱 뒤로 젖히고서 탁 내려놓은 너의 잔을 가만히 보게된다. <br>그 텅 빈 잔에다가 나는 다시 나의 슬픔을 채워넣어야 할까 고민하다가 <br>그냥 빈 잔으로 두기로 했다. <br> <br>그렇게 몇 번의 건배를 하고, 그 날이 끝날 무렵이 되서야 <br>다시 집에 와서 침대에 눕는다. <br>깍지를 끼고 뒷통수에 대고서 한참을 누워있다보면, <br>다시 몸을 일으켜서 <br>다른 누군가와 한 잔 더 할 수는 없을까 <br>하고 바라게 된다. <br>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하여 <br>집 앞의 아무 편의점이나 들러 <br>맥주를 사들고 터벅터벅 걸어오는 길이다.</div> <div><br></div><span style="color:#222222;font-family:Tahoma, '굴림', '돋움';line-height:21.6px;"></span><a target="_blank" href="http://bhu.co.kr/bbs/board.php?bo_table=news3&wr_id=157709&page=2" style="text-decoration:none;color:#466c8a;font-family:Tahoma, '굴림', '돋움';line-height:21.6px;" target="_blank"></a><a target="_blank" href="http://bhu.co.kr/bbs/board.php?bo_table=news3&wr_id=157709&page=2" style="text-decoration:none;color:#466c8a;font-family:Tahoma, '굴림', '돋움';line-height:21.6px;" target="_blank"></a><span style="color:#222222;font-family:Tahoma, '굴림', '돋움';line-height:21.6px;"></s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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