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1.</div> <div> </div> <div>초등학교 4학년 무렵의 여름이였다. 성훈이 미진이와 나는 그 무렵 새로운 놀잇감을 찾게 되었다.</div> <div> </div> <div>장난전화를 하며 노는 것이였다. 그 때 당시 [용궁반점 장난전화] 플래시가 큰 유행이였기 때문이다.</div> <div> </div> <div>우리는 학교가 끝마치면 동사무소 앞의 공중전화기 부스에서 접선을 했다.</div> <div> </div> <div>공중전화 부스에 있는 전화기와 전화번호부는 우리에게 아주 좋은 장난감이 되주었었다.</div> <div> </div> <div>"세미네 집이죠?"</div> <div>"니네 집엔 수세미도 없냐?"</div> <div> </div> <div>이런 식의 얄미운 장난전화를 하며 우린 매우 즐거워했었다.</div> <div> </div> <div>정도가 지나칠 때엔 다른 아이들도 불러모아ㅡ그 당시 아이들 사이에선 우리 덕분에 장난전화가 유행했다ㅡ 학교에다 전화를 걸어</div> <div> </div> <div>선생님들을 골려주었다. 그 일을 주도했던 내 친구 성훈이가 정체를 들키기도 했었다.</div> <div> </div> <div>그래서 학교에서 장난전화 관련하여 아이들에게 많은 주의ㅡ혹은 협박ㅡ를 주었었다.</div> <div> </div> <div>그 이후 성훈이와 미진이는 장난전화질에서 손을 떼었지만, 나는 장난전화 커뮤니티에까지 가입하여 열정적으로 활동하였다.</div> <div> </div> <div>2.</div> <div> </div> <div>그 해 여름에 우리동네에서 축제 같은 것을 열었다거나 그런 기억은 없다.</div> <div> </div> <div>하지만 유독 그 해 여름 우리동네 어르신들이 술판을 많이 벌이곤 했었다. 우리 가족도 마찬가지였다.</div> <div> </div> <div>어느 날 밤이였다. 그 날 밤도 동네 어르신들은 이곳저곳에서 술판을 벌이기 시작했다.</div> <div> </div> <div>동네 가장 큰 공용주차장 옆에 조그마한 돌탁자, 돌벤치가 있는ㅡ공원이라기엔 뭐한ㅡ 공원. 저마다의 집.</div> <div> </div> <div>그 밤 성훈이 미진이와 동네 이곳저곳을 다니며 상황극 놀이를 하였다. 성훈이 미진이의 부모님도 술자리에 가신 것이다.</div> <div> </div> <div>어른들이 없으니 우리는 자유였다. 다른 친구들도 거리에 보이지 않아서 좋았다. 친구들은 술자리에서 안주를 축내고 있는 모양이였다.</div> <div> </div> <div>즐거웠다. 마치 방랑자, 떠돌이 음유시인이 된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div> <div> </div> <div>집집마다 불이 켜져있었고 거리엔 아무도 없었지만 동네는 꽤나 시끌시끌했다. 술을 마시고 어르신들이 언성을 높여가며 말씀을 나누시는 것 같았다.</div> <div> </div> <div>한창 그렇게 동네를 이곳저곳 탐방하며 재미있게 놀고 있었는데, 성훈이가 손목의 시계를 보더니 벌써 12시라고 했다.</div> <div> </div> <div>미진이는 조금 대담한 아이인데에 비해, 성훈이는 의외로 겁이 많았다.</div> <div> </div> <div>키가 안 클 수 있다는 둥 이렇게 늦은 시간에는 밖에 처음 나와있어보는 아이 같았다.</div> <div> </div> <div>더 놀고 싶었지만 워낙에 완강한 성훈이 덕분에 나도 붙잡지는 않았다.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div> <div> </div> <div>집에 오니 몹시 쓸쓸해지고 말았다. 집엔 아무도 있지 않았던 것이다.</div> <div> </div> <div>부엌에만 불이 켜져 있었고, 모든 방에는 불이 꺼져있었다. 아무래도 은우누나와 엄마 아빠 모두 술자리에 간 것 같았다.</div> <div> </div> <div>약간의 배신감이 느껴졌다. TV를 켜보니 나이트라인 뉴스가 하고 있었다.</div> <div> </div> <div>잠깐 동안 멍하니 보고 있다가 밖에 나가기로 했다. 집에 혼자 있는다는 것은 너무나 지루한 일이였다.</div> <div> </div> <div>중력에 이끌리듯 동사무소 앞 공중전화 부스로 향하고 있었다. 불이 켜진 가게는 없었고 동네도 이젠 조용해졌다.</div> <div> </div> <div>어르신들도 이젠 많이들 취하신 모양이였다. 난 공중전화 부스에 도착했다.</div> <div> </div> <div>동사무소 쪽은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시원한 바람이였으나 조금 매섭게 불고 있어 추운 느낌이 들었다.</div> <div> </div> <div>무척이나 어두웠고, 가로등 불빛 하나에만 의지할 수가 있었다.</div> <div> </div> <div>괜히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맘같아선 동사무소와 가까운 성훈이네 집에 쳐들어가고 싶었다.</div> <div> </div> <div>하지만 내가 집에서 가지고 온 교회 주보에 적힌 뵌 적 없는 장로님의 전화번호를 보니 계속 웃음이 나왔고, 기대감이 커졌다.</div> <div> </div> <div>나는 공중전화기에 백원짜리 동전을 2개 넣었다. 그 때 소리가 휘이이 들릴 정도로 엄청난 바람이 불었다.</div> <div> </div> <div>만화 속에서나 듣던 그런 소리였다. 놀라 뒤를 한번 쳐다본 뒤 다시 전화기 쪽으로 눈을 돌렸다.</div> <div> </div> <div>공중전화기엔 빨간색 숫자 0이 보여지고 있었는데, 내가 동전을 두 개 넣자 숫자들이 바뀌었다.</div> <div> </div> <div>44444444444</div> <div> </div> <div>빨간 색 4로 가득 찬 화면이였다. 그대로 놀라 몸이 굳었다.ㅡ나는 평소 4라는 숫자를 매우 두려워했다ㅡ</div> <div> </div> <div>이 곳에서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대로 몸이 굳어 일단 전화를 끊었다.</div> <div> </div> <div>숫자가 사라지는 것 처럼 보이더니</div> <div> </div> <div>00000000000</div> <div>44444444444</div> <div> </div> <div>그제서야 나는 도망칠 수가 있었다. 그런데 내 뒤로는 계속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울릴 리 없는 공중전화가 울리고 있었다.</div> <div> </div> <div>따르릉 따르릉 따르릉 따르릉</div> <div>따르릉 따르릉 따르릉 따르릉</div> <div>따르릉 따르릉 따르릉 따르릉</div> <div>따르릉 따르릉 따르릉 따르릉</div> <div> </div> <div>그 날 밤 내내 나는 고열을 앓아야 했다.</div>
이번 건 많이 약하네요. 당시엔 정말 무서웠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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